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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이 유배됐던 강원 영월군 청령포의 소나무 군락. 수령 200~300년의 소나무 700여 그루가 국가지정 명승 50호로 지정돼 있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건물이 단종이 기거하던 곳으로 2000년 문화재청이 신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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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성룡 형제 자취 따라 정자·서원 돌고
- 부용대 오르면 하회마을이 발아래
- 차 돌려 간 다음 코스는 단양 도담삼봉
- 절경에 반한 정도전이 풍월 읊던 곳
- 정선서 하룻밤 묵고 강원도 여정으로
- 아우라지 거쳐 스카이워크 체험
- 영월로 가 단종 유배지 청령포까지
'한여름 더위가 찾아오기 전에 가족 혹은 지인들과 여행을 통해 소중한 추억 하나쯤 남기고 싶다. 주어진 시간은 주말을 이용한 1박 2일 정도다.
짧은 일정을 고려할 때 국내 여행이다. 그런데 어디로 떠나야 하지'. '주말엔' 취재진은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해답이 될 만한 여행을 다녀왔다.
하회마을 |
옛 선비들이 머물던 뛰어난 풍광의 정자나 서원도 둘러보고, 조선시대 임금의 유배지를 찾아 역사 공부도 하는 일정이다.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숨은 보석 같은 명승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맑은 강물에 발을 담그고 뗏목을 타는 여유도 누려봤다. 부산지역 몇몇 여행사 대표도 함께한 이번 여행의
계획을 직접 짠 부산관광협회 장순복(대륙항공여행사 대표) 부회장은 "너무 빡빡하지 않으면서도 가봐야 할 곳을 실속 있게 둘러보는 옹골찬 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겸암정사-부용대-옥연정사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겸암정사 입구. |
처음으로 찾은 곳은 경북 안동시 풍천면. 부산에서 차량으로 출발한 지 꼭 3시간 만이다. 차량에서 내려 숲 속 오솔길을 10분 정도 걸어간 일행을 맞은 곳은 고풍스러운 정자. 하회 겸암정사(謙唵精舍)다. 겸암 류운룡(柳雲龍·1539~1601) 선생이 지었다고 한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류운룡은 서애 류성룡(柳成龍·1542~1607)의 친형이다. 겸암정사는 류운룡이 학문 연구와 제자 양성에 힘쓰던 곳으로 보통 정자와는 달리 서당 구실을 했다. 정자인 바깥채의 대청마루에 앉으니 바로 아래로 낙동강(지류)이 흐르고 건너편의 하회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겸암 선생이 이곳에 앉아 제자들을 가르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곳에 앉으면 누구나 선비가 될 듯하다. 미숫가루 냉커피 매실차 등의 음료도 판매하고 있다. 음료를 시키자 관리인(겸암의 후손)이 직접 겸암정사의 유래에 관해 설명해주는 '서비스'가 곁들여졌다. 대청마루 좌우에는 각 1칸의 방도 있다. 숙박도 가능하지만 하룻밤 묵는데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겸암정사에서 숲길을 조금 더 걸어 올라갔다. 꽤 높은 절벽인데, 부용대(芙蓉臺)라는 곳이다. 조금 전에 봤던 하회마을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부용이라는 이름은 중국 고사에 유래된 것으로 연꽃을 뜻한다. 하회마을은 들어선 모습이 마치 연꽃 같다고 한다. 하회마을을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이곳이 부용대가 된 이유다. 부용대는 애초에 '하회 북쪽에 있는 언덕'이란 뜻에서 '북애'라고 불리기도 했다.
옥연정사 |
부용대에서 더 들어가니 서애가 세운 정자인 옥연정사(玉淵精舍)가 자리하고 있다. 류성룡의 가세가 빈곤해 탄홍(誕弘) 스님이 10년 동안 곡식과 포목을 시주해 완공했다고 전해진다. 문간채·바깥채·안채·별당까지 갖추고 있으며, 강물의 맑고 푸른 빛을 따서 옥연정사라고 부른다. 류성룡은 임진왜란의 반성문인 '징비록(懲毖錄)'을 이곳에서 썼다고 한다. 징비록을 썼다는 조그만 방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옥연정사도 류성룡의 후손이 관리하고 있으며, 역시 관광객의 숙박이 가능하다.
