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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귀천(樂殊貴賤)
음악은 귀하여 처한 신분에 따라 달리한다는 말이다. 풍류도 귀천에 따라 정도를 달리한다는 뜻으로, 풍류는 신분이 높고 낮음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樂 : 풍요 악(木/11)
殊 : 다를 수(歹/6)
貴 : 귀할 귀(貝/5)
賤 : 천할 천(貝/8)
출전 : 천자문(千字文)
풍류(風流)는 귀천(貴賤)이 다르니, 천자(天子)는 팔일무(八佾舞), 제후(諸侯)는 육일무(六佾舞), 사대부(士大夫)는 사일무(四佾舞), 서민(庶民)은 이일무(二佾舞)이다. 음악이 귀하고 천함을 나눈다는 뜻이다. 천자문(千字文)에 나오는 말이다. 다음에 이어지는 구(句)는 예별존비(禮別尊卑)다. 두 구를 같이 풀이하면 '음악으로 귀천을 나누고 예절로 존비를 가른다'는 의미다.
고래로 음악은 신분질서를 유지하는 지표였고 예절은 가족구조나 연령상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가르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예약(禮樂)은 사회와 국가의 조화로운 질서를 지키는 핵심 기제였다.
법(法) 이전에 예(禮)와 악(樂)으로 사회와 국가의 평화와 안녕을 지키는 것을 이상적 통치로 여겼다. 한글을 창제한 후 세종대왕이 한글을 갖고 맨 처음 한 일이 곡에 맞춰 가사를 지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음악이 얼마나 국가운영에 중요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 노래 가사가 바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다.
악수귀천을 현대적 의미로 해석한다면 '음악을 통해 화평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지향한다'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음악은 발성과 청음이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인성(人性)의 교화에도 빠질 수 없다. 특히 교육과 사회통합을 위한 필수 요소다.
천자문은 원래 네 글자를 한 구로 삼고 두 구를 한 문장으로 한 운문(韻文), 곧 시(詩)다. 125개 시로 구성돼 있다. 단 한 자도 중복해 쓰이지 않았다. 한자가 중심 문자로 쓰였던 옛 시대에는 천자문이 학문에 입문하는 이들에게 문자를 익히는 교본이었다.
그렇다고 내용이 쉽고 단순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각 구와 문장이 갖는 의미는 시적이고 직관적이며 심오하다. 게다가 비유와 풍자, 인용을 통해 논어, 주역, 노자, 사기 등 동양 고전들과 역사를 담고 있다.
樂殊貴賤 禮別尊卑(악수귀천 예별존비)
음악은 귀천(貴賤)따라 정도를 달리했다니 이 무슨 뜻일까?
악수귀천(樂殊貴賤)
악(樂)은 '음악'을 , 수(殊)는 '다르다'의 뜻이고, 귀천(貴賤)은 '귀하고 천함'으로 즉 음악을 귀천따라 달리 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예(禮)와 악(樂)을 아주 중시했다. 예(禮)는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규범이고, 악(樂)은 인간의 성정(性情)을 다스리는 과목으로 성현들이 중요시 한 덕목이다.
그래서 예와 악이 바르면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서는 것이며, 문란해지면 곧 신분질서와 사회규범이 파괴됨을 뜻했다. 선왕(先王)이 음악을 만든 까닭은 '귀함과 천함을 나눔에 있으니 아래가 위를 도모할 수 없다'하였다.
논어(論語)에 보면 팔일(八佾)이라는 것이 나온다. 여기서 일(佾)이란 춤을 추는 이의 종횡(縱橫)의 행렬(行列)을 말한다. 팔일(八佾)이란 고대 천자(天子)의 무악(舞樂)으로 8명이 8렬로 추는 춤을 말한다. 그러니까 8×8=64명이 추는 춤이고, 제후(諸侯)는 육일(六佾)로 48명이, 대부(大夫)는 사일(四佾)로 32명, 사대부(士大夫)는 이일(二佾)로 16명이 열을 지어 춤을 추었던 것이다.
