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업체 선정문제 등 비리의 온상으로 떠올랐던 공공관리자제도가 오매불망하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이 불투명 해 짐에 따라 향후 이 제도를 주도적으로 만들고 이끌어왔던 서울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주거환경개선대책의 한 일환으로 재개발·재건축사업에 ‘공사비를 대폭 줄이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관련업계에서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며 우려와 많은 질책을 했지만 서울시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일주일 후 성수전략정비구역(이하 성수지구)을 시범지구로 채택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서울시의 예상과 달리 도정법 개정이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에 밀려나며 현재 성수지구는 추진위원회 승인 후 별달리 하는 일 없이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뉴코리아리포스트는 이에 연말특집으로 공공관리자제도의 틀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성수지구의 어제와 오늘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보았다.
Box #1. 공공관리자제도 태동(7월 1일)
서울시가 1일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하는 주거환경개선대책을 내놓으면서, 건설업계 등 관련업계의 빈축을 샀다. 더욱이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조율도 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서울시만의 구상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다수였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이런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은 사업기간을 2년 이상 단축할 수 있고, 가구당 1억 원 가량의 분담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저항이 있더라도 반드시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고, 결국 일주일 후 성수지구가 공공관리자제도의 재물이 됐다.
Box #2. 성수지구 재물 되던 그날 아침(7월 8일)
‘공공관리자제도’의 첫 단추를 채우게 될 ‘성수구역 지구단위계획 공람공고안’이 8일 공고됐다. 공람공고안에 따르면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 시까지 공공관리자인 성동구청장이 정비사업 프로세스 관리와 정비업체 선정부터 추진위원회 구성 및 승인까지를 주도적으로 관리하되 이후 지속 여부는 추진위가 선택하게 된다. 더불어 정비업체 선정에 대해선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대상으로 공개경쟁입찰 등을 통해 선정하되 공공관리자가 업무를 지원하고, 이에 따른 비용부담은 서울시가 맡는다고 명시했다.
Box #3. 비리의 출발을 알렸던 정비업체 입찰공고(7월 31일)
성동구는 공공관리자제도 시범사업 지역인 성수구역(4개 지구)에 대한 정비사업자 선정을 위해 입찰공고를 했다고 31일 밝혔다.
입찰공고에 나온 정비업체 선정기준을 살펴보면 업체의 인력, 유사실적, 신인도 등 재무능력 평가(20점), 인력투입계획과 추진위원회 구성에 대한 세부 사업수행계획 제안서 평가(60점), 가격평가(20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공관리자의 업무를 지원하는 정비업체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세부적으로 기준을 나눴다고 성동구는 밝혔다.
Box #4. 비리도 가리가리 해야 안 걸리지(8월 20일)
55개 정비업체가 몰리며 지구당 평균 경쟁률 14:1을 기록했던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신한피엔씨 등 4개 업체를 사업파트너로 선정하며 막을 내렸다. 그 결과 1지구는 한국CM개발, 2지구는 신한피엔씨와 큐리하우징, 3지구는 남제씨엔디, 4지구는 동해기술공사가 선정됐다.
앞서 성동구는 지난 13일까지 업체현황평가서와 기술제안서 및 가격입찰서 등을 받았다. 당시 성동구 관계자는 “공공관리자 제도로 시행하는 첫 시범사업인 만큼 투명성과 공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입찰에 참가했던 업체들 사이에서 미리 내정되어 있던 업체들을 뽑은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며 사후 문제의 소지를 남겼다.
Box #5. 비리의 핵심뇌관 폭발… 성동구 모르쇠로 일관(8월 23일)
성수지구가 정비업체 선정결과를 놓고 공정성 결여 문제로 혼탁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꾸준히 제기되어왔던 실효성 문제까지 불거졌다.
입찰마감 당시 성동구청 관계자는 “기술점수 외 업체선정의 평가기준에 기업의 신인도와 자본금 현황 등 경영평가도 일부 반영해 사업에 대한 신뢰도와 안전성을 높였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정비업체들 역시 ‘모 지구는 어느 업체’란 말이 이전부터 유언비어처럼 떠돌긴 했지만 ‘설마’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입찰결과 유언비어처럼 떠돌았던 ‘모 지구는 어느 업체’란 말들이 기정사실화되며 논란의 소지들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버렸다. 더욱이 탈락한 정비업체들이 ▲사업수행계획제안서 배점 문제 ▲입찰내용 변경 및 발표자 자격요건 문제 ▲기술제안서 발표자의 자격요건 제한문제 ▲심의위원 선출방식 등을 문제 삼으며 성동구와 서울시에 각각 항목별 평가점수 공개를 요청하는 등 공동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Box #6. 추진위원장 후보등록 동의서는 ‘머니(Money)?’ (8월 27일)
성동구는 추진위원장 입후보를 원할 경우 개별적으로 주민들과 접촉해 추천서 50장을 받아 첨부토록 했다. 그 결과 동의서를 돈으로 매입하는 등의 문제가 야기됐고, 추천인 수가 부족한 위원장 후보등록자 1명과 감사 후보등록자 1명이 탈락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구별 토지등소유자가 평균 1100명이 넘는데 추천서 50장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자질요건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후보자들이 돈으로 매입했다는 정황이 없고 일부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악의적으로 퍼뜨린 루머”라고 말했다.
