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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
楔形文字(설형문자)로 된 敍事詩(epic)들은 지금으로부터 3,700년 전,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씌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 『길가메시 서사시』는 그보다도 훨씬 이전인 기원전 21세기에 이미 수메르어로 쓰진 것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수메르어로 된 이 서사시에는 영웅들의 자취, 젊음과 늙음, 승리와 패배, 절망, 인간과 신의 관계, 삶과 죽음까지 심오하게 반추하고 있다. 신의 옷을 입혔지만, 인간이 처한 상황과 행한 진실들을 탐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금과는 전혀 연결성이 없어 보이는 이해하기 힘들고, 어려운 고문서를 탐색하는 방법으로 점토에 쓰진 이런 설형문자 조각들에서 그 내용을 풀어내려고 한 학자들은 지금까지 아주 많았다. 하지만 그들이 원형을 제대로 밝혀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이 책은 2022년에 한국어판으로 출간된 것으로, 1955년 영국에서 태어난 ‘앤드류 조지’교수가 편역한 것이다. 그는 버밍엄 대학교에서 아시리아어를 공부하고, 런던대학교에서 아카드어와 수메르어를 가르쳤고, 현재는 바빌로니어 전공 교수로 승진해 있다. 번역은 서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번역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번역가라고 칭송받는 ‘공경희’선생이 맡았다.
서사시라고 하면 짧은 문장, 이해하기 쉬운 詩라고 생각하기 쉬으나 원체 고전을 번역한 것이다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첫 번째 감상이다.
『길메시 서사시』에는 주인공 길가메시를 비롯해 등장인물이 있다. • 길가메시 : 도시국가 우르크의 왕 • 엔키두 : 길가메시의 친구 • 흄바바 : 삼나무 숲의 수호자, 길가메시의 숙적 • 우타니파쉬티 :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생존의 신 • 샴하트 : 우르크의 매춘부 • 아쉬타르 : 우르크의 主여신 • 닌순 : 길가메시의 어머니 • 시두리 : 지혜의 여신 • 우르-샤바니 : 우타니파쉬티의 사공 등이다.
책은 단원을 테블릿*으로 구분하였는데, 제1부가 모두 12테블릿이며 ‘심연을 본사람 : 바빌로니아 길가메시 서사시 표본 판본’이라고 했고, 3부, 4부는 ‘길가메시 시들’, ‘서사시의 구버전 파편들’, ‘다양한 바빌로니아 파편들’이라고 하여 구분하였는데, 이것들은 1부에 대한 부록으로 실은 것들인 것 같다.
* tabletl : 1. 한 장씩 떼어 쓰는 편지지첩 2. (과자·비누 등의) 납작하고 작은 조각 3. 명판(銘板) 4. 메모장에 기입하다.
내용으로 들어가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지만, 서사시가 원래 그렇지 않은가, 고전이니 그렇겠지 하고 읽으면 쉬울 수도 있겠다.
그 누가 왕의 지위에 대항하고
길가메시처럼 “짐이 왕이다”라고 선포할 수 있을까?
태어난 날부터 그의 이름은 길가메시,
삼 분의 일은 신이요, 삼 분의 일은 인간이었네.
체구가 크고 키가 11큐빗*
가슴의 너비는 4큐빗
발은 3큐빗, 다리는 반 로드*
보폭은 6큐빗이었네
뺨에 긴 곱슬대는 털, 3큐빗
* 큐빗 : 중지 끝에서 팔꿈치까지 길이로 약 0.45m
* 로드 : 5.03m
샴하트는 둔부를 가린 옷을 풀어
음부를 드러냈고, 그는 그녀의 매력에 취했네
그녀는 움츠리지 않고 그의 체취를 맡았네
그녀가 옷을 펼치자 그가 그녀 위에 누웠네
그녀는 그를 위해 여인의 일을 해주었네
그의 열정에 그녀를 쓰다듬고 껴안았네
엿새 낮과 이레 밤 동안
엔키두는 발기해서 샴하트와 짝지었네.
[매춘부는] 그에게, 엔키두에게 말했네.
당신은 미남자에요, 엔키두 당신은 신과 똑 닮았어요!
