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 앞에서 물러 나온 한명회와 신숙주는 인적이 드문 궐 안의 나무 밑
에서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발을 멈추더니 마주보며 섰다.
둘 다 침통한 표정이다. 먼저 신숙주가 입을 열었다.
"적의 수괴가 정녕 이징옥의 자식이라면 여진군이 합류해 올지도 모릅니
다, 이징옥은 여진족의 인망을 얻고 있었소."
"놈들의 병력만으로도 한양 성이 위험할 것 같소."
한명회가 길게 숨을 뱉았다.
"전하의 병세가 깊은 터에 이게 웬 변이란 말인가?"
"오위도총관은 기마군 2500에 보군 2만을 징발할 수 있다고 했지만 말은
늙고 편자도 제대로 박지 않은데다 병 장기는 녹슬었소."
어깨를 늘어뜨린 신숙주도 한숨을 쉬었다.
"하삼도 관찰사에 파발을 보냈지만 군병이 도달하려면 보름이 걸립니다,
거기에다 기마군 3000에 보군 2만5000이 고작이오, 놈들의 기마군 2만을
당해내기 어렵습니다."
"명에는 한달 후에나 사신이 닿겠군."
혼잣소리처럼 말한 한명회가 햇살을 피해 나무그늘 밑으로 한 걸음 다가
섰다. 명으로 보낼 사신 예조참판 이윤재는 세조의 친서를 받아들고 내일
배로 떠날 예정인 것이다.
"닷새 후에 진격 해온다면 함길도와 경기도 휘하 방어군이 얼마동안이나
막아줄 것 같소?"
문득 머리를 든 한명회가 묻자 신숙주가 힘없이 머리를 저었다.
"전력도 약하지만 첫째 주장의 전의가 없습니다, 함길도 관찰사 김일홍
은 눈치만 보면서 도망칠 궁리만 하고 있습니다."
"더러운 서생 놈."
한명회가 잇 사이로 말했을 때 신숙주가 결심한 듯 머리를 들었다.
"대감, 소인이 전장으로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대감께서 전하께 상주
하여 주시지요."
"아니, 대감."
놀란 한명회가 눈을 크게 떴을 때 신숙주는 희미하게 웃었다.
"지난번 정난에는 소인이 외직으로 쫓겨나 있는 바람에 도움도 못되었는
데도 공 1등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소인이 선두가 되어 전하의 은혜를
천분지 일이라도 갚을까 하오."
"오 오, 그래 주시겠소?"
감동한 한명회가 덥석 신숙주의 손을 잡았다.
"내가 다시 돌아가 전하께 상주하겠소이다, 대감께서 나가주시면 제가
뒤에서 있는 힘을 다 하리다."
바시르족을 중심으로 한 여진의 4개 부족 기마군이 두만강을 넘었을 때 6
진의 수비군은 제대로 활 한번 쏘지 못했다. 그것은 아래쪽에 상륙한 이반
의 대군을 막으려고 6진의 수비군 대부분이 유시종 휘하로 편입되었기 때문
이다.
조정에서는 다급히 함길도 관찰사 김일홍을 토포사 겸 진북대장으로, 병
마사 유시종을 토포부사 겸 평난장군으로 삼아 독려했지만 조금도 앞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여진의 기마군 7000은 군고를 울리며 기세 등등하게 다가 왔는데 그 선두
에 선 장수는 바시르의 족장 타이란이다. 7척 거구에 범 가죽 저고리를 입
은 타이란은 핏빛같이 붉은 말을 탔고 허리에 장검을 세 자루나 찼다. 마중
나간 이반과 20여보의 거리가 되었을 때 군고소리가 뚝 그치더니 타이란이
나는듯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두 팔을 벌리며 다가왔다. 검은 얼굴이 웃
음으로 활짝 펴져 있었다.
"형님!"
타이란은 바시르 족장이었던 이반의 외조부 고율차의 손자이며 이반과 같
이 자랐다. 아비 카타이가 죽자 작년에 족장을 이어받은 것이다. 말에서 내
린 이반도 활짝 웃었다.
"아우가 왔구나!"
이반을 부둥켜안았던 타이란이 손을 들어 여진군을 가리켰다.
"우선 4개 부족의 선발대만 끌고 왔습니다, 여진 땅으로 올라가면 기마
군 3만이 더 모일 것입니다."
"기마 군 2만이면 조선땅은 한달 안에 정복한다."
"당장 남하하십시다."
그러자 이반이 웃음 띈 얼굴로 머리를 저었다.
"수양에게 서신을 보냈으니 곧 회신이 올 것이다."
그들은 진막으로 들어가 마주보고 앉았다.