■병산서원
만대루 |
차량으로 이동해 안동 병산서원(屛山書院)을 찾았다. 고려 말 풍산현에 있던 풍악서당(豊岳書堂)으로 풍산 류씨의 사학이었는데, 1572년(선조 5년) 류성룡이 이곳으로 옮겼다. 1613년(광해군 5년) 정경세(鄭經世)가 중심이 되어 지방 유림이 류성룡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존덕사(尊德祠)를 창건하고 위패를 모셨다. 1863년(철종 14년) '병산'이라는 사액을 받아 사액사원으로 승격되었다. 많은 학자를 배출하였으며,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의해 훼철되지 않고 남은 47개 서원 중 하나다. 입구의 커다란 누각인 만대루(晩對樓)의 모습이 압권이다.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만대루는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기둥으로 사용하고 대들보도 굽어 도는 강물 형상이다. '만대'는 두보의 시 '백제성루' 중 '푸른 절벽은 저녁 무렵 마주하기 좋으니'에서 유래했다. 해 질 무렵 만대루에 올라서 보는 낙동강과 병산의 모습은 주변 경치 중 으뜸이다.
■도담삼봉
도담삼봉 |
안동을 뒤로하고 이번에 찾아간 곳은 충북 단양의 도담삼봉(島潭三峰)이다. 단양팔경의 하나로 남한강 상류 한가운데에 3개의 기암으로 이루어진 섬을 말한다. 푸른 강물 가운데 우뚝 선 기암괴석이 모두 남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데, 가운데 봉우리가 가장 높고 큰 봉우리 허리쯤에 수각(水閣)이 있어 절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망루 구실을 한다. 조선왕조의 개국 공신인 정도전(鄭道傳)이 이곳 중앙봉에 정자를 짓고 이따금 찾아와서 경치를 구경하고 풍월을 읊었다고 하며,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고 한 것도 도담삼봉에 연유한 것이다.
■금강정
일행은 강원도 영월군으로 들어가 금강정(錦江亭)을 찾았다. 김복항(金福恒)이 건립했다는 정자다. 퇴계 이황이 안동에서 춘천으로 가던 중 금강정에 들러 지은 것으로 보이는 '금강정'이라는 시도 전하고 있다. 주위에는 낙화암(落花岩)·민충사(愍忠祠)·정조대왕태실비(正祖大王胎室碑) 등의 유물·유적이 있다. 금강정 아래로는 푸른 동강이 흐르고 그 앞에는 계족산과 태화산이 펼쳐져 있다. 첫날 일정을 마친 후 하룻밤을 머문 곳은 정선군 사북 읍내다. 사북은 한때 탄광촌으로 이름을 날렸던 곳이다. 지금은 대형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들어서면서 다시 한 번 들썩이고 있는 도시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전국이 얼어붙어 있었지만, 사북읍 경기는 예외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강원랜드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취재진의 숙소에서 몸을 뉘었다.
■아우라지-스카이워크
아우라지 |
다음 날 아침에 찾은 곳은 정선의 아우라지와 스카이워크. 아우라지는 정선군 여량면 여량 5리를 흐르는 강. 구절리에서 흐르는 송천과 삼척시 중봉산에서 흐르는 임계면의 골지천이 이곳에서 합류해 어우러진다 하여 아우라지라고 한다. 누추산 상원산 옥갑산 고양산 반론산 왕재산 등에 둘러싸여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물이 맑다. 합수지점에는 아우라지 처녀상과 최근에 지어진 정자각이 있다. 이곳에는 각지에서 몰려온 뱃사공들의 아리랑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정선아리랑 애정편'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정선읍 북실리와 귤암리 사이의 병방치 전망대에서는 한반도 모양의 밤섬 둘레를 동강 물줄기가 180도로 감싸 안고 흐르는 비경을 만날 수 있다. 병방치스카이워크는 해발 583m의 절벽 끝에 길이 11m의 U자형으로 돌출된 구조물이다. 바닥에 강화유리를 깔아 하늘 위를 걷는 듯하다.
