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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2007학년도 수시1학기 논술고사 (자연계열)
※ 유의사항
① 제목은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할 것.
② 수험번호, 성명 등 자기의 신상에 관련된 사항을 답안에 드러내지 말 것.
③ 답안의 글자 수는 띄어쓰기 포함.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라.
고대 그리스인들은 어떤 숫자는 그보다 작은 숫자에 의해서 나뉠 수 있는 반면에 다른 숫자들은 이런 특성이 없다는 관찰을 했다. 자연수 중에서 1과 자신을 제외한 어떤 숫자로도 나뉠 수 없는 숫자를 소수(素數)라 부른다. 또한 소수가 아닌 자연수 중에서 1이 아닌 수를 합성수라 부른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소수와 합성수의 구분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소수는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수학자들이 소수에 대해서 더 많은 사실을 발견할수록 그 중요성은 더 높이 평가되고 있다. ⓐ소수가 그처럼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연수에서 소수가 하는 역할이 화학에서 원자의 역할과 같다는 것이다.
소수에 대한 분명한 물음은 이런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소수가 있는 것일까? 유클리드는 그의 저서 <기하학 원론>에서 소수의 개수가 무한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의 증명을 간략히 서술하면 아래와 같다.
“유한개만의 소수가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이 유한개의 소수들을 모두 곱한 값에 1을 더하면 그것 역시 소수이며, 처음에 가정한 유한한 소수 집합에 속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수가 유한하다는 가정은 모순이 됨을 알 수 있다.”
어떤 자연수 N이 소수인지 여부를 검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소인수분해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하의 모든 소수들로 N을 나누어 보아야 한다. 이때 N이 실제로 소수일 때가 제일 큰 문제이다. 소인수분해를 사용하여 소수 여부를 검사하는 방법은 N이 아주 큰 수라면 최고 성능의 컴퓨터로 계산한다고 하더라도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렇지만 수학자들은 소수의 패턴을 연구함으로써 여러 대안적 소수 검사 방법을 고안할 수 있었다. 실제로 현재의 대형 컴퓨터와 ARCLP와 같은 소수 검사 방법을 사용하면 100자리에 이르는 소수 두 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두 소수를 곱하면 200자리 수인 합성수 하나가 만들어진다. 다른 한편, 이 200자리 숫자가 매우 큰 두 개의 소수의 곱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현재 가용한 가장 빠른 컴퓨터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크기의 합성수를 소인수분해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소수 검사가 가능한 수의 크기와 소인수분해가 가능한 수의 크기 사이에 있는 이 커다란 불균형을 이용하여 수학자들은 ‘공유 열쇠(public key)’ 암호체계를 고안했다.
곤충 매미는 식물의 조직 속에 알을 낳는데,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유지매미와 참매미는 산란한 해부터 치면 7년째에 성충이 된다. 또 늦털매미는 5년째에 성충이 된다고 알려졌다. 매미탑이라고 불리는 북아메리카에 사는 매미는 산란에서부터 성충이 되기까지 13년이 걸리는 종과 17년이 걸리는 종으로 나뉘고, 그 형태나 울음소리에도 차이가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와 같이 위에서 소개한 여러 종류의 매미가 산란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5년, 7년, 13년, 17년이다. 이와 같은 매미의 생활주기에서 발견될 수 있는 공통점은 그것들이 모두 소수라는 점이다.
왜 하필 소수를 주기로 생활할까라는 의문에 대한 설명으로 유력한 두 학설이 있는데, 한 가지는 주기가 소수가 되면 매미가 천적을 피하기 쉽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학설은 동종간의 경쟁을 피하기 위한 스스로의 조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문항 1 : 35%, 글자 수 제한 없음]
1. 밑줄 친 ⓐ의 논리와 ⓑ의 근거에 대하여 각각 논술하라.
2. 소수의 개수가 무한하다는 유클리드의 증명을 부연하여 논술하라.
3. 매미가 소수를 주기로 생활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두 가지 학설에 대해 각각의 근거와 예를 사용하여 논술하라.
※ 다음은 어느 신문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일본 전자업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의 대표적인 OO전자에 ‘전자왕국의 맏형'의 위상을 무참히 짓밟혔던 일본 전자업체들이 이제 칼날을 갈고 반격에 나서고 있다. 왕년의 ‘가전 황제' 소니가 공식적으로 가전 명가 부활을 선언한 가운데 파나소닉 브랜드로 유명한 마쓰시타, LCD-TV의 최강자 샤프, 전통의 히타치와 미쓰비시 등도 지난 몇 년간의 설움을 털고 명성 찾기에 올인했다.
소니와 파나소닉의 가격할인 공세에 시달리던 OO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가만히 당할 수는 없다는 각오 아래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다. 그것은 바로 ‘디자인'이다.