이렇게 신분에 따라 엄격히 구분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를 어기는 것은 신분질서의 파괴로 보았던 것이다. 군신간의 격차에 따라 음악의 제도를 달리하여 신분질서를 확실히 했던 것이다. 이는 음악을 통하여 군신간의 지엄함을 보였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법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력을 가진 자가 무엄하게도 제멋대로 팔일무(八佾舞)를 행하여 공자(孔子)께서 개탄하는 내용이 논어(論語)에 보인다. "팔일무를 자기집 마당에서 추게 하니, 이런 무엄한 일을 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인들 못 저지르겠는가?"
노(魯)나라의 대부인 계손씨(季孫氏)가 당시 삼환(三桓)으로 불리었던 세도가 였는데 무엄하게도 천자 앞에서나 출 수 있는 춤을 대부가 행했으니 공자께서 신분질서와 사회규범의 파괴로 보고 격분했던 것이다.
예별존비(禮別尊卑)
예(禮)는 '예절(禮節)'을 말하고, 별(別)은 '분별하다', '구별하다'는 뜻이다. 존비(尊卑)는 '높고 낮음'을 말한다. 즉 예절도 높고 낮음을 엄격히 구별했다는 뜻이다.
선왕(先王)이 예절을 만듦에 높고 낮음을 구별하였으니, 천자(天子)의 의복은 해와 달과 별의 문양, 십이장(十二章)이고, 제후(諸侯)의 복장에는 산과 용과 공작의 문양, 구장(九章)이고, 대부(大夫)의 복장에는 마름과 불의 문양, 칠장(七章)이고, 사대부(士大夫)의 복장에는 분미(粉米)의 문양, 삼장(三章)이고, 서인(庶人)은 비록 부자라도 감히 문양의 수(繡)를 넣을 수 없었다. 이로써 예의(禮儀)를 구별한 것이다.
십이장(十二章)이란 고대 천자(天子)의 의상에 수(繡)를 놓는 도상(圖象)을 말한다. 그 의상(衣裳)을 상(上)과 하(下)로 구분하여 상(上)에는 해, 달, 별, 산, 용, 공작을 수놓아 상유장(上六章)이라 하고, 하(下)에는 호랑이 그림이 있는 동이, 마름(물풀), 불, 쌀가루, 도끼, 활을 수놓아 하육장(下六章)이라 했다.
제후(諸侯)는 천자의상의 해, 달, 별을 제외한 구장(九章)이고, 대부는 칠장(七章), 사대부(士大夫)는 삼장(三章)으로 각기 상(上)을 범치 않도록 규정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상하의 높고[尊] 낮음[卑]을 엄격히 구별했던 것이다.
묘제(廟祭)의 경우도 천자(天子)는 칠묘(七廟), 제후(諸侯)는 오묘(五廟), 대부(大夫)는 삼묘(三廟), 상사(上士)는 이묘(二廟), 중ㆍ하사는 일묘(一廟), 서인(庶人)은 사당이 없었기에 침(寢)에서 제사지내는 등 그 제도가 엄격히 제정되어 상하를 엄격히 했던 것이다.
이 밖에도 신분의 예에 따라 군신간의 높고 낮음을 분명히 하여 나라의 질서를 세우는데 귀천(貴賤)에 따라 높고 낮음을 엄격히 구분하여 신분과 질서를 엄격히 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은 고대 봉건사회에서 얼마나 국가를 유지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는지 알게 된다.
오늘날에 있어 악수귀천(樂殊貴賤), 예별존비(禮別尊卑)가 가당키나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정신은 위계질서(位階秩序)에 있는 것이니 위계질서는 사회질서를 세우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위계질서가 무너지면 사회구조는 문란해지기 마련이다. 자기의 위치를 잘 지키는 것도 가정이나 사회, 나아가 국민의 일원으로 국가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임을 생각해 본다.
樂殊貴賤 禮別尊卑(악수귀천 예별존비)
음악은 귀하거나 천한 신분에 따라 달리하고, 예도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가린다. 풍류도 귀천에 따라 정도를 달리했고, 예의도 역시 높고 낮음을 구별하도록 했다. 옛날에는 나라의 질서를 세우는 데 귀천의 구별을 엄히 했고, 심지어 음악이나 묘(廟)에까지도 제도가 분명하였다. 신분과 질서를 엄하게 하는 것이 봉건제도의 특징인 것이다.
