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옛날 옛적에 나무토막이 하나 있었다. 고급스러운 나무도 아니다. 장작더미에서 나온 그저 그런 나무토막이다. 추운 겨울날, 방을 따뜻하게 데우려고 난로에 넣는 나무 말이다.] 소설 피노키오의 첫 구절입니다.
제페토는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나무 인형을 만들어 거리에서 인형극을 하려고 피노키오를 만듭니다.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거짓말이 바로 들통나니 거짓말을 할 수 없습니다. 즉 거짓말을 할 권리를 빼앗긴 것이지요.
피노키오 증후군이 있습니다. 거짓말을 못 하는 현상으로 거짓말을 하면 몸이 먼저 이상 신호를 발생시켜 거짓말을 어렵게 만드는 증후군을 말합니다.
우린 하루에도 참 많은 거짓말을 하고 삽니다. 위인전과 동화를 통해 아이들에게는 정직하게 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자기 삶 속에서 거짓말을 걷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영국의 한 작은 술집에선 1년에 한 번씩 세계 거짓말 대회가 열리는데 문제는 변호사, 국회의원, 외교관은 참가할 수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거짓말의 대가이기 때문입니다.
결혼 후 첫날밤을 지낸 부부가 이혼한 경우가 있습니다. 남편의 말인즉 "화장발에 속았다."라는 것이지요. 어찌 보면 화장하거나 분수에 맞지 않는 명품을 걸치거나 월세 살면서 억대 외제 차를 굴리는 것도 거짓말의 일종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그 분위기가 진실을 말하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정직한 후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코미디로 웃음을 선사하기 위한 유머 코드로서 정직을 사용하지요. 우리가 정치인에게 듣고 싶은 정치적이지 않은 말을 속 시원하게 내뱉는 것이 영화의 큰 줄기입니다. 현실에서 정직한 후보가 존재한다면 그는 성공을 거둔 영화의 결말을 답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살 수 없음을 압니다.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사회적 위치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로 거짓말을 합니다.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말하면 관계가 멀어질 수 있습니다.
"당신은 거울을 보지 않나요? 참 지지리도 못생기셨네요." "별로 가진 게 없는 걸 아는데 그렇게 부를 자랑하고 싶으세요? 꼴불견이세요." "그걸 왜 저한테 시키세요? 그게 좋으면 당신이 하면 될 텐데" "당신 같은 쓰레기 인성을 처음 봅니다. 참 재수 없으세요.“ 여과되지 않은 말은 관계에 상처를 주게 됩니다.
뒤돌아보면 저도 거짓말을 참 많이 하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나의 잘못을 덮기 위해, 나약한 모습을 감추기 위한 허풍을 떤 적도 많지요. 내가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모두 기억할 수조차 없습니다.
남을 해치거나 공격하기 위한 거짓말이 아니라 주변을 유쾌하기 위한 거짓말, 남의 기분을 해치지 않고 높여줄 수 있는 거짓말이라면 그래서 한바탕 크게 웃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런 거짓말은 자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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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거울 보며 내 코가 길어지지 않았나 걱정하던 때도 있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