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월드컵? 누구맘대로?(2)
2001.07.16.월요일
딴지관광청
대한한공 파업은 회사의 작품이었다?
본 파업에 대해 사측의 음모론이 자꾸 제기되는 이유는 본 파업이 이미 고전이 되어 버린 불법파업을 통한 노조탄압의 시나리오와 너무
닮은 꼴이라는 점이다.
즉 회사측의 교섭태만->중노위의 행정지도->파업->정부의 불법파업규정->노조간부에 대한 체포영장발부->공권력투입->파업 종결
후 노조탄압의 수순은 99년 만도기계 포함 이미 여타의 파업현장에서
이미 익숙하게 보아왔던 행태들이다.
결정적으로 한겨레가 보도한 6월 10일자 기사는 이러한 심증에 쐐기를 박는다.
'대한항공 교섭 고의 지연'
지난 8일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를 받은 대한항공이 처음부터 교섭을 늦춰 행정지도를 받아낸 뒤 조종사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갈 계획이었음이
드러났다.
10일 민주노총 공공연맹과 조종사 노조는 “사용자가 처음부터 성실하게 임할 뜻이 없었으며, 중노위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아내 노조를 압박하려 했다”며
지난1일 대한항공 인재개발관리본부가‘대외비’로
작성한‘조종사노조(FCU) 임금교섭 경과 및 대책’이라는 문건을 폭로했다.
이들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회사는 △총파업 일정에 맞춰주지 않기 위해 교섭일정을 최대한 연기 △합법파업이 되지 않도록 중노위의 행정지도 결정을 받아내기 위한 노력 경주 △임금 안건만 교섭하고 (안전운항에 관련된) 보충협약은 수용 불가등 활동 원칙을 계획했다.
...하략... (원문) |
위 기사를 놓고본다면 회사측은 조종사 파업을 오히려 원했다는 말이된다. 6월 15일 한국일보 <기자의 눈>에서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온다.
13일 밤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파업이 이틀을 넘기기 힘들 거라고‘예언’했던 회사측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독한 맘 먹고 밀어붙였으면 노조는 박살났을 겁니다”라고‘당당히’ 말하며 합의문을 작성하기 위해 총총히 발걸음을 옮겼다.<전문>
그렇담 왜 대한항공사측은 파업을 원했을까? 물론 추론이다만 만일
사측이 정부와 언론이 완벽한 자기들 편이라고 믿고 있었다면 오랬동안 어용노조만을 가지고 있던 이들에게 눈의 가시인 조종사 노조를
이 참에 완전히 박살내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이를 위해서 또한번 여론재판에 조종사들을 발가벗기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런 시나리오였다면 사측의 의도는 적중했다.
임금교섭까지 포기하며 최종 협상을 요구한 노조에 대해 사측은 파업
30분 전까지도 협상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결국 파업이 일어나자 김대중 대통령은 6월 12일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국무회의에서 발표하였으며 이어 정부는 13일 '불법파업
주동자 전원 사법처리 방침'을 발표했다. 이어서 파업장에는 공권력
투입이 초읽기가 들어갔고, 결국 부랴부랴 노조는 파업을 종결시켰던
것이다.
사측은 파업이 끝나자마자 파업에 참여한 제주비행장 조종사 교관들의 면직, 집행부의 구속, 오십여 명의 상벌심의 위원회 회부, 9명의 파면의결, 25% 상여금 삭감, 조합비의 가압류 등 불법파업으로 내몰린
노조탄압 전략 그대로를 아주 정석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뒤질세라 건교부장관의 말을 빌어 항공대란을 아예 발본색원하기 위하여 항공사를 공익사업체로 지정하겠다는 말까지 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조종사들이 불법파업을 하면 면장을 취소한다고 하니
버스기사가 파업하면 운전면허증을 취소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대단히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마구 속출하고 있다.
그러다가 지난 6월 26일 대법원에서 행정지도중 파업을 벌인 현대자동차서비스노조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은 갑자기 말을 바꿔
조종사들이 민주노총 파업에 맞추기 위해 교섭을 불성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불법이라고 말을 하고, 사측에서는 노조원들의 파업 찬반 투표시 일련번호가 표시된 투표용지를 사용했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나선다.
골통짓해야 밥벌어 먹는 검찰넘들은 그렇다하더라도 참관인이 일련번호 매긴 투표용지를 투표인에게 나눠줌으로써 누가 머 찍었는지를
알려했다고 주장하는 사측의 변명은 참으로 궁색하기 짝이 없다.
위의 사진봐봐라. 은행 창구처럼 턱이 높은 투표장에서 기껏 지 동기의 얼굴정도나 알고 있을 참관인이 얼굴이나 한두 번 봤을 천명이상
조종사의 이름을 투표명부를 통해 컨닝한다는 것이 가능한 시스템인지? 지난 7월11일 구속된 조종사 1차 공판때 검찰 역시 사측의 요 주장을 고대로 읆조리며 불법파업 운운하더라.
물론 사측의 입장에서는 조종사들의 파업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전략과 전술을 준비할 필요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항공산업이 워낙 공익적 성격이 강한 탓에 파업의 여파가 그대로 국민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만약 대한항공이 자체적인 노조탄압을 위해서 파업을 유도했다면, 이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조종사들의 결백을 넘어
전국민들을 수단으로 삼은 대단히 비도적적 행위되겠다. 때때로 용서받지 못할 배신이 있다면 바로 요런 경우다.
조종사를 벼랑으로 몰지마라.
