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읍 월곡리 마을안길을 따라 굽이굽이 들어가면 야트막한 산과 들녘에 싱그러운 초록이가 한창이다. 여름의 무더위를 잊게하는 초록이들 사이에 반가운 표지판이 보이면 논 사이에 자리한 '그림책꽃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책방 마당 풍경도 운치있어 여름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책을 읽어도 좋은 공간이다. 마침 김미자 대표가 책방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아이들과 숨바꼭질 하며 맘껏 뛰어 놀기도 좋아 시골 할머니집에 온 것처럼 편안한 풍경이다.
김미자 대표(필명: 감자꽃)는 강원도 정선 출신이지만 5살 무렵 서울로 이사와 그곳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 집에 있는 책이라고는 노란색의 전화번호부뿐이어서 책을 마음껏 읽고 싶었지만 요즘처럼 책이 흔한 시절이 아니라 책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고 한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지만 가정경제도 안 좋고 남아선호사상이 뿌리깊은 집안에서 자라다보니 늘 뒷전에 밀려나야 했다고 한다.
감자꽃은 남편을 만나 결혼하면서 육아와 살림을 하며 열심히 살았는데 마음 한구석에 불쑥불쑥 올라오는 뭔가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철이들기 시작하면서 뭔가 공부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현실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막막했다고 한다.
직장다니는 남편과 살림만 하는 아내의 대화코드가 맞지않아 가슴속에서 치미는 뭔가를 어디서 어떻게 풀어 낼지 몰라 방황하던 중 은행에서 우연히 잡지를 보다가 박완서 장편소설 '나목'을 접하고 일사천리로 읽었다고 한다.
그후 자녀들을 키우면서 처음으로 그림책을 접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그림책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위로를 받으며, 이유도 모른 채 그림책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어린이책에 매료된 감자꽃은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들어가 활동을 시작했다.
활동을 하면서 만난 권정생, 이원수 등의 좋은 어린이책을 많이 만났고, 글을 쓰기 시작하며 치유를 경험했다.
이후 구로에 그림책 카페를 차렸고, 그림책에 관심 있던 엄마들과 함께 20년 넘게 자녀들과 함께 읽었던 그림책으로 그림책 인문모임 '그림책꽃밭'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그림책 동아리인 그림책꽃밭은 2년에 한 기수 씩, 총 4기까지 운영했다. 그러던 중 구로구청의 제안으로 '흥부네 그림책 도서관'을 수탁 운영하며 감자꽃의 신념과 철학이 담긴 그림책 도서관을 만들었다.
하지만 갑자기 병마가 찾아오면 감자꽃은 인생의 한 고비를 넘겨야 했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그림책 사랑하는 마음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죽기 전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특별한 열정을 쏟아서인지 감자꽃만의 신념과 철학으로 일구어낸 ‘흥부네 그림책 도서관’은 아직까지 작은도서관 운영의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후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감자꽃은 내일 죽어도 오늘은 호미질 하는 시골 할머니가 되고 싶어 귀촌을 준비했다. 어린이나 어른이 아름답고 훌륭한 그림책을 실컷 읽을 수 있는 도서관 같은 서점을 운영하기 위해 장소를 알아보던 중 지인의 도움으로 당진에 내려왔다.
시골 할머니가 되어 서점과 그림책 마을을 만들고, 꽃과 정원이 있고 그림책으로 가득한 그림책꽃밭을 열고 싶다는 감자꽃의 두 번째 인생은 ,2019년 8월에 당진에서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림책 꽃밭 벽면엔 까치발을 들어도 손이 닿을 수 없는 곳까지 그림책이 빼곡히 꽂혀 있다. 아이들이 사용할 공간이기에 최대한 인위적인 것들을 배제하고, 원목을 그대로 살렸다. 빼곡한 책장 사이에는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공간도 많이 배치했다. 바닥에 엎드려서, 때로는 소파에서 앉아서 원하는 만큼 그림책을 읽을 수 있도록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들도 많이 있다. 책을 판매하는 책방에 책을 읽는 공간이 훨씬 넓어 그림책을 사랑하고 보여주고 싶어하는 감자꽃의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림책꽃밭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림책으로 마음의 위안과 독서의 마중물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또한, 지역에 어린이집과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그림책이 주는 즐거움을 알리며 그림책을 통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그림책 읽기, 글쓰기, 오늘의 서점 등을 통해 작가들을 초청해 지역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림책꽃밭에서는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밖에 나가 뛰어 놀아도 되고, 그림책 주인공 인형을 갖고 놀 수도 있다. 또한 스크린을 통해 그림책과 관련한 영상도 볼 수 있다. 심지어 책을 읽지도, 뛰어 놀지도 못하는 갓난아기가 와도 좋을 정도로, 깨물면서 볼 수 있는 보드북도 마련돼 있다. 말 그대로 이곳은 온통 그림책이 피어나 꽃밭을 이루고 있다.
감자꽃은 세상에 있는 좋은 그림책을 모두 모아놓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작가들을 불러 주민들과 만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그림책에 관련된 일들을 만들고 있다. 감자꽃의 열정이 담긴 그림책꽃밭에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찾아와 동심을 활짝 피울수 있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