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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사랑글 스크랩 문향의 고장 경북 영양, 주실마을과 일월산
산사랑 추천 0 조회 108 12.09.02 16:0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오색빛깔 농어촌 | 문학기행, 그 곳에 가면

 

 

문향(文鄕)의 고장 경북 영양,
주실마을과 일월산

 

글 | 이수근 사진 | 모성훈(홍보실)

 

 

 아침 일찍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에서 빠져나와 다시 70여 km의 국도와 지방도를 더 달려 도착한 곳은 경상북도 영양. 높고 푸른 산으로 둘러싸인 첩첩산중을 돌면서 넘어갔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검은 색 아스팔트와 회색 전봇대를 빼놓고는 온갖 푸른색이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매콤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들판엔 온통 고추밭이었다. 실하게 열린 고추가 바람을 타고 본연의 냄새를 뿜어냈다.


고추주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영양의 또 다른 자랑은 문향(文鄕)의 고장이라는 것. 깊은 산과 맑은 계곡의 자연은 문학의 토양이 되기에 충분했다. 아름다운 자연과 민족의 정서를 노래한 시인과 소설가 등 작가들이 많이 배출된 고장이다. 우리 민족에 탄압을 가한 일제와 부정과 부패, 부조리한 권력자들을 향해 매운 고추만큼이나 매서운 글을 통해 일침을 가한 지조 있는 문사(文士)들의 고장. 경북 영양이 배출한 대표적 문인은 청록파 시인 조지훈을 비롯해 시인 오일도, 이병각, 조애영, 조동진, 남장희, 신동석 등이 있다. 또 소설가 이문열을 비롯해 이창환, 배익천 등 10여명의 문인들이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청록파 시인이자 지조론 선비인 조지훈이 나고 자란 주실마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마을 모양이 배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주실마을은 한국 현대시의 주류를 완성한 청록파 시인이자 수필가이며 지조론 선비인 조지훈 선생이 나고 자란 곳이다. 조지훈(1920~1968)의 본관은 한양(漢陽)이고 본명은 동탁(東卓),지훈은 호이다. 주실마을에 세워진 월록서당에서 일제 교육을 거부한 조부 밑에서 한학과 한글, 그리고 유학과 역사 등을 배웠다. 주실마을 입구에는 ‘주실쑤’라고 하는 숲이 있다. 마을로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숲인데 외부로부터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숲 오른쪽에는 조지훈의 시비가 있고 길 건너에는 그의 형 세림 조동진의 시비가 있다.

 

 

 

 

승무

 

<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이백년이 넘는 느티나무를 비롯해서 소나무와 느릅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어우러진 이 숲은 산림청으로부터 아름다운 숲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숲을 지나면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자연스럽게 처음 들리게 되는 곳이 조지훈 문학관이다. 2007년 5월에 문을 연 이곳에는 시인의 소년시절, 광복과 청록집 관련 자료들, 격정의 현대사 속에 남긴 여운, 지사로서의 지훈 선생의 삶, 지훈의 시와 산문, 학문 연구의 핵심 내용, 조지훈 선생의 선비로서의 삶의 모습 등등을 살펴볼 수 있다. 문학관을 따라 걷다보면 지훈의 작품을 새긴 바위들이 산책길을 따라 조성된 지훈시공원이 있다.

 

  

 

 

이곳에는 시인의 동상도 있다. 주실마을에는 오래된 고택들이 많다. 마을 한복판에 널찍이 자리 잡고 있는 조지훈 생가인 호은종택(壺隱宗宅.경상북도 기념물 제78호)을 비롯해서 옥천종택(玉川宗宅:경상북도 민속자료 제42호), 문중의 서원 노릇을 했던 창주사, 지훈이 한문을 배웠던 신교육의 전당 월록서당 등이 마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호은종택 맞은 편에는 문필봉이라는 산이 있다.
이 마을 집들 대부분이 문필봉을 마주보고 있다. 문필봉이 정면에 있으면 공부를 잘하는 학자가 많이 나온다 하는 데 실제로 이 마을에는 조지훈 형제를 비롯해 많은 문인과 학자들이 배출되었다.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명분보다는 실용을 추주하는 것이 마을특성


