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holyground.tistory.com/257
여성시대 짚차의 엔진과 세단의 매너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에필로그 굿나잇 책방일지
잘 먹고 잘 자면 그게 좋은 인생이라 생각하는 은섭이,
자신이 운영하는 굿나잇 책방의 블로그에 비공개로 올리는 글.
자신처럼 불면증을 가지고 있어
밤에 깨어있을 불특정 다수(aka 야행성 점조직 굿나잇 클럽)에게 쓰는
일기 형식의 이 책방일지가 드라마에 에필로그로 등장하는데
서정적인 드라마의 분위기와 감성을 한껏 살리고,
남주의 숨겨진 마음과 이야기를 엿볼 수 있어
처돌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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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와서 좋은 이유는 그저 한 가지.
내 창을 가리던 나뭇잎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이 보인다는 것.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설날이 다가와서
당신이 이 마을로 며칠 돌아온다는 것.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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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이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을 빌려 갔다.
그녀가 그 책을 좋아하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할 수 없겠지.
사실은 그 책의 시리즈 중
패트릭 벤슨의 삽화 버전을 가장 아낀다.
하지만 책들이 듣는 데서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책에도 그림에도 귀가 있으니.
밤이 깊었습니다. 말이 길어졌네요.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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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와 같은 지붕 아래 잠들어 있는 그녀.
아까는 내 방에 들어와
책상에 놓인 구형 램프를 보고 아름답다고도.
순간 행복해진 나는, 불현듯 덜컥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불꽃같은 고백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녀를 당황스럽게 만들 수 없어 그저 고마워, 라고만.
언제나 믿을 수 없는 일은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여러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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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독서모임에서 겨울에 어울리는 시와 소설 중
마음에 드는 구절을 골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녀는 제법 이 독서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회원들이 읽는 책을 읽곤 한다.
문득 궁금해진 건
그녀는 책을 통해 그 사람을 궁금해하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책을 골라야하는 걸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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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전에 아이린에게 했던 말들을 다시 생각해봄.
모든 첫사랑은 과거완료?
아아, 그때 나는 왜 그런 말을 했던 걸까.
지금 그녀가 다시 물어본다면 이렇게 말할 수도.
대부분의 첫사랑은 과거완료지만, 나는 예외라고.
나는 아직 아무것도 완료되지 않았다고.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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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작자 미상의 글을 읽고 싶다.
누가 썼는지 몰라 저작권료를 줄래야 줄 수 없는
정말 미안하고 소중한 이야기들.
먼 미래에도 작자 미상의 작품은 끊임없이 나올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잊고 또 잊는 상실이 존재하는 한.
... 휴, 사실은 좀 정신이 없다. 종일 구름 위를 걷는 기분.
뭔가 말하고 싶지만 좀 더 생각한 뒤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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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좋아." 아이린이 내게 말했다.
얼어버린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영겁의 시간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걸까.
그녀의 그 말 한 마디에 온 우주는 멈췄고,
나도 멈춰버렸다.
애써 정신을 부여잡고
내 입에서 나온 거라고는 고작,
"그래..."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이 밤이 혹독하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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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때 더 잘보이는 것들이 있고,
외로움에서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기대하는 바가 적을수록 생활은 평온히 흘러가니까.
진정으로 원하는 게 생기는 건 괴롭다.
하지만, 나라고 욕망이 없을 리가.
산에서 아이린과 키스했다.
하마터면 정신이 나갈 뻔.
더 이상 농담으로 말할 수 없다는 건
심각하다는 뜻이다.
내 눈동자 뒤에 그녀가 살기 시작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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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무궁화 기차가 문제였다.
가을이었고, 새벽이었고,
플랫폼엔 단풍나무가 있었고
그곳엔 그녀가 서 있었다.
새벽 기차가 멈춘 곳에 그녀가.
그러니 어떻게 안 반해.
사실 아이린과의 역사는 꽤 깊다.
열 살쯤, 그녀와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나는 아이린이 사내아이인 줄 알았음.
그렇죠. 생각보다 우리는
많은 페이지를 함께 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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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책방을 열고 처음으로 이벤트를 열었다.
실질적으로는 아이린이 리더였고
독서회 회원분들이 애정을 갖고 도와주셔서
무척 감사한 마음.
추억으로 남겨진 회원들 사진을 보니
얼마나 즐거웠는지 온전히 느껴져서 좀 질투가...
아이린은 지난해 말 내려왔을 때 보다 한결 밝아졌다.
내 착각이 아니라면 전보다 잘 웃고 그늘도 옅어짐.
순간순간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눈이 부시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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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에 사는 부랑자의 아들이었고
어느 날 버려졌고 양부모님이 키워주셨다는 것.
정작 나 자신은 약점이라 생각하지 않아도
내가 그걸 아프게 여기길 바라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어째서 너는 불행해하지 않지?
너는 뒷산 오두막에서 살던 놈이 아니었던가?
네 아버지는 부랑자였잖아?
…
그들이 원하는 대로 나는 불행하고 슬퍼야 하나?
... 한참 생각해봤지만 아니었다.
내게 고마운 사람들이 있는데
굳이 불행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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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거 집중 잘 못해서 잘 못봤는데ㅜ 담에 봐야겎다
난 원작의 감성이 너무 좋았어서ㅠㅠㅠㅠㅠㅠ 못 보겠어 드라마를ㅠㅠㅠㅠㅠ 근데너무 궁금해서 보고싶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성미가 미쳐버렸네ㅠㅠㅠㅠ
이 드라마 완성은 진심 책방일지야... ㅠ 필사하기도 좋아
22 맞아 책방일지 진짜 최고라고ㅠㅠㅠㅠㅠ
소설 읽을 때 드라마 캐스팅은 안 후라 상상하면서 읽었는데.. 더 좋았어ㅋㅋㅋㅋ 근데 막상 드라마는 아직 못보는 중ㅜㅜ 책 진짜 추천..! 사서함 110호는 약간 나랑 안맞았는데 이건 너무 좋았어
추워지니까 드라마 다시 도전해볼까.. 땡기네
아 너무 좋아 ㅠㅠㅠㅠㅠㅠㅠ 포근한 감성 너무 잘 살림 ㅠㅠ
나 이거 asmr 처럼 틀어놓고 자는데 진짜 좋아
블레 왜안나온겨ㅠ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