어찌하여 야수 떼와 들판을 쏘다니시나요?
가세요, 제가 양우리-우르크로 모셔다드릴게요
신성한 신전, 아누와 아쉬타르의 집으로.
길가메시 모친은 영민하고 현명해
매사에 통달했기에, 아들에게 이르기를
야생-암소 닌순은 영민하고 현명해
매사에 통달했기에, 길가메시에게 이르기를
“내 아들아, 네가 본 토끼는 친구니라
너는 아내처럼 그것을 사랑하여 쓰다듬고 안아주어라
그리고 나, 닌순은, 나는 그를 네 맞수로 만들리라
강력한 동지가 네게 와서 친구의 구원자가 되리라
그는 땅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졌나니
그의 힘은 하늘에서 떨어진 돌처럼 강하니라.”
(야생에서 자란 엔키두는 둘째 주를 보낸 후 매춘부 샴하트가 엔키두를 목동들의 야영지로 데려가고 거기서 그는 인간으로 사는 법을 배워 목동들의 파수꾼이 된다. 그는 거기서 길가메시 이야기를 들었고, 우르크에서는 왕이 결혼식 초야권(결혼 첫날밤 신부를 취하던 풍습)을 가지는 관례가 있다는데 충격을 받고는 우르크로 들어가 둘이 싸우게 된다. 싸움으로 길가메시의 우월성을 인정한 둘은 친구가 된다.)
엔키두는 배부르도록 빵을 먹었지
맥주를 일곱 병 가득 채워 마셨네
기분이 가뿐해지자 그는 노래하기 시작했지
마음이 즐거워지고, 얼굴이 달아올랐네.
문설주가 덜컥대고, 벽이 흔들렸네
[길에서, 나라의 광장에서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싸움을 벌였네]
길가메시는 ……
엔키두에게 말하여[이르기를]
친구여, 어째서 [그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양팔를 축 늘어뜨린 채 [자네의 기운은 빠져나갔나?]
엔키두가 그에게 [길가메시에게] 말하기를
친구여, 내 가슴이 괴롭네…
그들은 서로 손을 잡고 서둘러 대장간으로 갔네
거기서 대장장이들이 앉아 의논했네
그들은 멋진 손토끼들을 만들었고,
토끼의 무게는 각각 3탈란트*였네.
대장장이들이 멋진 단검을 만들었네
칼 하나의 무게는 2달란트였네
* 1달란트의 무게가 26∼36㎏라고 하니, 3달란트면 사람 은 들 수 없을것 같은데
(닌순은 고아인 엔키두를 입양하고,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삼나무 숲으로 원정을 떠날 것을 결심한다)
길가메시가 [닌순]에게 말하기를
[가겠나이다] 닌순이시여, 저는 담대하니
훔바바의 본거지까지 먼 길을 가서
제가 일지 못하는 전투를 벌이겠나이다.
[야생암소] 닌순은 아들 길가메시와 엔키두의 말을
오랫동안 슬픈 마음으로 경청했지
그녀는 욕실로 일곱차례 들어가서
능수버들과 사포나리 물에 몸을 [씻었네]
(여러 군데 [ ]를 해서 설명한 것은 판독이 어려운 부분이어서 편역자가 추측한 부분으로, 길가메시와 엔키두의 무사 원정을 비는 의식이 거행되는 에피소드가 이어지지만, 대부분 훼손되었고, 길가메시는 자신의 부재 중 도시를 다스릴 지침을 내린다.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원정 중에 사흘마다 산등성이에 자리를 잡고 꿈을 불러내는 의식을 치른다. 길가메시는 매번 악몽에서 깨어나지만 엔키두는 결국 잘 될거라고 그를 위로한다)
친구여, 자네가 본 산은 [훔바바가 아니겠나]
[우리는] 훔바바를 잡을 걸세, 우리가 [그를 벨걸세]
우리는 그의 시신을 싸움터에 [떨굴] 걸세
그리고 내일 아침 [태양신이 주는 좋은] 징후를 [볼걸세]
20리그*를 가서 그들은 [식사를] 했네
30리그를 가서 그들은 [자리를] 잡았네
[하루에] 50리그를 여행해
[한달] 반 거리를 사흘 만에
[레바논] 산에 더 가까워졌네.
