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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판에서 자유계약선수(FA)는 이제 '인생 역전'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FA 자격을 얻었다고 해서 누구나 대박을 꿈꿀 수 있는건 아니다. 올겨울 스토브리그의 꽃이 될 예비 FA 대상자는 총 15명. 명확히 드러나 있는 올시즌 성적에 따라 천차만별이 될 이들의 예상 주가를 실력과 명성을 함께 갖춘 '럭셔리형', 이름이 앞서는 '브랜드형', 가격에 비해 기대치가 큰 '중저가 실속형', 무늬만 FA인 '무관심형' 등 4개 유형으로 분류해 봤다. | ||
럭셔리형
장성호-박재홍 '귀하신 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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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호 |
◇박재홍 |
누런 물결 치는 들판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추수만 기다리고 있는 예비 재벌들이 있다. 올겨울 FA의 양대 거물로 꼽히는 기아 장성호(28)와 SK 박재홍(32)이다.
장성호는 벌써부터 모구단과 사전 밀약설이 나돌고 있을 정도로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9월 21일 현재 타율 2할9푼6리로 11위, 134안타로 5위, 15홈런 70타점(공동 11위)으로 여전히 매서운 타격감각을 과시하고 있는데다 충암고 졸업후 바로 프로에 입단한 탓에 나이가 젊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또 이렇다 할 부상 없이 올해까지 8년 연속 3할을 눈앞에 두고 있는 꾸준함이 구단들의 군침을 흘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성격도 무난해 FA 영입시 실력외에 중대한 관건이 되는 새 팀 적응력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기아는 톱타자와 클린업트리오로 두루 쓸 수 있는 장성호를 무조건 잡는다는 생각이지만 다른 팀들의 유혹과 맞서려면 만만찮은 돈보따리를 준비해야 할 판이다.
지난해 한물 갔다는 판정을 받았던 박재홍은 올해 FA 대박을 위해 이를 악물고 달려온 결과 전성기만은 못하지만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9월 21일 현재 타율 2할9푼7리(10위)에 16홈런 61타점.
박재홍은 외야 세자리와 지명타자까지 가능해 용도가 다양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큰 경기에서 강하다는 것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올시즌도 각종 잔부상을 달고 산 것이 흠이지만 뚜렷한 대어급 FA가 없는 올겨울에는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명품에 손꼽히던 스타플레이어들은 구단의 간판이자 고민거리기도 하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라 뛰어난 상품성이 있는 반면 적지않은 나이로 큰 돈을 쓰고도 놀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공존하기때문이다.
역시 최고의 명품브랜드는 삼성의 양준혁과 기아의 이종범이다. 두 구단의 대표적인 간판타자다. 영원한 3할타자로 불리던 양준혁은 FA를 앞둔 올시즌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올시즌 그가 기록한 타율은 2할6푼1리로 역대 최악의 성적표다. 하지만 통산 3할2푼에 이를 만큼 타격에 재능이 있는데다 프로 13년차로 팀의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선수다.
기아 이종범도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브랜드 네임이다. 특히 기아입장에서는 삼성 선동열 감독이후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올시즌 타격도 랭킹 4위에 오를 만큼 녹슬지 않은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도루가 눈에 띄게 줄어 '준족'의 이미지가 퇴색한 것이 아쉽지만 여전히 가장 위협적인 톱타자다.
'회장님' 송진우도 불꽃투혼을 보이며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올시즌 11승을 챙기며 한화 선발진으로 맹활약했던 송진우는 통산 200승의 목표를 달성하고 각종 기록을 경신하기 위해 지칠줄 모르는 전진을 계속했다. 게다가 장종훈이 떠난 한화에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인 만큼 적절한 대우가 예상된다. 올시즌 홈런 랭킹 3위에 올라 있는 현대 송지만도 오른손 거포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팀에게는 여전히 상품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시즌 부진에 시달리며 최악의 시즌을 보낸 현대 전준호와 김기태도 내년시즌 부활을 노리며 스토브리그를 준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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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데 이만한 인물들이 없다. FA지만 거액의 뭉칫돈보다는 적당한 쌈짓돈으로 잡을 수 있는데다 효과는 만점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SK의 믿을맨으로 불리는 위재영과 정경배다. 올초 현대를 떠나 가까스로 SK호에 탑승한 위재영은 중간계투와 마무리로 활약하면서 무너진 마운드를 일으켜 세우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구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뛰어난 마운드 운영능력으로 방어율 1.89의 철벽투구를 했다. 정경배도 꾸준한 활약으로 조범현 감독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다. 8개구단 2루수 중 가장 안정된 수비를 선보인 정경배는 2할9푼2리의 타율로 클린업트리오와 하위타선을 연결하는 중심축 역할을 해 냈다. 특히 홈런도 11개나 쏘아올려 파워히터의 면모도 보였다. 두번째 FA 대박을 노리고 있는 김민재(SK)도 실속만점이다. 안정된 유격수 수비와 꾸준한 타율, 그리고 뛰어난 작전수행 능력까지 갖춘 팔방미인이다. 무리한 몸값만 요구하지 않는다며 그를 필요로 하는 구단은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외에 두산의 전상열도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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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FA 자격을 얻었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8개 구단이 모든 FA를 향해 경쟁적으로 '러브콜'을 보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SK의 고참 포수 강성우(35)와 삼성 외야수 김대익(32), 롯데 투수 주형광(29)은 FA 선언 자체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타 구단은 물론 현 소속팀에서도 거액의 베팅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팀내에선 각각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존재의 의미'는 충분하다. 협상 여하에 따라 의외의 '실속'을 기대할 수 있다.
SK 주장 강성우는 마스크를 쓸 기회가 많지 않은 대신 '벤치 리더'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대타나 대수비로 많이 나서는 김대익 역시 왼손 백업멤버로 이름값을 다하고 있다.
부상과 부진으로 뒤늦게 1군에 합류한 롯데 주형광은 화려한 성적표를 남기지는 못했지만 구위 회복은 충분히 검증됐다. 볼스피드만 좀더 끌어올리면 내년시즌 제5선발로 손색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