진막 안에는 수십 명의 장수가 모였는데 조선인, 왜인, 여진인까지 섞
여 있었지만 말은 조선말로 통일이 되었다.
타이란이 유창한 조선 말로 입을 열었다.
"형님, 수양에게 항복하라는 회신을 보내셨다지요?"
"그렇다, 내일까지 회신을 보내지 않으면 남하하겠다고 했다."
"항복할 것 같습니까?"
"신숙주가 오위도총관 겸 수륙 대원수로 임명되어 지금 북진 해오고 있
다."
범가죽 의자에 앉은 이반이 다시 얼굴을 펴고 웃었다.
"휘하에 기마군 3천에 보군 1천을 이끌고 있는데 경기도와 평안, 함길도
병마사 휘하의 군세를 합하면 총 기마군 8천에 보군 2만5천이 된다."
"흐흐흐."
타이란이 수염을 흔들며 웃었다.
"염탐꾼을 1년 전부터 조선 땅 깊숙이 보내 허실을 다 알아놓았습니다,
조선은 문치를 숭상하고 무인들을 경시하여 병장기는 녹이 슬고 말은 대부
분이 병들거나 농사일에 쓰여 오리도 달릴 수 없는 데다 병사들은 노약자뿐
입니다, 머릿수로 허장성세를 부리지만 단 일합에 무너질 것입니다."
"허나 얕보면 안된다."
정색한 이반이 머리를 저었다.
"그리고 나는 조선 백성들이 피를 흘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그럼 놈들을 치지 않겠다는 말씀이오?"
타이란이 눈을 둥그렇게 떴을 때 옆쪽에 앉아있던 사내가 가볍게 헛기침
을 했다.
"장군께 1천인장 임기춘이 말씀드립니다, 곧 함길도 지방의 수령들이 먼
저 항복해올 것이고 그것이 전 북도 지역으로 확산될 것입니다."
임기춘이 말을 이었다.
"이미 6진의 수비장들이 항복 의사를 내비쳤고 아래쪽 5개 군의 수령들도
서신을 보내 투항하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흐음."
타이란의 시선이 임기춘에서 이반에게로 옮겨졌다.
"형님은 이곳에서 가만 계신 것이 아니었군요."
"그렇다, 이미 하삼도에까지 밀사가 내려가 있다."
이반이 눈으로 임기춘을 가리켰다.
"저기 1천인장 임기춘도 열흘 전까지만 해도 무장으로 장흥부사였다가 나
에게 투항해 온 것이다."
"칼을 쓰지 않고 정복을 한다면 그보다 나은 전법이 없겠지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타이란은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수양에게 원한은 갚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사감이 개입되면 대의를 망칠 수가 있다."
이반이 부드럽게 말했을 때 진막 안으로 위사장 손대복이 들어섰다.
"황제폐하께 아뢰오."
떠들썩한 목소리에 진막 안은 조용해 졌다.
이반 앞으로 다가선 손대복이 한쪽 무릎을 꿇더니 말했다.
"조선군 대원수 신숙주가 폐하를 뵙고싶다는 사신을 보내 왔소이다."
신숙주는 세조와 동갑으로 당시 52세였으니 22세 때 사마 양 시, 생원,
진사 시 등에 합격하고 이듬해 진시 문과에 급제하여 주로 집현전에서 활동
했다. 그는 세종의 명을 받아 훈민정음 정리작업에 참여했는데 대단히 총명
했다.
수양과 가까워 진 그는 수양이 왕위에 오르자 도승지, 예문관 대제학,
병조판서, 우의정, 좌의정을 거친 다음 46세 때 영의정이 되었다. 신하로
서 일인지상 만인지하의 위치에 오른 셈이었다. 그러나 지위가 너무 높아진
것을 염려하여 5년 만에 영의정 직을 내놓았을 때 세조는 그를 칭하여 당태
종에게는 위징이 있었다면 나에게는 숙주가 있다고 할 정도였다.
기마 군 3000을 이끌고 급하게 북진해온 신숙주가 평성군에 닿았을 때는
이반이 통고한 날짜의 하루 전날이었다. 그는 기마 군관 둘을 보내어 이반
을 만나겠다는 제의를 했는데 군관들은 한나절만에 돌아왔다. 평성에서 이
반의 진영까지는 70여 리 거리였던 것이다.
"그래, 뭐라고 하더냐?"
갑옷차림으로 청에 앉아있던 신숙주가 묻자 엎드려있던 군관 중 하나가
대답했다.
"예, 오시라고 합니다."
"그렇게만 말하더냐?"
"예, 대감."
"네가 적의 수괴를 만났느냐?"