우리나라 문묘제례악이나 종묘제례악에 팔일무(八佾舞)가 있었다. 팔일무는 팔일(八佾)이다. 팔일은 무악으로 행하여졌는데 황제의 궁에서만 거행될 수 있었다. 佾(일)이란 가로줄과 세로줄의 인원이 같은 춤을 말한다. 따라서 천자의 경우 8일이므로 팔렬 팔행이 나온다. 그러면 64명이 춤을 추는 것이다. 천자(天子)는 8佾(일), 제후는 6佾(일), 대부는 4佾(일), 선비는 2佾(일)로 되어 있었다.
조선왕조의 경우 문묘(文廟; 문선왕묘로 문선왕은 바로 공자를 나타낸다) 및 종묘의 제의에서 행하여졌는데 황제일 때는 팔일이지만 왕일 때에는 육일의 舞(무)가 쓰이는데, 이조(李朝)의 경우 거의 모두 왕이라고 칭했기 때문에 6일이 행해졌다. 그러나 이태왕(李太王)이 한국황제라고 칭했을 때는 八佾(팔일)을 했지만 이내 六佾(육일)로 돌아왔다. 그때가 고종황제 때의 일이다. 이렇듯 악(樂)도 귀천에 따라 달리했다. 묘제는 더 심했다.
樂殊貴賤 禮別尊卑(악수귀천 예별존비)
천자문 제41연
樂殊貴賤하고 禮別尊卑라
음악은 신분의 높고 낮음에 따라 다르고, 예절은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분별한다. 즉 천자, 제후, 대부의 신분 차별을 나타내고 있다.
고대 중국 사회의 계층은 귀족과 사(士), 농(農), 공(工), 상(商)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또 계층별 신분의 높고 낮은 순서를 따져보면, 천자(天子; 王), 제후(諸侯), 대부(大夫; 고관대작), 사(士; 일반 관리 혹은 선비), 농민(農民), 상공인(商工人), 노예(奴隸)로 태어날 때부터 그 귀하고 천함이 정해져 있었다.
여기에서는 고대 중국 사회의 지배계급을 구성하고 있던 천자와 제후 그리고 대부 간의 신분 차이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천자와 제후의 신분 차이에 따라 소유하는 영토와 군사력의 범위가 크게 달랐고, 제후는 매년 천자(天子)를 알현하고 조공을 바쳐야 했다. 천자로부터 제후국을 분봉 받아 각각 독립적으로 나라를 다스렸던 제후들의 등급은 크게 다섯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제1등급은 공작(公爵)이고, 제2등급은 후작(侯爵), 제3등급은 백작(伯爵), 제4등급은 자작(子爵),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5등급은 남작(男爵)이었다.
대부는 각 나라의 제후들로부터 벼슬과 식읍(食邑)을 받은 대가로 제후들을 섬기고 보좌했다. 이들 역시 제후들이 천자로부터 분봉 받은 제후국에 대해 독립적인 권력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제후들로부터 분봉 받은 식읍(食邑)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통치를 행하고 또 사병(私兵)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천자와 제후, 대부는 각종 의례와 일상생활에서도 엄격한 차별을 두었다. 주(周)나라의 천자는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낼 수 있었으나, 제후는 자신이 다스리는 제후국의 영토 내에 있는 산천에만 제사를 지낼 수 있었다. 또 천자가 죽으면 7일상을 치르고 7개월 후에 묘에 묻었으나, 제후는 5일상에 5개월 후에 안장할 수 있었다.
또 각종 의례와 행사에서 천자는 8줄에 8명씩 총 64명의 무용수가 팔일무(八佾舞)를 출 수 있었으나, 제후는 6줄에 6명씩 총 36명의 무용수가 추는 육일무(六佾舞)만 시행할 수 있었다. 대부는 4줄에 4명씩 총 16명의 무용수가 추는 사일무(四佾舞), 사(士)는 2줄에 2명씩 총 4명의 무용수가 추는 이일무(二佾舞)만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마흔한 번째 이야기의 '음악은 신분의 높고 낮음에 따라 다르다'는 말은, 바로 천자는 팔일무, 제후는 육일무, 대부는 사일무, 사는 이일무만을 행할 수 있었음을 밝힌 것이다.