반면, 토지등소유자인 Y모씨는 “입후보자에게 돈을 받고 도장을 찍어줬다는 주민들을 여럿 봤다”며 “입후보자 선별방법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다수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공공의 방향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Box #7. 선거 직전까지 뭐든 ‘무한제공’(8월 28일부터 9월 18일까지)
성동구청 교육장에서 공명선거 실천대회를 가졌던 4개 지구 추진위원장 후보 및 감사후보들이 뇌물 등으로 얼룩졌던 70~80년대 선거마냥 각종 불법홍보물은 물론 식사대접과 거리에서 커피 등 음식물을 제공하는 등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서울시와 성동구는 공공관리자제도에 대해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시공자나 설계자 선정 등 주요결정을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 제도의 취지를 반영해 선거를 서울시 선관위에서 주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후보자 홍보방법은 법적으로 명확한 규정을 세우지 않아 공공의 그것과 거리가 먼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오히려 민간에서 정비사업을 시행했을 때보다 더 혼탁하고 이상한 방향으로 변질됐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중론이다.
Box #8. 추진위원장 당선됐지만 동의서 징구는 어떻게(9월 19일부터 10월 8일까지)
1지구는 이근조, 2지구 이기원, 3지구 최백순, 4지구 김성락 후보가 19일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되며 무성했던 뒷말들을 모두 종식시켰다. 하지만 추진위 승인을 위해 동의서 징구에 들어가자 지역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별다른 동향을 보이지 않았다.
한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10월 15일까지 추진위원회 설립을 위한 동의서가 모두 징구되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1지구 29장, 2지구 53장, 3지구 83장, 4지구 45장 밖에 징구하지 못했다고 알려왔다. 이에 모 지구의 경우 ‘추진위원으로 활동하고 싶은 주민들의 경우 동의서 10장을 징구해오고, 추진위에서 추천한 인물일 경우에는 동의서 5장을 징구해오라’는 조건을 내걸었다는 웃지도 못할 이야기도 나왔다.
Box #9. 동의서 징구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10월 23일)
주민들과 성동구청의 이상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순식간에 동의서 징구가 끝났다. 극한의 상황까지 몰렸던 성수지구가 갑작스레 동의서 징구 작업이 끝난 것은 다름 아닌 집값 하락을 우려한 주민들과 동의서 징구 승인절차만 받으면 민간방식으로 실시해도 된다는 성동구의 발표 때문이었다.
Box #10. 추진위 승인 났지만 동의서 문제는 돌고 돌아(10월 8일)
성수지구는 평균 51%의 동의서를 걷어 추진위원회 구성을 끝마쳤지만 주민들 사이에서 ‘현재 제출한 동의서를 조합설립인가 때도 사용된다’는 소문이 돌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소문의 발원지는 다름 아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13조3항 때문이다. 이에 성동구 관계자는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가 퍼지는 것인지 몰라도 조합설립인가 시 동의서는 반드시 다시 징구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추진위에서 이번에 받은 동의서는 그대로 사용하고, 부족한 분량만 받아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확률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또 동의서 제출배경이 집값 하락을 우려한 것인 만큼 주민들의 불만과 불신이 종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말했다.
Box #11. 김성태 의원 VS 서울시(11월 20일)
서울시가 안을 내놓고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이 공공관리자제도를 골자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입법발의안이 계류 중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허나 입법발의 한 김성태 의원 쪽은 ‘빛을 보기도 전에 사장될 수도 있다’는 입장과 달리 서울시의 경우 ‘정기국회서 별무리 없이 통과할 것’이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성태 의원 측은 “4대강 등 안건이 500건 이상 밀려있어 지난 7월 발의된 도정법 개정안의 경우 상정이 될 지 안 될지 두고 봐야 할 일”이라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관리자제도를 내년 초부터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 회기에서 법안이 통과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Box #12. 공공제도 지속하려고 용쓰는 서울시(11월 24일)
지난 24일자로 계약기간이 종료됐어야 할 성수전략정비지구(이하 성수지구) 내 정비용역업체들의 계약기간이 잠정적으로 연장됐다. 서울시가 성동구에 이 같은 골자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내려 보냈기 때문이다.
특히, 공문에 ‘추진위원회 운영비를 4.3% 저리로 융자하고 있으니 신청하라’는 문구와 ‘공공관리자제도의 적용은 지속되어야 하므로 행정지도를 철저히 하라’고 명시돼 있어 공공의 ‘정비업체 감싸고돌기’ 및 ‘공공관리자제도 지속을 위한 안간힘’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도정법이 개정되지 않아 정비업체들이 할 역할과 업무가 없음에도 연장한 사유에 대해 최초 용역비를 워낙 적게 책정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주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
첫댓글 기자분은 추진위 동의서를 조합설립시 사용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하셨는데, 추진위 관련자분들이나 정비업체분들 모두 조합설립 인가시 동의서는 다시 받을 예정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감증명서는 제출하신 분은 다시 제출 안해도 됨) 동의서 징구는 어차피 할 바엔 빠르게 진행되길 바라는 분들(특히 외부 거주자분들) 이 많이 내주셨고, 동의서 몇 장을 들고 오면 추진위를 시켜주겠다고 한 것은 추진위원장 주변의 극히 일부 분들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동의서 걷는 게 쉬운 일은 아닌 바 몇 장을 걷어올 정도면 주민들의 의견 수렴 능력이 있던 것으로 추진위원을 시켜줄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동의서 징구가 순식간에 끝난 것은 정비업체의 노력 때문이지(귀찮을 정도로 동의서 내달라는 전화를 여러번 받았다는 고객분들이 계십니다.) 동의서 징구 승인 절차만 받으면 민간방식으로 실시해도 된다는 성동구의 발표 때문이 아닙니다. 그 발표는 본 적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