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 생명공학기술로 부활된 공룡들이 등장하는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Jurassic World: Fallen Kingdom, 2018)’이 최근 국내에서도 개봉되었다.
몇 년 전에 선보인 첫 편에 이어서 쥬라기 월드라는 제목으로는 두 번째 작품인데, 모두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지난 1990년대에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던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 시리즈의 속편 격인 셈이다.
최근 개봉된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의 포스터. ⓒ 유니버설픽처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전작 시리즈에 비해 주제와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외에서 다시 한 번 공룡 열풍을 불러온 듯하다.
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이미 멸종된 동물을 유전자복제 등을 통하여 복원하는 일이 가능한지, 또한 여러 동물의 유전자를 섞어서 새로운 동물을 탄생시킬 가능성 및 그에 따른 문제 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서식지가 파괴되거나 고립되어 생존의 위협을 받는 동물들을 체세포 복제 방법 등으로 살리려는 시도는 이른바 ‘현대판 노아의 방주’ 계획으로 불린다.
크고 구부러진 뿔을 지닌 중앙아시아의 야생 양 ‘아르갈리(Argali)’, 우리나라에서는 ‘백두산 호랑이’라 불리는 시베리아 호랑이, 중국의 상징동물로서 세계적으로 1800여 마리밖에 없는 자이언트 팬더(Giant Panda) 등이 그 대상으로 꼽힌다.
영화에서처럼 공룡을 복원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이미 멸종되어 자취를 감춘 동물 몇몇은 이미 유전자 복제 등을 통하여 복원하는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1936년 멸종한 태즈메이니아 호랑이. ⓒ Free photo
대표적인 예가 태즈메이니아 호랑이(Tasmanian Tiger)인데, 몸에 줄무늬가 있어서 호랑이라 불리지만 몸집이나 머리 모습은 늑대에 가깝고, 캥거루처럼 아기 주머니를 지닌 특이한 동물이다.
이 동물은 1936년에 이미 멸종됐으나 새끼의 표본이 1866년부터 알코올 병에 담겨져 보존되어 왔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과학자들은 태즈메이니아 호랑이 새끼의 표본으로부터 DNA를 성공적으로 추출해냈을 뿐 아니라, 사체 조직의 간, 심장, 근육 등의 샘플을 분석하여 DNA가 세포분열이 가능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가장 활발한 복원 연구가 진행 중인 동물은 1만 년에서 수천 년 전에서 멸종한 코끼리의 조상 매머드(Mammoth)이다.
지난 1977년에 추운 시베리아 지방에서 얼어붙은 채 발견된 매머드 사체의 피부, 내부 장기 등이 매우 양호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에, 미국, 일본, 러시아 등이 주축이 된 국제 연구팀은 매머드의 DNA를 추출한 후 현생 코끼리를 대리모로 하여 복제하는 방안 등을 연구해왔다.
몇 년 전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매머드의 DNA를 분석하여 유전자 14개를 복제한 후, 아시아 코끼리의 유전자에 매머드의 유전자 일부를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복원 연구가 진행 중인 매머드의 화석. ⓒ Ivtorov
그러나 이러한 멸종 동물 혹은 멸종 위기 동물의 복제에 대해, 복제된 동물들이 과연 야생에서 제대로 생존하여 대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불분명하고, 도리어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비판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최강의 신종 공룡 ‘인도미누스 렉스’이다.
이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 벨로시랩터 등 여러 공룡의 유전자를 결합하였을 뿐 아니라, 보호색을 지니는 오징어 등 다른 동물 종들의 유전자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전편에서 뛰어난 지능과 능란한 위장술로 공원 관리자들을 속이고 탈출하면서 공원 전체를 혼란과 공포에 빠뜨린 바 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이 공룡을 더욱 업그레이드하려는 것으로 나온다.
두 개 이상의 유전적으로 다른 개체에서 유래하는 세포, 핵, 염색체 혹은 유전자를 함유한 동물을 이른바 키메라 동물(chimeric animal)이라 부른다. 머리는 사자, 몸통은 염소, 꼬리는 뱀 또는 용의 형상이라고 묘사되는 그리스 신화의 괴물 키메라(Chimaera)에서 따온 말로, 영화의 인도미누스 렉스가 바로 ‘키메라 공룡’인 셈이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괴물 키메라 ⓒ Free photo
생쥐를 이용한 키메라 동물이 1962년 처음으로 성공한 이후 연구가 활발히 되어 왔으나, 사람과 다른 동물의 결합 가능성 때문에 윤리적인 논란도 지속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2년에 민간 생명공학연구소가 인간의 배아줄기세포를 쥐에 이식한 ‘키메라 쥐’를 탄생시켰다고 하여 생명윤리 논란을 가중시킨 바 있다.
키메라 동물의 탄생에 매우 유용하게 이용되는 것으로, 특정 유전자를 마음대로 빼내거나 다른 유전자로 치환할 수 있는 이른바 ‘유전자 가위기술’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매머드 복원 연구 역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현생 코끼리의 유전자와 매머드 유전자를 바꿔치기한 것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생물학자들인 미국의 마리오 카페키, 올리버 스미시스와 영국의 마틴 에번스는 지난 2007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이들은 이 기술을 이용하여 특정 유전자들을 없앤 ‘유전자 적중 생쥐’를 만들었고, 배아줄기세포 단계로까지 더욱 발전시켰다.
이들 유전자 적중 쥐는 주로 암, 당뇨병, 치매와 같은 질병과 연관된 유전자를 없앤 쥐이기 때문에, 향후 질병 연구 및 치료 등을 위하여 매우 유용하다.
이미 500개 이상의 유전자에 대해 유전자 적중 쥐가 만들어졌는데, 각각의 유전자 적중 쥐를 교환하며 연구를 하면,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데 필수적인 유전자의 관계를 파악하여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키메라 동물은 장기이식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즉 신장, 간 등 장기이식이 시급히 필요한 환자들의 수에 비해, 장기 공급은 항상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데, ‘키메라 장기’가 그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신장 이식을 원하는 환자의 피부 세포 일부를 떼어내 거기서 줄기 세포를 추출하고, 돼지의 배반에 이식한 후에 새끼 돼지가 태어나서 신장을 적출한다면, 환자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신장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키메라 장기는 각각 환자의 유전자에 부합되도록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면역 거부 우려가 없다.
그러나 키메라 장기 역시 사람의 유전자를 지닌 돼지에 대한 윤리적인 측면에서의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
실험동물과 인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므로 인간 존엄성에 문제가 생길 뿐 아니라, 식용이나 연구목적의 동물과 키메라 장기 배양 목적의 동물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윤리적으로 모호해진다. 또한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전염되는 동물원성 감염 질병들이 새로 발생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