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정의 편이되 극단 서지 않은 시대의 어른… 어지러운 세상서 더 생각나[그립습니다]
출처 문화일보 :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4052301032836000001
고 김수환 추기경 지시로 필자(조광호 신부)가 만든 서울 서소문 순교자성지 현양탑.
■ 그립습니다 - 고 김수환 추기경(1922~2009)
웃고 있는 고 김수환 추기경.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그립게 떠오르는 분이 바로 김수환 추기경님이시다. 그분은 우리 시대 많은 이들의 큰 스승이었고 어른이셨다.
내가 그 어른을 가까이 모시게 된 것은 그 어른께서 1980년대 전두환 제5공화국 신군부 세력의 폭정 아래 한국천주교 주교단 의장이셨던 때이다. 나는 당시 주교단 출판국장으로 주교회의 서기를 맡아 주교회의에 참관하였다. 14명의 주교가 당시 긴박한 시국에 성명서를 두고, 회의 탁상 위에 구둣발이 놓일 정도로 의견이 팽팽히 맞서던 순간이었다. 끝까지 인내하며 다 들으신 추기경님은 ‘우리가 모두 속을 훤히 다 드러내셨으니 이제 회의를 끝내겠습니다’ 하시며 회의를 종료했다.
그분은 진리와 정의를 위해 어정쩡한 중간에 서 계시지 않으셨다. 분명한 역사의식을 지니신 그분은 몸과 마음으로 언제나 물러섬 없이 분명하고 단호하셨지만 절대로 극단을 취하시지 않으셨다. 그분의 판단과 결의는 그 어느 편이 아니라 언제나 믿음에 뿌리를 둔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때로는 외로운 선택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분 판단은 언제나 평화와 화평으로 그 꿈이 이루어졌다.
그분의 눈길은 자상하셨고 그분의 손길은 언제나 따스했다. 교회 장상으로서 사회에서 존경받는 어른으로서의 자의식보다 ‘모든 이에 모든 것’이 되고픈 깊은 연민과 사랑이 그의 내면에 늘 출렁임을 그를 만나는 모든 이가 느꼈다.
높은 곳을 향하여 높은 목소리를 내는 시대에 그분은 언제나 낮은 곳을 향하여, 낮은 목소리로 타이르고 호소하고 애원하며 기도하셨다. 그분은 참으로 진정한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적 영적 휴머니스트이셨다.
나는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그분의 사랑을 받은 사람 가운데 하나다. 어디 나만 그럴까. 서소문 성지 조성, 들숨날숨 월간지, 1980년 경향잡지 시월호 사건 등 그분과 함께한 여러 일은 내 생애에 너무나 귀한 축복의 체험이었다.
무한 경쟁에 내몰린 신자유주의 시대에 인생에 많은 경험과 지혜로움으로 자상한 눈길과 따스한 손길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보듬어 줄 어른은 어디 있는가? 어른이 실종되었는가? 아니면 더 이상 어른을 찾지 않는 시대가 되었는가?
많은 이들이 오늘 우리는 ‘어른이 없는 시대’ ‘어른 멸종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다. 집 안에도 마을에도 나라에도 믿고 본받고 싶은 어른이 없다고 한다. 어른이 사라진 시대, 스승이 실종된 사회는 불행한 비극의 사회다.
‘스승은 운명이다’란 말이 있다.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으로 인류 보편의 가치가 될 것이다. 진정한 어른과 참스승이 없다는 이 시대에 그분은 우리의 마지막 참어른, 참스승이었다.
