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김수진
허공의 정원에서 시작되는 하루를
우화 후 마른 날개 비손하며 가다듬고
당겨쓸 시간을 조여
빛의 손을 잡아챈다
하루만에 떠날 이승 전희는 뒤로한 채
멍에 같은 짝짓기 후 속울음에 젖어서
바람이 밀고 가는 길
한 장 소지로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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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에 젖는 시간/ 고정선
밤비가
몸의 중심에서 손을 털며 흐르더니
발목 아래쯤 맴돌며 무장 서럽게 운다
물을 일 아닌 것 같아
모른 척 그냥 걸었다
제풀에 그친 밤비가
너는 울 일 없었냐며
꿈 밖에 그리운 사람
두고 왔나 묻는다
얹힌 듯 숨이 막혀서
도망치듯 밤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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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을 시청하다/ 용창선
휘어진 척추뼈로 남매 키운 어머니
허리를 펼 때마다 잡아당긴 힘줄은
아이들 살과 뼈가 돼
몸무게로 커진다
한 치의 오차 없는 명궁의 눈빛은
바람의 숨결마저 계산해서 당기지
시드는 벼랑 끝에서
일어서는 물풀들
촉에 묻은 맹독이 낮잠으로 퍼진 들판
어린 날 기억에는 생채기가 박혀있어
하늘을 꿰뚫는 울음
피가 울컥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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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최문광
생필품 담긴 자루 우리에 던져주자
쟁탈전 즐기면서 조준하여 쏘고 있네
굶주림 민낯의 아우성
헛것 본 듯 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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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박정희
상념이 꾸무룩한 날
빗소리 틀어놓고
싸구려 외로움을
턱에 받쳐 담는다
불러본 목쉰 옛 노래
비에 젖어
내린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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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고규석
소라껍질 귀에 대던
철부지 소녀가 살까
해안 따라 지는 놀
치마폭에 주워 담아
피고 진
세월만큼이나
참 곱게도 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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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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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2.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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