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보너스
연말보너를 받았다. 인심 넉너한 삼송리 선술집
무진장에서 미더덕찜에 소주 한잔을 걸쳤다.
술기운이 얼큰해서는 불광동 네거리로 나가 스탠드바
갈채 에서 맥주를 마시고 불광시장 노점에서 돼지 껍데기에
소주 한잔을 더 마셨다. 술자리에서 나와 불광동 시장 장난감
가게에서 블럭을 샀다. 버스를 타려니 아내가 마음에 걸린다.
도로 시장으로 가 아내 점퍼를 샀다. 버스에서 이내 잠이 들었다.
버스기사님이 문산종점이라며 깨운다. 몇 시냐고 물으니 자정이
넘었단다.택시를 잡아 탔는데 다시 잠이 들었다. 얼마를 왔나
내리라는 말에 내리기는 했는데 우리 동네가 아니다. 그래도 손
에는 블럭과 점퍼가 들려 있다. 오가는 차도 없고 술고 깰겸 집쪽
으로 한 시간여 걷다보니 그 추운 날 길가에 걸인이 잠들어 있다.
그래 다시 사면 되니까. 점퍼를 걸인에게 덮어 주었다. 기분이 좋다.
콧노래가 나온다. 술이 얼추깼다. 걷는데 웬지 허전하다. 뒤주머니
를 더듬으니 지갑이 없다. 이럴 수가! 보너스가 고스란히 날아갔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얼마나 고생해서 번돈인데.....
동네에 도착했다. 우리 사글셋방이 환하다. 아내는 밤새 기다렸나
보다. 문간방 문을 두드리니"왜 이렇게 늦었어?" 아내가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반긴다. 나는 할 말이 없다. "무슨일 있었어?" 눈이
휘둥그레져 되물었다. "자기 점퍼랑 애들 장난감을 사 가지고 버스
를 탔는데 그만 잠이 들어 문산까지 간거야. 그리고 택시를 탔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안나고 지갑이 통째 없네.""다친데는 없어?""응"
그럼 됐어. 돈은 또 벌면 되고 자기 다치면 우리집은 끝장이야."
아내는 눈물이 그렁그렁해 내 품에 안겨 왔다. 그해겨울. 나는 연말
보너스로 아내의 마음을 선물받았다.
김순진 님/서울 은평구 응암4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