조광호 신부(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 대표·유리화 작가)
빛명상
1997.6.6 김수환 추기경님과의 만남
행복마에스트로
우연 같은 필연 (1)
바로가기 : https://cafe.daum.net/webucs/DJ17/479
우연 같은 필연 (2)
바로가기 : https://cafe.daum.net/webucs/DJ17/480
추기경과의 첫 만남 (1)
바로가기 : https://cafe.daum.net/webucs/DJ17/481
추기경과의 첫 만남 (2)
바로가기 : https://cafe.daum.net/webucs/DJ17/482
추기경과의 첫 만남 (3)
바로가기 : https://cafe.daum.net/webucs/DJ17/483
추기경의 부탁 (1)
바로가기 : https://cafe.daum.net/webucs/DJ17/484
추기경의 부탁 (2)
바로가기 : https://cafe.daum.net/webucs/DJ17/485
추기경의 부탁 (3)
바로가기 : https://cafe.daum.net/webucs/DJ17/486
마음이 묻어나는 편지 (1)
바로가기 : https://cafe.daum.net/webucs/DJ17/487
마음이 묻어나는 편지 (2)
바로가기 : https://cafe.daum.net/webucs/DJ17/437
마음이 묻어나는 편지 (3)
바로가기 : https://cafe.daum.net/webucs/DJ17/438
추기경의 로사리오
얼마 전 뉴스에서 김수환 추기경님에 대한 기사를 접했다. 이제는 연로하셔서 서울대교구장을 후임에게 물려주시고 일선에서 한 걸음 비켜나 앉으신다는 보도였다.
그 소식을 접며 많은 감회가 스쳐갔다. 세월에 장사 없다더니 그렇듯 큰 어른의 시대도 이제 조금씩 저무는구나 하여 아쉽고 착찹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간 가톨릭 발전과 시대의 양심을 위해 그분께서 흘리신 수많은 땀방울과 노고를 상기하면 이제 그 수고로움에서 놓여나실 때도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언젠가 그분을 만나 뵈었던 때가 기억난다.
“어려우시더라도 시간을 좀 내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추기경님께서 꼭 뵙고 싶어하십니다. 모시고 싶다는 뜻을 정중히 전하라는 추기경님의 말씀이 계셨습니다.”
97년 여름쯤이었는데 하루는 이런 전화가 걸려왔다. 명동성당에서 일하는 사제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전화 목소리는 그러면서 내 일정을 물었다.
“추기경님께서 저를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한 번 만나 뵌 적도 없는 추기경님이었는데 어떻게 나를 알고 부르신다는 것인지 의외였다.
“예. 오시라는 청을 드려 죄송하다고 하시면서 정 선생님 시간이 허락되실 때 한 번 뵈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떠신지요. 괜찮으시겠습니까?”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추기경님이라면 평소에도 존경해오던 터였다. 일부러 청을 드려서라도 만나 뵙고 싶었던 분인데 오히려 불러주신 게 영광스러울 따름이다.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기꺼이 부름에 응하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내일이라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차를 어떻게 할까요? 사무실 쪽으로 보내드리면 되겠습니까?”
“아닙니다. 번거롭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서울은 몰라도 아무렴 명동성당이야 못 찾아가겠습니까? 그냥 제가 알아서 가는 게 편합니다. 신경쓰지 마십시오.”
통화를 끝내고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그동안 나름대로 많은 유명인사들을 만나온 편이지만 이번에는 그 느낌이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나 또한 가톨릭 신도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추기경님이라면 그 심정적 느낌에서부터 여는 인사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가톨릭이란 종교를 떠나서 그분이 우리 사회에서 지니고 계신 상징성은 너무도 크고 장대한 것이다. 좁게는 종교 지도자로부터 넓게는 사회, 인권, 정신 지도자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 곳곳에 족적을 남긴신 그분 존재는 가히 국가적 스승이라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 역시 종교적 이유에서 뿐만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그런 추기경님을 존경하고 흠모해왔다.
헌데 바쁘실 추기경님께서 무슨 일로 나를 부르시는 것일까? 혹시 어떤 문책을 하시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보건데 지금까지 초광력超光力을 무속인처럼 마구 남발했다던가 헛되게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또한 신도로서의 지난 생활에서도 책잡힐 만한 행동은 애써 경계해왔다고 나름대로 자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무슨 일일까? 하지만 내가 부끄러울 것이 없다면 그게 무슨 일이든 지레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어쨌든 가보면 알 일이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편하게 가졌다.
여유가 생기니 문득 어떤 선물을 준비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른을 찾아뵙는 일인데 털렁거리고 빈손으로 가기도 좀 그랬다. 그렇다고 뭘 사가자니 그것도 마땅치 않고 하여 그냥 작은 마음이나마 정성스레 표하기로 했다. 그래서 마침 날씨도 덥고 하니 평소 아끼던 부채에 초광력超光力 사인을 하고 광력光力을 넣어서 선물로 준비했다.
