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개인과 학교를 넘어선 가족, 시민 참여기반의 지역공동체 활성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들이 추진되고 있다. 국가별 지역사회 연계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통해 공동체•시민의식 함양, 시민참여 제고, 지역사회 활성화 등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가치창출 효과를 되짚어보자.
미국
‘창의적 공간 만들기 (Creative Placemaking)’
미국국립예술기금위원회(NEA)가 지원한 지역활성화 우수사례로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한 지역들이 주요시설, 인프라를 활용하여, 예술작품 창작워크숍 및 전시, 공연을 개최하고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공동체 의식 함양뿐만 아니라 지역의 자율성, 다양성 제고, 지역경제(문화산업) 활성화 효과를 얻었다. 시카고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은2,500명의 학생 대상 멘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벽화제작 및 거리공연, 연극, 전시회에 직접 참여하도록 지원했으며, 필라델피아 벽화 프로젝트에는 학생 2,500명, 재소자 400명, 예술가 300명이 참여하여 미 국 최대 도시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또한 미국 내 다민족, 이민자가 다수 거주하고 있는 포틀랜드에서는 공공미술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스토리텔링, 글짓기, 모자이크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다. 지역활성화 우수사례 요건도 제시했는데, 신뢰할 수 있는 계획 및 모니터링 과정, 명확한 수혜대상, 지역공동체 리더의 프로젝트 전 과정 참여, 지역사회에 대한 프로젝트의 영향력, 다양한 환경에의 적용 가능성 등이 거론되었다.
독일
‘루르 2010(Ruhr 2010)’ 프로젝트
과거 독일 최대 탄광 생산지대인 북서부 루르 지역 활성화 정책으로 문화시설기반 확장, 문화예술공연 활성화, 지역문화예술 교육진흥을 통한 문화인프라 형성을 목표로 ‘루르 2010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당시 독일 53개 도시가 과거 탄광촌 지역으로 학생수 감소, 2025년 평균연령 47.6세 예상 등, 지역적 인구노령화 문제와 정규수업의 예술교육 축소가 문제가 되고 있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문화예술단체, 학교, 사회복지기관과 협력하여 지역의 통합적 문화예술교육 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다. ‘루르 2010’의 차별성은 유럽의 타 문화수도와는 달리, 도르트문트, 에센, 보훔, 뒤센베르크 등 53개 도심지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도시간 경쟁이 아닌, 연대, 협동 정신을 목표로 도시별 고유의 문화예술 공동체 사업을 병행 추진했다는 점이다. 총 6550만 유로(한화 약 943억원)라는 비교적 적은 예산규모와 경기침체로 인한 연방정부의 지원약화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나 민간을 통해 재원을 조성했으며, 기존 문화예술 시설을 활용하고, 현지 예술 단체와 협력하여 문화 예술 소프트 인프라(인적 노하우) 구축에 주력했다는 점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유럽
아트-아이디어 – 유럽의 문화와 도시재생을 위한 토론
유럽 내에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창의적, 예술적 해결방안을 탐구하는 비영리 기관인 유럽 아트-아이디어(Art-idea)는 2013년 4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미래의 도시와 행사에 대한 아이디어’라는 주제의 회의를 개최했다. 본 회의에는 ‘Eventful Cities: Cultural Management and Urban Revitalisation(행사가 가득한 도시들: 문화적 관리 및 도시 재활성화)’의 저자 Greg Richard 및 Robert Palmer를 비롯한 유럽 내 전문가 및 실행가들이 참석해, 유럽 문화예술 행사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유럽의 문화예술행사와 도시재생을 위한 도전과제로는 ‘시민들만의’ 공간 확보에 대한 수요증가와 대중의 진정한 행사참여 및 기존의 관습을 깨는 즉흥적 문화행사가 확산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유럽정책은 현재의 경제적 관점 중심의 통제적 문화행사에서 대중의 창의성, 자율성을 존중하는 행사 추진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문화를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여 생산하는 사람, 즉 ‘문화소비-생산자(Prosumtive)’를 시민대상 문화행사 및 프로그램을 통해 양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문화청 – 지역사회 문화예술활동 활성화 정책
