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섬진강처럼 맑고 깨끗한 동시
마트료시카처럼 보듬어 안고 품어 주는 동시
아이들의 마음에 착한 씨앗을 심어 주는 동시
아이들을 보듬어 주고 품어 주는 따뜻한 동시를 쓰는 장철호 시인의 동시집입니다. 총 55편의 작품을 4부로 나누어 싣고, 어린이처럼 사랑스럽고 포근한 고현경 작가의 삽화를 더했습니다. ‘고래책빵 동시집’ 제50권입니다.
마트료시카는 큰 인형이 작은 인형들을 겹겹이 품고 있는 러시아의 전통 인형입니다. 마트료시카처럼 하나가 다른 하나를 잇달아 보듬어 주며 크게 부푸는 것이 바로 ‘마트료시카 법칙’입니다. 시인의 동시는 마트료시카 법칙처럼 아이들을 보듬어 안고 품어 주는 동시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을 풍선처럼 부풀게 해서 지구보다 더 크게 자라게 합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품어 주고 안아 주고 보듬어 줄 때 화목해지고 행복해집니다. 그것 또한 마트료시카 법칙입니다.
시인은 어린이들에게 마트료시카 법칙을 삶의 가치관으로 제시합니다. 서로 보듬어 주고 품어 주고 함께 사는 삶입니다. 그럴 때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음을 시인은 동시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저자(글) 장철호
2021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아동문예에 동시조로 신인문학상을 받아 등단했습니다.
공직문화상, 사하모래톱문학상, 황순원문학제, 하동국제문학제(디카시)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문화예술지원 사업(문학)과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에 동시가 선정되었습니다.
현재 하동 섬진강 변의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달콤한 동시 찾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림(만화) 고현경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흥! 칫! 뿡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은?』이 있고, 그린 책으로는 『학교도서관 미로 대탈출』, 『완이의 잠꼬대』, 『꽃잎 먹는 달팽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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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 법칙
장철호
작은 하나에서
출발한 거야
하나를 다른 하나가
보듬어 준 거지
계속 계속 보듬어 주다 보니
크게 부풀어 오른 거야
엄마의 엄마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내려오는 법칙
풍선처럼 부풀어져 가는 나는
점
점
점 커져가 지구보다 훨씬 더 커질지도 몰라.
하늘 사냥
장철호
하늘에다 그물을
촥ㅡ
펼치는 거야.
그리곤 가만히
기다리는 거야.
하얀 뭉게구름이 지나가다가, 작은 새가 날아가다가, 별들이 깜빡 깜빡 운동하다가, 가끔은 빨간 저녁놀이 걸려들기도 하지.
소나기 내리는
어둑한 날엔
어쩌면 허탕을 칠지도 몰라.
늘어진 나뭇가지마다, 전봇대 사이사이 전깃줄마다, 아파트 놀이터
가로등마다, 오래된 기와지붕 끝에도.
촥 ㅡ
촥 ㅡ
한가로운 거미의 하늘 사냥에
엉뚱한 생각이 그만 걸려들었어.
단추 생각
장철호
단추를 잠그는 건
서로 품어 주는 일이에요.
단추에게
단춧구멍에게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일이에요.
친구에게
나에게
가끔 생각이 어긋날 때는
다시 풀어 맞추면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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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나무
장철호
나뭇가지가 왜 이렇게 자랐냐고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 냅니다.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듯
시원하게 잘라 냅니다.
- 이제야 속이 후련하네.
깔끔해졌네.
사람들의 말에
나무는 기운이 빠졌어요.
- 곧 있으면 건너편 나뭇가지와 만날 텐데, 윗줄기 큰 가지는 까치가 집을 짓기로 찜해 놨는데, 그물처럼 뻗은 잔가지에선
수다 떨기로 했는데, 하늘다람쥐는 트램펄린처럼 통통 튀며 노는 걸 좋아하는데, 눈뜨면 찾아와서 춤추자고 조르는 바람은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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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친구
장철호
비 갠 뒤의 숲속은
눈이 부셔
풀잎 끝 하나마다
가지 끝 나뭇잎마다
물방울 전구
대롱대롱
어제보다 오늘 아침
더 환해지라고
낮은 곳에 살짝
매달아 두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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