다음 날 명동성당의 숙소로 찾아가니 추기경께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찬미예수! 정광호라고 합니다.”
가톨릭 신자들이 고위 성직자에게 인사드릴 때 ‘찬미예수’라는 말과 함께 손에 낀 반지에 친구하는 것이 존경을 표하는 예의였다.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바쁘실 텐데 먼 걸음 하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날씨가 더워 고생이나 안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추기경께서는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한 손으로는 내 어깨를 가볍게 잡아주셨다. 그런 모습이 매우 따뜻하고 격의 없게 느껴졌다. 올 때까지만 해도 무척 불안하고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는데 막상 뵙고 보니 친밀한 느낌이 들면서 저절로 마음이 푸근해 왔다.
“자, 우선 그쪽으로 앉으세요.”
내게 소파 한쪽을 권하면서 추기경께서도 자리에 앉으셨다.
“찾아오시는데 힘들지는 않으셨습니까?”
“예. 워낙 유명한 곳이라 어렵지 않게 찾아왔습니다. TV에서 자주 봐서 그런지 처음 왔는데도 아주 눈에 익고 편하게 느껴져서 처음 온 곳 같지가 않습니다. 추기경님께도 그렇게 느껴지고요.”
“하하, 그래요? 그러시다면 다행이고요.”
추기경께서 얼굴 가득 인자한 미소를 지으셨다. 때문이지 더욱 완숙한 평화로움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추기경님을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언젠가 합동미사를 드릴 때 먼발치에서 뵌 적은 있습니다만 오늘 같은 자리가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다 천주님의 뜻이겠지요. 내 그렇지 않아도 정 선생께서 우리 신자라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래 신앙생활을 시작하신 지는 오래되셨나요?”
“예. 아주 어려서부터 성당에 다녔으니까 이제 40년이 훨씬 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어머님의 영향으로 성당에 나가기 시작한 일 하며 20년 넘게 복사를 섰던 일 등을 소상히 말씀드렸다.
“교회에 참 많은 봉사를 해오셨군요.”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더 많은 도움을 받았지요.”
“헌데 듣자니까 정 선생께선 아주 특출한 힘이 있다지요?”
“부끄럽습니다. 추기경님 귀에까지 들리실만한 일인지 민망스러울 뿐입니다.”
“아니에요. 내가 시부님이나 성당의 신자분들께도 자주 얘기를 들었고, 또 대학에 근무하는 제자들 여럿도 똑같은 소리들을 하던데 아주 흥미롭고 상당한 힘이라고 들었어요, 육신의 병과 마음의 병 모두에서 두루 효과가 있다고요?”
“예. 지금까지는 그래왔던 편인 것 같습니다.”
“재미있군요. 그래 이런 일은 하신 지 얼마나 됐습니까?”
“이 힘이 온 때를 말씀하시는 건지 아니면 학회 일 시작한 걸 말씀 하시는 건지…….”
“그냥 이것저것 편하신 대로요.”
추기경께서는 두루두루 한 번 이야기를 해보라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편이 나로서는 풀어가기가 쉬웠다.
“우선 이 힘이 생긴 것은 언제부터라고 딱 부러지게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알게 모르게 조금씩 이런 현상이 있어왔던 것 같은데 정확한 시기는 잡아내기가 애매합니다. 다만 어릴 때부터 제 안에 감돌고 있던 힘의 기운을 아주 긴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인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언제부터인가 스스로 확신하고 받아들이게 됐고 그래서 오늘까지 왔습니다. 제 자신이 제 안의 힘을 인정한 것은 이제 한 칠 팔년 됩니다. 그러다가 94년부터 학회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초광력超光力에 관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그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호텔업계에 있었습니다. 이십 년 정도 지배인 일을 했는데 사실 처음엔 그만둘 생각까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소문을 듣고 몰려오는 환자들이 계속 늘어나다보니까 근무하는데 곤란한 사정이 자주 생기더군요. 그렇다고 아프다고 찾아오는 사람을 외면할 수는 없고 해서 대구 금호호텔 이사직을 끝으로 모두 정리하고 이 길로 나섰습니다.”
나는 그 외에도 초광력超光力의 성격과 현상, 또 그동안의 경험 등 초광력超光力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추기경께 설명했다. 추기경께서는 그런 나의 설명에 간혹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셨다.
