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가 느끼는 암울한 감정을 카프카에스크Kafkaesque라 부른다
유대작가 카프카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카프카를 읽은 사람은 카프카를 읽지않는 사람보다 더 카프카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프카를 읽어야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23살 때 친구인 오스카 폴락에게 쓴 편지에서 독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독서란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다"
노벨상을 배출하더니 요즘 서점이 제법 복작거립니다
하루 책을 읽지 않는다고 입안에 가시가 돋진 않지만
한달 내내 책을 읽지 않으면 아마도 심장에 가시가 돋지 않을까요?
어떤 책은 읽은것 만으로도 사람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카프카는 생각했습니다
하늘은 높고 마음이 살찌는 가을을 맞아
오래된 책이지만 현대에도 손색없는 강희안이 책
"양화소록"을 소개합니다
조선초기 세종때의 선비 강희안(1417-1475)은 깊은 학문으로 시,서,화의 삼절로 불렸으며
그 성품이 소박해 세상에 나서기를 꺼려하여 자신의 글과 그림 또한 남기는 걸 원치 않았으나
그의 동생인 강희맹이 펴낸 문집에 오직 이 책만이 소개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책의 제목은 "양화소록"으로 관직에서 물러난 강희안이 향리에서 생활하며 꽃나무를 가꾸며 느낀 소회를 적은 글이다
책의 서문에서 선생이 밝희기를,
"화초는 한낱 식물이니 지각도 없고 운동도 하지 않으나 그 환경에 어긋나게 다루면 반드시 시들어 죽는다.
하물며 사람으로서 어찌 그 마음을 애타게하고 그 몸을 괴롭혀 천성을 어기며 해칠 수 있겠는가?'
라고 밝히고 있는 바
화훼의 정서적 밑바탕에는 화목이 지닌 본성을 잣대로 삼는 가운데
삶에 대한 인식 및 생활태도 등 전반에 걸쳐 작용하는 보편적 깨달음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실학의 태동과 함께 조선말기에 간행된 임원경제지, 농사직설, 자산어보 등과 같은 서적들이
실생활의 관찰에만 치중해 보고서의 성격을 지닌 반면에,
이 책은 최초의 원예전문서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꽃을 가꾸는 일을 그의 경륜에 비추어 담담하게 서술한 수필의 성격이 짙다
후기 실학농서들은 꽃을 약용이나 식용위주로 다뤘지만
이 책은 제목그대로 "꽃을 가꾸며 느낀 소감"을 적은 글로
마치 헷세의 "정원일의 즐거움"을 연상시킨다
꽃에 따라 등수를 매기거나 품계를 정하는 등 다소 고루한 일면도 있지만
실험과 실증적 고찰에 충실한 점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고
나라를 운영하고 백성을 교화하고자 하는 높은 뜻이 은연히 담겨있어 그 값어치가 더욱 빛난다
보통 생각하는 고서라는 부담감없이 의외로 구성도 단촐해 국역해석본에는 사진과 함께 이해를 돕는 주석이 있어 읽기에 편하다
꽃을 키우는 것은 마음을 다지고 어진 성품을 길러준다고 했다
한 포기의 미물이라도 본성을 살피고 그에따라 돌보면 자연스레 꽃을 피운다
결과만을 중요시 여기고 그 과정이나 그렇게 되기까지의 필연적인 까닭에 대해선 무심하게 받아들이는 현대인의 걍팍한 마음에
학자가 아닌 한 자연인으로서 덕성을 함양해나가는 과정을 선생이 실천했던 양화의 과정을 따라가며 배워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끝으로 책 속의 한 구절을 옮겨본다
"기이하고 고아한 것을 취하여 스승을 삼고,
맑고 깨끗한 것은 벗을 삼고,
번화한 것은 손님을 삼았다.
사람에게 양보하려 하나 사람들이 버리기 때문에
스스로 유유하게 살아감을 다행하게 생각한다.
모든 기쁨, 성냄, 걱정, 즐거움과 앉고 눕고 하는 것을
이 병군이 붙여 자아를 잊고,
늙음이 다가오는 것도 잊어버리는 경지에 이르러 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