평소에도 조용한 농촌마을이 불볕 같은 한여름 뙤약볕에 그나마 드물던 인적조차 말려버린 듯 하다. 이방인의 발걸음 소리에 잠을 깬 개 한 마리가 졸린 눈을 지켜든 채 짜증 섞인 소리로 이방인을향해 짖어댔다. 개 짖는 소리에 옆집 개도 짖어댔고 또 그 옆집 개도 짖어댔다. 농촌마을에서 개가 짖을 때는 낯선 사람의 냄새를 맡았다는 것이다. 마을사람들이라야 수 십명에 불과한 시골마을 특성상 동네 개들은 마을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와 체취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이방인은 발자국 소리와 냄새부터 다른 모양이다. 그순간 시골마을의 적막도 잠시 깨졌다. 주실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흔 중반의 한 노인은 마을을 둘러보던 낮선 방문객들을 자신의
집 마루에 걸터앉게 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농사지은 토마토와 참외, 자두를 권하고서는 마을의 유래와 특성 등에 대해 설명했다.그는 마을의 문화유산해설가로도 활동한다고 했다. 40여 채의 전통 양식의 기와집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경북지역의 양반마을이자 한양조씨 집성촌이기도 한 주실마을은 유교문화가 뼛속까지 자리 잡은 양반마을이지만 신문물과 신문화를 받아들이데 결코 인색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1973년 5월에 제정 공포한 ‘가정의례준칙 중 일부는 주실마을 향약 일부조항을 한글자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인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하나는 허례허식과 명분보다는 실용과 실리를 좇는 마을의 전통과 시골마을 향약조항을 정부가 공포하는 준칙에 그대로 인용할 정도로 문장이 정확하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
다. “우리 민족에게 아픈 과거사인 단발도 우리 마을에서는 별다른 저항없이 받아들였어요. 상투머리를 하고 서울로 유학 갔던 학생이 머리를 짧게 깎고 내려왔는데 처음에는 다른 마을 양반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음에도 편리하고 실용적이었기 때문에 마을에서는 단발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마을엔 지금도 양력설을 쇠요, 아마 1928년도부터 지금까지 양력설을 쇠는 마을은 찾아보기 힘들겁니다.” 그럼에도 지킬 건 꼭 지키는 지조있는 마을이다.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채 광복을 맞이했고 이승만 정권 때 3. 15 부정선거 때에도 보통, 직접, 비밀, 평등선거라는 민주선거의 4대 이념을 몸으로 실천했던 마을 사람들이었다.

 

 

오일도와 감천마을, 이문열과 두들마을, 일월산도 영양의 볼거리


주실마을에서 지훈을 만났다면 영양읍 감천마을에 가면 일제강점기에 활약한 애국시인인 일도(一島) 오희병(吳熙秉, 1901~1946)를 만날 수 있다. 또 이문열의 고향인 석보면 두들마을은 조선시대
때 광제원이 있었던 곳으로 석계고택, 석천서당 등 전통가옥 30여채와 궁중요리서(음식디미방)를 쓴 정부인 안동장씨유적비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영양에 갔다면 일원산을 올라보는 것도 좋다. 일월산은 태백산맥의 남쪽 끝에 위치한 해발 1,219m의 고봉으로 산세가 하늘에 우뚝솟아 웅장하고 거대하며 산정은 평평하다. 동으로는 동해가 바라 보이고 해와 달이 솟는 것을 먼저 바라본다. 하여 일월산 정상부에는 일자봉, 월자봉 두 봉우리가 솟아 있다.

 

 

 


산 정상도 아름답지만 일월산의 숨은 매력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계곡에 있다.아무리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더라도 일월산 계곡에 들어서면 계절을 잊을 만큼 울창한 숲과 시원한 계곡을 함께 할 수 있다

 

 

출처 : 흙사랑물사랑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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