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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찰생태연구소 원문보기 글쓴이: 자미 정미경
살아있는 존재는 쓰레기를 만든다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쓰레기더미에서 살 수야 없는 일, 어디로 치운단 말인가. 지구 밖으로? 인간이 내 눈앞에서만 사라지고 ‘내집만 깨끗하면 다’인 청소에 열심일 때, 지구는 수많은 크고 작은 생물들의 청소 덕분에 아직까지는 건강하고 깨끗하다. 생태계 그물망에서 활약하는 놀라운 청소부들의 청소법을 엿보며, 청소에 대해 새롭게 발견해보자. 특집│청소 자연의 청소부들 글·정은영 바다와 갯벌의 자연 정수기, 갯벌생물들 갯벌에는 민물에서 흘러온 유기물들과 밀물 때 들어오는 바다 속 식물플랑크톤, 박테리아, 죽은 생물 들로 이뤄진 유기물들이 쌓여있다. 그리고 이 유기물들을 먹이로 하는 생물들로 가득하다. 서식밀도가 가장 높은 갯지렁이류는 갯벌청소부의 대장이다. 모래갯벌에 많은 꽃갯지렁이는 죽은 생물을 분해하는 일에 탁월하다. 실타래갯지렁이는 오염지표종이며, 청갯지렁이는 땅속을 다니며 유기물을 먹은 뒤 흙을 뱉어내 갯벌을 기름지게 한다. 인간이 만든 하수종말처리장이 처리할 수 있는 유기물량은 40퍼센트뿐이니 나머지 60퍼센트는 소하조를 거치며 유기물 농도를 낮추다가 바닷물을 섞어 바다로 흘려보내는 실정이다. 그러니 바다 자체가 거대한 지구의 하수종말처리장이 될 위기에 있다. 그런데 갯벌생물들이 엄청난 양의 유기물들을 먹어서 바다를 깨끗하게 걸러주는 것이다. 위험한 적조가 서해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도 갯벌생물 때문이다. 바닷물이 빠진 뒤 갯벌바닥에 남는 적조균을 갯벌생물들이 먹어 없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새만금갯벌이 방조제로 막히면서 적조균이 증식해 바닷물이 썩어가고 있다니, 갯벌과 갯벌에 사는 생물들의 보이지 않던 힘을 새삼스레 일깨워준다. ![]() 다슬기는 강의 바위나 돌멩이에 낀 물이끼와 물에 녹아 있는 질소나 인산 같은 유기물들, 물고기의 배설물, 죽은 물고기를 먹어 강을 깨끗하게 한다. 다슬기 한 마리는 한 해에 새끼를 무려 700마리나 낳는다. 암컷 다슬기는 보육낭이 있어 알을 낳아 몸에 지니다가 4월 즈음 새끼들을 부화한다. 이렇게 겨울이 오기 전까지 여러 번 새끼를 낳는다. 백로나 왜가리의 먹이가 되기도 하지만 반딧불이 유충들이 주로 다슬기를 먹으면서 자라난다. 그래서 다슬기가 있는 곳엔 반딧불이가 있다. 다슬기가 없어지면 따라서 반딧불이도 없어질 것이다. 그러니 다슬기야말로 청정지역을 만들고 지키는 존재라 하겠다. 농약 사용이 늘어나고 사람들이 마구 잡아 강에서 다슬기가 귀해졌다. 요즘 시장에 파는 다슬기는 중국산이거나 댐에서 긁어 올린 것이 대부분이다. 들판의 똥, 나한테 맡겨줘 ![]() 고대 이집트에서는 쇠똥구리가 부활과 불사의 상징으로 신성히 여겼다고 하니 ‘분해’와 ‘재순환’을 완벽하게 해내는 쇠똥구리에 대한 통찰력은 역사가 깊다. 멸종됐다고 알려진 우리나라 쇠똥구리는 2004년 친환경농사를 짓던 장흥 운주리에서 다시 발견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농약과 축산비료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깨끗이! 땅속의 청소부들 지렁이, 노래기, 흰개미, 진드기, 톡토기… 다양한 작은 생물들이 땅속을 청소하는 데 한몫을 한다. 노래기는 나뭇잎이나 풀잎을 청소하고 흰개미들은 통나무나 부러진 가지를 부스러기로 만들어버린다. 지렁이들은 유기물들을 땅속으로 데리고 들어가버린다. 숨은 일꾼들은 뚫고, 긁고, 갈아먹고, 씹으며 박테리아와 진균류가 더 잘 분해하도록 돕는다. 커다란 쓰레기가 몇 해에 걸쳐 가루가 되고 원래의 분자로 되돌아가서 다시 새로운 생물을 이루는 요소가 된다. 또한 이들의 배설물은 다시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특히 지렁이는 땅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어놓는다는 점에서 신비롭기까지 하다. 지렁이는 땅이 물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능력을 높여주고, 영양분과 미생물을 풍부하게 공급해 땅을 기름지게 한다. 