“참 대견한 점이 많으시군요. 이웃을 위해 자기 자신을 던진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천주님께서 정 선생 모습을 보고 참 기뻐하셨겠습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을 그렇듯 좋게 보아주시니 오히려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렇지가 않아요. 정말 마음이 좋습니다. 허면 그렇게 어렵게 시작한 일이니 힘은 들지만 보람을 느낄 때도 많겠어요? 들어보니까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있고 많은 경험을 한 것 같은데 어떤 때가 가장 보람스럽던가요? 기억에 남는 일 있습니까?”
“글쎄요, 나름대로는 모두 소중한 기억들이라 어느 특정한 일을 꼬집어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아무래도 죽어가던 생명이 다시 살아날 때가 보람도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죽어가든 생명이 다시 살아날 때라…….”
이해를 할 것 같다는 표정으로 추기경께서는 깊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화가 진행될수록 나는 차츰 불필요한 긴장에서 놓여날 수 있었다. 아직까지 추기경님의 용건은 알 수 없었지만 그분의 표정이나 분위기로 미루어 적어도 부정적 사유에서 나를 부른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조금씩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추기경께서는 초광력超光力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초광력超光力에 대해 대충 얼개를 설명드렸습니다만 제가 부족하게 깨닫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염려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침 이런 기회도 됐고하니 추기경님의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이 힘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으로 보아야 옳겠는지요? 이 힘의 근원에 대한 추기경님의 해석을 구해 듣고 싶습니다.”
평소에 내가 가장 많이 받던 질문을 역으로 추기경님께 해 보았다. 물론 나름대로는 이에대한 해답을 정리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정신세계의 한 거봉이신 추기경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었다.
“그런 문제라면 정 선생께서 더 잘 알고 계시지 않겠어요? 오히려 내가 정 선생께 듣고 싶은 얘기데?”
“물론 추측하고 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인 내용을 가지고 감히 어떻게 단정적으로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겸손하시군요.”
“그렇게 너그럽게 보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이런 현상이 오는 근원이라……, 뭐 내 입에서 나올 이야기야 한 가지밖에 더 있겠어요?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힘이겠지요.”
너무 뻔한 대답이라 싱겁지 않냐는 듯이 추기경께서는 나를 향해 한 번 천천히 웃음을 지어 보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모르지요. 정 선생께서는 다르게 생각하고 계실지도, 하지만 나는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내 생각을 정 선생께 강요할 마음도 없고 말씀이에요.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무엇을 믿느냐가 아니고 어떻게 믿느냐에 있으니까요. 대상이 무엇이든 믿음의 태도가 올바르다면 일단 된 것이지요. 바른 믿음은 끝내 하나의 진리로 귀결될 테니까요. 그리고 좋은 일 하는데 굳이 종교영역을 따져 고집할 필요가 있겠어요.? 이웃과 나누고 생명을 귀히 여기는 빛VIIT이라면 그저 겸허하고 소중하게 받아들이면 될 일이지요.”
추기경님의 말씀을 듣노라니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동안 많은 목사님들과 스님들을 만나보았지만 모두가 성령의 빛이다. 불광佛光의 힘이다. 고집했었을 뿐 이렇게 범 종교적인 차원에서 대범하게 말씀하시는 경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삼 그분의 무게가 느껴지는 듯했다.
“추기경님께서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너무나 마음이 가볍습니다. 실은 여기 올 때까지만 해도 혹시 추기경님께서 저를 꾸짖기 위해 부르시는 것이 아닌가 하여 은근히 걱정도 했었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시는데 내가 꾸짖을 게 무어 있겠어요.”
“그래도 너무 뜻밖의 부르심이라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런, 그럴 줄 알았으면 청할 때 미리 용건을 말씀드릴 걸 그랬군요. 부담 안 드리고자 한 일이 오히려 괜한 걱정을 끼쳐드렸네요. 한 가지 부탁이 있어 이렇게 뵙자고 한건데…….”
“신경쓰지 마십시오. 그저 저 혼자서 지레 긴장한 것뿐이니까요. 그나저나 부탁이시라니요? 추기경님께서 제게 무슨 부탁을……?”
