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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주를 증류해 생산한 모든 증류주의 외형은 보드카와 거의 유사해 "증류주의 시작은 곧 보드카다"라는 말도 있다. 러시아를 상징하는 술 보드카는 시베리아의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기 위해 탄생한 무색의 독주다. 보드카를 단숨에 털어넣어 몸을 녹인 것이다. 보드카는 원래 러시아의 술이라기보다 추운 지방인 슬라브 민족의 국민주였다.
전통적으로 보드카를 생산하는 나라는 러시아뿐 아니라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 핀란드와 동유럽 국가인 우크라이나, 폴란드, 체코가 있으며 이 지역들을 보드카 벨트(Vodka belt)라고 한다. 이외의 국가로는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이 있다.
보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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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의 정의
보드카는 '물'을 뜻하는 러시아어 'Voda'와 '작은' 또는 '적은'을 뜻하는 접미사 'Ka'가 합쳐져서 'Little Water'를 의미하는 'Vodka'가 되었다. 12세기경 러시아의 문서에는 '지제니즈 보다(Zhiezenniz Voda)', 즉 위스키의 어원과 같은 '생명의 물'이라는 의미로 기록되어 있다. 15세기경까지 '보다(Voda)'로 불리다가 18세기경 보드카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었다.
보드카는 일반적으로 발효 가능한 재료를 이용하여 발효시킨 이후, 발효 원액(wash)을 연속 증류를 통해 알코올 도수가 높은 80~96% ABV의 에틸 알코올로 만들고, 자작나무 활성탄으로 여러 번의 여과과정을 거친 뒤 물로 희석시켜서 만드는 도수 37.5% ABV 이상의 무색 투명한 증류주다.
우리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생산하는 순수한 보드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미국 보드카는 "중성 증류주(Neutral spirits)를 뜻하며, 증류 이후 생산된 원액은 알코올 함량 95% ABV 이상이 돼야 하며, 판매용 제품의 알코올 도수는 40% ABV 이상이고, 특별한 색과 향, 맛이 없어야 한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래서 모든 보드카가 무색, 무취, 무미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국가, 브랜드, 재료별로 고유의 맛과 향이 존재하고 종류에 따라 색깔을 지닌 유색의 보드카도 존재한다.
유럽연합에서 규정하는 보드카의 정의는 조금 다른데 다음과 같다.
"정류된 에틸 알코올을 활성탄으로 여과해야 하고 최소 알코올 함유량은 37.5% ABV이다. 전통적인 보드카의 원료로는 주로 곡물과 감자를 사용했는데, 2007년 6월 유럽의회가 채택한 광의의 보드카는 바나나, 포도, 사탕무 등 여타 재료를 증류한 알코올 음료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결정하여, 발효 가능한 모든 원료의 사용이 가능하다."
보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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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보드카
'보드카' 하면 러시아를 떠올리지만 최초의 기원은 폴란드에서 찾을 수 있다. 약 8세기경부터 만들어졌다는 기록과 함께, 11세기에 폴란드 보드카의 어원인 고르잘카(Gorzalka)가 처음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며 당시에는 의학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1546년 올브라흐트(olbracht) 왕은 국가에서 보드카의 증류 및 판매를 허가하도록 법률을 제정했으나 귀족들의 반대로 이를 완화했다. 이후 폴란드에서는 보드카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고, 폴란드의 국민주가 되었다. 18세기에는 상업적인 증류소가 설립되었으며 보드카 산업이 현격하게 발전했다. 폴란드의 주요 생산물인 호밀과 감자가 보드카의 원재료로 사용되었는데, 19세기 초에 감자를 원료로 사용하는 시대가 막을 열었다.
1940년대 말, 폴란드 정부는 보드카를 생산하는 6개 증류소와 19개 판매회사를 통합시켰다. 보드카 산업이 국유화되면서 보드카 생산은 폴모스(Polmos)에 의해 독점되었다. 1990년 폴모스가 여러 개의 독립회사로 분할되면서 보드카 증류소들이 개인 소유로 바뀌었다.
폴란드 보드카는 Luksusowy(luxury), Wyborowy(premium), Zwykly(standard)로 등급이 나뉜다.
보드카의 원조로 알려진 러시아 보드카의 역사
보드카라는 말이 러시아어 '물(Voda)'에서 유래되었듯이 러시아 사람들은 유난히 보드카를 좋아한다. 냉동된 와인에서 알코올을 분리한 것이 최초의 보드카이며, 보드카 대신 '빵으로 만든 술'을 뜻하는 브레드 와인(bread wine)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보드카는 9세기에 처음 만들어졌다고 전해지지만, 문헌상 최초의 증류소는 1174년에 만들어진 Khlynovsky라고 전해진다. 1448년 러시아 생산업자들이 곡물을 사용해 보드카를 만든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 새로운 제조방법은 러시아 국가 음료인 브레드 와인의 서막을 열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여제(Elizabeth Empress)에 의해 법령이 공표된 1751년부터 보드카라는 상표를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하게 되었다.
초창기의 보드카는 여과를 하지 않아 많은 향과 불순물이 있었다. 1780년 화학자 테오도르 루이스(Theodore Lowitz)가 황제의 명령에 의해 보드카를 자작나무 활성탄으로 여과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후 보드카는 자작나무 활성탄 여과에 의한 무색, 무취, 무미의 깨끗한 술이라는 개성을 확립하게 되었다.
