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역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꼭 필요한 것에 대해선 들어야겠지만, 부당한 처신에 대해서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게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내가 수습사원으로 있을 때의 얘기였다. 뭘 믿고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말을 하자마자, 사장님께서는 이런 말이 나왔다.
“그만 둬 줬으면 좋겠어.”
지금 생각하면, 사장님의 이 말에 사장님이 기대한 대답은 다른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별다른 용기도 없던 나는 그렇게 회사를 나왔다. 수습기간 한 달도 안 되어서 물을 먹은 것이다.
2019년의 어느 날, 나는 작가되기를 꿈꾸며 글을 써내려가면서 이때를 회상한다. 그때 나는 너무 아팠다. 지금은 술을 마시지 않지만, 그날은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앞날에 대한 희망 같은 것 없어 보였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 이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나는 어쩌면 그때의 상처를 평생 간직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은 익숙해지기 마련인가. 이제는 일을 구하고 또 자연스럽게 퇴직하곤 하는게 일상이 되었다. 그 이후, 그럴 듯하게, '나는 성공했다', 라는 일화를 남겼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나는 그런 성공담을 써 내려가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 이후로 계속 실패했다. 사랑에 실패했고, 취업에 실패했다. 대신, 근근이 단기계약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포기했었던 작가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도 실패했던 일들을 회상하고, 실수했던 일들을 회상한다. 그러나 그것이 오늘날 나의 일상적인 행복을 앗아가는 요인은 아니다. 나는 꿈을 꾸고 있기에 오늘 행복할 수 있다. 나를 내쫓았던 사장님은 분명 내게 많은 실망을 했을 것이고, 나 역시 사장님께 받은 상처는 클 것이다. 그러나 그때가 있었기에 나는 오늘, 더욱더 큰 꿈을 꾼다. 작가가 되는 꿈. 작가가 되어, 세상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일. 그 작은 출발점에 나는 서 있다.
실패한 이야기들이 위안을 주는 거라고 백영옥 작가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이라는 에세이에 나온다. 성공담은 부러워할 뿐, 그다지 큰 위안을 주는 것 같지 않다. 성공하기 위해 실패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희망을 주고 또 위안을 준다. 나는 실패하고 또 실패했다. 작가로서의 꿈을 꾸면서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의 글 때문에 절망하고 좌절한다. 그러다가 수백번 거절을 당하고 나서야 성공을 할 수 있었던 위인들의 이야기에 희망을 갖게 된다. 나는 정말 많이 실패했다. 그 실패가 쌓일수록 나의 성공도 가까워져 있을 거란 그런 기대감에 희망을 걸어본다.
성공은 빨리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어쩌면 죽을 때까지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산다면 나는 정말 매일 행복하지 않을까. 그러므로 나는 많이 실패했지만 행복한 사람이다. 매일 꿈을 꿀 수 있으니까.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그 희망에 기대어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또 이력서를 넣기도 한다. 또 어떤 삶이 나를 즐겁게 할지 모르니까. 포기하지 않는 한, 나는 실패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매일매일 성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