* 1리그는 4㎞ 정도 사람이 한 시간 동안 걷는 거리
길가메시는 친구의 조언에 [앞으로] 나아갔네
바닥을 아홉 번 내리치자 산이 무너졌네
그는 사자처럼 맹렬하게 공격했고
엔키두는 퓨마처럼 달려들었네.
그들은 숲 가운데서 훔바바를 붙잡았네
그의 무시무시한 광휘가 숲을 채웠네
그들은 손으로 그의 광휘를 움켜쥐었네
훔바바가 소리쳐 말하며 포효했네.
훔바바가 목숨을 구걸하며 길가메시에게 말하기를
“모친이 막 그대를 낳았으니 그대는 아주 젊소, 길가메시
하지만 그대는 [야생암소 닌순의] 자손이오!
샤마쉬의 명령으로 그대는 열 산을 뭉겠소
오 우르크 가운데서 나온 자손, 길가메시 폐하!”
(훔바바의 세 번째 애원은 소실되었지만, 우가리트에서 출토된 중기 바빌로니아 파편에 이 구절에 딱 맞는 구절이 있다.)
엔키두가 말하려고 입을 열어
[길가메시] 에게 이르기를
“친구여 [삼나무] 숲을 지키는 훔바바,
[그를 처치하게] 그를 베어 버리게 [그의 힘을 없애게]”
그들은 유프라테스강에서 손을 씻고
손을 잡고 입성했네
그들이 우르크 거리를 달릴 때
사람들이 모여 [그들을] 바라보았지
길가메시는 [그의 궁전] 시녀들에게 말했네
“사내들 중 누가 가장 훤칠한가?
누가 가장 빛나는 사람인가?”
“길가메시가 사내들 중 가장 훤칠합니다!
[길가메시가 가장] 빛나는 사람입니다!”
길가메시는 궁전에서 흥겹게 놀았네.
밤에 사람들이 침대에 누워 잠들었고
엔키두는 자면서 꿈을 꾸었네
엔키두는 꿈 이야기를 하려고 일어나
친구에게 일렀네.
(엔키두는 두 번째 꿈을 꾸고 거기서 죽음의 천사에게 저승으로 끌려가 그곳을 보게 된다. 길가메시에게 꿈 이야기를 한 후 그는 병든다. 쇠약해 죽어가면서 그는 싸움터에서 죽은 것과 비교하며 자신의 치욕적인 운명을 길가메시에게 하소연한다)
새벽이 밝았네. 엔키두는 길가메시에게 말하길 “내 형제여, 오늘 밤 얼마나 엄청난 꿈을 [꾸었는지]. 아누, 엔릴, 에아, 천상의 샤마쉬 신들 [이 회합을 갖고], 아누가 엔릴에게 말하기를, 그들이 하늘의 황소를 죽였고 삼나무가 빼곡이 [우거진] 산을 [지키는] 훔바바를 죽였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겁니다”그러자 엔릴이 말하길 “엔키두를 죽게합시다. 길가메시를 죽게 하지 말고!”
엔키두야 어째서 매춘부 샴하트를 저주하느냐
신에게 걸맞는 빵을 네게 먹였고,
왕에게 걸맞는 술을 네게 따라주었고
네게 화려한 옷을 입혔고,
수려한 길가메시를 동무로 삼게 했거늘?
(엔키두가 본 저승의 환상부분인 나머지 부분은 소실되었다. 그는 마지막에 자신을 길가메시에게 위탁한다)
[친구여 나를] 기억해 주게 내가 겪은 모든 것을 [잊지] 말게
이에 길가메시는
“내 친구는 [다시는] 없을 환상을 보았도다.”라고 했다.