역사상 보드카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바로 볼셰비키 혁명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러시아인 블라디미르 스미노프(Vladimir Smirnoff)가 해외로 망명하면서 보드카 제조방법을 유럽 및 미국에 전파했다. 보드카는 위스키와 진 일색이던 미국의 증류주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1933년 미국의 금주법이 해금되면서 보드카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보드카를 사용한 여러 가지 칵테일이 개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보드카 베이스 칵테일이 유행하고 급격한 발전을 하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전 세계로 보드카 제조방법이 펴져나갔고 1960년대에 보드카는 진을 밀어내고 최고의 증류주 자리를 차지하였으며 1998년에는 러시아에서 보드카 탄생 600주년 행사를 열었다.
러시아 보드카 중 수출용으로 제조한 고급 제품을 오소바야(Osobaya)라고 하고, 풍미가 강하고 알코올 도수가 56% ABV인 제품을 그렙카야(Krepkaya)라고 한다.
보드카의 원재료
유럽연합에서도 계속적으로 논쟁하고 있는 보드카의 원재료는 전분이나 당분을 풍부하게 함유한 농산물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보드카들은 수수, 옥수수, 호밀 또는 밀과 같은 곡물로 생산을 한다. 곡물을 사용한 보드카 중에서도 호밀과 밀을 원료로 사용한 보드카를 최상급으로 여기지만, 어떤 보드카는 감자, 당밀, 콩, 포도, 쌀, 사탕무를 재료로 하기도 하고 기름을 정제하거나 나무 펄프 제조과정 중에 생기는 부산물을 원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유럽연합 국가에서 전통적인 보드카 벨트에 속하는 나라들은 곡물, 감자 그리고 당밀로만 보드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곡물 이외의 농작물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유럽연합에서 생산하는 보드카는 발효 가능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며 각각의 재료마다 독특한 풍미를 지니고 있다. 밀은 아니스 열매의 특징을 가진 맛이 나고, 옥수수는 버터를 발라서 구운 옥수수의 맛이 나며, 사탕수수를 사용한 보드카는 달콤한 풍미를 자랑한다. 포도는 여러 가지 감귤류의 맛과 향이 나고, 호밀은 견과류의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감자는 크림처럼 끈적끈적한 질감을 준다.
여러 가지 재료 중 알코올 생산량이 가장 낮은 재료는 감자이며, 가격 대비 가장 높은 알코올을 생산하는 재료는 전분질 원료인 옥수수 및 밀, 보리로, 보드카의 원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보드카의 제조과정
보드카를 생산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곡물과 맥아를 혼합하여 당화시킨 후, 효모를 섞어 발효시킨 액체(wash)를 증류하고, 활성탄을 이용해 여과하고 물을 넣어 알코올 도수를 조정하는 것이다. 보통 증류과정이 거듭되면서 불순한 성분이 빠진 순도 95~96% ABV의 에틸 알코올을 생산한다.
정제된 에틸 알코올을 순수한 물에 희석시켜 병에 담은 것이 우리가 마시는 보드카다. 과거에는 알코올 도수가 60% ABV 정도 되는 독한 술로 유명했지만 현재는 37.5~40% ABV가 일반적인 알코올 도수다.
보드카는 제조과정 중에 어떤 방법으로 증류했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즉, 증류방식의 차이로 보드카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보드카는 재료를 발효하여 연속식 증류기로 여러 번의 증류를 거쳐 색, 향, 맛을 더욱 순수하게 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여과를 거친다. 여러 번의 여과를 거치면서 완벽한 순수함과 깨끗함을 자랑한다. 연속 증류된 맑고 투명한 보드카는 다양한 칵테일의 제조를 가능하게 한다.
이런 방식으로 생산되는 보드카는 대표적으로 스미노프 레드(Smirnoff Red), 그레이구스(Grey Goose), 앱솔루트(Absoult), 벨베디어(Belvedere), 스톨리치나야(Stolichnaya) 등이 있다. 이 제품들은 연속식 증류기로 증류하고 여과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과의 횟수다. 여과 횟수가 많을수록 순수한 알코올과 불순물이 없는 깨끗한 보드카가 생산된다.
어떤 보드카는 풍미의 변화를 창조하기 위해 다른 과정을 추가하는데 바로 구리 단식 증류방법이다. 연속식 증류로 생산한 증류주에 한 번 더 구리 단식 증류를 거치는 것이다. 증류소마다 고유의 증류 스타일을 추구함으로써 각자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차별화된 구리 단식 증류로 생산한 증류주는 다양한 풍미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이익을 창출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스미노프 블랙(Smirnoff Black), 케틀원(Ketel One), 시락(Ciroc) 등이 있다.
보드카의 분류
보드카의 종류를 구분하는 데 있어서 특별한 규정은 없다. 일반적으로 보드카의 종류를 나눈다면 보드카의 순수함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플레인 보드카(plain vodka)가 있으며 깨끗하고 중성적인 특징을 가진다.
보드카를 생산하는 국가별로 고유한 재료를 사용하여 생산한 캐릭터 보드카(character vodka)는 각각의 원료가 가지고 있는 풍미의 특징을 준다.
마지막으로 특정 재료의 맛과 향을 첨가하거나 우려내어 제조한 플레이버 보드카(flavored vodka) 또는 인퓨전 보드카(infusion vodka)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