"적의 장수로부터 들었습니다."
"으 음."
혀를 찬 신숙주가 다시 물었다.
"적진 깊숙이 들어갔으니 적세를 보았겠구나, 말하라."
"기마 군만 수만이었소이다."
머리를 든 군관이 조심스런 시선으로 신숙주를 보았다.
"여진과 왜군까지 섞여 있었소이다."
"사기가 어떻더냐?"
"군기가 엄정했고 군사들의 행동에도 절도가 있었소이다."
한동안 군관들을 내려다보던 신숙주가 머리를 돌려 옆에 선 함길도 관찰
사 김일홍을 보았다.
"대감하고 나하고 둘이서 적진으로 갑시다, 수행원은 군관 10여명 정도
면 되겠소."
"대감."
침을 꿀꺽 삼킨 김일홍이 눈을 치켜 뜨고 신숙주에게 말했다.
"일국의 대 원수께서 적진으로 거의 단신 행차를 하시다니오, 휘하 장수
들 중에서 골라 보내시는 것이 나을 성 싶소이다, 일찍이 전례가 없는 일
인데다…."
"수괴는 전하의 항복을 요구해 왔소, 장수 몇이 가서 될 일이 아니오."
"허나 대감께서 무슨 일을 당하시면 조선 군의 지휘는 누가 맡습니까?"
그러자 신숙주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 군세로는 놈들을 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대감도 잘 알고 있지 않소?
지휘를 누가 맡건 간에 말이오."
"허나, 대감."
"지금 떠날 테니 준비하시오."
신숙주가 자리를 차고 일어나면서 뱉듯이 말했다.
"대감도 유서를 써 놓고 가시는 것이 좋을 것이오."
얼굴이 굳어진 김일홍을 뒤에 둔 채 신숙주는 안으로 들어섰다.
"대감, 방책을 지시해 주십시오."
뒤를 따르던 부원수 장만수가 낮게 말했다. 장만수는 경기도 관찰사로 있
다가 이번에 부원수로 되었는데 문무 양과에 급제한 인물로 대담했고 전에
함길도 방어사까지 지내 북도 사정에 정통했다. 그들은 내실에 들어가 마주
보고 앉았다.
"무책이 상책이오."
길게 숨을 뱉은 신숙주가 그늘진 얼굴로 장만수를 보았다.
"나한테 무슨 일이 있거든 즉시 군사를 돌려 한양성 밖에서 진을 치시오."
운창현의 넓은 황야에 주둔한 금국 군 진 막은 셀 수도 없이 이어졌고 오
가는 기마 군 무리만 수천이 넘었다. 곳곳에서 휘날리는 진홍빛 깃발에는
금색으로 대금(大金)이란 글씨가 선명했으며 군사들의 갑옷과 병 장기는 햇
빛을 받아 번쩍였다. 한마디로 사기 충천한 모습이어서 가라앉은 조선 군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안내를 맡은 장교는 새 가죽 갑옷에 둥근 투구를 썼고 허리에는 대소 두
자루의 검을 찼으며 말 안장에는 활과 화살 통을 매놓았다. 오직 칼이나 창
한 자루씩만 쥔 조선 군과 장비 면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
신숙주는 옆을 따르는 관찰사 유시종의 얼굴이 아까부터 누렇게 굳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대 원수인 신숙주의 명인지라 동행은 했지만 마치 사지
에 끌려가는 태도였다. 10여인의 군관만 거느린 신숙주 일행이 중군의 웅장
한 진 막 앞에 닿았을 때는 오시 무렵이어서 해는 중천에 떠 있었다.
"자, 말에서 내리시오."
안내를 맡은 장교가 신숙주 일행을 향해 소리쳐 말했다.
"대 금국 황제께서 안에 계십니다."
진 막 앞에는 20척이 넘는 장대 끝에 매달린 거대한 깃발이 펄럭이고 있
었는데 대 금국 황제라고 쓰여졌고 창을 쥔 위사 1백여명이 도열해 있어서
신숙주도 압도당한 느낌이었다. 그 때 진 막 안에서 검정 색 갑옷에 칼집까
지 검정 색인 장수 하나가 나오더니 말에서 내린 신숙주를 보았다.
"황제를 접견하는 의식은 알고 계시겠지?"
눈을 치켜 떴으나 장수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대는 명에 사신으로 간 적이 있으니 황제를 배알하는 예의를 갖추라."
