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캔자스주에 있는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 도서관 및 박물관의 관장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물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영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찰스 3세 영국 국왕에게 선물한다며 아이젠하워 검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는데 토드 애링턴(42) 관장이 거부해 행정부 관리들의 미움을 샀다는 풍문이 돌았는데 결국 사임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일 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김건희가 서울 종묘를 마치 카페처럼 들락거리며 국가 문화재와 유산을 능멸한 것을 문화재 관리 당국이 수수방관한 일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지난달 미국 국무부는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앞두고 선물 목록을 정리했는데 아이젠하워 검을 선택했다. 트럼프나 측근들의 선택이었는지, 찰스 3세가 선물받고 싶다고 골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대목과 관련해 미국과 영국의 어떤 언론 매체도 아이젠하워가 영국 주재 미국 대사로 일하던 1946년 명예검이란 것을 선물 받았던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찰스 3세 국왕에게 선물하려 한 검이 이 검인지 여부를 밝히지 않아 궁금해진다. 만약 그 검이 문제의 검이 맞다면 영국 입장에서는 선물이 아니라 유물을 돌려받는 것이 될 수 있다.
영국 BBC는 아이젠하워 도서관이 현재 전시회에 전시 중인 세이버와 명예검을 포함하여 대통령의 검을 여럿 소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또 1953년부터 1961년까지 34대 대통령을 역임한 아이젠하워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연합군 최고사령관을 역임한 인연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CBS 뉴스에 따르면 베테랑 국립공원 역사가인 애링턴 박사는 아이젠하워 도서관의 소장품은 연방 재산이 됐기 때문에 제공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에 따라 결국 찰스 3세에게는 아이젠하워 검 복제품을 선물하게 됐다.
애링턴의 완강한 태도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특별보좌관 제임스 바이런 등 일부 행정부 관리들을 화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지난 9월 찰스 3세 국왕과 왕실을 만나 역사적인 국빈 방문을 했습니다(Getty Images)
소식통은 온라인 매체 '라스트 캠페인'에 닉슨 도서관 관장과 대통령 도서관국 총장대행의 압력을 받고 애링턴이 사임했다고 털어놓았다. 애링턴은 이날 CBS 뉴스에 "사임하지 않으면 해고할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분명히 그들은 내가 더 이상 기밀 정보를 신뢰할 수 없다고 믿었다"면서 검과 관련 없는 문제로 물러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대통령 도서관 관장을 기용하거나 해고하는 결정에 공식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며, 기록 보관소와 박물관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 보관소(NARA)가 관리한다. 바이런 특보는 수시로 NARA 관리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링턴은 백악관의 누구와도 이야기한 적이 없으며 해외선물오피스(FGO), 국무부 관리들과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정통한 두 소식통은 검 선물에 대해 아무도 애링턴과 대면하지 않았으며 대체자를 찾는 것에 대한 대화는 "정중"했다고 CBS 뉴스에 전했다.
한 행정부 관리는 애링턴이 트럼프와 그의 행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뉴스 매체에 털어놓았다. 하지만 애링턴은 "누구에게도 나쁜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애링턴은 "나는 대통령이 국왕에게 줄 수 있도록 검이나 유물을 찾으려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나는 한 번도 누구를 폄하하지 않았다"고 거듭 되뇌었다. 하지만 소식통은 '라스트 캠페인'에 애링턴의 사임 압력으로 이어진 근본적인 긴장이 있었는데, 이는 주로 대통령 도서관과 박물관, 민간 대통령 재단 간의 자원 재분배와 관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젠하워 도서관 부지에 아이젠하워 재단을 위한 새 건물을 건설한 것이 사임 압력의 또 다른 이유였다고 CBS 뉴스에 말했다.
애링턴은 25년 이상 연방 정부에서 근무했으며 제임스 A. 가필드 내셔널 히스토릭 사이트, 아이젠하워 내셔널 히스토릭 사이트, 내셔널 무브먼트 오브 아메리카 등과 같은 주요 유적지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광범위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아이젠하워 도서관 관장으로 임명됐다.
애링턴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나는 즉시 이 직장으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나는 그 일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하고, 역사를 사랑한다. 나는 백만 년 동안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CBS 뉴스에 털어놓았다.
NARA나 아이젠하워 도서관은 애링턴의 사임을 공개 발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