“다름이 아니고 우리 성당에 김 신부님이라고 성소국장 일을 맡아 보시는 분이 계신데 지금 상당히 건강이 안 좋으십니다. 아주 중요한 일을 하시는 신부님인데 무척 걱정이 되는 군요. 빨리 건강을 되찾으셔야 할 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정 선생님을 청했습니다. 그동안 들은 이야기도 있고 해서 정 선생님께 우리 신부님의 병을 한 번 부탁드려볼까 하고 말입니다.”
가능성 여부를 떠나 우선은 파격적인 말씀으로 들렸다. 이런 열린 자세는 여느 종교인에게서 쉽게 기대해볼 수 없는 모습일 것이었다. 그것은 거룩하고 공변된 가톨릭의 최고 수장임에도 종교적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드넓게 세상을 바라보시는 추기경의 모습이 내게는 감동적이까지 다가왔다.
“그러셨군요. 헌데 신부님께서는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신경계통이 좋지 않은 모양이에요. 내가 의사가 아니라서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하여튼 팔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 아무래도 간단한 병 같지가 않아요. 병원도 여러군데 다녀봤다고 하는데 그때마다 병명이 제각각으로 나오고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는 눈친가 봅니다. 이유를 알아야 방법을 내본다고 할 텐데 속 시원한 치료도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사람만 저리 고생하고 있으니…….”
추기경께서는 매우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을 맺지 못했다. 그 걱정스런 얼굴에서 아랫사람에 대한 추기경의 배려 깊은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어떻습니까? 한 번 봐 주실 수 있겠어요?”
“물론입니다. 결과는 섣불리 말씀드릴 수 없지만 힘이 된다면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고마운 말씀이군요. 그럼 자세한 얘기는 김 신부님께 직접 들어보시지요. 이거 정말 죄송하게 됐어요. 직접 먼 길을 오시게 해서 이런 어려운 부탁을 드리니…….”
“아닙니다. 무슨 말씀을요. 이렇게 해서 추기경님을 뵈옵지 어찌 감히 제가 추기경님과 차를 마시겠습니까? 다 빛VIIT이 있어 추기경님도 뵙는 것인데 그저 감사할 일이지요. 그러니 추기경님께서는 괘념치 마십시오.”
“그렇게 좋게 생각해주신다면 고맙고 다행한 일이지만요.”
추기경께서는 밝게 웃으시었다. 그러자 깊게 팬 주름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문득 아랫사람을 걱정하기에 앞서 정작 당신의 건강은 챙기고 계신 것인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김 신부님 문제는 알겠습니다만 추기경님께서는 건강이 괜찮으십니까?”
“그럼요. 나는 괜찮아요. 자질구레한 불편쯤이야 나이 먹으면 으레 따라다니는 것들이고 그런 것을 빼면 그럭저럭 잘 지내는 편입니다.”
하지만 나는 추기경께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항간의 소문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추기경께서는 그것을 자질구레한 불편쯤으로 뭉뚱그려 표현하는 것 같았지만 노년의 건강에 있어 숙면이란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된다.
“떠도는 말을 들으니까 추기경님께선 불면증 증세가 있으시다던데…….”
나는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그런 소문이 돌았나요.? 허허, 그게 무슨 이야깃거리가 된다고. 나이 먹으면 다 그런 거지요 뭐. 잠도 없어지고, 자도 깊게 못자고…….”
“아닙니다. 그리 간단하게 말씀하실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나이가 드시면 잠이 없어지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그래도 제때에 숙면은 취하셔야지요. 헌데 추기경님께서는 그렇지 못하시다고 들었습니다. 잠으로 그 사람의 건강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불면증은 분명 정상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당장 아무 이상이 없다고 간과하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노년의 건강은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하하 그런가요?”
“김 신부님도 김 신부님이지만 말이 나왔으니 일단 추기경님께서 먼저 초광력超光力을 받아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여기까지 온 것도 다 하늘의 뜻일 텐데 허락하신다면 추기경님께 초광력超光力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척 조심스러웠지만 나는 용기를 내어 추기경께 초광력超光力을 권해보았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추기경께 종교 밖의 힘을 권한다는 게 대단한 불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나는 내 속의 진심이 흘러가는 방향으로 일을 내맡겨보기로 했다.