신숙주의 얼굴이 금방 창백해졌으나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장수를 따라 안으로 들어선 신숙주는 넓은 진 막 안에 수십 명의 장수가
좌우로 도열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끝 쪽의 단 위에 앉아있는
한 사내가 자칭 대 금 황제 이반인 것을 알았다. 중앙에 뚫린 길을 걸어간
신숙주는 이반의 열 걸음쯤 앞에서 멈춰 서더니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뒤
를 따르던 유시종도 따라서 절을 했고 일어선 신숙주는 목소리를 가다듬어
말했다.
"조선 국의 오위도총관 겸 대원수 신숙주가 대 금 황제를 뵈옵니다."
그러자 이반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기가 스쳐갔다.
"앉으라."
이반이 짧게 말하자 신숙주와 유시종은 꿇어앉았다. 진 막 안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금방 칼날이 내려쳐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좌우로 갈라
앉은 장수들은 통로 쪽을 향해 앉아있는 터라 시선이 모두 신숙주에게 모여
져 있다. 그 때 이반이 입을 열었다.
"목숨을 걸고 단신으로 찾아온 용기는 가상하다, 그리고 아직 땅 한 평
없는 대 금 군의 자칭 황제에게 황제의 예우를 갖춰주는 것도 힘든 일이렸
다."
신숙주가 눈을 크게 떴을 때 이반의 목소리가 조금 굵어졌다.
"조선 왕의 항복 서신은 가져 왔느냐?"
"황제 폐하, 조선 왕은 병세가 위중하여 몇 달을 더 버티지 못하십니다."
두 손을 땅바닥에 짚은 신숙주가 눈물이 맺힌 눈으로 이반을 보았다.
"폐하께서 이미 살피셨다시피 조선 군은 대 금 군의 적수가 되지 못합니
다, 폐하의 대 금 군은 보름이면 조선 국을 말발굽 아래로 짓밟으실 수 있
소이다."
유시종이 놀라 눈만 껌벅였고 둘러앉은 장수들이 술렁거렸다. 의외의 발
언인 것이다.
그러자 이반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과연 그런가? 그럼 수양이 열흘쯤 후면 내 발 밑에서 삼배를 드릴 수가
있겠구나, 그럼 그대가 앞장을 서겠느냐?"
"하오나 폐하."
신숙주가 머리를 들어 이반을 보았다.
"그렇게 하시면 무고한 조선 백성만 수 천, 수 만이 희생될 것입니다,
소인이 조선왕을 데리고 이곳으로 오는 것이 어떨지요."
다시 진 막 안이 술렁거렸고 유시종의 얼굴은 백짓장처럼 하얗게 되었다.
그 때 이반이 소리내어 웃었다.
"과연 조선 국의 충신이다,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하고 시간을 끌 계략이
구나."
신숙주가 눈만 크게 떴을 때 이반이 내려치듯 말했다.
"그리고 내가 남진할 것인가를 떠보려는 수작이지, 허나 그대의 계략은
다 빗나갔다."
정색한 이반이 앞쪽에 선 장수를 보았다.
"조선 군 대원수 신숙주를 포함한 사신 일행을 잡아 가두어라, 이것으로
조선 군 전력은 반 이상이 꺾였다."
"폐하."
신숙주가 다급하게 이반을 불렀는데 이번에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어
깨를 잡는 장수의 손길을 뿌리치며 그가 말했다.
"사신을 잡아 가두는 전례는 없소이다, 자고로 사신은."
"내가 전례를 만든다."
이반이 신숙주의 말을 차갑게 잘랐다.
"신숙주, 넌 조선 조정에만 너무 오래 박혀 있어서 세상을 모른다."
신숙주가 끌려 일어섰을 때 이반이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넌 실수한 것이야, 넌 내 부친의 경우를 생각하고 왔겠지만 난 다르다."
장졸들에 이끌린 신숙주 일행이 진 막 밖으로 나갔을 때 이반이 정색하고
좌우를 둘러보았다.
"신숙주가 포로가 되었으니 조선 군은 뒤로 물러나 한양 성 부근에서 방
어망을 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북도를 평정한다."
"그렇게 되면 북도 전체는 무주공산이 될 터이니 지방관들이 다투어 투항
해올 것입니다."
임기호가 자신 있게 말했다.
"이미 회령 부사 김개진이 군졸 2백여인을 이끌고 투항해 왔습니다."
"대금국의 기반은 조선의 북쪽 3도에 둔다."
이반이 선언했다. 3도란 함길도, 평안도, 황해도를 말하는 것으로 하3
도인 전라, 경상, 충청보다도 면적이 넓다.
세조가 그 소식을 들은 것은 그로부터 사흘 후였으니 부원수 장만수가 보
낸 파발이 밤을 낮 삼아 달려왔던 것이다. 허겁지겁 궁으로 달려온 한명회
로부터 내막을 들은 세조가 눈만 껌벅였다.
