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에서 연극 관람 후 강촌으로 이동해 '강촌역 → 강선사 → 능선 → 검봉산 → 문배마을 → 구곡폭포 → 구곡폭포 주차장 → 강촌역'의 10.2km, 4시간 50분 동안의 환 종주 산행을 할 계획이었다.
1
검봉산
높이: 530m
위치: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경춘선의 강촌역에 도착하면 강(북한강) 건너로 삼악산 삼악좌봉이 보이고 시내 방향으로 검봉산이 보인다. 강촌역은 곧 창촌중학교 뒤편의 신역사로 대체될 예정이다.
50여 미터 높이의 구곡폭포는 겨울철에 폭포 빙벽 오르기 연습하는 교육의 장소가 되기도 하며, 아홉 개의 구비를 돌아 보인다는 구곡정이 있다.
구곡폭포
아홉 굽이 굽이 돌아 나타나는 거대한 바위벽을 타고 떨어지는 구곡폭포는 아홉 굽이를 돌아서 떨어지는 폭포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50m 높이의 웅장한 물줄기와 주변의 하늘벽 바위 등의 기암괴석이 장관이다. 이곳은 1981년 2월 13일 관광지로 지정되었으며 지정면적은 2.423㎢이다.
문배마을
구곡폭포 입구에서 오른쪽 능선 길로 들어서 40여 분 정도 오르면 산 정상처럼 보이는 분지마을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바로 문배마을이다. 2만여 평의 분지인 이곳 문배의 시골 풍경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고향 정취를 맛보게 한다.
10여 채의 집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며 모두 음식점이다. 산채비빔밥과 토속주를 즐길 수 있다. 문배마을의 유래는 이 지역 산간에 자생하는 돌배보다는 조금 크고 일반 배보다는 작은 문배나무가 많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마을의 모양이 짐을 가득 실은 배처럼 생겼다고 하여 유래되었는 설도 있다. - 한국의 산하
애초 등산방 9월 정기산행은 오랜만에 관악산에 오를 예정이었다. 그런데, 연극을 즐기는 친구들의 연극이 춘천연극제 경연팀에 선정돼, 정기산행 일과 같은 날 오전 10시부터 30분간 공연하기로 했다며 많은 관람을 부탁한다. 그렇다고 코로나 이후 다시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정기산행을 취소하거나 미루는 것도 안 될 일이라, 고민 중이었는데, 다행히 10시 30분이면 공연히 끝나, 관람 후 가까운 산을 다녀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해서 공연장과 가까운 산을 찾아보니, 삼악산과 검봉산이 있다. 삼악산도 좋기는 하나, 검봉산에 비하면 대단히 힘든 산이라,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후자를 택했다. 물론 구곡폭포와 문배마을도 선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당일 계획은 각자 알아서 연극 관람 후 춘천역에서 11시 4분 전철로 강촌역으로 이동, 강촌역에서 산행을 시작해 문배마을에서 하산주를 마시고 강촌역에서 마감하는 환 종주 산행을 할 예정이다. 소요 시간은 하산주 1시간을 포함 5시간으로 예정하고 있다. 고로 먹거리나, 장비는 최소한으로 준비하면 되는, 말 그대로 야유회 산행으로 진행한다. 당일 날씨는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에 기온은 23도를 오르내려 산행에 최적인 전형적인 가을 날씨라 특별히 주의할 것도 없이 주변의 조망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2 - 1
알람 맞추는 걸 깜빡하는 바람에 기상이 늦어, 예매했던 청량리발 8시 13분 춘천행 'ITX-청춘'을 탈 수 없게 됐다. 이후의 다른 열차는 다 매진이다. 그럼 전철로 가야 하는데 춘천 연극관람은 틀렸다. 고로 바로 강촌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 연극 관람한 친구들이 도착하는 비슷한 시간에 강촌으로 가는 전철 시간을 확인하고 물 한 통 들어 있는 배낭을 둘러매고 집에서 아예 느지막하게 나갔다. 경춘선 출발역인 상봉에 도착해 보니, 전철은 좀 한산할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하긴 ITX-청춘 예매하지 못한 청춘들도 다 상봉으로 모였으니, 당연한가? 그나마 상봉 출발 열차라 빈자리가 몇 개 있어 앉아서 갈 수 있어, 앉아서 책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2시간을 보낸 후인 11시 2분에 강촌역에 도착했다.
