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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자유게시판 스크랩 2010년 추석부근
빛의 염탐꾼 추천 0 조회 30 10.09.26 23:23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길고 긴 연휴의 시작이다. 9월 18일 오후, 베낭에 물병을 담아 관악산을 오른다. 관악산입구, 태풍 곤파스가 만들어놓은 풍경이다. 거의 길이없다. 하늘과 경쟁하며 높이만 키우던 나무들이 여기저기 뿌리채 뽑혀있다. 약한 뿌리들이 바람에 통째로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었다. 갑자기 신경림의 '홍수'라는 시가 떠오른다.

 

홍수

 

신경림

 

 

혁명은 있어야겠다

아무래도 혁명은 있어야겠다

썩고 병든 것들을 뿌리째 뽑고

너절한 쓰레기며 누더기 따위 한파람에 몰아다가

서해바다에 갖다 처박는

보아라, 저 엄청난 힘을.

온갖 자질구레한 싸움질과 야비한 음모로 얼룩져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벌판을

검붉은 빛깔 하나로 뒤덮는

들어보아라, 저 크고 높은 통곡을.

혁명은 있어야겠다

아무래도 혁명은 있어야겠다.

더러 곳곳하게 잘 자란 나무가 잘못 꺾이고

생글거리며 웃는 예쁜 꽃목이

어이없이 부러지는 일이 있더라도,

때로 연약한 벌레들이 휩쓸려 떠내려가며

애타게 울부짖는 안타까움이 있더라도,

그것들을 지켜보는 허망한 눈길이 있더라도. 

 

 

이렇게 낯익은 길들이 끊어지고 다시 새길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그렇다 키만 키우던 것들이 여지저기 쓰러지고 연악한 것들은 큰 나무들의 싸움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여지저기 쑥대밭이 되었다.

 

그러고보니 산정상부의 나무들은 그리 피해가 심하지 않다. 다 바람과 소통한 결과이리라. 거부하지 않는 자세로 바람을 맞고 다시 어디론가 그 바람을 날려보내는 소통의 결과이리라.

 

"때로 연약한 벌레들이 휩쓸려 떠내려가며/애타게 울부짖는 안타까움이 있더라도/그것들을 지켜보는 허망한 눈길이 있더라도" 혁명은 있어야 한다는 신경림시인의 애절한 그 절규를... 오늘 관악산에서 듣는다.

이렇듯 곤파스의 거대한 바람이 스스로의 벽을 만들어 하늘높이 키만 키우며 소통을 거부하던 나무들을 쓰러뜨리면서 작은 나무들이 억울하게 쓰러가는 한이 있더라도.....

 

헬기장까지 갔다가 약수터로 뒤돌아왔다. 올여름의 잦은 비에 다른 약수터들이 대장균이 검출되었다는 검사지와 함께 '부적합'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지만 이 무당바위 약수터은 아직 '적합'이라는 팻말을 붙이고 있다. 시간이 나면 나는 이 약수터의 석간수를 받아 먹는다. 집에서 왕복 1시간 20분의 여정이다.

 

집에 도착할 즈음이면 어깨가 좀 뻐근하지만.... 물맛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ㅋㅋㅋ

 

둘째날 일요일, 6개월만에 대구엘 갔다. 벌초를 갔다온 후배와 남문시장 입구의 횟집에서 소주로 1차... 이 놈은 인권운동을 하는 후배. 이 글의 바로 아래에 있는 '다시 들른 도로메기집'이라는 글에 등장하고 나의 자작시 '합강리 일박'의 대표 등장인물이다. ㅋㅋ

 

사진한장 남기고.... 남문시장, 이 부근에 내가 다닌 고등학교가 있었고 97년부터 99년까지 내가 살았던 지역이기도 하다. 

 

2차로 대구 중앙통으로 옮겨서 청년문학회 시절의 후배들과 한잔.... 

 

세째날 월요일, 또다른 후배들을 만나서 점심을 먹고

 

저녁 도로메기집에 들러 탁주 한사발....

 

도로메기집의 옛날 사진. 지금은 원래 자리에서 20여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전했다. 도로메기집은 내가 대구 살 때 자주가던 막걸리집이다. 이 집 또한 남문시장 부근에 있다.