"전하, 부원수 장만수가 병력을 후퇴시켜 남하하고 있소이다."
"대원수가 적진으로 가기 전에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군사를 한양성 위
쪽까지 물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무모했다."
세조가 병으로 하얗게 피부가 일어난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
"숙주는 제 재주를 믿고 가끔 상대를 얕보는 경우가 있다."
"전하, 북도의 지방관 대부분이 후금국 군에 투항하고 있소이다."
내처 말했던 한명회가 아차 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들어 세조를 보았다.
처음으로 이반의 군세를 후금국 군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러자 세조는 듣지 못한 듯이 앞쪽의 벽을 바라보았다.
"아 아, 사직이 내 대에서 망하는가?"
희미하게 말했지만 한명회는 들었다.
당시의 명국은 헌종 시대로 환관의 세력이 증대하여 환관 왕직이 국정을
농단, 궁정의 내분이 끊기지 않았다. 거기에다 몽고의 세력은 강대해졌으
며 헌종이 즉위하던 해에 형주, 양양 땅에서 일어난 유통의 난으로 민심이
피폐해져 있었다. 그러나 내외의 대 변란으로 국체가 위태로웠던 영종 시대
보다는 안정된 편이었는데 헌종은 즉위 5년째인 여름에 새로운 전란에 부딪
치게 된 것이다.
병부상서 이조홍이 환관 왕직과 함께 헌종 앞에 시립 했을 때는 여름이
짙어 가는 6월 중순의 오시 무렵이었다. 자운성의 별각에 누워 다리 주물림
을 받고 있던 헌종은 그들을 보자 상반신을 일으켰다.
"황제 폐하, 신 병부상서 이조홍이 문안을 드립니다."
무릎을 꿇은 이조홍의 이마에서는 땀이 배어 나왔다. 바람 한 점 불지 않
는 무더운 날씨였다. 헌종의 시선을 받은 이조홍이 말을 이었다.
"조선 땅에 왜구의 대군이 상륙하여 북 3도를 점령하고 여진과 결맹하여
세를 키우고 있소이다."
"왜구의 대군이라."
헌종이 가소롭다는 듯이 입술 끝을 비틀며 웃었다.
"기껏해야 수 백, 수 천이 작당하여 조선 땅을 노략질한다던가?"
"지금 기마 군만 2만이 넘사옵고 여진 땅에서 합세할 병력은 3만이옵니다,
그러면 기마 군 5만의 대군입니다."
"허어."
상반신을 더 일으킨 헌종이 아직도 다리에 매달려 있는 소향을 손을 저어
물리쳤다. 헌종의 시선이 옆쪽에 서 있는 왕직에게로 옮겨졌다.
"왕공, 왜적의 기마 군은 강한가?"
"오합지졸이올시다."
왕직이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하더니 이조홍에게 물었다. 마치 황
제 같은 태도였다.
"상서 대감, 하북총독 시천이 보기 10여만을 거느리고 있으나 노약자가
많고 군비가 부족합니다, 중원의 군사를 지원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 왕직이 헌종을 보았다.
"폐하, 상서 도총관 휘하의 군사 5만을 증원하여 시천을 도원수로 삼고
환관 정원을 부원수로 삼아 북방을 방어하게 하소서."
"그렇게 하라."
헌종이 만족한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으므로 이조홍은 별각에서 물러 나왔
다. 이조홍은 63세였으며 전대의 영종 시대에 환관 조길상의 반란을 진압한
공이 있는 공신이다. 그러나 방금도 환관 왕직의 위세에 눌려 황제에게 제
대로 말씀 한번 못드렸으니 환관의 발호는 여전했다.
병부로 돌아온 이조홍에게 진평군 황문기가 다가왔다. 그는 유통의 난을
진압한 무장이다.
"장군, 페하께서 윤허를 내리셨습니까?"
"상서성 군 5만이 하북 총독에게 증파되네."
"잘 되었습니다."
"환관 정윤이 부원수가 되었네."
털썩 보료에 앉은 이조홍의 말에 황운기가 어이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정윤이 부원수가 되었습니까?"
"그렇다네."
"불알 없는 놈이 또 설치게 되었군요."
길게 숨을 뱉은 황운기가 어깨를 늘어뜨렸다.
"또 공을 가로채거나 시기해서 군기를 문란 시킬 것입니다."
"시천의 성품이 나약해서 불안하네."
다리를 든 이조홍이 황운기를 보았다.
"그대가 장군으로 따라가지 않겠는가?"
"칼 한번 휘두르지 않고 조선 땅의 반을 차지했습니다."