그가 꿈을 꾼 날 [힘이] 소진되었네
엔키두는 낙심했고, 하루 [그리고 다음날] 누워 앓았네
엔키두는 병석에 [누웠고], [병세가 깊어졌네]
사흘 기리고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그리고 열흘]
엔키두의 병이 깊어졌네 …
[나의 신]이 나를 저버리셨네, 친구 …
[나는] 전장에서 [스러지는] 사람처럼 [죽는게 아니네]
난 전투가 두려웠네. 하지만 ……
친구여 전투에서 [스러지는] 자는 [이름을 남기네]
하지만 나는 [나의 전투]에서 [스러지는 게 아니니, 이름을 남지기 못하네]
(엔키두의 고통스러운 임종장면 30행 가량 묘사되어 있다고 예상되지만, 이 부분은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길가메시가 친구인 엔키두의 장례식을 거대하게 치르며, 그를 애도하는 장면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겹다)
들으라 청년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들으라 [넘쳐나는 우르크의] 장로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나는 내 친구 엔키두를 위해 울리라
직업으로 곡하는 여인처럼 서럽게 울리라!
내 팔이 신뢰한 내 옆구리에 둔 도끼
내 허리춤의 단도, 내 얼굴의 가리개
내 잔치 옷, 내 기쁨의 허리띠
사악한 바람이 일어 내게서 앗아갔네.
(그리고도 엔키두의 장례장면이 30행 가량 차지하리라 짐작되지만, 아직 발굴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엔키두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길가메시는 자신도 죽는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길가메시는 영생하는 우타나피쉬티의 비밀을 알기 위해 그를 찾으려고 우르크를 떠난다.)
길가메시는 야생을 방랑하면서
친구 엔키두를 위해 섧게 울었네
나는 죽으리라 그러면 엔키두처럼 되지 않겠나?
슬픔이 그 가슴을 파고들었도다!
[그는] 사자 가죽을 걸치고 그 고기를 먹었네
길가메시는 이전엔 없었던 우물을 [파서]
[그는] 물을 마셨고, 그러면서 바람을 쫒아냈네.
샤마쉬가 점점 걱정이 되어 몸을 숙여
길가메시에게 말했네
“길가메시여, 어디서 해매느냐?
네가 찾는 생명을 너는 결코 찾지 못하리라,”
[여인숙 주인이 그에게], 길가메시에게 말하기를
“당신과 엔키두가 숲지기를 베고
삼나무 숲에 살던 훔바바를 [해치우고]
산길에서 사자를 죽이고
하늘에서 내려온 황소를 [잡아서] 밴 이들이라면,
[어찌하여 당신의] 뺨이 [그리 홀쭉하고] 얼굴이 그리 수척하고
[심정이 그렇게 비통하며] 안색이 그리 초췌하오?
[왜] 마음에 [슬픔이 깃들고]
그리고 얼굴은 [먼 데서 온] 자와 흡사하오?
[내가 그다지도 애틋하게 사랑했던 내 친구]
[나와 함께 온갖 위험을 겪어냈던 사람]
[죽어야 하는 운명이 그를 옭아맸소]
[내가 그의 시신을 매장하지 않고]
[결국 그의 콧구멍에서 구더기가 나왔소]
[그러자 나 역시 죽을까 봐 겁났소]
[점점 죽음이 두려워졌고 그래서 야생을 방랑하오]
[내 친구] 엔키두가 당한 일이 감당 [못할 정도였소]
(길가메시는 마침내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된 것을 깨닫는다. 희망이 부서졌다. 우타나피쉬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나았을까. 그와 우르-샤나비는 마침내 우르크에 도착하고, 거기서 뱃사공에게 그의 영원한 기념비가 될 성벽에 올라가서 거기서 영원한 도시를 구성하는 불멸의 인간사회를 지켜보라고 말한다)
길가메시는 물이 시원한 연못을 발견하고
거기 들어가 물속에서 멱을 감았네
뱀이 식물의 향내를 맡고
[소리없이] 다가와 식물을 가져갔네.
뱀은 물러가면서 허물을 벗었네
그러자 길가메시는 거기 주저 않아 흐느꼈네
그의 뺨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네
… 뱃사공 우르-샤바니에게 [그가 말하기를]
우르-샤바니, [누구를 위해] 내 팔이 그리 힘들게 일했고
누구를 위해 내 심장의 피가 말랐을꼬?
나 자신을 위해 아무 수확도 못 거두고
‘땅의 사자’를 [위해] 좋은 일을 했도다!
