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e3p5qfkPzos
[유재일의 논평] 공지영의 진중권 비난에 대하여.
화면이나 자료를 보는 모습을 정면이 아니라 옆면에서 찍은 거 같군요. 따라서 구조적으로 상대방을 똑바로 보면서 말하는 경우가 드물 수밖에 없겠네요.
상대방을 똑바로 촛점을 맞추어 보면서 말하는 경우는
1. 상대방을 사랑하는 경우
2. 상대방을 미워하는 경우
3.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고 상대방에게 주입하려는 경우
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생각'이 옳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생각'이 현실의 한 측면에 가까울 수는 있지요. 하지만 생각은 그때 그때 현실의 지도(地圖)이지, 생각이 현실인 것은 아닙니다. 생각은 그때그때의 현실의 한 측면을 관념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림의 떡은 떡이 아니지요. 하지만 중생(衆生)은 그림의 떡을 현실의 떡으로 착각하고 굶어죽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생각에 거리를 유지하고, 자기 생각을 그때 그때 변하는 현실의 허공 속에 던져서 지켜보면서 말하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행위 중 하나입니다. 이럴 때의 시선에는 고정된 초점이 없어요. 아예 시선에 초점이 없는 경우도 많지요. 허공이 허공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 비디오는 유재일님의 비디오 중에서도 욕설이 없는 교양 채널에 속하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상대방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면서, 현실의 허공을 직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뛰어난 비디오라고 봅니다. 이 비디오에서 유재일님의 목소리는 가슴에서 울려 나오고 있고, 가슴으로 자신의 생각의 구름과 상대방의 생각의 구름을 잘 느끼면서, 구름에 갇힌 달이 아니라, 가슴의 하늘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달빛으로, 상대방의 가슴 속에 스미는 달빛 같은 목소리로 다가오고 있군요.
이 비디오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비디오가 아니라, 상대방이 다시 생각하게 할 기회를 주는 비디오입니다. 늘 자신의 고정된 생각을 벗어나 있는 현실의 새로움을, 현실의 새로움으로 볼 기회를 주고 있다고 봅니다. 전반적으로 현실을 중계하면서도, "~이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지 않고, "입니까?" 등의 질문을 자주 던지면서 현실을 보고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 보이시나요?
입으로 들이쉬며 내뱉는 급한 목소리가 아니라,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쉬며 말하는 목소리. 상대방에 보조를 맞추어 딱 한 걸음 앞에서 같이 걸어가며 말하는 스며드는 목소리. 안철수가 한 때 보여줬던 목소리이고, 돌아가신 김대중님이 꾸준히 보여줬던 목소리이죠. 참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네요. 머리의 딱딱함이 풀리고 가슴에 맺힌 것이 풀려가는, healing의 목소리네요^^. 음~ 이 맛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