타이란이 활짝 펴진 얼굴로 이반을 보았다.
"형님, 투항해온 군사만 2만 가깝게 됩니다, 군량 댈 일이 걱정이우."
거기에다 조선 군 관리와 무장들의 머릿수도 수 백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투항자가 늘어나 산기슭에는 진 막이 수백 채나 더 세워졌고 군량이 무더기
로 들어간다. 진 막 안으로 위사장 손대복이 들어섰으므로 그들은 말을 멈
췄다.
"폐하, 한양성에서 엄돌이가 왔소이다."
"들라 해라."
반가운 듯 이반이 머리를 들고 입구를 보았다. 서둘러 밖으로 나갔던 손
대복이 데려온 사내는 30대쯤의 사내로 상인 차림이었다. 그는 이반의 앞에
무릎을 꿇더니 머리를 땅에 붙이며 절을 했다.
"엄돌이가 폐하께 문안드리오."
"한양성 정세가 어떻더냐?"
"하 3도에서 기마 군 7000, 보군 3만5000 정도가 모였습니다, 대원수는
부원수 장만수가 되었고 도총관은 경기관찰사 최기성입니다."
"사기는?"
"군기도 엉망인데다 군사들은 노약자가 대부분이어서 대 금 군만 보여도
도망칠 것입니다."
그러자 이반이 쓴웃음을 지었다.
"전라도 기마 군은 강 군이다, 과소평가를 했구나."
목을 움츠렸던 엄돌이가 품에서 기름종이를 꺼내 바쳤다.
"폐하, 빠뜨린 곳은 없소이다."
기름종이를 받은 이반이 펼쳐 보았다. 한양성 주변의 방어 군 배치도였
다. 한참을 들여다본 이반이 이윽고 머리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엄돌이가 진 막 밖으로 나갔을 때 타이란이 궁금한 듯 물었다.
"형님, 보아하니 한양성 방어 군 진지인 것 같은데 어쩌실 작정이우?"
"내가 수양을 만나겠다."
놀란 타이란의 황소 눈이 둥그렇게 커졌다.
"그럼 남진하시겠다는 말씀이오?"
"기마 군 3000만 이끌고 급습한다."
이반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을 이었다.
"물론 아군에도 비밀로 하고 몇 명의 측근만 이 사실을 알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제가 모시고 가지요."
"넌 내 대신으로 이곳을 지켜야 한다."
이반이 정색한 얼굴로 머리를 저었다.
"나는 여기 있는 것으로 위장해야 할 테니까"
"수양을 죽이면 조선은 하룻밤 사이에 대금국의 영토가 될 것입니다."
그러자 이반이 머리를 저었다.
"수양을 죽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손바닥만한 영토에도 관심이 없다."
"그럼 어쩌시려고?"
"수양을 만나면 결정이 되겠지."
이반이 손을 뻗어 설렁줄을 당기자 곧 네 명의 장수가 들어섰는데 곧 100
0인장 임기춘과 박포, 김동출, 그리고 손대복이다.
이반이 앞에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은 그들을 둘러보았다.
"준비는 다 되었느냐?"
"예, 폐하."
장흥부사였던 임기춘이 먼저 대답했다.
"오늘 밤 술시에 출발할 수 있습니다."
"전격전이다."
눈을 치켜 뜬 이반의 목소리가 굵어졌다.
"조선 군의 파발마보다 빨리 달려야 승산이 커진다."
"알고 있소이다."
백제 유민으로 시코쿠에서 호족이었던 박포가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의
옆에 앉은 김동출은 고구려 유민으로 호소카와 영지의 안세성에서 성주 대
리를 지내었으니 출신이 제각각이지만 모두 한 핏줄이다.
이반이 만족한 듯 머리를 끄덕였다.
그날 밤 자시, 짙은 그믐 밤이었으나 별빛이 밝아 산기슭에 모여 있는
기마 군의 윤곽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정병 3000, 모두 기마 군이며 허리
에는 대소 두 자루의 검을, 말 배에는 활과 전통을 끼워놨으며 손에 창을
쥔 빈틈없는 무장을 했다.
머리에 가죽 모자를 썼고 가죽 안에 심을 넣은 가죽 갑옷과 가죽 장화를
신은 이 차림은 천하 어느 곳에도 없다. 모두 이반이 고안한 실용적인 전투
복이다.
역시 같은 무장 차림의 이반이 말을 몰아 앞에 섰을 때 3000 기마 군은
숨소리도 죽였고 오직 말의 코 부는 소리만 났다. 이반이 입을 열었다.
