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처럼 건넸던 말 등골이 오싹한 말 비명도 안 들리는 심심산천 골짜기에 시작도 끝도 모를 깊고 긴 구덩이, 관이 되고 무덤이 된 산내면 골령골, 등 밟고 뒤통수에 총구를 들이대는, 두 다리를 들어 올려 구덩이로 구겨 넣는, 엎드린 채 돌아보는 마지막 눈빛들, 확인사살 총성 담긴 열여덟 장 사진들
반세기 지난 후에야 긴 시간의 문을 여네
-『세계일보/詩의 뜨락』2023.09.22. -
〈김영란 시인〉
△1965년 제주 출생.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누군가 나를 열고 들여다볼 것 같은’, ’꽃들의 수사’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