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지금 총 난사사건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조금 주춤하던 미국 총기 난사사건이 최근들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종차별 분위기에다 코로나 사태에 지친 사람들이 정신질환적 행동을 보임에 따라 일어나는 참사로 판단된다. 지난 2021년 3월 16일 미국 애틀랜타 체로키 카운티에 있는 마사지 가게에서 총격 사건으로 4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어데 이어 한시간쯤 뒤에 북쪽 방향인 피드몬크가에 있는 마사지 가게 두곳에서 4명이 숨지는 등 모두 8명의 희생됐다. 이가운데 4명이 한인 여성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머지 희생자들도 대부분 아시아계 여성으로 확인되고 있다. 수사는 더해봐야겠지만 아마도 인종차별주의자의 소행이 아닌가 보여진다.
또 20일(현지시간) 오전 3시 45분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북부 나이스타운 인근 식당에서 150명가량이 모인 불법파티 도중 총격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경찰은 총격사고로 최소 150명이 신변에 위협을 느껴 달아났다면서 대규모 모임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위반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20일 오전 1시 반 쯤 텍사스주 댈러스의 한 나이트클럽에서도 총격 사건이 발생해 21살 여성 1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불과 나흘동안 일어난 미국내의 총기관련 강력 사건들이다. 미국의 총기사건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세계 경찰국가라고 자부하는 미국에서 뻔질나게 일어나는 일이어서 참으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타국에 대해서는 이러 저런 간섭도 많이 하고 실제로 힘을 사용해 압박도 하지만 자국에서 일어나는 이런 총기사건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비 천조원을 쏟아넣는 미국의 민낯이 아니고 뭐겠는가. 미국에 한국 교민들도 많이 살고 한국인 유학생들이 많아 이래저래 우려를 던지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총기규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총기규제법안을 계속 발의하고 있지만 공화당의 철벽 방어에 부딪혀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다수인 미 하원은 지난 2021년 3월 11일 개인이나 미등록 총기 판매자에게도 총기 거래에 있어 신원조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연방 수사관이 수행하는 신원 조사 기간을 사흘에서 열흘로 늘리는 법안도 하원을 통과했다. 미국에서는 법안이 상 하원을 모두 통과하고 대통령이 서명해야 법으로 제정된다. 이제 하원을 통과했으니 상원통과가 남은 셈인데 바로 여기서 발목이 잡히는 것이다.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려면 상원의원 백명가운데 60명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미국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하고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 10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총기 소지를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의 뜻을 반하면서 총기 규제법안에 찬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총기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공화당에서도 지난 2012년 26명의 사망자를 낸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총기 구매 신원조사 강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는 했지만 법으로 규제를 하지를 못하고 있다. 총기규제는 미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지만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앞으로 전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국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갈수록 그 의미와 색채가 변질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 방식도 21세기에 걸맞지 않은 구시대의 유물같은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만 고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철저하게 양분된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시스템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뭔가를 법제화하려 하면 상대 당에서 발목잡기에 나서는 바람에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상당수이다. 일년에 국방비로 천조원을 쏟아부으면서 세계 최강의 힘을 자랑하지만 외부적인 파워만 강할 뿐이지 내부는 점점 병들어가는 그런 형국이다. 인종차별 논란은 더욱 거세게 미국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그래서인지 갈수록 중국에 대한 미국의 때림 현상은 정도가 강해지고 있다. 미국이 어떤 상황이 되든 한국과 관련이 없으면 참으로 좋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항상 미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여야 하는 운명에 놓인 것이 바로 한국 아니든가. 답답하지만 현실이 그런데 어찌하겠는가. 우리라도 자체적인 힘을 더욱 키워나가야겠지만 여야로 나뉘어 사생결단의 발목잡기와 이전투구로 하루를 보내는 한국의 정치상황을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 올해도 내년도 그놈의 선거때문에 또 다른 것은 신경쓸 시간이 없을테니 더욱 안타깝다.
2021년 3월 2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