"군사들이여! 우리는 지금 한양 성으로 진격한다, 그리고는 단숨에 왕궁
으로 들어가 조선왕의 무릎을 꿇릴 것이다."
이반의 목소리가 찌렁이며 어둠 속으로 퍼져 나갔다.
"군사들이여! 너희들 대부분은 이 땅을 떠나 수십 년, 수백 년을 타국에
서 유랑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 너희들은 너희들을 잊고 버렸던 이 조
선 땅의 주인이 될 것이다!"
이반의 옆에 선 천인장 임기춘은 군사들의 사기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
다. 그리고 그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왜구나 변방을 침입한 만족을 치려고 여러 번 출진을 했으나 장수가
군사들에게 이런 훈시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다시 이반의 우렁찬 목소
리가 이어졌다.
"내 군사들이여! 우리는 동족을 치려고 가는 것이 아니다 조선 군이 길을
비키면 그냥 지나고 등을 돌리면 찌르지 마라, 우리는 조선의 조정과 왕을
사로잡아 대금 국의 휘하에 두려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반이 허리에 찬 장검을 스윽 뽑아 쳐들었다. 별빛을 받은 칼
날이 하얗게 빛났다.
"너희들의 조상은 지금의 너희들을 자랑스럽게 굽어볼 것이다.! 자. 가자!"
이반이 칼을 휘두르자 좌측의 기마군 일대가 일제히 움직였다. 곧 땅을
울리는 말굽소리와 함께 100기를 기준으로 형성된 기마대가 남으로 방향을
잡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폐하! 전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하오!"
격정을 참지 못한 임기춘이 소리쳐 말하고는 말고삐를 채어 달려나갔다.
그는 선봉장인 것이다.
평양 성 외곽의 천수 진에서 보기 2000을 거느리고 방어선을 형성했던 흥
천 부사 겸 전북 장군 한기선은 오시 무렵이 되었을 때 땅이 울리는 진동을
들었다. 40대 중반의 그는 한때 영흥 판관을 지내면서 북방 경비를 맡았던
터라 그것이 곧 말굽 소리인줄을 알았다.
"기마 군이다."
자리를 차고 일어선 그가 진 막 밖으로 뛰쳐나갔을 때 기마 척후가 죽을
힘을 다하여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부사께 아뢰오!"
이미 오십 보쯤 앞에서부터 척후 군관이 악을 쓰듯 외치는 바람에 군사들
은 동요했다. 그 때 말굽소리는 더 커졌고 땅은 몸이 흔들릴 정도로 울렸으
며 북쪽에서 거대한 먼지 구름이 일어났다. 대군이다. 실색을 한 한기선의
앞으로 척후군관이 달려와 말에서 구르듯이 내렸다.
"적이 내습해오고 있소이다! 대군이오!"
그러나 이미 적은 코 앞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눈을 치켜 뜬 한기선은
앞쪽 평원을 새까맣게 덮고 있는 기마 군을 보았다.
"어허!"
한기선은 탄식했다.
"모두 방어선으로!"
한기선이 악을 썼지만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군사들의 눈에는 이미 초점이
잡혀져 있지 않았다. 전멸이다. 한기선은 이를 악물었다. 이런 기습은 난생
처음이다. 적은 척후의 바로 뒤를 따라온 것이다.
선봉군 1000기 중에서도 최선두에 서있던 100인장 백육손 휘하의 10인장
마청은 20년 전 다섯살 때 전라도에서 부모와 함께 왜구에게 끌려가 일본
땅에서 자랐다.
그는 절의 머슴으로 지내다가 출정군에 지원하여 다시 조선 땅을 밟게 되
었는데 힘이 장사였다.
그래서 백육선은 마청에게 다섯 자 짜리 대도를 만들어 주었더니 그것을
마치 수수깡처럼 휘둘렀다. 검법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맹렬하게 휘두르
는 마청의 장검을 맞으면 검술의 고수도 칼날과 함께 몸이 무처럼 잘려지는
것이다. 마청은 선두에 서서 먼저 달려드는 조선 군 군관 둘을 한칼에 베었
다. 군관들이 내지른 창 두 개의 자루와 함께 벤 것이다.
"병 장기를 버리면 살려준다."
마청이 마치 쇠를 긁는 목소리로 외쳤다. 수염이 바늘 끝처럼 치솟았고
황소 눈을 부릅 뜬 형상은 흉악했다.
"이놈들! 병 장기를 버려라!"
그가 다시 외쳤을 때는 조선 군 진지의 중심부까지 쳐들어와 있었다. 조
선 군 진지는 옅은 강물을 옆으로 끼고 세워져 있었지만 방책도 허술했고
왼쪽은 비어 있었다. 대금 군이 쳐들어온 곳은 왼쪽이었으니 기습에다가 허
까지 찔린 셈이었다.
