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행의 화두는 ‘웰빙’과 ‘힐링’이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즐거움 속에서 여행의 묘미를 찾는다. 그런 의미에서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싱싱하고 건강한 농산물로 만드는 로컬푸드야말로 진정한 웰빙과 힐링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전북 완주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실천하는 고장이다. 다양한 로컬푸드를 맛보는 한편,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먹거리를 찾아 완주로 떠나보자.
[왼쪽/오른쪽]슬로푸드 뷔페 ‘새참수레’ / 채식 전문 농가레스토랑 ‘아하라’
건강 가득한 슬로푸드 뷔페 ‘새참수레’
완주군 봉동읍에 있는 새참수레는 슬로푸드 뷔페를 선보이는 집이다. 보건복지부의 ‘고령자 친화형 기업 지원사업’의 하나로 완주시니어클럽이 선정돼, 국비 지원을 받아 문을 연 레스토랑이다. 지난 2012년 11월에 문을 열었다. 완주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만큼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직접 요리를 한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요리에 필요한 모든 식재료는 완주 지역에서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이다. 새참수레는 로컬푸드와 슬로푸드, 로컬푸드와 지역 토속음식의 절묘한 조화가 매력적이다.
새참수레 내부
새참수레는 문을 열기 전인데도 기다리는 사람이 제법 있다. 건강한 밥상을 낸다는 소문이 제법 났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주방에서 어르신들이 분주히 음식을 준비한다. 테이블에는 “봉식아! 새참 먹자 수레 끌고 와라~”라는 인상적인 문구가 새겨진 테이블 시트와 함께 새참수레라는 이름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새참수레라니 예스럽고 추억 가득한 이름이다. 논일, 밭일을 하던 사람들에게 달콤한 휴식시간이자 지친 몸에 원기를 불어넣어주던 새참시간. 그 시간만큼 즐겁고 정이 넘치는 시간이 어디 있으랴.
새참수레를 즐기는 사람들
주방에서 내오는 먹음직스런 요리들이 뷔페 차림상에 하나 둘씩 올라오면 기다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린다. 뷔페식이라 밥과 국은 물론이고 빵과 국수․김밥 등 분식류, 제철 나물과 신선한 쌈채소와 샐러드 등 20가지가 넘는다. 다소 거칠어 보이는 국수는 우리밀로 만들었고, 담백해 보이는 빵은 직접 발효시켜 만들었다. 뷔페 차림상은 크지 않지만, 두세 접시는 거뜬히 비우게 된다. 슬로푸드를 맛보는 것이니만큼 천천히 맛을 음미하는 것이 좋다.
[왼쪽/오른쪽]새참수레의 버섯강정 / 새참수레의 잡채
[왼쪽/오른쪽]새참수레의 두부김밥 / 새참수레의 유자드레싱 샐러드
유기농 콩으로 만든 손두부, 버섯으로 만든 강정, 유정란으로 부친 달걀말이, 두부를 넣은 독특한 김밥, 입에 착착 감기는 잡채 등 구수하고 예스러운 어머니의 손맛에 젊은 입맛을 더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알맞은 맛을 선사한다. 어린아이들에게도 부담 없이 먹일 수 있어 자녀를 동반한 가족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띈다. 새참수레는 하루에 두 번 문을 연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다. 아쉽게도 일요일은 쉰다.
입이 즐거운 채식 밥상, 채식 전문 농가레스토랑 ‘아하라’
산스크리트어로 ‘식탁, 끌어당겨 보존해간다’는 뜻을 지닌 아하라는 채식 전문 농가레스토랑이다. 농가레스토랑은 완주군 주민공동체 사업 중 하나로 안전하고 신선한 완주의 로컬푸드와 전통 발효식품을 이용한 음식을 선보인다. 차세대의 건강한 밥상 모델을 제시하는 공간이다. 옛 삼기초등학교 내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 옆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레스토랑 내부에는 “자연과 사람을 이롭게 하는 밥상의 정(情)도(道) 아하라”라는 대형 액자가 걸려 있다. 건강한 밥상을 지향하며 뜻있는 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 같아 믿음직스럽다.
아하라 내부 모습
아하라의 메뉴는 채식상차림과 채식뷔페다. 채식상차림은 2인 이상이며, 채식뷔페는 20명 이상 단체만 맛볼 수 있다. 홀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맛을 볼 수 없음이 조금 아쉽다. 채식상차림은 나물무침과 장아찌, 김치 등 깔끔한 밑반찬 8가지가 놓인다.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팥죽.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뱃속을 편안히 감싼다. 팥죽에 이어 상큼한 귤소스를 얹은 샐러드, 우엉이 들어간 차진 잡채, 감자․시금치․김치로 만든 삼색전,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두부의 식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두부탕수, 적당하게 매콤한 표고버섯고추장조림 등 5가지 요리가 차례로 나온다. 재료의 맛이 하나하나 살아 있고 전체적으로 맛이 조화롭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으니 속이 부대끼지 않고, 먹고 나서도 몸이 가볍고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채식상차림은 싱싱한 과일과 상큼한 오미자차로 마무리된다.
[왼쪽/오른쪽]아하라의 귤소스 샐러드 / 아하라의 삼색전 아하라의 두부탕수
[왼쪽/오른쪽]아하라의 표고버섯고추장조림 / 아하라의 오미자차와 과일 아하라의 채식상차림
아하라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요리를 일정량만 준비하니 최소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한다. 일요일은 문을 열지 않는다는 것도 기억해두자.
완주의 로컬푸드를 만나다,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완주군 용진면 용진농협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들어서 있다. 국내 최초의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완주 지역 200여 농가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농축산품과 그것을 이용한 가공품을 판매한다. 완주의 특산품인 곶감을 비롯해 신선한 채소류와 곡류, 장류 등 100여 가지 품목을 취급한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당일 생산, 당일 판매라는 ‘1일 유통’을 원칙으로 한다. 즉 농민들이 생산, 수확한 농축산물이나 가공품을 아침에 가져다 놓고, 팔다 남은 상품을 저녁에 회수해가는 시스템이다. 게다가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정성껏 재배하고 생산한 상품의 판로를 확보하여 보다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통 과정이 생략되니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260㎡ 정도의 작은 규모이다. 여느 마트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지만, 진열되어 있는 다양한 상품들을 보면 괜스레 뿌듯해진다. 깔끔하게 정리된 진열대에 생산자 정보를 표시해두어 더욱 믿음이 간다. 한마디로 로컬푸드의 이미지에 딱 걸맞은 곳이다. 지역 주민들과 전주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요즘에는 외지인들도 알음알음 찾아온단다. 완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한번 들러보면 어떨까? 완주의 로컬푸드가 담긴 꾸러미 속에 건강한 밥상의 기운이 벌써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 같다.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