(길가메시는 죽었다. 이제 그는 지하 세계 망자들의 그림자를 통치했다. 그것은 수메르어로 된 2부에 부록으로 실려있다. 1부의 아카이드 판본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다. 바빌로니아 서사시처럼 길가메시에 대한 수메르어 시들도 여러 나라 박물관이 소장한 점토판 수백 조각을 가지고 재구성하는 중이고, 여기까지도 그 작업의 일환이다. 텍스트가 복구될수록 수메르어 시들과 바빌로니아 서사시의 큰 차이점이 드러나는데, 바빌로니아 시인이 얼마나 빼어나게 전통적인 題材들로 이야기를 잘 녹여냈는지 알 수가 있다)
기원전 21세기 처음 만들어진 『길가메시 서사시』는 기원전 18세기 바빌로니아 학교에서 필경사들이 쓴 사본들이 아주 많았다. 이로써 전보다 많은 사실들이 밝혀졌고, 특히 두 편은 과거보다도 훨씬 온전한 변역이 가능했다. 개별작품으로 게시된 시들은 독자적으로 감상해도 되지만, 바빌로니아 표준판을 비롯해 앞에서 살펴본 ‘아카드어 판본’과 비교해도 재미가 있다. 시는 첫 구절이 ‘아카의 사절단’으로 알려졌는데, 길가메시 이야기 중에 가장 짧고 보존 상태도 좋다. 이것은 다른 네 편의 시와 다른 점은 장로들과 청년들의 조언이 주제로서 등장하긴 하지만, 표준판과 명백히 대응하는 부분이 없다는 점이다.
우물들을 비우라, 나라의 우물을 비우라
나라의 얕은 우물들을 비우라
밧줄이 드리워진 깊은 우물들을 비우라.
이 구절을 흔히 키시가 쓸 물을 퍼내라는 아카의 요구를 우르크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구절로 해석하지만, 시인은 끝나지 않은 수고를, 결국 주권을 포기하게 할 끝없고 불가능한 고역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엔메바라게시의 아들, 아카의 사절단이
키시에서 우르크의 길가메시에게 왔네.
도시 장로들 앞에서 길가메시는
문제를 밝히고 해결책을 모색했네.
“우물을 비우라, 나라의 우물들을 비우라,
나라의 얕은 우물들을 비우라,
밧줄이 드리워진 깊은 우물을 비우라.
키시 무리에 항복하면 안 되오, 전쟁을 일으킵시다!”
회합한 도시의 장로들은
길가메시에게 대답했네.
“우물들을 비우라, 나라의 우물들을 비우라,
나라의 얕은 우물들을 비우라.
키시 무리에 항복하소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됩니다!”
쿨랍의 군주 길가메시는
아난나 여신을 신봉하므로
도시의 장로들이 하는 말을 흘려들었네.
길가메시와 우와와에 대한 시 역시도 바빌로니아 학교에서 필경사들이 적어 둔 것이다. 삼나무 숲 원정과 후와와(훔바바)를 죽이고, 삼나무를 쓰러뜨린 일을 다룬다. 길가메시는 후와와를 공격해 그를 사로잡았다. 그러자 후와와는 우투에게 길가메시의 배신을 불평하면서 살려달라 애원한다. 길가메시는 처음에는 왕다운 자비심을 보이지만, 엔키두는 너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후와와를 풀어주면 그들은 귀환하지 못할 거라고 말한다. 후와와가 화가 나서 엔키두에게 몸을 돌리자, 엔키두는 그의 목을 벤다. 영웅들은 그의 두상을 엔릴 신에게 가져갔다. 엔릴은 분개하며 후와와를 죽인 이유를 묻고, 예를 다해 그를 대하지 않았다고 책망한다. 결국 엔릴은 후와와에게 후광을 뿌린다.
……
그는 여섯 번째 산맥을 지났네, 그가 원하는 삼나무를 찾지 못했네
그러나 일곱 번째 산맥을 지나면서 그는 원하는 삼나무를 찾았네.
그는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네. 그는 더 보지 않았네.
길가메시는 삼나무를 팼네.