애초 계획에 의하면, 10시 30분에 극장을 떠나, 춘천발 11시 4분 열차를 타고 강촌으로 오기로 했었는데, 흥수가 앞선 연극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무대 정리하느라, 이제 막 연극이 끝났다고 전화한 시각이 11시 10분이다. 말인즉 11시 4분 전철을 타지 못하고, 그다음인 11시 33분 열차를 타야 하고, 그럼 강촌 도착은 11시 47분이라, 그동안 뭘 할까 고민하다가, 전철로 먼저 강촌에 도착한 여성 동무와 점심 먹을 생각으로 그 친구를 찾아, 역을 떠나 마을로 갔다. 어차피 검봉산행 들머리가 마을 가운데라 미리 가 있는다는 의미도 있었다. 그런데, 친구를 만나, 점심 얘기를 하자,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 먹었다고. 어차피 문배마을에서 산채비빔밥을 먹을 예정이라, 과한 점심은 필요 없고 그렇다고 김밥은 아니라,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막걸리 한 병과 구운 달걀 두 개로 점심을 대신했다.
간단하게 배를 채우는 동안, 여성 동무는 북한강 구경을 하고 오는 동안, 11시 50분 즈음 흥수가 역이라고 전화했다. 해서 내가 보내준 위치를 확인해 마을로 내려오라고 얘기하고, 검봉산행의 들머리인 강선사 입구로 미옥과 함께 갔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세익, 영한, 흥수가 도착해 다섯이 같이 강선사까지 간 이후 한동안 등산을 하지 않아 체력에 한계를 느끼는 세익과 영한은 구곡폭포로 바로 가서 문배마을로 가기로 하고, 미옥, 흥수, 나 셋만 강선사에서 문배마을까지 달리기로 했다. 문배마을에서 2시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2 - 2
표고차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산행 들머리인 강선사 입구에서 등산 앱으로 확인한 고도는 37m였다. 고로 강선봉까지 400m 이상을 올려야 한다. 웬만한 백두대간 연결 산행에서 만나는 산보다 높은 게 우습게 볼 산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정표에 의하면 강선사 입구에서 강선봉까지는 1.05km, 검봉산은 3.1km다. 1km에 400m를 올려야 한다는 건 경사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와중에 등산로 또한 좋지 않았다. 처음 흙길로 시작된 등산로는 5부 능선을 넘어서자, 너덜과 바위 능선으로 변했다. 즉 강선봉은 바위 봉우리다. 암봉의 장점은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는 건데, 예상대로다. 해서 숲에서 벗어난 바위가 있으면 올라가 주변을 감상하고 사진을 남기며 정상으로 가, 1시 5분에 강선봉에 도착했다.
강선봉 정상에는 정상석 대신 철봉에 철판으로 만든 "강성봉 정상"이라 쓴 명패가 있었다. 그나마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좋다. 정상에 도착했으니, 인증이 필요해 카메라를 돌 위에 놓고 타이머를 이용해 사진을 찍었다. 이후 정상에서 저 멀리 보이는 검봉산과 주변을 산세를 사진으로 남기고, 정상을 떠나 검봉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암릉을 따라 내려가는데, 아래에서 왁자지껄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뭔가하고 보니, 20여 명에 가까운 등산객이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산악회에서 출동한 거로 그 모습에, 부럽기도 하고, 너무 많아서 통제할 수 없을 거 같아, 10명 내외가 적당한 거 같다고 생각하며 바위 능선을 지나 흙길로 접어들었다.
흙길을 따라 '돌고래 조'의 성묘하러 갔다가 (정확히는 의도치 않게 벌집을 건드린 사람의 잘못이지만) 호박벌 떼의 공격으로 경험한 가사(假死)에 관한 얘기를 들으며, 40여 분을 가자, 등산 앱이 정상에 도착했음을 음성으로 알려줘 확인해 보니, 팝업으로 '검봉에 도착했다'고 알려준다. 전문가를 사이에서는 검봉산이 아니라 '검봉'이라 불리는 거 같다. 몇 번의 예외는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목적지 반경 50m 내에서 팝업이 뜨면서, 음성으로 도착을 알려주는데, 이번에는 아니다. 거의 7분 대략 200여 미터를 더 가야 정상이다. 혹시, 검봉산과는 다른 검봉이 있는 게 아니라면, 등산 앱의 오류다. 정상에는 '검봉산 정상 해발 530.2M'라 사면에 음각한 사각형의 정상석이 있다. 당연히 강선봉과 같은 방식으로 인증을 남겼다.