이쯤에서 지난 6월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의 결론을 내려보자.
지난 파업은 신의성실이라는 노무관리의 기본규칙을 전혀 따르지 않은 대한항공 사측이 저질러논 결과이다. 즉 국민의 발을 볼모로 최악의 가뭄에 파업을 벌였다는 찌라시들의 비난을 받아야 하는 쪽은 파업당사자인 조종사들보다는 이들을파업장에 내몬 대한항공 사측이다.
본 기자 관광청장으로서 대한항공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믿덩가 말덩가는 관계없이 말이다. 네델란드 공항에서 KLM을 통해 그 나라를 보고, 태국 공항에서 타이항공의 규모를 보고 타이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듯 울나라 최대의 국적기로서, 화물운송 세계2위이고 종합 세계 10위의 자랑스런 대한항공은 분명히 우리의 날개로
국민적 자긍심을 느끼게 해줄 책임이 있다.
그러나 애정이 있는 만큼 실망이 너무 크기에 본 기자의 딴지걸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본 파업이 사측에 의해 의도되어진 것이었다는
본 기자의 추정이 만일 사측의 어떤 자료에 의해 반박이 되어질 수 있다면 차라리 본 기자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본지 정중히
사과하고 해명의 기회까지 공개적으로 제공해주겠다. 비록 네 명의
노조집행부가 재판에서 무죄의 판결을 받던 말던 그 결과와 관계없이
본 기자는 대한항공이 그렇게 추악한 이미지를 가진 기업이 아니었음
좋겠다는 바램이 크기 때문이다.
또는 너무 노조에 편파적이지 않냐구 시비걸지 마라. 몰랐는가? 본 기자 원래 편파적이다. 그러나 최소한 니덜 편에서 접대기사를 써대던
좃중동에 비해선 100배 더 객관적이다. 그리고 본 기자는 기자가 인정한 노조에 대한 심정적 편파성이 니들의 합리적인 반박에 의해 공격되어지길 원한다.
그러나 그대들의 회사 구석구석에 잠입해 있는 본지 취재원들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대한항공 내부는 곪아도 너무 곪았다. 직원들은 전 세계를 누비며 나날이 머리를 깨고 있건만 정작 경영진들은 너무나 폐쇄적이고 전근대적인 모습을 보이며 일반직원이나 조종사들에게 불신을 뛰어넘은 증오까지 받고 있다.
지난 5월 뉴욕의 펜실베니아 호텔 8층에서 부기장 故 신보용씨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이 호텔이 어떤 호텔이었나? 벌써 오래전 여승무원들이 강간까지 당하고, 잠자는 방에 괴한까지 기어들어오는 바람에
승무원들이 씨큐리티 차원에서 호텔 교체를 호청했던 호텔이 아니었나?
그런 요구에 대해서는 가비얍게 씹어대던 사측에서 전혀 자살 개연성
조차 없는 부기장의 죽음을 서둘러 자살로 처리하려 노력하고 운구조차도 본사 건물에 들어오는 것을 막던 것은 그렇더하더라도 운항본부장이란 사람이 고작 조종사 노조원들에게 했던 말이 "신보용이가 데모하다 죽었냐? 니들 왜 그래?"라는 말이었다면 과연 지금 사측에서
직원들을 같은 배를 탄 공동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고 신보용 부기장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아이들
파업 이후 노조탄압이 계속되고 그런 식의 기업문화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상처받은 조종사들은 벼랑끝에서 단 하나의 무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월드컵 파업이 현실적인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대한항공, 우리 이제 고마하자. 우덜도 뱅기에 편히앉아 안전비행에만 신경쓰는조종사들에게 서비스 받을 권리가 있단 말이다. 글쿠 내년엔 지단도 봐야하고 호나우도도 봐야하자나. 제발 잘하자 응? 존말할 때말야. 졸라!!
기사후기: 본 파업 기사는 정말 소설쓰기보다 더한 분량으로 인해 스스로 기사를 짤라내는데 애를 먹었다.
어찌보면 대단히 단순한 사안이었음에도 언론의 혹세무민과 여론몰이가 얼마나 진실을 왜곡시켰는지 기사
초고의 양을 보고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오늘도 크고 작은 사업장에서 노사분규가 끊이지 않는암울한 울나라 현실에서 어찌보면 양지에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조종사 문제를 두 번씩이나 특집으로 다룬다는 것은 웬지 형평성에도 어긋나
공연한 움추림까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바께스에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은 가장 짧은
나무 쪼가리의 높이 만큼이라는 바께스 이론처럼 본지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주목했던 이유도 따지고
보면 한국사회가 얼마나 살만한 곳인가는 가장 짧은
쪽만 보면 충분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거꾸로 가장 긴쪽이라고 할 수 있는 조종사들의 노동현실을 통해서 우리의 음지가 얼마나 음습한지를
유추해 낼 수 있겠다고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려 하였다.
혹 본 기사를 보고 이견이 있다거나 또는 조종사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싶은자들은 독투에 글 남겨라.
조종사 노조 홈페쥐가 하도 도청을 당해 지금 회원 외는 로그인이 안된다. 7개월 전과 지금.. 홈페이지 문이
더 단단해졌듯 울나라 노사관계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서로에 대해 빗장을 걸어잠근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암튼 조종사들아 힘들 내시라. 안전운항..그거 무조건 전국민이 바라는 바다. 이후로도 변함없이 주욱.. |
대한항공이랑 졸라 친해지고 싶은
딴지 관광청장 뚜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