엔키두가 가지들을 잘라냈네 … 길가메시를 위해,
그와 동행한 도시의 아들들이 가지들을 쌓았네.
……
하늘의 황소와 싸워 이기는 전쟁 영웅 길가메시는 식사를 마치자 전쟁을 준비한다. 무장하고, 어머니와 누이에게 엔키 신의 신전에 희생제물을 올리게 한다. 그는 하늘의 황소를 해체해서 빈자들에게 나누어주겠다고 맹세한다. 이난나가 성벽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황소를 공격한다. 엔키두가 황소의 약점을 찾고, 길가메시는 괴수를 죽인다. 그는 황소의 다리 한 조각을 이난나에게 내던진다. 그녀가 급히 피하자 황소 다리가 성벽에 부딪친다. 길가메시는 이난나도 하늘의 황소처럼 처치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그리고 앞서 맹세했듯 황소를 해체해 고기를 빈자들에게 내준다. 하지만 황소의 뿔은 이난나의 신전 애안나에 바친다.
전쟁 영웅, 전쟁 영웅, 그의 노래를 부르게 해주오!
길가메시 왕, 전쟁 영웅, 그의 노래를 부르게 해주오!
검은 수염을 기른 왕, 전쟁 영웅, 그의 노래를 부르게 해주오!
검은 왕, 강한 자 중의 최강자, 전쟁 영웅, 그의 노래를 부르게 해주오!
……
전사 길가메시, 닌순 여신의 아들은
홀로 엔쿠르에, 엔릴의 집에 찾아갔네
엔릴 신 앞에서 그는 흐느꼈네.
“아버지 엔릴이여, 제 공이 저승에 떨어졌나이다. 제 방망이가 간질이 강에 떨어졌나이다.
제가 그것을 가지러 엔키두를 보냈는데 저승이 그를 붙잡았나이다.
제가 총애하는 [하인], 제 변함없는 동반자, 제게 조언한 이를 [저승이] 붙잡았나이다!
남타르가 그를 붙잡지 않았나이다. 아작이 그를 붙잡지도 않았나이다. 저승이 그를 붙잡았나이다!
베르칼의 무자비한 경비대가 그를 붙잡지 않았나이다. 저승이 그를 붙잡았나이다!”
……
그는 심정이 상했네. 마음이 낙담했네.
왕은 생을 모색했네
폐하는 [그의] 마음을 산 자의 산으로 돌렸네.
니프르 지역에서 나왔다고 알려진 이 시의 판본은 여기서 갑자기 끝이 난다. 그러나 투란 중심부에서 나왔다는 두 번째 판본의 3행이 더해지고, 여기부터 〈길가메시와 후와와〉의 도입부 텍스트와 연결된다. 그것은 또 우르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진 세 번째 개정판과 이어진다.
“신을 기만하고 맹세한 자를 보았느냐?”“보았나이다.”“그는 어찌 지내느냐?”
“헌수가 이루어지는 저승 꼭대기에서, 그는 마시지만 계속 갈증이 납니다.”
“부모가 탄식하는 곳에서 가로스의 시민을 보았느냐?”“보았나이다.”“그는 어찌 지내느냐?”
“각자 천 명의 아모르 족과 마주해, 그의 그림자가 손으로 그들을 밀어낼 수가 없나이다. 그의 가슴팍으로 그들에게 달려들 수가 없나이다.
저승의 헌수가 이루어지는 곳들에서, 아모르 족이 앞자리를 차지하나이다.”
“수메르와 아카드의 아들들을 보았느냐?”“보았나이다.”“그는 어찌 지내느냐?”
“그들은 대학살 장소의 물을, 더러운 물을 마시나이다.”
“네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는 곳을 보았느냐?”“보았나이다.”“ [그들은 어찌 지내느냐?]”
그 [두 분은] 대학살 장소에서 나온 물을, [더러운 물을] 마시나이다.
