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프랑스의 특별한 만남 - 키린(Qeelin)
몇 년 전 홍콩에 갔을 때 독특한 모티프의 주얼리를 찾아 다닌 적이 있는데 그 중 발견한 브랜드가 키린이다. 포인트로 쓰인 강렬한 붉은 색, 배우 장만옥의 인상적인 광고 사진, 그리고 중국과 유럽의 색채가 혼합된 고급스럽고 깊이 있는 비주얼 머천다이징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제품 중 강한 스토리텔링의 기운이 느껴지는 한 펜던트의 모티프를 두고 우리 일행은 토론을 시작했다. 사람, 동물, 사물로 의견을 좁히지 못했는데, 결국 중국의 전통 조롱박으로 밝혀졌으니 바로 본문에 소개할 ‘Wulu’라는 키린의 대표 컬렉션이다. 필자에게 이렇듯 독특한 인상을 남겨준 키린은 올 초 케어링 그룹(Kering: 煎 PPR 그룹으로 6월부터 사명 변경. 럭셔리,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집합체인 케어링 그룹은 부쉐론, 키린, 포멜라토 라인업으로 파인 주얼리 포트폴리오를 강화시키는 모습이다.)에서 인수해 럭셔리 전문 그룹의 노하우와 자본으로 글로벌 확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적 영감과 프랑스의 장인정신으로 태어난 키린은 중국 디자이너 데니스 챈(Dennis Chan)과 프랑스 기업인 기욤 브로샤르(Guillaume Brochard)가 2004년에 설립한 브랜드이다. 그들은 키린을 특별한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중국의 문화, 유산, 미학을 프랑스의 전통 있는 장인정신과 자연스럽게 융화시켜 컨템포러리 주얼리로 그려냈다. 신화적이고 주술적인 중국의 상징을 시간을 초월하는 디자인과 최신 기술의 주얼리로 만들어 낸 것이다.
부티크마다 서려있는 컨템포러리 중국 스타일은 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였고, 동서양의 복합물이 만들어 낸 뛰어난 색채는 그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주얼리 컬렉션에 녹아있다. 대표 컬렉션인 Wulu, Bo Bo, Qin Qin, Yu Yi는 파리, 런던, 상해, 북경, 홍콩, 싱가폴과 도쿄에서 만날 수 있다. 최상급 보석만을 사용하는데 물론 중국 하면 떠오르는 비취도 빠지지 않는다. 모델로는 여배우 장만옥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데니스 챈의 뮤즈로 초창기부터 함께 해 오고 있다.
키린은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독특하게 결합한다. 브랜드의 가장 대표적인 Wulu 컬렉션은 중국 전통의 상서로운 기운을 가지고 있는 조롱박에서 영감을 얻었다. 악의 기운을 그 안에 가둬버린다는 긍정적 의미와 행운의 에너지가 담긴 조롱박은 디자이너와 장인의 손길을 통해 여성스럽고도 감각적으로 제품화됐다. 우아한 선을 강조한 심플함은 창의적인 변형을 가능케 하여 다양성을 이끌어 내기에 더 없이 훌륭한 조건을 갖췄다.
키린은 또한 중국의 국보인 판다곰을 Bo Bo 컬렉션을 통해 네 다리가 움직이는 형태로 재치 있게 디자인했다. 브랜드명인 키린이 중국의 상서로운 신화적 동물인 ‘Qilin’에서 뿌리를 둔 것이니 이미 브랜드 자체에 사랑과 이해, 보호의 의미가 담겨있다. 무엇보다 고대 중국의 요소들은 혁신적이면서 럭셔리한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는데, 그 주역인 데니스 챈은 뛰어난 스토리텔러로서 의외성과 정교한 디테일을 끊임없이 주입하여 키린의 고객들을 매혹시켜 왔다.
키린은 현재 세계적으로 14개의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고 가장 트렌디한 셀렉트샵인 파리의 Colette와 동경의 Restir에도 입점돼 있다. 런칭 직후 일찍이 글로벌 파인 주얼리 브랜드로 주목을 받았으니 이제는 케어링의 자본과 경영 하에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 지가 궁금하다.
키린을 보며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의 상서로운 모티프를 컨템포러리 스타일로 개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누군가는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는 일이다. 다만 디자인의 글로벌화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살려내는 일이 관건이다. 우리끼리 박수칠 결과물이 아니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출처 : 주얼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