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막힌 것을 뚫는 개복숭아(돌복숭아).
어릴 때 할머니가 꼭 어두운 밤에 복숭아를 주면서 먹으면 예뻐진다고 했다. 가끔은 벌레가 먹은 것도 있었는데 다 먹으라고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먹기가 거북한 것을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밤에 약으로 먹였던 것 같다. 그때 필자는 마른 기침을 심하게 했었다.
복숭아하면 예전에 강모씨가 주연한 도화(桃花)가 생각나고 안평대군의 꿈을 그렸다는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그리고 무릉도원(武陵桃源)과 삼국지연의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은 도원결의(桃園結義)가 생각나기도 한다. 하여튼 복숭아에 대해서는 그 효능만큼이나 꽃이 아름다워서 일화가 많은 것 같다.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는데 어떤 스님이 몸이 좋지 않아 산중에 들어가 복숭아를 따먹고 그 진과 진피를 먹고 병을 고쳤을 뿐만 아니라 살색이 고아져서 30년은 젊게 보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복숭아는 선과로 알려져왔다.
우리가 흔히 개복숭아라고 부르는 복숭아는 돌복숭아 또는 들복숭아, 산복숭아, 복사나무라고도 한다. 다른 이름으로는 산도, 산모도, 야도, 화도라고도 한다.
나무의 가지는 도지, 껍질은 도피, 도수피, 도백피, 도경백피라고 한다.
잎은 도옆, 꽃은 도화, 덜 익은 열매는 선열매, 귀촉루, 도호, 벽도건, 건도, 기도, 도건, 음도자 등으로 불리며 익은 열매는 도자, 도실, 복숭아라고 부른다. 씨앗은 도인, 핵도인이라 하며 뿌리는 도근, 도수근이라 부른다.
복숭아는 어혈을 제거하고 뭉친 기운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효능이 있으며 막힌 것을 뚫고 몸 안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벌레를 죽인다. 또한 기가 위로 치밀어오르는 것을 막고 기침을 멎게 하며 명치끝이 아픈 것을 치료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 향약제생집성방(鄕藥濟生集成方)-
꽃은 살결을 곱게 하고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부은 것을 가라앉히고 결석을 삭이며 뱃속의 벌레를 없애준다. 또한 얼굴빛을 곱게 하여 젊음을 찾아주고 여성의 냉증을 치료한다. 꽃으로 차를 만들기도 하고 효소를 담거나 담금주를 만들어 복용하면 좋다.
나무가지에 상처를 내면 뭉글한 진이 나온다. 또는 가끔 열매에 진이 맺혀있다. 이 진은 사기를 치료하고 명치끝의 통증을 제거하고 뱃속의 덩어리를 삭인다. 그리고 위와 장을 보하며 추위와 더위를 타지 않게 한다. 진을 오래 먹으면 배가 고프지 않게 되고 보약을 지을 때 첨가하면 더욱 좋다.
*진은 간경화나 신장염, 신부전증으로 복수가 차고 몸이 부을 때 뛰어난 약성을 발휘한다.
또한 진은 안면신경마비에도 특효하다. 얼굴 한쪽이 마비되어 음식을 먹기 힘들고 눈을 깜박이기 어려울 때 약 30~40g정도를 그릇에 태우면서 마비된 쪽에 연기를 쐰다. 대개 빠르면 2~3일 늦으면 7~10정도 되면 마비된 것이 풀린다.
열매와 씨, 잎, 모두 먹을 수 있지만 그중에 으뜸이 복숭아진이다. 거의 만병통치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씨는 도인이라한다. 기침이나 천식, 기관지염에 특효하다. 어릴적 할머님께서 어두운 밤에 복숭아를 먹도록 하면서 갈라진 껍질을 쪼개어 그 속에 든 씨앗까지 먹으라 했었다.
씨는 폐를 튼튼하게 하고 뱃속의 딱딱한 덩어리를 삭이며 잔 기침을 멎게 한다. 잘 멎지 않는 기침과 천식은 말린 복숭아씨를 볶아서 가루내어 꿀에 재워 두었다가 하루에 세번 한 숟가락씩 복용한다. 꾸준히 일주일 정도 복용하면 가래가 삭여지고 기침이 줄며 한달이 지나면 천식도 호전된다. 꾸준히 두세 달 장복하면 천식도 완치가 가능하다.
또 씨를 노랗게 볶아서 죽을 쑤어 먹거나 가루내어서 꿀로 개어 환을 만들어 복용을 해도 된다. 담금주로도 마실 수 있는데 30도 이상의 소주에 담가 6개월 이상 지난 후 하루에 한두 잔씩 마신다.
마지막으로 껍질은 도경백피라 한다. 겉껍질을 벗겨 속껍질을 햇볕에 말려서 쓴다. 껍질을 달여서 마시거나 씻으면 부종, 복통, 폐열, 옹저, 습창, 연수창에 잘 듣는다. 맛은 쓰지만 성질이 평하고 독이 없어 누구에게나 잘 듣는다.
복숭아는 피부미용에도 뛰어난 효능이 있다.
주근깨, 기미를 없애고 얼굴색을 밝게 한다. 또한 류마티스성 관절염이나 임파선 결핵, 폐농양, 만성기관지염, 만성간염, 신장병, 구토, 부종, 비염, 천식 등에 효과가 있다.
헌데 우리가 흔히 시중에서 구입하는 개량종 복숭아는 그리 약성이 뛰어나지 못하다. 약성이 거의 없는 것도 있으며 있다하더라도 치료의 기능이 약하다. 복숭아는 개복숭아가 약성이 뛰어나다. 유전자를 변형한 개량복숭아는 빛깔도 좋고 때깔도 좋고 맛도 좋지만 실속은 없다.
벌레가 많고 볼품이 없다고 개복숭아를 무시하면 안 된다. 겉은 번지르르하고 속이 빈 사람보다는 단정하고 속이 깊은 사람이 더 진국인 것처럼 말이다.
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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