신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결국은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인간 길가메시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결말이 있다. 하나는 보존이 잘되지 않은 판본으로 가장 위대한 왕으로 찬양하는 목소리가 담겨 있고, 다른 하나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고금의 인간들은 사후에 산 자들의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은 신전에 조각상을 봉헌하게 되면 망자의 이름이 계속 불리고, 그게 장례 의식의 중심이 된다고 하고, 둘째로는 신들은 인간들이 가족을 낳고 그렇게 대가 이어지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위대한 야생 황소가 누워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네
길가메시 왕이 누워,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네
어깨띠를 두른 전사가 누워,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네
지혜를 말하던 그가 누워,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네
그가 임종의 자리에 누워,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네
남타르의 머리채가 그를 꽁꽁 묶네, 그는 일어날 수 없네.
연못 속의 … 물고기 … 처럼 그는 [그물] 안에 걸려 있네
……
[신들의 아버지, 위대한 신 엔릴이]
[꿈에서 길가메시 왕과 대화했네]
[오, 길가메시, 내가 너의 운명을 왕의 운명으로 만들었으나 나는
그것을 영생의 운명으로 만들지 않았노라.]
[사람이 어떤 삶을 살더라도 상심하지 말지니]
[절망하지 말라, 마음 아파하지 말라!]
[인류의 죽음은 그렇게 온다. 내 너에게 말했거늘]
……
이름을 얻은 수만큼 많은 인간,
오래전부터 그들의 (장례) 동상이 만들어져
신들의 신전 안 예배소에 세워졌네.
그들의 이름을 어떻게 부르는지 잊지 않으리!
아루루 여신, 엔릴의 누나는,
그들의 이름을 위해 (인간들에게) 자손을 주었네.
그들의 동상은 오래전부터 만들어졌고 (그들의 이름은 여전히)
땅에서 불리네.
『길가메시 서사시』마지막 부분으로 길가메시의 죽음을 노래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 다르게 마무리 하는 판본도 있다.
길가메서 닌순 여신의 아들
앞으로 올 모든 세월 내내 닌투는 그에게 걸맞는 왕을 갖지 못하리
그에게 저항하지도, 그를 능가하지도 못하리!
오 길가메서, 쿨탑의 왕, 칭송이 자자하도다!
이상 1부와 2부를 통하여 길가메시의 사랑과 운명, 가족과 운명적 만남, 전쟁과 이별, 죽음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제 3부 『길가메시 서사시』는 ‘바빌로니아 구버전의 파편들’이라고 하여 더 구체적으로 길가메시에 대해 살피고 있다. 바빌로니아 파편들은 기원전 18세기에서 20세기에 구전되던 것을 기원전 14세기 초에서 기원전 13세기 말 사이 필경사들에 의해 습작된 서판으로 추정되며, 고바빌로니아 시기의 시 제목이 되었다고 한다. 시의 프롤로그를 보면
모든 왕을 능가하는 영웅다운 키
용맹스러운 우르크의 후예, 맹렬한 야생황소!
앞에서는 선봉장이었고
뒤에서는 동지들의 신뢰할 수 있는 이!
휘하 전사들을 엄호하는 든든한 방패
석축을 때리는 격류!
거룩한 야생 암소, 닌순 여신의 젖을 빤
루갈반다의 야생 황소, 천하장사 기운을 지닌 길가메서!
……
그 누가 왕의 지위에 대적하고
길가메시처럼 “짐이 왕이다”라고 선포할 수 있을까?
태어난 날부터 그의 이름은 길가메시,
삼분의 이는 신이요, 삼분의 일은 인간이었네.
야생에서 짐승의 젖을 먹고 자란 ‘엔키두’를 만나게 되는 운명, 둘이 형제가 되는 과정, 삼나무 숲으로 원정을 떠나고 훔바바 왕과 숲지기를 죽인다. 또 삼나무 숲으로 가던 중에 꾼 첫 번째와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의 꿈 이야기로 전개된다. 세상 모두를 다 가진 길가메시지만, 그가 가질 수 없었던 단 하나, 죽음? 불로장생이라는 인간의 꿈, 뱀이 훔쳐 간 불로초까지 별로 짜임은 없지만, 이렇듯 길고 긴 이야기를 기원전 21세기에 이미 지을 수 있었던 민족이 지금의 이란, 이라크 민족이 아닌가? 트럼프는 좀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물론 ‘알라’가 세상을 뒤집어 놓긴 했지만 말이다. - 4.15 오전
길가메시 토판 3장은 노르웨이의 스퀘엔 콜렉션에 있다. 2003년에 이어 2009년에도 이것이 번역 출판되었다. 모두 고바빌로니아시대 시다. 남부 바빌로니아에서 나온 파편들 연대는 기원전 18세기 초로 추정되고, 세 번째 장은 그보다 1세기 후쯤으로 추정된다. 삼나무 숲 원정을 다루고 있으며, 길가메시의 두 꿈 이야기와 엔키두의 해몽이 나온다.