일본정부는 2011년 문화청 정책자료를 통해 지역주민과 지방정부, 문화단체들의 협력, 참가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 프로젝트 및 행사, 연수 프로그램 사례를 소개하고, 문화예술활동을 통한 지역사회 활성화 정책성과를 소개했다. 문화프로젝트 진흥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시민 문화파워 프로젝트는 일본 ‘시가’현의 고(古)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예술가와 학교교육을 연결하여 문화예술체험수업을 교과과정에 도입한 것으로 지역문화단체, 기업, 지방정부의 협력을 기반으로 운영되었다. 창의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는 지역주민들이 공공단체들과 협의해 지역의 문화환경 조성에 직접 참여하거나,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며, 매년 일본 문화청에서 우수사례 도시를 선정하여, 지역간 네트워크 형성을 유도한다. 선정된 도시들은 밴드, 음악공연, 연극, 시민 오케스트라 등을 구성해 창의도시 축제에 참여한다. 전국 청소년 문화축제(Bunkasai/文化祭)는1977년부터 개최된 일본 최대 규모의 중고등학생 대상 문화축제로 매년 10~11월 주말에 개최된다. 축제 참가학생들은 직접 기획, 진행에 참여하고, 축제는 주최지역의 전통문화예술공연 및 합창단, 깃발 퍼레이드, 미술 및 공예품 전시 등 다양한 지역문화를 소재로 구성된다.
일본
야마구치 예술미디어센터(YCAM) – 기술과 예술의 융합, 새로운 시민 문화예술환경 제공
2003년, 인구 약 19만 명의 야마구치 시는 미디어와 예술을 결합시킨 예술센터를 창립했다. 예술가뿐만 아니라 일반시민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 복합공간 제공’을 목표로 공연, 전시, 영화상영, 시립도서관으로 구성된 이 공간에서 탄생한 작품과 성과는 일본 전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초청, 소개되고 있다.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 사례로, 롤파크에서는 특수조명 및 음향시설이 설치된 공간에서 어린이들 스스로 새로운 놀이를 만들고, ‘어린이 아이디어 박스’를 출입구에 설치해서, 어린이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롤파크 시설보완과 발전에 적극 반영한다. 몸의 언어프로그램은 특수 모니터가 어린이들의 동작을 인식하여 언어로 출력하면, 그 언어를 단서로 어린이들이 또 다른 몸의 움직임을 만들어나가는 놀이이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창의력을 신장시킨다. 감각깨우기는 4시간 동안 10명의 아이들이 자유자재로 늘어져 있는 고무줄을 이용해 ‘공간과 움직임을 몸으로 느끼며 관찰하고, 자신도 몰랐던 신체의 감각을 깨우고 새로운 의식을 자극하여 발전시키는 체험을 한다. 성인 대상 프로그램 사례로 아이투아이(Eye to Eye)프로그램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용가능한 시선추적시스템을 이용, 참여가사 같은 공간 내 서로의 시선동선으로 파악하고 시야와 무의식, 개인 성향과 심리를 활용한 다양한 게임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시각의 움직임과 무의식을 직접 확인함으로써 무궁무진한 예술적 접근을 가능하게 돕는다. 퍼포먼스 라운지 시리즈는 청중들이 작성한 지시사항을 터치 패널 키보드로 옮기고, 전문 오르가니스트의 연주에 맞춰 즉흥 그림자 춤으로 표현함으로써 무대를 함께 구성해나간다. 야마구치 시에 거주하는 60대 남녀가 그림자 댄스에 참여해 이들의 예상치 못한 표현방식과 독특한 발상이 공연에 특별함을 더했다.
이 밖에 남미, 오세아니아에서도 도시재생과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시민과 지역정부 관계자, 지역예술가가 프로그램 기획, 운영, 평가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이 프로그램이 지역사회의 문화, 경제를 부흥시키는 선순환적 관계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글_ 국제교류팀 송미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