분봉제후제가 제대로 운영되었던 주(周)나라 초기에는 천자와 제후 그리고 대부의 등급과 신분에 따른 각종 규제와 제도들이 잘 지켜졌다. 그러나 주(周)나라 동쪽의 낙읍(洛邑; 지금의 낙양)으로 도읍지를 옮기면서 시작된 춘추시대 이후에는, 제후국들 간의 침략과 정복 전쟁으로 천자와 제후국 간의 엄격한 신분 구별이나 영토와 군사력의 소유가 뒤죽박죽되어 버렸다.
예를 들어 남쪽의 초(楚)나라는 주나라의 천자로부터 고작 자작(子爵)의 작위를 받았을 뿐이었으나, 기원전 741년 즉위한 무왕(武王) 때부터 천자만이 사용할 수 있던 왕(王)이라는 호칭을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했다.
대부들 역시 각자 독립적인 세력으로 크게 성장하여 자신들이 섬기던 제후들보다 더 큰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며 나라를 쥐고 흔들었다. 공자가 생존할 당시 노(魯)나라의 권력을 한 손에 장악하고 있었던 계손씨(季孫氏)가 좋은 사례라 하겠다.
예별존비(禮別尊卑)라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삼강오륜(三綱五倫) 중 오륜(五倫)을 말한다. 이 오륜은 임금과 신하(君臣), 아버지와 아들(夫子), 남편과 아내(夫婦), 어른과 아이(長幼), 친구(朋友) 간에도 모두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나누어 구별한 고대 중국 사회의 예법(禮法)이었다.
▶️ 樂(노래 악, 즐길 락/낙, 좋아할 요)은 ❶상형문자로 楽(락)의 본자(本字), 乐(락)은 간자(簡字)이다. 현악기를 본뜬 글자, 신을 모시는 춤을 출 때 손에 가지는 방울을 본뜬 글자, 북 따위의 타악기를 본뜬 글자 등의 유래가 존재한다.기본 음가는 악이고, 전주된 음가로 락과 요가 있다. 락은 주로 형용사로 사용될 때, 요는 좋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락이 두음법칙이 적용되면 낙으로 표기된다. ❷상형문자로 樂자는 '음악'이나 '즐겁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樂자는 본래 악기의 일종을 뜻했던 글자였다. 갑골문에 처음 등장한 樂자를 보면 木(나무 목)자에 絲(실 사)자가 결합한 모습이었다. 이것은 거문고처럼 실을 튕겨 소리를 내는 악기와 줄을 표현한 것이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白(흰 백)자가 더해지게 되는데, 이것은 줄을 튕길 때 사용하는 피크를 뜻하기 위해서였다. 또 음악을 들으면 즐거우므로 '즐겁다'라는 뜻도 파생되었다. 그래서 樂(악)의 경우는 ①노래, 음악(音樂) ②악기(樂器) ③연주하다 ④아뢰다(말씀드려 알리다) 등의 뜻이 있고, 樂(락/낙)의 경우는 ⓐ즐기다(락) ⓑ즐거워하다(락) ⓒ편안하다(락) ⓓ풍년(豐年)(락) ⓔ즐거움(락) 등의 뜻이 있고, 樂(요)의 경우는 ⓕ좋아하다(요) ⓖ바라다(요)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노래 가(歌), 노래 요(謠), 노래 구(謳)이다. 용례로는 인생을 즐겁게 여기거나 세상을 밝고 좋게 생각함을 낙관(樂觀), 아무런 걱정이나 부족함이 없이 살 수 있는 즐거운 곳을 낙원(樂園), 늘 즐겁게 살 수 있는 곳을 낙토(樂土), 재미 붙일 만한 일을 낙사(樂事), 경기 등에서 힘들이지 않고 쉽게 이기는 것을 낙승(樂勝), 세상이나 인생을 즐겁게 생각함을 낙천(樂天), 노래의 곡조를 악곡(樂曲), 음악 기구를 악기(樂器), 작곡에 관한 착상이나 구상을 악상(樂想), 음악에서 연주되는 음의 배열을 악보(樂譜), 노랫소리 또는 가락스런 소리를 악음(樂音), 음악을 연주하는 단체를 악단(樂團), 물을 좋아함을 요수(樂水), 산을 좋아함을 요산(樂山), 즐기기는 하나 음탕하지는 않게 한다는 뜻으로 즐거움의 도를 지나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낙이불음(樂而不淫), 즐거움도 극에 달하면 슬픔이 생긴다는 말을 낙극애생(樂極哀生), 타향의 생활이 즐거워 고향 생각을 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낙이사촉(樂而思蜀), 즐거움은 언제나 걱정하는데서 나온다는 말을 낙생어우(樂生於憂), 안락은 고통의 원인이라는 말을 낙시고인(樂是苦因), 천명을 깨달아 즐기면서 이에 순응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낙천지명(樂天知命), 즐겨서 시름을 잊는다는 뜻으로 도를 행하기를 즐거워하여 가난 따위의 근심을 잊는다는 말을 낙이망우(樂而忘憂), 즐거움에 젖어 촉 땅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쾌락 또는 향락에 빠져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말을 낙불사촉(樂不思蜀), 즐거움 속에 삶이 있다는 뜻을 나타냄을 일컫는 말을 낙중지생(樂中之生), 좋아서 하는 일은 아무리 해도 지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요차불피(樂此不疲), 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한다는 뜻으로 산수 경치를 좋아함을 이르는 말을 요산요수(樂山樂水) 등에 쓰인다.
