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 영종도 북단의 저어새 번식지이자 주 휴식지인 수하암을 저어새 조사차 방문하였습니다.
많은 저어새들이 월동지로 내려갔지만 아직도 많은 저어새들이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한마리가 다리에 낚시줄이 엉킨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아래 사진에 낚시줄이 복잡하게 엉켜있는 것이 보이시죠?

좀 더 자세히 보니 가슴에 핏자국이 선명하더군요.

좀 더 가까이가서 보니 낚시바늘이 가슴에 깊게 박혀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피가 위에서부터 난 것을 보니 이미 가죽을 상당히 찟고 낚시 바늘이 아래로 내려온 것으로 보였습니다. 줄을 풀려다가 오히려 양쪽 다리가 서로 엉켜버린 상황이 되었더군요.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황으로 보였답니다.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을까 생각하니 정말 안타깝네요.

좀 더 가까이 가니 날아갔습니다. 다행히 날개는 다치지 않은 듯 합니다. 하지만 이 상황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구조할 수도 없고... 오다보니 선창가에 망둥어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그 중 끊어진 낚시줄이 물속에 있다가 저어새에게 걸린 듯 합니다. 날아갈때 보니 낚시고리와 줄이 심하게 엉켜있더군요. 바늘은 가슴과 오른쪽다리위에 박혀있었구요. 젊은 암컷 성조이던데 구조를 못하면 결국 탈진되어 죽을 듯 합니다.

이번엔 강화도 남단의 중요한 저어새 번식지이나 휴식지인 각시암으로 갔습니다.
저어새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했었는데 이곳에도 또 한마리 저어새가 낚시바늘이 목에 걸렸더군요.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저어새들 사이, 아래쪽에 얼굴이 지저분하고 고개를 처들고 있는 저어새가 보이시죠?

자세히 보니 부리 중간에 노란색 막대를 마치 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검고 긴 물체가 아래로 보입니다. 과연 이것은 무엇일까? 낚시바늘에 걸린 망둥어였습니다. 그리고 노란막대는 낚시줄에 바늘이 엉키지 않게 하는 보조 막대였습니다.

결국 저어새는 낚시바늘을 물고있는 망둥어를 먹으려다 낚시줄과 바늘이 부리에 단단하게 엉킨 것입니다. 얼마나 이것을 풀려고 애썼는지 머리가 온통 진흙범벅입니다. 부리 깊이 박혀있는 낚시바늘을 혼자서는 도저히 제거하지 못할 것입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제 이 저어새는 물고기를 잡지도 못하고 말라버린 망둥어를 매달고 다닌채 굶주림의 고통으로 죽을 수 밖에 없겠지요.

부리를 휘저으며 물고기를 잡아먹는 저어새의 특성때문에 어떤 새들보다 갯벌과 물속에 버려진 낚시줄에 걸려 고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저어새 사망의 주 원인이 끊어진 낚시줄인 듯 합니다. 저어새의 고향인 인천에서, 아니 강화도만이라도 가을 망둥어낚시를 금지해줄 수는 없을까요?
아래 사진은 지난 2011년 가을 인천 송도에서 무거운 낚시추를 매달고 목에는 낚시바늘이 2개나 박혀있던 저어새입니다

또 한가지 끔직했던 사건은 남동유수지 저어새섬의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대신 피를 토했던 일입니다. 새끼 등에 선명한 핏자국이 보이시지요. 아마도 낚시 바늘이 목에 결려 피를 토한 것으로 보입니다.

벌써 얼마나 많은 저어새들이 끊어지고 버려진 낚시줄에 고통받고 죽어갔는지 모릅니다.
월동지인 홍콩, 일본에서도 예외없이 낚시줄에 죽은 저어새들이 발견되고 있구요. 가장 끔찍했던 사고는 각시암에 번식하던 어미에게 있었던 사고였습니다
발견 당시에 저어새는 포란상태의 수컷 어미였는데 목 전체 가죽이 벗겨져 비참하게 죽어있었답니다.

원인은 목에 걸린 낚시바늘이었습니다. 바늘에 걸린 물고기를 삼키고 목에 걸린 후에 늘어진 낚시줄이 구조물에 걸리면서 목이 전부 찟어진 듯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동물들, 그 원인을 따져보면 모두 사람들의 행위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의 좀 더 많은 관심과 세심한 배려가 멸종위기에 처한 저어새를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라져가는 동물을 구하는 일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정말 안타까운일입니다. 낚시가 문제네요 지난해 강화 국화조수지에서 민물가마우지도 낚시찌가
입에 매달려 있었는데 그후로 다시 그 가마우지를 볼수없었는데 아마도 어디선가 저런모습이 되어 사라지지않았을까
싶어 가슴 아팠는데 저어새들 어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