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10년 10월 13일 수요일이다.
아침 6시반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먼저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신문을 비롯하여
몇몇 사이트에 들려 정보를 파악하고 'kb39cyber'와 '삼덕동집'에 글과 그림을 올린다.
작년까지는 내 카페 '삼덕동집'과 39홈페이지, 대학동기회 홈피에만 관여하면 됐는데
올 해 초부터 39카페의 카페지기도 맡게 돼 일감이 늘어났다.
몇년째 하는 일이라 이력이 날만도 하련만 쉽지가 않다. 그냥 퍼다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창작성 작품 편집이라도 하려면 머리를 써야 하고 시간도 걸린다.
그래서 아침 시간에는 1~2시간, 저녁에는 2시간 정도 이 일에 몰두해야 해서
다소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시력도 조금씩 나빠지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오늘은 날씨가 좋을 것 같다. 수요일이라 서예공부하러 가는 날이다.
서초동 예술의 전당의 가을 풍경이 한 주일 사이에 더욱 확연해졌다.



전두환 전대통령의 필적이 새겨진 돌 표시판을 지켜보며 지난다.
전두환 대통령의 치적중에서 가장 잘한 것 중의 하나는 이 곳 우면산 그린벨트지역에
과감히 예술의 전당을 건립하도록 한 일이라는 생각을 이 곳을 지날 때마다 하곤 한다.

노랗게 익은 감과 고운 단풍이 가을이 짙어가고 있음을 알린다.

서예박물관 건물의 서예교실에 들어가면 가져온 과제물을 게시판에 붙인다.
지도교수인 是軒선생한테서 글써온 것을 체크를 받기 위해서다.
벌써 몇 사람이 먼저 붙여놓은 글씨 옆에 내가 써간 글씨를 붙였다.


어릴 때는 글씨 잘 쓴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나이 들어 서예를 시작해보니
뜻대로 잘 되지가 않는다. 그래도 시작한 일이라 7년 넘어 계속하고 있다.

선생님은 하나 하나 잘못된 곳을 지적하는데, 어느새 써간 글씨는 빨간 색갈로 채색이 된다.
보통 날은 공부가 끝나면 모차르트 식당에서 일행이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그러나 오늘은 사정이 다르다. 39동기동창회 임원회의가 있어 먼저 실례를 해야한다.
지하철을 타고 교대역 8번 출구로 나가 '남촌'식당을 향한다.
벌써 몇해 째 이 집에서 39동기회 임원들이 점심 모임을 갖고 중대사(?)를 논의해오고 있다.


오늘의 관심사는 27일 야유회 행사에 관한 건이다. 권인혁회장이 오명식등산회장과 숙의를 하고 있다.

여기서 잠시 내 신상 얘기를 늘어놓는다면, 나는 올 해로 5년째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김상식동문이 나보다 선임이었는데, 올 해부터는 그는 자유의 몸이 되어
이젠 내가 부회장 중에는 가장 고참이 된 처지다. 국회의원도 임기가 4년이면 끝나는데
너무 오래 한다싶어 이젠 빼달라고 간청했지만 한 해 더 하라고 새회장이 강권을 해서
부득이 주저 앉았다. 동창회에 별 도움이 되지도 못하면서 계속하기가 송구스럽기만 하다.
내년 임원 개선 때에는 꼭 빼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남촌에서 나온 발길은 양재역 부근 헬스클럽 '스포타임'으로 향한다.
매주 월, 수, 금요일 오후에는 늘 이 곳에 온다. 헬스기구 즐비한 체력단련실에는
들어가지 않고 뒷 우면산의 산책로를 올라가 한시간 남짓 걷고 내려와 목욕을 한다.
전에는 집 가까운 대모산에 주로 올랐는데, 몇 해 전부터 이 곳에서 걷고
내려와 바로 목욕하는 것이 편리하여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혼자 이만하면 건강관리가 되리라고 자위한다.


우리나라에서 천재(天災)는 인재(人災)가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지만
이곳 우면산 기슭은 이젠 공원이 돼버려 산 본래의 모습은 해마다 사라지고 있다.
구청에선 길을 넓히고 각종 시설물을 설치하고 이상한 외래종 식물들을 심는다.
그래서 본래의 숲의 모습은 사라지게 하더니 지난 번 곤파스인가 하는 태풍에
수십년된 나무가 백여그루가 더 쓰러졌다. 그 동안 10년 넘게 이 곳을 오르내려도
이런 참변은 처음 봐 가슴 아팠다. 한 달 넘게 인부들이 수고하여 정리한 광경이다.



이 정자같은 시설은 올 해 설치한 것인데 별로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
가끔 정체불명의 아줌마부대가 와서 한참 떠들다가 갈 뿐이다.

점차 숲은 사라지고 산은 제 모습을 잃는 것이 안타깝지만 무력한 일개 구민으로선 별 도리가 없다.
그래도 도심 한 가운데 아직 이만한 산책로가 남아 있는 것이 다행스럽다고 마음을 고쳐 잡는다.

집에 와서 저녁 시간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 중계를 봤다.
출발은 무난한 것 같아 밥을 먹고 다시 TV를 켜니 왠걸 5대0으로 삼성이 지고 있다.
꺼버릴려고 하다 그래도 하고 봤더니 잘 던지던 히메네스가 손가락에 물집이 생겼다더니
4번 최형우에게 2점 홈런을 맞고 강판 당해버린다. 그렇다면 게임이 되겠구나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김상수가 2타점 적시타를 때려 5대4로 따라 붙는다.

아시는 분 계십니까. 이 재간동이 김상수가 경북교 출신이라는 사실을...
이승엽이 떠난 삼성에 경북고 출신은 배영수와 김상수 정도다.
이 번 5차전은 박한이와 김상수가 찬스 때마다 공격을 주도해 이겼다.

그래서 삼성이 4년만에 한국시리즈 진출했다고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살아보니 모든 일에는 운(運)이 따라야 되는 법이더라구요...

이렇게 하여 오늘 하루도 다 가고 있다. 어느덧 10월도 절반이 갔다.
1년중 가장 좋은 계절인 가을ㅡ 10월을 뜻깊게, 즐겁게 살아야 할텐데 하면서...
첫댓글 학헌 형 글을 읽고 참으로 뜻있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읍을 실감합니다.아무리 열정의 힘이라 해도 3개 홈페이지 관장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 찬탄해 마지 않습니다. 겯들여 여가선용과 건강관리도 누구보다 잘 하고있읍을 엳보겠읍니다만, 오래오래 건강유지하시고 유유젹적 나날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鶴軒형이 선사하는 안티에이징 공간! 너무 너무 감사 합니다.
월주, 금송 두 분의 과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실은 어제 아침 집을 나서면서 디카를 가지고 나가서 시야에 들어오는대로 대충 찍었던 것인데, 사진만 올리기가 무엇하여 설명 글을 쓰려고 한 것이 이렇게 문장 비슷하게 된 것입니다. 꿈보다 해몽을 좋게 해주셔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학헌은 특급 인생 살아온 사람. 특급 사람. 그러나 건강 챙기시오. 39에에 대한 헌신적 노력 늘 감사히 생각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