▶️ 殊(다를 수)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죽을사변(歹=歺; 뼈, 죽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朱(주)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殊자는 '다르다'나 '뛰어나다', '거의 죽다', '유달리'와 같이 다양한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殊자는 歹(뼈 알)자와 朱(붉을 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朱자는 속이 붉은 나무를 뜻하는 글자로 '붉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殊자는 본래 '참수(斬首)'나 '죽다', '끊어지다'라는 뜻을 위해 만든 글자였다. 그래서 '붉다'라는 뜻의 朱자와 '죽음'을 의미하는 歹자를 결합해 피를 흘리며 거의 죽어가는 사람을 뜻했었다. 그러나 후에 '거의 죽다'나 '다르다'라는 뜻이 파생되면서 지금은 '유달리'나 '특히'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殊(수)는 ①다르다 ②뛰어나다 ③거의 죽다 ④결심하다 ⑤끊어지다 ⑥죽이다 ⑦지나다 ⑧특히 ⑨유달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를 타(他), 다를 별(別), 다를 차(差), 다를 리(異)이다. 용례로는 행동이나 사람이 좋지 않은 점에서 의심이 가는 상태에 있음을 수상(殊常), 다른 나라를 수방(殊邦), 다른 곳을 수향(殊鄕), 익숙하여 솜씨가 좋음을 수련(殊鍊), 특별한 은혜를 수은(殊恩), 특출한 공로나 특별히 뛰어난 공훈을 수공(殊功), 뛰어난 힘을 수력(殊力), 유별나게 심함을 수심(殊甚), 남달리 뛰어나게 훌륭함을 수절(殊絶), 멀리 떨어진 지방을 수역(殊域), 특수한 공훈이나 빼어난 공훈을 수훈(殊勳), 특수하고 큼을 수무(殊懋), 특별한 보답을 수보(殊報), 특수한 인연을 수인(殊因), 특수한 은택을 수택(殊澤), 뛰어난 기술 또는 기능을 달리함을 수기(殊技), 목을 베어 죽임 또는 어떤 뜻을 이루기 위하여 죽음을 각오함을 수사(殊死), 여자들의 뛰어난 용모를 수색(殊色), 보통과 다른 특이한 풍속을 수속(殊俗), 특별히 뛰어남을 수승(殊勝), 특히 훌륭함을 수우(殊尤), 특별한 대우를 수우(殊遇), 가락이 특수한 음을 수음(殊音), 특별하게 색다름을 수이(殊異), 뛰어난 재주를 수재(殊才), 훌륭한 물품을 수품(殊品), 수상하고 괴이함을 수괴(殊怪), 딴 것과 다른 특수한 종류를 수류(殊類), 상서로운 조짐을 수상(殊祥), 빼어난 공적을 수적(殊績), 필사의 각오로 싸움을 수투(殊鬪), 오랑캐가 사는 먼 나라를 수황(殊荒), 특별히 권장하여 도움을 수장(殊奬), 특별히 귀여워함을 수총(殊寵), 특별히 다름 또는 그 모양을 특수(特殊), 특별히 뛰어남을 우수(優殊), 현격하게 다름을 현수(懸殊), 모든 것이 여러 가지로 다 다름을 만수(萬殊), 뛰어나게 훌륭함을 괴수(魁殊), 귀착점은 같으나 경로가 다름을 일컫는 말을 동귀수도(同歸殊塗), 평범한 인간이라도 세 사람이 모여서 의논하면 지혜를 다스리는 문수보살과 같은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는 말을 삼인문수(三人文殊), 어떤 특별한 층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사회를 일컫는 말을 특수사회(特殊社會), 갈수록 수미산이라는 뜻으로 갈수록 태산이라 즉 어려운 고비를 넘길수록 점점 더 어려운 일만 당하게 된다는 뜻의 속담을 일컫는 말을 거유수미산(去愈殊彌山) 등에 쓰인다.