OO전자의 기획팀에서는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한 디자인을 갖춘 제품을 출시하기 위하여 네 가지 모델 A, B, C, D를 시험적으로 준비하여 소비자의 반응을 조사한 후 주력 상품을 결정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예비 소비자 100명을 대상으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는 다음 표와 같다.
<표> 제품 모델 A, B, C, D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
예비 소비자수 30명 28명 17명 14명 11명
선호도
1위 A C A B D
2위 D D C C C
3위 B A D D A
4위 C B B A B
[문항 2 : 35%, 글자 수 제한 없음] 위의 선호도 조사 결과를 근거로 다음 질문에 답하라.
1. 모델 A를 주력 상품으로 결정할 수 있는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라.
2. 모델 A가 반드시 주력 상품이 될 필요가 없는 이유를 나름의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그에 대한 어떤 대안이 가능한지 서술하라.
3.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회사의 주력 상품을 결정하는 가능한 방법들을 예를 들어 논의하라.
[문항 3 : 30%, 800~1000자] 다음 제시문을 읽고 [다]의 관점에서, [나]를 반박할 수 있는 사례를 동원하여, [가]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논술하라.
[가] ① 모든 생물은 해로운 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 어떤 자유는 반사(反射)라는 비교적 단순한 행동으로 얻어진다. 사람은 재채기를 해서 기도에 끼어 든 이물(異物)을 제거한다. 소화가 안 되거나 유독한 물질이 뱃속에 있으면 토해서 이를 밖으로 내보낸다. 이보다 더 복잡한 양식을 가진 행동도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 사람은 갇히면 버둥대고 도망치려 한다. 위험에 맞부딪히면 위험의 원인으로부터 도망가거나 이를 공격한다. 이런 행동은 생존에 유용한 것이기에 진화되어 왔을 것이다. 이는 호흡, 땀 흘림, 또는 음식의 소화에 못지않은, 인간에게 주어진 유전적 소질의 일부이다. 더욱이 조건화(conditioning)를 통해, 진화에서는 어떤 역할도 할 수 없었을 새로운 대상에 관한, 이와 비슷한 행동을 습득할 수 있다. 여기서 든 예들은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에서의 사소한 예에 불과한 것이지만 그 의의가 크다. 우리는 이들을 자유를 사랑해서 생긴 행동으로 보지 않는다. 이들은 진화 과정을 통해 개체나 종(種)에 대한 여러 위험을 줄이는 데 유용했던 행동 형태에 불과하다.
또 다른 방식으로 해로운 자극을 약화시키는 행동이 있는데 이것은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행동은 조건반사의 형태로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조작적 조건화(operant conditioning)라는 다른 과정의 산물로 생겨난다. 어떤 행동에 일정한 종류의 결과가 뒤따르게 되면 이 행동이 다시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는데 이와 같은 효과를 갖는 결과를 강화물(强化物; reinforcer)이라 한다. 예를 들면 굶주린 생물체에게 먹이는 강화물이 된다. 즉, 생물이 어떤 행동을 한 뒤에 먹이를 얻게 되면 배고플 때마다 다시 그 행동을 하게 된다.
② 자유를 추구한 문학들은 대개 통제자로부터의 도피 내지 이들에 대한 공격을 독려했다. 그런 문학은 통제에 관계된 것은 모조리 혐오적인 것으로 형상화함으로써 그런 목적을 달성했다. 이는 또 인간 행동을 조작하는 자는 가차 없이 사람을 착취할 생각 밖에 없는 악한으로 몰았다. 통제는 자유의 반대임이 분명하고 따라서 자유가 좋은 것이면 통제는 마땅히 나쁜 것일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한 가지 이들이 몰랐던 것은 혐오적 결과가 전혀 없는 통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중략… 문제는 사람을 통제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다. 어떤 종류의 통제로부터 해방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중략… “모든 통제가 나쁘다”는 근거 없는 통념만 없다면, 비사회적 환경을 다룰 때와 똑같이 사회적 환경도 간단히 다룰 수 있다. 기술이 인간을 물리적 환경의 어떤 혐오적 양상으로부터 해방시켜 준 것이 사실이지만, 환경 자체로부터 인간을 완전히 해방시킨 것은 아니다. 우리가 주변의 세계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되, 다만 이 의존 관계의 성질을 바꾸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사회 환경에서 혐오 요소를 최대한 없애고 싶다 해서 환경을 파괴하거나 그것으로부터 도피할 필요는 없다. 환경을 재설계하면 된다.
인간의 자유를 위한 투쟁은 자유로워지려는 의지 때문이 아니라 인간 유기체의 특징을 이루는 어떤 행동 과정 때문에 있는 것이다. 이 행동 과정의 주된 효과는 환경의 혐오적인 부분의 회피 또는 그로부터의 도피이다. 물리학적, 생물학적 공학은 주로 자연적 혐오자극을 상대해 왔다.