■청령포
스카이워크 |
정선에서 다시 영월로 들어서 '섬 아닌 섬' 청령포(淸浦)로 향했다. 청령포는 3면이 남한강의 지류인 서강에 둘러싸여 있고 반대편에는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다. 배를 타고 건너가야 접근이 가능하다. 이곳은 1457년(세조 3년) 6월 조선 제6대 임금인 단종(端宗)이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되었던 곳이다. 그해 여름 홍수로 서강이 범람해 청령포가 물에 잠겼다. 단종은 강 건너 영월부의 객사인 관풍헌(觀風軒)으로 처소를 옮기기 전까지 두어 달간 이곳에서 생활했다. 워낙 지세가 험하고 강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단종이 이곳을 '육지고도(陸地孤島)'라고 표현했다고 전한다. 청령포에는 단종이 그곳에 살았음을 말해 주는 단묘유지비(端廟遺址碑)와 어가, 단종이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고 전하는 노산대, 한양에 남겨진 정순왕후를 생각하며 쌓은 돌탑, 외인의 접근을 금하기 위해 영조가 세웠다는 금표비(禁標碑)가 있다. 단종은 그해 10월 관풍헌에서 17살의 어린 나이에 숨졌다. 문화관광해설사 전순희 씨는 "단종이 사약을 받아 마시고 숨졌는지 아니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확실한 것은 가장 비운의 임금이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뗏목 체험
선암마을 평창강 |
이번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뗏목을 타는 것이다. 영월군 서면 옹정리 선암마을 평창강 선착장. 구명조끼를 챙겨 입고 뗏목에 올랐다. 평창강이 휘감고 있는 땅은 한반도의 지도를 그대로 빼닮았다. 뗏목은 한반도의 동해항에 해당하는 지점에서 출발해 인천 앞바다까지 1㎞ 구간을 왕복하게 된다. 뗏목은 이곳 마을 주민 공동체에서 운영하는데 옛날의 뱃사공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뗏목을 타고 가면서 강물에 발을 담글 수도 있다.
# 곤드레 비빔밥에 황태·더덕구이까지…정선에 가면 잡숴봐 '아리랑 정식'
첫날 점심은 안동 풍산읍의 소고기 전문점 '황소곳간'(054-843-2001)에서 먹었다. 메뉴는 불고기 정식(1인분 1만 원). 소고기와 당면을 푸짐하게 넣어 관광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충분하다. 가짓수는 많지는 않지만 밑반찬도 비교적 깔끔하다. 수백 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실내가 넓고, 야외 주차장도 대형 관광버스가 주차하기에 충분하다.
첫날 저녁과 다음 날 아침은 정선 사북읍의 '혜원가든'(011-592-3356)에서 해결했다. 저녁 메뉴는 흑돼지삼겹구이(200g·1만6000원). 제주산 흑돼지를 두툼하게 썰어낸 흑돼지삼겹구이는 강원도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 술 안주로 그야말로 제격이다. 다음 날 빠듯한 일정 때문인지 다들 힘들게(?)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튿날 아침도 갈길 바쁜 여행객의 속을 든든하고 편안하게 해줬다. 이 지역 특산물인 황태 북엇국에 고등어구이와 돼지두루치기, 그리고 각종 쌈 채소가 곁들여진 웰빙쌈밥정식(1인분 1만2000원)이다. 상이 비좁을 정도다.
점심은 유명 관광지로 부상한 정선 5일장 내에 있는 '정선아리랑식당'(033-563-1500)에서 아리랑정식(1인분 1만3000원)을 먹었다. 강원도 대표 산나물인 곤드레를 넣은 비빔밥에 황태·더덕구이가 차려졌다. 된장찌개와 오이생김치 열무김치 산나물무침 등도 상에 올랐다. 여기에 반주는 곤드레막걸리. 이럴 땐 여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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