길가메시는 누워서 쉬고 있었네
밤이 꿈을 불러왔네
한밤중에 그는 놀라며 깼네
그는 일어나 친구에게 말했네
“친구여, 내가 꿈을 꾸었네!
왜 나를 깨우지 않았나? 정말 무서웠는데
나는 어깨로 산을 떠받쳤네
산이 내게 쏟아져 나를 짓눌렀네.
……
하지만 그대가 본 이는 태양신 사마쉬 왕이었네
위기의 순간에 그가 자네의 손을 잡을 걸세.”
길가메시는 반가웠지, 그의 꿈은 상서로운 징조였네
그의 마음이 즐거워졌네, 얼굴이 환하게 빛났네.”
6박 7일 동안 발기해 매춘부 샴하트와 잔 엔키두지만, 결국 매춘부와 사냥꾼을 저주하게 되는데, 1922년에서 1924년 사이에 레너드 올리 경이 현대의 나시리아 서쪽인 남바빌로니아 갈데아의 우르를 발굴한 때 출토된 서판에는 이 이야기가 나온다. 태블릿의 연대는 기원전 12세기로 추정되고 엔키두가 임종하는 에피소드로 그는 덧 사냥꾼과 매춘부를 저주했다가 다시 축복하고, 저승 꿈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현재 영국박물관에 있다.
그는 성에 차게 사냥꾼을 저주한 후에
매춘부 또한 저주하기로 했네
“오라, 샴하트, 내가 너의 운명을 정하리니
내가 강력한 저주로 너를 저주하리라
내 저주가 지금부터 앞으로 네게 미치리!
히타이트 제국의 수도였던 하투사(현 아나톨리아)에서도 3가지 파편이 출토되었다. 기원전 13세기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은 베를린 근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고바빌로니아 파편들로 엔키두는 매춘부의 유혹을 받는데, 그녀는 야생을 떠나 사람들 사이에 자리 잡으라고 그를 부추긴다. 그녀는 자기 옷을 그에게 입히고는 두 사람은 목동들의 야영지로 들어가고 거기서 목동들은 그를 보고 감탄한다. 엔키두는 인간처럼 먹고 마시는 법을 배운다.
[매춘부가 엔키두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잘생겼어요, [엔키두 당신은 신과 비슷한데]
[어찌하여] 야수들과 야생을 [누비고 다니나요?]
[엔키두에게 [말하기를]
가세요, 제가 [목동들의 야영지로]
양우리가 있는 곳으로 [당신을 안내할게요!]
[그들은 그 앞에 맥주를 놓아주었네]
[그는 맥주를 쳐다보았네] 그는 당황했네.
[매춘부가 입을 열어]
[엔키두에게 말하기를]
“빵을 먹어요, 엔키두 [신에게 어울리니]
[맥주를 마셔요] 왕에게 어울리니!”
[엔키두는 배부르도록 빵을 먹었지]
[그는] 맥주 일곱 [병을 전부 다] 마셨네.
인간의 본능에 관한 이야기도 많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고대에, 세상을, 경험한 것을 그린 서사시는 일찍이 없었다. 1916년 처음 현대 언어로 번역된 후 길가메시 서사시는 최고의 문학 걸작으로 꼽혀왔다. 독일인 으로 아시리아어 연구가였던, 아르투웅다드가 번역한 이 시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시인은 환희와 경이로움에 사로잡혀 만나는 사람마다 “길가메시는 정말 굉장해요”라 외쳤다고 한다. 저자의 解題까지 읽어보지만, 너무 경이로워 그것을 여기에 다 옮기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면서 여기서 이만 줄일까 한다. - 4.16 오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