③ 실험 분석은 행동의 결정요인을 자율적 인간으로부터 환경으로 돌린다. 이런 환경은 종(種)의 진화와 종의 각 구성원이 습득하는 행동의 목록을 결정한다. 초기 환경론자들은 환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했기에 무력했고, 그런 입장들은 자율적 인간이 활약할 여지를 많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 때 자율적 인간에게 돌려졌던 기능들을 환경 조건이 담당하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몇몇 새로운 의문들이 등장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폐지’되어야 하는가? 물론 하나의 종으로서나, 성취를 하는 개인으로서는 폐지되지 않는다. 폐지되는 것은 자율적인, 내적 인간(the inner man)이며 이것은 하나의 진보라고 할 수 있다.
― B. F. 스키너,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
[나] 스키너의 실험이 비록 다른 학자들의 연구에서 파생된 것이라 하더라도,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스키너의 행동 기법이 주립 요양시설에 활용되었고, 정신병 중증 환자에게도 유용하게 쓰였다. 치유 불가능한 정신분열증 환자들까지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화 원리 덕분에 자신의 손으로 옷을 입고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수저를 한 번 들 때마다 담배 한 개비가 보상으로 주어지는 방식이 적용되었던 것이다. 20세기 후반의 임상학자들은 공포증과 공황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스키너의 조작화 이론에서 발전시킨 체계적 둔감법(단계적으로 불안에 노출시켜 예민함을 점차 낮추는 치료법)과 자극 범람법(공포증 환자에게 공포의 원인을 직접 대면케 하는 치료법)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동 치료는 오늘날에도 널리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다. …중략…
스키너의 행동주의를 활용하여 교통안전 문제를 해결한 실험 심리학자 브라이언 포터는 이렇게 말한다. “행동주의는 결코 악한 것이 아닙니다. 아직 죽지도 않았고요. 스키너 박사의 행동주의는 사회적으로 너무나 유익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우리는 그의 행동 기법을 이용하여 위험한 운전 행위를 줄일 수 있었지요. 박사 덕분에 빨간 신호등일 때 달리는 자동차의 비율이 10~12퍼센트 줄었으니까요. 뿐만 아닙니다. 스키너 박사 덕분에 사람들이 처벌보다 보상에 더 많이 반응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스키너 박사의 행동 테크닉은 수많은 불안 장애 환자들이 공포증을 극복하거나 없애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퇴행성 자폐증 환자들이 자신의 손으로 깨끗한 셔츠를 입고 음식을 먹는 방법을 배운 것도 박사 덕이고요, 아이들에게 긍정적 강화를 주는 방법을 알게 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긍정적 강화의 힘을 강조했기 때문에 행동의 형성에 있어 처벌보다 보상이 더 많은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정치적으로도 엄청난 함축성을 지닐 수 있습니다. 정부가 그것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요. 참으로 희한하고 우회적인 방식이지만, B학점을 받아야 할 학생에게 A학점을 주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자에게 일을 잘하고 있다고 계속 이야기해주는 것이 효과가 뛰어나다는, 오늘날 흔히 알고 있는 지식도 다 박사에 의해 만들어진 겁니다. 우리는 그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박사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실제로 그는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어요.”
― 로렌 슬레이터,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다] 만약 모든 이성적 존재에 자유를 부여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면, 어떤 근거에서라도 우리 인간의 의지에 자유를 부여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왜냐하면 도덕성은 오직 이성적 존재로서의 우리에게만 법칙이 되므로 모든 이성적 존재에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덕성이 오직 자유라는 속성에서 도출되어야 하므로, 자유는 모든 이성적인 존재의 속성이라는 것이 증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한다고 생각되는 어떤 것을 통해 자유를 입증하는 것은 충분치 않고, 오히려 자유가 의지를 갖춘 이성적인 존재 일반의 활동성임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오직 자유라는 이념 아래서만 행위할 수 있는 존재 각자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실천적인 관점에서 실제로 자유롭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이성적인 존재에게는 자유와 분리할 수 없도록 결합되어 있는 모든 법칙이 적용된다. 이제 나는 우리가 의지를 가진 모든 이성적인 존재 각자에게 필연적으로 자유의 이념 또한 부여해야 하는데, 이성적인 존재는 오직 그 이념 아래에서만 행위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런 존재에서 실천적 이성, 즉 자기의 대상에 대해 인과성을 갖는 이성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릇, 자기 자신의 의식을 가지면서 그의 판단들에 대해 외부로부터 지도를 받는 이성을 생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주체는 판단의 결정을 그의 이성이 아니라 충동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성은 외부의 영향에서 독립적으로, 그 자신을 그의 원리들의 창시자로 간주해야만 한다. 따라서 실천적 이성, 또는 이성적인 존재의 의지로, 이성은 스스로 자유롭다고 여겨야 한다. 다시 말해 이성적인 존재의 의지는 오직 자유의 이념 아래에서만 자기 자신의 의지일 수 있으므로, 자유의 이념은 실천적인 관점에서 모든 이성적인 존재에게 주어져야 한다.
― 칸트, <도덕형이상학 정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