인증을 남긴 후 정상을 떠나, 이번 산행의 주 목적지인 문배마을로 향했다. 그런데, 그 길목에 데크로 전망대를 만들어 두고, 전망대에서 보이는 주변 산에 관한 설명까지 만들어 설치했는데, 가장 중요한, 나무를 처리하지 않아, 주변을 볼 수가 없었다. 시야를 가리는 나무가 자란 상태로 봐서는 최소 3년은 관리를 안 한 거 같으나, 처음 전망대를 설치하고 그동안 전혀 관리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숲 조망 데크' 내용으로는 돈은 GS건설이 대고, 관리 책임은 지자체가 아니라 산림청에 있는 거 같은데. 당시에는 관리주체가 지자체라 생각해 한바탕 욕을 퍼붓고, 전망대를 떠나, 두 친구 뒤에서 따라가며, 몇 개의 이정표를 지나고 또 다른 이정표를 지날 때, 거기 적힌 글을 보고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 앞서가는 흥수를 불렀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로 올라가는 희미한 등산로의 흔적이 있으나, 이정표는 우회하는 잘 정비된 등산로는 가리키고 있다. 그 이정표에는 "봉화산 3.6km"라 적혀 있었다. 물론 그 아래 '문배마을 0.83km'라는 표기도 있지만. 해서 흥수와 내각 각자의 등산 앱으로 지도를 확인해보니, 비록 이정표는 없으나, 앞의 봉우리로 올라가는 게 더 가까웠다. 해서 이정표를 무시하고 그 봉우리로 올라가서 보니 삼거리다. 문배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우회했던 등산로도 결국 반대편에서 올라와야 했다. 그 봉우리를 떠나, 계속 전진하자, 저 아래에서 왁자지껄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문배마을이다. 산세나, 분위기로 봐서는 길을 따라 가지 않고, 비록 등산로는 없으나, 바로 내려가는 게 빨라 보이나, 흥수의 반대로 계속 길을 따라가 2시 46분에 문배마을 갈림길에 도착했다.
약속보다 46분이 늦었다. 1시 50분경 검봉산 정상에 도착하기 전, 영한에게 30분가량 늦는다고 전화할 때 그 두 친구도 아직 구곡폭포 전이라, 피차 늦기는 마찬가지였다. 문배마을 삼거리 쉼터에는 두 명의 관광객이 휴식하고 있고, 두 친구가 문배마을로 내려가는 사이에 쉼터로 가 문배마을 안내도를 살펴보고, 마을의 유래도 읽어봤다. 예상대로 배의 야생종인 '문배'에서 나온 게 맞다. 문배마을에 도착해 어느 식당으로 들어갈까 고민하다가 제일 위, 즉 갈림길에서 첫 번째에 있는 '강씨네 통나무집'으로 들어갔다. 서너 테이블에 손님이 있는 게 맛집 냄새가 나서 한 선택이다. 그리고 아래를 보며 두 친구에게 전화하려는 순간, 아래에 있는 식당에서 서성이는 세익과 영한이 보여 불러올렸다.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세익이 먹고 싶다는 도토리묵 무침을 주문하자, 주인장이 많은 막걸리 종류 중 맛을 보장한다며, '곰배령 막걸리'를 추천한다. 맛 없으면 돈 안 받는다는 말과 함께. 곰배령이면, 여기서 서울보다 더 먼데, 곰배령 막걸리의 맛이 궁금해 주인장의 추천대로 곰배령 막걸리를 주문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가져오라고 부탁하며 산채비빔밥 4개도 같이 주문했다. 막걸리와 밑반찬, 묵무침이 나왔는데, 곰배령 막걸리는 주인장이 호언장담할만했다. 애초 막걸리 한잔만 하고 빨갱이를 마실 생각이었는데, 끝까지 막걸리를 마셨다. 그리고 묵무침도 일품이었으나, 나는 묵보다 갓 딴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는 게 더 좋았다. 오랜만에 가진 술자리라, 온갖 얘기를 다 하며 웃고 떠들며 막걸리 여섯 병을 비우니, 안주가 떨어져, 다시 감자전을 주문했다. 와중에 풋고추 맛을 안 친구들이 다 먹는 바람에 다시 풋고추를 부탁하고. 그리고 미옥은 고추 따러 가는 여사장을 따라가 직접 고추를 따오기까지 했다.