“나한테도 주겠다고요? 내가 받아도 효과가 있을라나?”
염려와 달리 추기경께서는 농 비슷한 억양으로 여유있게 반응이 있으셨다.
“이를 말씀이시겠습니까? 이 힘은 편을 가르지 않습니다.”
나 또한 가벼운 분위기로 말을 받았다.
“헌데 불면증 같은 데에도 이 힘이 작용을 하는가요?”
“물론입니다. 어떻게 들리실지는 몰라도 초광력超光力은 인간의 제반 문제에서 그동안 두루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물론 믿음이 중요한 변수가 되기는 하지만 말씀입니다.”
“믿음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재미있는 말씀이시군요.”
“하지만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저 진실한 마음을 뜻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평소에 일반 회원들에게 초광력超光力을 줄 때도 늘 그런 말을 합니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각자 믿는 신앙의 대상에 기원하며 초광력超光力을 받으라고 말입니다. 그랬을 때 더욱 진실한 마음이 될 테고 또 대체로 그런 사람들에게서 효과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간구할 때 확실한 응답이 온다는 말에는 나도 동의를 해요.”
“예, 바로 그런 것이지요. 하지만 믿음에 대해 추기경님께 더 이상 말씀드린다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고 다만 제가 바라는 것은 추기경님께서 초광력超光力을 편하게 생각하셨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러시다면 분명 좋은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래요.? 그럼 어디 한 번 받아봅시다. 내가 초광력超光力을 불편하게 생각했으면 정 선생을 여기 모시지도 않았을 테니 그럼 오늘 밤부터 잠 잘자는 것은 떼논 당상이겠네요.”
추기경께서는 거듭 여유있는 농담과 함께 자세를 고쳐 앉으셨다. 잔뜩 긴장을 했던 터라 추기경의 그런 흔쾌한 모습이 더욱 격의 없이 느껴졌다.
잠시 후 초광력超光力을 펼치기 시작했다. 나는 온 정신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 추기경님과 이곳 성당에 축복의 빛VIIT이 내리기를 진정으로 기원했다. 그런데 초광력超光力 도중 수맥 파장과 기관지의 이상이 느껴졌다. 추기경님도 김 신부님도 모두 이 수맥의 영향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빛VIIT의 느낌 속에서 분명히 잡아낼 수가 있었다.
“추기경님 오늘부터 잠자리를 바꾸어 보십시오.”
나는 초광력超光力을 끝내고 바로 추기경께 말했다.
“잠자리를 바꾸다니요? 왜요?”
“수맥이 지나가는 것이 느껴져서 그렇습니다. 주무시는 방을 바꾸시는 게 최선 같지만 당장 어려우시다면 일단 침대 위치라도 옮기시는 게 좋겠습니다.”
“수맥이라…….”
혹자는 말할지도 모르겠다. 수맥 따위의 미신을 추기경 앞에서 얘기하다니 그만한 어리석음이 또 어디 있겠냐고, 하지만 그런 인식이야말로 무지의 소치이다. 수맥도 분명한 자연 현상의 하나이다. 그런 자연의 재해를 비켜가자는 것이 미신이라면 낙뢰를 비켜가자는 피뢰침 또한 미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추기경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수맥은 따의 혈관입니다. 그 혈관을 눌러서 좋을 건 없겠지요. 호박도 자기 잎 위나 아래로는 절대 열리지 않습니다. 꼭 옆으로만 열리지요. 바로 수맥을 비켜 가려는 본능입니다. 안 그러면 죽으니까요. 추기경님의 침소에 수맥이 지나가는 것은 분명한 것 같은데 일단 그 수맥만 비켜 누우셔도 오늘부터 당장 편하고 깊게 주무실 수 있을 겁니다.”
추기경께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궁의 빛을 보이셨다. 확답까지 재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하여튼 접수 여부를 떠나 어떤 말에도 귀를 넓게 열어주는 그분의 모습이 내게는 참 인상적이었다. 조금 더 추기경님과 얘기를 나누던 나는 잠시 후 일어날 채비를 차리기 시작했다.
추기경님의 용건도 알았으니 이제 김 신부님까지 만나 뵙고 대구로 내려가려면 시간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오늘 좋은 말씀 참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제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왜요? 벌써 일어나시게?”