▶️ 貴(귀할 귀)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조개 패(貝; 돈, 재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궤, 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궤)는 흙을 담는 그릇,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로, 나중에 흙이 아니고 물건을 넣어두는 것에도 쓰였다. 貝(패; 재산, 화물), 많이 있는 보배, 귀하다, 귀하게 여기는 일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貴자는 '귀하다'나 '(신분이)높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貴자는 臼(절구 구)자와 土(흙 토)자, 貝(조개 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貴자를 보면 양손으로 흙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농경을 중시하던 시대에 흙은 만물을 창조하는 귀한 존재였다. 그래서 갑골문에서는 이렇게 양손으로 흙을 감싸는 모습을 그려져 '귀하다'나 '귀중하다'라는 뜻을 표현했었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여기에 貝자가 더해지면서 귀중함의 존재가 흙에서 재물로 옮겨져 오게 되었다. 그래서 貴(귀)는 (1)한자로 된 명사(名詞) 앞에 쓰이어 상대편을 높이어 예의(禮儀)를 나타내는 말 (2)희귀(稀貴)하거나 존귀(尊貴)하다는 뜻을 나타냄 등의 뜻으로 ①귀하다 ②신분이 높다 ③중요하다, 귀중하다 ④귀하게 여기다, 숭상하다 ⑤공경하다, 존중하다 ⑥비싸다, 값이 높다 ⑦바라다 ⑧귀(貴)한 사람 ⑨높은 지위(地位)나 권세(權勢) ⑩높임말 ⑪존칭(尊重)의 접두어(接頭語)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윗 상(上), 높을 항(亢), 높을 탁(卓), 높을 교(喬), 높을 준(埈), 높을 존(尊), 높을 아(峨), 높을 준(峻), 높을 숭(崇), 높을 외(嵬), 높을 요(嶢), 높을 륭(隆), 밝을 앙(昻), 드물 한(罕), 높을 고(高),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천할 천(賤)이다. 용례로는 편지나 물품을 받는 단체의 이름 밑에 쓰는 말을 귀중(貴中),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말을 귀하(貴下), 귀하고 소중함을 귀중(貴重), 신분이 높고 가문이 좋은 사람을 귀족(貴族), 비싼 값을 귀가(貴價), 귀한 손님을 귀빈(貴賓), 존귀하고 이름이 높음을 귀현(貴顯), 부귀와 빈천을 귀천(貴賤), 신분이 높은 사람을 귀인(貴人), 상대방의 나라를 높여 부르는 말을 귀국(貴國), 특별히 귀염을 받는 아이를 귀동(貴童), 존귀한 자태를 귀태(貴態), 귀하게 될 모습 또는 체격을 귀격(貴格), 지체가 높고 귀함을 영귀(榮貴),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김을 자귀(自貴), 드물어 매우 귀함을 희귀(稀貴), 인품이나 지위가 높고 귀함을 고귀(高貴), 재산이 넉넉하고 지위가 높음을 부귀(富貴), 보배롭고 귀중함을 진귀(珍貴), 물건값이 뛰어 오름을 등귀(騰貴), 물건이 귀함을 품귀(品貴), 높고 귀함을 존귀(尊貴), 곡식이 달리어 값이 비쌈을 곡귀(穀貴), 귀를 귀하게 여기고 눈을 천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먼 곳에 있는 것을 괜찮게 여기고 가까운 것을 나쁘게 여김을 일컫는 말을 귀이천목(貴耳賤目), 고니를 귀히 여기고 닭을 천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먼 데 것을 귀하게 여기고 가까운 데 것을 천하게 여기는 것이 인지상정임을 일컫는 말을 귀곡천계(貴鵠賤鷄), 신분이나 지위의 귀함함과 천함과 높음과 낮음을 일컫는 말을 귀천상하(貴賤上下), 군자는 인서仁恕의 마음이 있으므로 만사에 자신보다 타인을 높인다는 말을 귀인천기(貴人賤己) 등에 쓰인다.
