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학교폭력 용어가 문제다!
2023.06.21. sms
요즘은 코로나19 대책에서 주요한 방역 용어로 '거리두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제라도 용어 사용이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초기 사용하던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라는 용어는 아쉬운 측면이 있었기에 반가운 것이다.
바이러스 학자가 아니라서 확정적 언어를 사용할 순 없지만 코로나19 대책은 물리적 거리 두기 개념이 맞다고 본다. 공동체가 파괴되는 피폐해져가는 시대에 인간관계에 더 심한 균열을 내는 언어가 불편하였다. 관계의 회피 전략을 부추기는 듯한 용어는 초기 선명한 용어가 필요했었나? 중대하고 긴급한 재난이라는 측면에서 폭 넓게 채택되었나 싶다.
그러나 '학교폭력'이란 용어는 정말 화가 치미는, 용서 불능한 언어이다. 어린 사람들이 미래 관계를 부정적으로 학습하고 한정적으로 수렴하는 장소의 특정은 선동적이다. 일찍이 사회적 관계의 초석을 심각화, 흉포화에 기초함으로 어른들의 이기적인 정치판에 아이들이 죽어나가게 된 것이다. MB정부 4년차 2012년 정부 실적 전시에 맞춤한 용어 사용은 학교폭력을 거대화, 국가화, 정치화한 용어 선택인 것이다.
이로 인한 학교의 일상사가 학교폭력이라는 블랙홀에 빠져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학교폭력은 관계적 연대와 융화는 없이 되고 긴장감과 사법적 잣대가 초중고교의 디폴트 값으로 자리매김된 원초적인 문제적 사안인 것이다. 학교 규칙의 시시비비와 사회적 소송전으로 쉽게 비화되고 법조계의 시장화로 이월되어 시작이 천만원대라고 한다.
협소한 인간관계 탓인지, '프레임 전쟁'<조지 레이코프(2014), 코끼리를 생각하지마, 2004 개정판>관련 공적담론을 볼 수 없어 아타까웠다. 이번 오마이뉴스에서 보도된 참교육학부모회장 이윤경의 지속적인 노력이 눈물나게 감사한 이유이다. '이윤경 : "일단 학교폭력이라는 용어가 잘못됐다는 문제 제기를 계속 했어요." "학교폭력 하지마", 하는 순간 학교폭력에 대한 시각적 장면의 상상적 나래가 펼쳐짐과 이어 처벌적 사고로 수렴되는 현재적 상황이 급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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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후 시장이 된 학폭, 건당 천만원부터 시작"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2012년 이후 시장이 된 학폭, 건당 천만원부터 시작"
[오래된 문제, 학폭의 해법을 묻는다
⑧] 참교육학부모연대 이윤경 회장·김경희 부회장 인터뷰
4월 12일 교육부가 내놓은 학폭 대책은 참교육학부모회 경고한 그대로였다. 참교육학부모회는 드러난 몇 가지 사례와 달리
- 학교폭력이 늘어난 게 아니고,
- 학교폭력이 흉포화된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 피해자 즉시 분리 조치도 피해자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 지금 같은 엄벌주의로는 학교폭력을 줄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참교육학부모회는
- 학교폭력의 정의와 범위를 축소하고
- 범죄와 교육을 분리시킬 것,
- 교장과 교사, 전담기구에 중재 권한을 부여하고
- 갈등 조정 과정을 거치도록 의무화하고,
- 학교 공동체 회복에 중점을 둔 교육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폭력이라는 용어부터 잘못... 모든 갈등을 폭력으로 본다"
- 경미한 학교폭력이라는 건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죠. 그 취지를 깊이 존중하고 이해하지만, 학폭예방법 2조(정의)와 결합하면 학생이 대상이기만 하다면, 외국에서 생긴 일도, 복도에서 부딪혀 넘어지고, 축구하다가 태클당한 경우에도 얼마든지 학폭을 주장할 수 있게 됩니다. 더불어 학교폭력이라는 말 자체가 편견과 선입견을 불러일으키는 표현이기도 한데요.
이윤경 : "일단 학교폭력이라는 용어가 잘못됐다는 문제 제기를 계속 했어요. 예를 들어 국회 폭력이란 말, 회사 폭력이라는 말 없지 않느냐고 말하죠. 장소로 묶이는 순간 이게 갈등을 폭력으로 보는 거예요. 모든 사람과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갈등은 당연히 있어요. 그런데 이 갈등을 폭력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순간, 나는 갈등 상황, 갈등 관계에 빠진 사람이 아니라 폭력을 당한 사람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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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폭이요?
이윤경 : "피해 신고에 맞대응해서 올라오는 맞폭이 지금 거의 50%까지 차지했다고 하잖아요. 그러면 교사는 처음 의도는 그게 아니었겠지만, '나만 빠지면 돼' 이렇게 했던 게 결국엔 교실 붕괴로 이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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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관자 친구들도 엄청난 피해자"라는 걸 좀 더 풀어서 설명해주신다면요.
김경희 : "뉴스에 나올 정도로 심각한 사건이라면, 각 학급별로 회복적 교육 프로그램이 들어가야 돼요. 이미 학교에서는 소문이 다 나요. 이래서 죽었다고까지 아이들은 다 이야기해요. 그런데 수업시간에 어느 선생님도 여기에 관해서 이야기를 안 해요. 입 다물어, 그냥 이렇게 가죠. 심지어 자기 학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데도 입 다물어, 이렇게 그냥 가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사안이 퍼지면 이미 애들은 다 알아요."
- 교사는 학부모에게 시달리고, 교육지원청으로부터도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뭔가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하면 양쪽 학부모들에게 의심받고, 삐끗하면 아동학대로 고소당하고. 이중삼중의 애로사항을 말하는데요.
어른들이 똘똘 뭉쳐서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너희들은 그냥 영원히 매장시킬 거야, 이런 식으로 협박하고 있는 거예요.
학폭위는 다시 학교자치위로 가야... 교사들은 다 반대하겠지만"
- 핀란드나 노르웨이의 학폭 예방 프로그램을 보면 학교 전체(whole-school)의 참여, 그리고 교사의 개입을 강조합니다. 학급 토론과 그룹 대화를 통해 목격 학생, 방관자 학생들이 피해학생의 편에 서서 그 행위를 저지할 수 있는 적극적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모두 '학교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