무게 30그램 정도의 지렁이 몸은 그야말로 흙을 담고 옮기고 바꾸기 위한 완벽한 그릇이다. 19세기의 한 과학자는 지렁이에 대해 이렇게 고백한다. “자연에는 어떤 생물도 특별한 목적 없이 만들어진 것이 없으며, 가장 하찮은 것들이 가장 어마어마한 일을 하도록 선택받는 일이 흔하다.” 먹고 남기는 음식물쓰레기로 골치를 썩는 도시는 요즘 지렁이와 친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숲속의 키 작은 청소부, 버섯 숲에도 쓰레기가 있다. 죽은 꽃, 통나무, 부러진 가지, 죽은 뿌리 들이 고스란히 쌓여 있다면 숲은 살아있지 않을 것이다. 숲속의 버려진 유기물을 분해하여 다시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버섯이다. 오로지 하나의 균사로 이루어진 단순하지만 광대한 유기체, 버섯은 생태계가 건강을 지키는 데 결정적이다. 땅과 생태계를 위한 최초의 치유자로, 쓰레기와 독소를 분해하는 청소부로 그 역할이 다양하다. 버섯의 균사는 두뇌의 신경연결망이나 인터넷과도 비슷해서 생명순환을 전달하는 지구의 광대한 ‘생물인터넷’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숲에서 식물이 죽으면, 버섯의 균사연결망은 그 사실을 거의 즉각 감지하고 그 목표를 향해 빠르게 뻗어나간다. 워싱턴 근처에서 디젤 연료 유출사건이 있었다. 기름에 덮인 토양에 굴버섯의 균사를 접종하고 방수포로 덮은 뒤 6주가 지나 가보니 직경 12인치의 굴버섯이 디젤 기름더미 땅에서 자라나 있었다. 실험해보니 버섯과 땅에도 유독한 기름찌꺼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버섯의 분해력이었다. 진짜로 놀라운 일은 그 다음부터다. 버섯이 자라자 파리가 날아와 알을 낳았고, 구더기가 되자 새들이 날아왔다. 작은 포유동물들이 버섯과 구더기를 먹기 시작했다. 새들과 동물들이 가져온 씨앗들은 거기에서 싹을 틔우고 자라났다. 버섯이 오염더미를 생명이 되살아난 생태공간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굴버섯이 석유와 탄화수소를 주성분으로 한 오염물질과 농약을 분해하는 미생물 가운데 하나임이 증명된 것이다. 투명 청소부들의 마술 ‘분해자’ 혹은 ‘환원자’로 불리는 미생물들은 지구가 쓰레기에 파묻혀 멸망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엄청난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 생태계의 다양한 먹이사슬, 그 시작과 끝 사이 드러나지 않는 이 과정은 그 일의 주인공만큼 주목받지 못 해왔다. 이들은 씨앗이 싹을 틔우게 하고, 거대한 육식동물이 죽고 나면 그것을 다시 흙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박테리아, 진균류, 다양한 작은 동물들의 청소 덕분이다. 또한 버려진 것을 먹고 남은 것은 자연에 놓아두어 다음세대의 먹이로 ‘재활용’하게 한다. 페트병이나 버려진 종이를 가지고 하는 인간의 재활용 수준하고는 차원이 다른 ‘재활용전문가’라 하겠다. 화장실 냄새를 없애고 변기를 청소하기 위해 화학세제를 들이붓는 인간의 청소하고는 개념부터 다르다. 자연의 청소부들은 버려진 것들이 쓰레기로 남게하지 않고 제자리로 되돌려 놓는다. 버려진 자리를 되살아나게 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자양분이 되고, 다시 새로운 생명체를 이루는 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흙에서 흙으로 되돌아가는 생명의 순환고리에서 ‘그 속도가 느리면 그만큼 생태계의 변화도 느려질 것이고, 지구가 만약 그런 환경에 있었다면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시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미생물들은 생명그물의 핵심, 순환을 소리 없이 움직이는 ‘청소부’이다. 역시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세다. 이글은 갯벌연구가 백용해 님, 생물학자 권오길 님과 조덕현 님, ≪자연은 알고 있다≫(궁리), ≪지렁이, 소리없이 땅을 일구는 일꾼≫(달팽이), 그 밖에 여러 자료들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
첫댓글 쇠똥구리가 물구나무 서있는 거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