“예. 좋은 말씀도 많이 듣고 했으니 이제 그만 일어나야지요. 김 신부님께도 가봐야 할 테고요. 제가 눈치없이 추기경님의 시간을 너무 뺏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준비해간 부채를 추기경님께 드리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오려는데 추기경께서 다시 나를 자리에 앉게 했다.
“초광력超光力에다 선물까지 나만 이렇게 받으면 되나? 나도 선물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보자, 여기까지 오셨는데 뭘 드려야 뜻깊은 선물이 되겠노…….”
추기경께서 잠시 고민하시는 얼굴이었다.
“아닙니다. 이렇게 만나주신 것만도 제게는 벌써 큰 선물인데 뭘 더 주시겠습니까? 정히 더 주시겠다면 축복이나 주십시오.”
“그거야 당연한 거고…….”
한참을 더 생각하던 추기경께서는 문득 마땅한 게 떠올랐다는 듯 주머니 속을 뒤지셨다.
“이게 좋겠군요. 자요, 받으세요.”
추기경께서 내민 것은 묵주(로사리오)였다. 작은 알들이 가지런히 둘려진 한쪽으로 십자가가 매달린 묵주에는 추기경의 사인이 담겨 있었다. 받았으니 준다는 의미 이상의 따뜻한 마음이 들어 있음을 한눈에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물건이었다. 오랜 동안 지니고 계셨던 듯 묵주에서는 반들반들 윤이 나고 있었다.
“추기경님껜 퍽 정이든 물건인 것 같은데 이걸 제가 어떻게 가져가겠습니까?”
“그러니까 드리는 것이지요. 변변치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늘 지니고 다니던 것이니 마음의 표시로 받아줘요. 정선생과의 만남을 기념하는 의미니까요.”
“그렇게 생각하고 주신다니 그럼 귀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추기경께서는 문밖까지 배웅을 나오며 작별인사를 해주셨다. 그런 그분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서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는 따뜻한 인간미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추기경님과 헤어져 김 신부님의 방을 찾아갔다. 신부님은 겉으로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증세가 퍽 심각했다.
“병원에서는 신경무기력증이라고도 하고 근무기력증이라고도 하던데 정확한 병명이 무엇이든 간에 꽤 고통스럽고 성가신 병입니다. 도대체 팔을 쓸 수가 있어야지요. 팔이 올라가지 않아 머리도 감지 못합니다. 남에게 신세를 지는 하루 이틀이지 정말 보통문제가 아니지요. 식사할 때도 그렇고…… 그러니 다른 일들은 엄두도 내지 못해요. 일은 맡아놓고 책임을 지지 못하니 추기경님 뵙기도 민망하고 정말 죽겠습니다.”
신부님은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래도 고통의 그늘이 감춰지지는 않았다. 사람 생활의 태반이 손과 팔에 의지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부님의 그런 증세는 여간 답답하고 심각한 제약이 아닐 수 없을 것이었다. 추기경님께서 그렇게 걱정을 하실만도 했다.
나는 필경 수맥에 의한 부작용일 것이라는 확신을 다시 한번 굳힐 수 있었다. 신부님의 이야기를 듣는 도중에도 방안 곳곳에서 수맥 파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맥이 지나는 정확한 지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나는 수맥 감지용 추를 들고 수맥의 위치를 찾아 나섰다. 방안을 차근차근 살펴가다보니 신부님 침대의 머리맡께에서 과연 추가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수맥의 파장이었다.
“갑자기 추가 돌아가네요?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요?”
신부님의 눈에는 추가 신기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수맥의 파동을 감지해내는 추입니다. 지하수 개발업자들도 이런 추를 사용해서 시추 지점을 찾아내지요. 보십시오. 어떻습니까? 상당히 빠르게 돌아가지요? 그만큼 이 아래쪽으로 엄청난 수맥이 지나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신부님께도 문제가 된 것이지요. 이 수맥의 파장이 신부님 몸의 균형을 흩뜨리면서 병을 불러온 것입니다.”
“내 수맥에 대해 몇 번 듣기는 했지만 정말 그렇게 심각히 문제가 되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엄존하는 자연적 현상이지요. 이런 수맥의 영향은 머지않아 과학적으로도 분명하게 입증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하기는 분명 존재하는 것이라면 무시해서 득이 될 것은 없겠지요.” 신부님은 조용히 머리를 끄덕였다.