▶️ 賤(천할 천)은 ❶형성문자로 賎(천)의 본자(本字), 贱(천)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조개 패(貝; 돈, 재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작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戔(잔, 천)으로 이루어졌다. 작은 조개, 화폐(貨幣) 가치가 적은 조개의 뜻이 전(轉)하여 싸다, 천하다의 뜻으로 쓰였다. ❷회의문자로 賤자는 '천하다'나 '경멸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賤자는 貝(조개 패)자와 戔(쌓일 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戔자는 여러 개의 창을 쌓아 놓은 모습을 그린 것으로 '쌓이다'나 '잔인하다', '적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賤자는 이렇게 '적다'라는 뜻을 가진 戔자에 貝자를 결합한 것으로 '돈이 적다'나 '값이 싸다'라는 뜻을 표현한 글자였다. 그러나 후에 사람에 비유하여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떨어진다는 의미에서 '천하다'나 '경멸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賤(천)은 ①천(賤)하다 ②천히 여기다 ③경멸(輕蔑)하다 ④경시(輕視)하다 ⑤업신여기다 ⑥비열(卑劣)하다 ⑦야비(野鄙)하다(성질이나 행동이 야하고 천하다) ⑧낮다 ⑨싸다 ⑩헐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귀할 귀(貴)이다. 용례로는 업신여기어서 푸대접 함을 천대(賤待), 천하고 가난함을 천빈(賤貧), 신분이 천한 여자 종을 천비(賤婢), 천한 일에 종사하는 백성을 천민(賤民), 업신여겨 봄이나 천하게 여김을 천시(賤視), 종이나 노는계집으로서 남의 첩이 된 여자를 천첩(賤妾), 천하게 일컬음을 천칭(賤稱), 아주 싼 값을 천가(賤價), 비천한 직업을 천직(賤職), 천한 몸이라는 뜻으로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말을 천신(賤身), 자기 첩의 일컬음 또는 자기의 가족을 겸손하여 일컫는 말을 천솔(賤率), 천한 몸이 태어 났다는 뜻으로 자기의 생일을 낮추어 이르는 말을 천강(賤降), 천한 몸이 앓는 병이라는 뜻으로 자기의 병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천양(賤恙), 가난하고 천함을 빈천(貧賤), 부귀와 빈천 또는 귀한 사람과 천한 사람을 귀천(貴賤), 지체나 지위 등이 더할 나위 없이 천함 또는 너무 흔해서 귀한 것이 없음을 지천(至賤), 지체가 낮고 천함을 비천(卑賤), 하찮고 천함을 미천(微賤), 곡식이 많아서 값이 싸다는 말을 곡천(穀賤), 천민의 신분을 벗고 평민이 되거나 되게 함을 면천(免賤), 지위의 높고 낮음과 신분의 귀하고 천함을 이르는 말을 존비귀천(尊卑貴賤), 타고 난 재질이 변변치 못하고 신분이 천함을 이르는 말을 질루신천(質陋身賤), 고니를 귀히 여기고 닭을 천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먼 데 것을 귀하게 여기고 가까운 데 것을 천하게 여기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말을 귀곡천계(貴鵠賤鷄), 귀를 귀하게 여기고 눈을 천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먼 곳에 있는 것을 괜찮게 여기고 가까운 것을 나쁘게 여김을 이르는 말을 귀이천목(貴耳賤目), 내가 가난하고 천할 때 나를 친구로 대해 준 벗은 내가 부귀하게 된 뒤에도 언제까지나 잊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빈천지교(貧賤之交), 신분이나 지위의 귀함과 천함과 높음과 낮음을 이르는 말을 귀천상하(貴賤上下), 자기 것은 천하게 여기고 남의 것은 높이 받듦을 이르는 말을 자천타배(自賤他拜)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