7월 첫 주말에는 외사촌 형님네가 놀러 오신다고 하니
지난 주에 아무데나 뽑아놓은 풀떼기들도 치워야하고
집안 구석구석도 좀 돌아봐야 하고
무엇보다도 좀 늦게 심은 콩이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서
금요일 오후 버스를 탔습니다.
동서울시외버스정류장을 벗어나자마자 막히는 상태를 봐서는
읍내의 단골 흑염소탕은 맛보기가 어렵다 싶었습니다.
시골집 들어가는 막차도 놓치지 않을까 노심초사였습니다.
택시비가 대략 만칠천원 정도 나오는데
그럴 바엔 차라리 토요일 아침 기차로 가는 게 낫기 때문입니다.
버스를 타면 막히니까.
구리암사대교를 건너서 조금 더 막히는가 싶더니
이내 정체가 풀려 빠른 속도로 달린 덕에
흑염소탕을 영접할 수가 있었습니다.
만원짜리 흑염소탕이 제법 흐뭇합니다.
반찬들도 좋고요.
막걸리 한 통을 다 비우고 국물까지 싹 훑고나니 막차시간 일분전.
열심히 정류장으로 달렸습니다.
그 새 돋아 난 풀도 좀 더 뽑고 다시 까맣게 쌓인 오디도 청소하고
창고지붕위로 떨어진 것과 바닥에 몇 개 정도해서 두어줌 주워다
지난 번에 담근 오디효소에 보충을 했습니다.
사랑마루도 한번 더 쓸고 사랑마루에 안채 뒷 쪽 툇마루에 말리던 엉겅퀴, 케일은
뒤안 황토방 토섬으로 옮겼습니다.
참새들이 콩심은 곳에 알품듯이 내려 앉았다 간 곳에 가보니
콩알들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떡잎은 몽땅 따먹어버리고 요즘 참새들은 참 겁이 없습니다.
곁에 사람이 있꺼나 없거나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담한 놈들.
마침 아랫집 아지매께서 오셨기에 작년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왜 하필 올해 참새가 유난을 떠는지 모르겠다고 여쭈어봤더니
그 전에는 제가 콩을 좀 일찍 심다보니 참새는 피했는데
웃자라서 콩도 잘 여물지 않고 덩쿨로 커서 농사가 제대로 안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거름도 제대로 안 주고 그냥 내팽개쳐두다시피해서 그런가 했었는데
너무 일찍 심어도 알이 굵어지지 않는가 봅니다.
올해는 6월 중순에 심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참새피해가 커서 내년에는 5월말에는 콩을 심어야하겠습니다.
콩을 다시 심고서는 회전식 물뿌리개(스프링클러)를 두 대나 가동했는데
아지매 말씀,
"에이구~ 저 콩 다 썩는다. 물 안 줘도 자체에 물기가 있어서 돋아나는데....."
물도 주고 참새도 쫓을 겸해서 그랬던 건데
잘 몰랐었네요. 또 하나 배웠습니다.
토요일 거의 대부분을 콩심는 데에 보낸 것 같습니다.
새쫓는 반짝이끈도 쳐놓았고 거름푸대도 허수아비처럼 보이게 걸어 놓고 했는데
저녁에 도깨비불인 줄 알고 제가 화들짝 놀랐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안채 빗장을 여니 삐그덕 소리에 참새가 후다닥 날아갔습니다.
백약이 무효인가? 그래도 해놓지 않았던 때보다는 나으리라 믿습니다.
올해는 콩농사는 완전히 망칠 수도 있지만......
3시간 남짓 자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잔디깎기를 시도했습니다.
긴급생활지원비로 사 둔 가스예초기를 사용해 볼 기회를 잡은 것이지요.
큰 돌에 부딪히면 접히는 칼날도 추가로 샀던 것이 주효하였습니다.
잔디를 깎으면서 불꽃이 여러 번 튀었는데 그냥 이도날이었으면
다칠 수도 있었겠다싶었습니다.
7시 50분 버스를 목표로 서둘렀던 아침인데도 해야 할 일거리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효소 담근 것과 뒤안의 밭 정리가 된 것을 사진으로 찍었어야 했는데
그럴 시간도 없었고 역시나 이 번에도 시간에 쫓기어 안(큰집의 고향말)에 인사도 못하고
나와야 했습니다.
7시 50분 버스는 커녕 그 다음의 9시 50분 출발하는 것도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목과 어깨가 심히 결리고 당겨서
시골초등학교 운동장 철봉에 의지하여 근육을 좀 풀다가
아차 싶어서 시계를 보니 읍내로 나가는 버스 도착 2분 전.
이백미터를 전력질주하다시피 달려가니
종종 보는 벙어리 아저씨가 손짓으로 늦춰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그 쪽에서 부석쪽을 바라보면 이백미터쯤 전방에 버스가 회전교차로에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래도 속도를 늦출 수는 없습니다.
그 양반 눈에 버스가 들어오면 이미 늦게 되니까 말이죠.
약수탕쪽에서 오는 버스는 2,3분 지각이 예산데
부석에서 오는 건 1분전에도 떠나기 일쑤입니다.
급하게 버스에 오르면서 운전석옆 봉에다가 묶어 둔 손세정제를 눌러 받아서
자리로 향하는데
기사아저씨가 "에이~씨~~~"그럽니다.
제 손바닥에는 세정제가 별로 없었습니다.
아저씨 바지며 팔뚝에 모두 튀었습니다.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정신을 딴 데 두고 타느라 그랬노라고 ㅠㅠ
중노동이다시피한 시골일을 끝내고 서울행버스에 오르면 작은 보람을 느낍니다.
2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서울에 도착을 했으니
이번 왕래는 합격!!
금요일 저녁인 것 같습니다
호두나무 가지위로 초승달이 아주 새초롬하게 밝았었는데
사진으로는 그 느낌을 담을 수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지지배배 제비소리가 정답습니다.
어린 시절로 저를 데리고 가주었습니다.
시골에서 계절별로 다가오는 것들은 매일상속에서 익숙한 것들과 달리
옛기억을 소환하는 힘이 있습니다.
같은 듯 다른 모습들이 재미있기도 하고
멀리 부석사 뒷산 봉황산은 멋진 병풍입니다.
아름다운 저의 고향 솟대거리입니다.
이렇게 만반의 장치를 해뒀는데......
7월 둘째 주말이 심히 궁금합니다.
첫댓글 이번주네요?
지금 시골집에 와 있지요.
지나식구들도 온다 하고ㅡㅡ
콩이 쑥자라났네요.
참으로 대견합니다.
@바람처럼 손님맞이 하시겠군요~^^
저도 올해 또 가봐야죠
@걷고 낼 새벽에 오셔서 같이 놉시더ㅡㅡ
@바람처럼 주말 다 선약이 ㅠ
@걷고 대세ㅡㅡㅡ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