웃고 떠드는 동안, 세익 남은 담배가 두 대뿐이라고 하자, 건너 테이블에서 술을 마신 후 막 계산을 끝내고 떠나는 등산객 중 한 명이 다가가 괜찮으면 피라고 담배를 준다. 해서 세익 친구에게 있으니 괜찮다고 사양했으나, 계속 권해 받았다. 그리고 그 일행과 몇 마디 주고받다가 늘 그렇듯이 나이 얘기가 나와 흥수가 환갑이 멀지 않았다고 하니, 그때가 좋을 때라고 한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이른이 넘었다고. 그들이 떠나고, 막걸리 10병인가를 마시자, 주문한 산채비빔밥이 나와, 그릇을 하나 더 부탁해 미옥과 세익이 밥을 나눠, 맛있게 먹고, 4시 15분경 자리에서 일어났다. 2시 48분부터 대략 1시간 30분가량 도토리묵과 감자전, 풋고추 등을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고, 입가심으로 밥을 먹은 후 식당이 있는 문배마을 떠나 구곡폭포로 내려갔다. 초행이라 당연히 구곡폭포를 보고 싶어 하는 미옥을, 겨울이 아니면 볼 거 없다고, 설득해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춘천행 버스가 출발 직전이다. 역시 강촌역까지 계곡을 따라 걸어가고 싶어 하는 미옥을, 다음에 다시 오기로 약속하고, 버스에 태우는 거로 이번 산행을 마감했다.
3
다른 곳도 아니고 춘천까지 와서 닭갈비를 먹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강촌역에서 내리지 않고, 강촌 도심지에 버스를 내려 식당을 찾고 있는데, 유원지 방향에서 비명이 들린다. 오전에는 운영하지 않던 놀이기구가 움직이고 있었다. 미옥의 제안으로 다 동심으로 돌아가 유일하게 움직이고 있는 바이킹을 탔다. 거의 15년 만에 타는 거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어쨌든 흥수와 내가 한쪽 끝에 다른 쪽에는 영한, 미옥, 세익이 앉아, 전세 낸 거나 다름없는 상태로 즐겼다. 운행이 끝난 다음에는 한 쌍의 연인이 타는 걸 촌평하며 구경 후 식당을 찾아갔다.
꽤 크고 손님으로 번잡한 닭갈비 전문 식당을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닭갈비를 안주로 빨갱이를 마셨다. 소주를 마시지 못하는 세익은 막걸리를 마시고. 빨갱이를 몇 병이나 마셨는지 기억이 없다. 어쨌든 식당에서 나와 세익과 영한은 연극반 애들과 한 잔 더 하기위해 춘천으로 가고 미옥과 흥수, 나는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강촌역까지 걸어갔다. 와중에 암벽 산행을 하기도 하며. 열차가 도착해 탄 건 기어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청량리역이다. 그럼 회기나 상봉에서 갈아탔다는 얘긴데, 기억이 없다. 그나마 청량리라는 것도 흥수가 깨워서 알았다. 그리고 사진을 보면, 종로3가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탔는데, 왜 청량리에서 내린 걸로 기억하고 있을까? 어쨌든 녹번역에서 버스로 갈아타, 11시경 집에 도착하는 거로 이번 등산방 9월 야유회 정기산행을 마감했다.
처음 계획과는 달리' 강촌역 → 강선사 → 능선 → 검봉산 → 문배마을 → 구곡폭포 → 구곡폭포 주차장'의 7.91km(트랭글) 구간을 4시간 58분 동안 환 종주했다. 이동 3시간 43분, 휴식 1시간 15분! 식당에서 1시간 반가량의 하산주를 겸한 식사 시간이 정상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걸 보면 술 마시는 동안 핸드폰을 들고, 돌아다닌 시간이 꽤 되는 거 같다!
애초 우리 정기산행 대부분이 야유회 산행이지만, 이번이 제일 야유회다운 산행이었다.
정기 야유회 산행으로 구곡폭포가 얼었을 때 다시 한번 시도해 볼 생각이다. 아니, 87연합 산행으로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