"병 장기를 버려라!"
마침내 한기선이 소리 쳤을 때는 마청이 바로 50보쯤 앞으로 다가왔을 때
였다. 그러나 한기선은 자신의 영이 떨어지기도 전에 앞쪽 군사들이 다투어
병 장기를 내던지는 모습을 보았다. 말굽 소리와 함성이 천지를 울리고 있
어서 자신의 외침은 주위 군사들만 들었을 뿐이다. 이반의 중군이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숨 몇 번 쉬고 난 후였으니 그야말로 3천 기마 군은 전관석
화처럼 진입해 왔다고 할 수 있을 터였다.
"대금 황제 시다, 무릎을 꿇어라!"
진입의 일등 공을 세운 마청이 한기선의 목덜미를 잡아 이반 앞으로 밀면
서 소리쳤다. 마상에 앉은 이반은 잔잔한 시선으로 한기선을 내려다보았지
만 흥분한 말은 콧김을 불면서 네다리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마청에게 밀
린 한기선이 이반의 다섯 발짝쯤 앞에서 고꾸라졌으나 곧 일어섰다. 그리고
는 두 눈을 부릅뜨고 이반을 노려보았으므로 옆에선 위사장 손대복이 창 끝
으로 한기선의 목을 겨누었다.
"꿇지 못하느냐!"
이제는 뒤에서 마청이 장검을 치켜들었을 때 한기선이 소리쳐 말했다.
"나는 왜적 앞에 무릎을 꿇기보다는 차라리 죽겠다."
"그럼 네 군사들도 다 죽는다."
이반은 가만있었으므로 옆에 선 선봉장 임기춘이 소리쳤다. 그는 한기선
과 안면이 있는 것이다.
"흥천 부사는 만용을 부리지 말라!"
"왜적과 내통하고 전하를 배신한 역적 놈!"
한기선이 맞받아 소리쳤을 때 이반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군사를 잠시 쉬게 하라"
그러자 짧은 북소리가 울리면서 기마 군은 사방으로 갈라서더니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투항한 조선 군을 일방 수습하면서 순식간에 각 부대별로
나뉘어 졌다. 실로 정연하고 빠른 움직임이어서 한기선은 그 경황 중에도
얼이 빠진 듯 눈을 크게 떴다.
말에서 내린 이반은 위사가 가져다놓은 낮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아
직도 뻣뻣하게 서있는 한기선을 보았다.
"내 군사는 만 하루 동안에 500 리를 달려왔다. 이제 오늘밤에는 개경에
닿고 내일이면 한양성에 진입한다."
그리고는 이반이 빙그레 웃었다.
"조선왕 수양에게 충절을 바치고 죽겠다지만 만일 수양이 내 발 밑에 무
릎을 꿇고 항복을 한다면 어찌할테냐?"
"그럴 리가 없다."
눈을 부릅 뜬 한기선이 이반을 노려보았다.
"조선 군은 끝까지 항전을 할 것이다."
그러자 이반이 소리내어 웃었다.
"큰 것을 보지 못하는 우물 속의 개구리 같은 놈이로구나."
옆에 서 있던 장수들이 따라 웃었고 이반이 다시 입을 열었을 때 조용해
졌다.
"조선은 수양의 증조 할애비 이성계가 반역을 일으켜 세운 왕조이다, 이
성계는 북방의 여진과 왜구를 막던 활 잘 쏘는 무장이었을 뿐이지, 아느냐?"
한기선이 눈만 부릅떴고 이반의 목소리가 쩌렁이며 주위를 울렸다.
"성즉 군왕이며 패즉 역적이다, 명의 시조 주원장은 거지 중이었고 원의
징기스칸은 말치는 목동이었다."
그리고 이반이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금방이라도 칼을 날릴 것 같은 싸
늘한 표정이었다.
"내가 인재는 아끼지만 이미 너는 수양의 종이 되었으니 죽거라."
진 막을 새로 칠 필요도 없이 이반은 한기선의 막사로 들어가 앉았을 때
임기춘과 손대복이 들어섰다.
"폐하, 한기선은 기개와 지략이 뛰어난 무장입니다, 살려서 대 금 군에
유용하게 쓰시는 것이 나을 성 싶소이다."
무릎을 꿇고 앉은 임기춘이 말했다.
"그리고 무장으로 변방에만 박혀 있던 터라 불만도 많았을 것입니다, 고
려하소서."
"그 자를 한양 성까지 데려간다, 가서 제 임금이 과연 어떤 존재인가를
두 눈으로 보도록 하라."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