 

막걸리를 한잔하고 10년만에 보는 친구집을 방문, 하룻밤을 자고 화요일 오후, 친구가 나를 포항에 내려주고 그들은 그의 고향으로 갔다. 이날 서울에는 100년만의 기습폭우가 내렸단다. 추석날, 차례상을 물리고 식구들이랑 안강에 있는 흥덕왕릉으로.... 흥덕왕릉 문인석 앞에서 조카

 

신라왕릉중 무덤의 주인이 밝혀진 몇 안되는 왕릉이란다.

 

흥덕왕은 해상왕 장보고와 관련깊은 인물로 왕릉을 둘러싼 소나무숲이 일품이고

 

왕릉의 무인석은 서역인의 형상을 하고 있어 당시의 교역사를 엿볼수 있단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흥덕왕릉에서

 

흥덕왕릉 전경

 

다시 양동마을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고 첫번째로 맞는 명절이라 탐방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양동마을 향단에서 바라본 양동마을 입구쪽과 안강들판

 

벼들이 익어가는 논을 배경으로 한 양동마을의 중심부, 여기저기 초가집들이 고풍스런 색채를 연출하고 있다.

 

심수정 창밖으로 본 양동마을

 

양동마을의 초가집 또한 하회마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추석을 맞이하여 더 분주한 한 가정의 풍경

 

목요일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 금요일 다시 관악산을 올랐다. 기습폭우가 내리고간 가을하늘이 가시거리를 몇배로 키워주었다. 관악산 한반도지도바위와 그 뒤로 펼쳐진 서울시내

 

남산과 북한산. 그리고 도봉산까지.... 아주 청명한 날이다.

 

관악산 정상부 아래의 암벽지대를 오르는 사람들...

 

우면산과 그 뒤로 보이는 강남

 

정상부의 바위지대와 암벽에 지어진 연주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선 연주대...

 

기습폭우에도 천길벼랑에 굿굿히 버티고 선 모습이 이채롭다.

 

관악사지와 멀리 보이는 연주대

 

추석전날 퍼부은 기습폭우로 인해 그 옛날의 쓰레기들이 모두 드러났다. 금복주라는 오래된 이름과 함께 다시 신경림의 '홍수'라는 시가 생각났다.

 

"썩고 병든 것들을 뿌리째 뽑고/너절한 쓰레기며 누더기 따위 한파람에 몰아내기"위해선 진정 홍수나 태풍밖에 길이 없단 말인가. 100년만의 기습폭우가 어딘가에 묻혀있던 온갖 쓰레기를 들추어내고 우리들의 부끄러움까지도 들추어내었다.

 

계곡물길이 바뀐 곳과 더 깊어진 곳.... 그리고 모래가 묻혀 아예 없어진 소까지...

 

재미있고도 섬뜩한 풍경이다.

 

이 폭포 아래의 소는 깊이가 두배는 더 깊어진듯 하다.

 

토요일 연휴가 끝나간다. 북한산으로 간다. 북한산 형제봉에서 바라본 보현봉

 

북한산성의 대성문

 

대성문에서 보국문 가는 길에 바라본 북한산 정상부(삼각산)

 

앞의 노적봉과 뒤편 오른쪽 만경대... 그리고 가운데 가장높은 백운대가 솟아있고 인수봉은 뒤에 숨어 보이지 않는다.

 

하여간 북한산 정상부는 예술이다. 다음엔 저 봉우리 가까이 가봐야겠다.

 

뒤에 숨은 북한산의 꽃, 인수봉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고

 

북한산성은 쭉 이어진다.

 

인수봉이 3분의 일쯤 얼굴을 드러내고

 

그 얼굴에 내 얼굴을 비추어본다.

 

저 산처럼 무욕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젠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

 

모두들 가슴에도 저 산과 하늘처럼 넉넉함이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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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9.27 14:51

    첫댓글 간간이 소식들려주세요..정말 반갑네요 ^^

  • 작성자 10.09.27 22:50

    내가 누군지 알릴려고 올렸답니다... ㅋㅋ

  • 10.09.27 23:48

    대구에 왔으면 때레랭을 해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요

  • 작성자 10.09.28 09:33

    워낙 때레랭을 하지 않는 성격이라.... 그리고 발길 닫는데로 여기저기 갔다오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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