“어쨌든 원인을 찾았으니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겁니다. 설령 신부님께서 초광력超光力을 받고 팔이 좋아지신다고 해도 계속 이런 수맥 파장 속에서 생활하신다면 언제고 또다시 병이 재발하게 될 테니까요. 제가 초광력超光力을 드리기에 앞서 수맥찾는 일을 먼저 한 것도 다 그 때문입니다. 자, 이제 원인을 확인했으니 그럼 일단 초광력超光力을 받으시지요.”
나는 신부님께 초광력超光力을 드렸다. 초광력超光力을 받고 난 신부님의 팔은 움직일 수 있는 폭이 눈에 띄게 늘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결과를 낙관하기에는 충분했다.
“근시일 내로 팔은 거의 좋아질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수맥 방지 조치를 취하십시오. 바닥에 동판을 까시든가 특수 메트리스를 까시든가 어쨌든 서둘러 수맥을 막아야 할 겁니다. 그게 여의치 않으시면 급한 대로 은박지 돗자리를 깔아서라도 일단 수맥 파장을 막고 보십시오. 그래야 재발도 막고 다른 우환도 미연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나는 임시방편으로 수맥이 없는 쪽을 찾아 침대 위치를 바꾸어 주었다. 그러고 나니 시간이 꽤 늦어 있었다. 나는 수맥 방지에 대해 신부님께 다시 한번 강조를 하고 성당 문을 돌아서 나왔다.
성당에서 다시 연락이 온 것은 삼 주가량이 지난 뒤였다.
교통문제로 좀 늦게 도착했더니 추기경께서는 중요한 회의 참석차 광주로 출발한 뒤였고 김 신부님이 나를 맞아주셨다.
“이렇게 자꾸 귀찮은 걸음을 하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정 선생님을 한 번만 더 뵈면 아주 완치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연락을 드렸습니다.”
다행히 신부님은 건강이 많이 호전되어 있었고 팔을 사용하는 데도 불편함이 거의 없어 보였다. 참 반가운 모습이었다. 오랜 시간 지녀온 병력인 만큼 드문드문 약간의 흔적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아닌게 아니라 초광력超光力을 한 번만 더 받으면 그런 흔적 정도는 쉽게 가셔질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초광력超光力을 보냈다. 그리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날도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니 신부님이 봉투 하나를 건넸다.
“돈은 아니니까 안심하십시오. 정 선생님께서 사사로이 돈을 받지 않으신다는 말씀은 저도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이건 그저 사제들의 명단일 뿐입니다. 이들에게도 초광력超光力을 보내주십사고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저 혼자만 이런 축복을 받기가 미안해서요. 허락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숙연한 기분이 들었다. 순수하게 이 힘을 인정하는 모습도 그랬지만, 무엇이든 남을 생각하고 나누려는 그 마음이 너무도 넓직해 보였다. 바로 그런 것이 또한 빛VIIT의 정신이 아니던가. 나는 기꺼이 신부님의 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돌아와 봉투를 뜯어보니 그 속에는 신부님들의 명단 말고도 삼백 달러가 작은 메모지와 함께 들어 있었다.
‘미국 가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좋은 사색의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여행 중 정갈한 찻집이라도 보이면 들어가 맛있게 차 한 잔 하십시오.
마음이 뭉클했다. 행간에 읽히는 그분의 마음이 너무도 따뜻하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이 돈을 돈이 아닌 신부님의 온기로 여겨 소중히 간직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얼마 후 IMF시대를 맞으면서 신부님의 마음을 더욱 뜻깊게 하기 위해 이 돈을 은행에 기부하기는 했지만 지금도 신부님의 따스한 마음만은 내 안에 흥건히 남아 있다.
돌아보면 참으로 의미 있고 소중한 기억이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가끔씩 추기경님과 신부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바로 이런 분들이 쉽없이 하늘의 진리를 세상에 전하기에 그래도 이 정도의 사랑과 평화가 유지되는 속에서 사람들은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는 것일 게다.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감사와 흠모의 인사를 드리면서 그분들이 추구하는 불변의 진리가 불변의 건강과 함께 그분들 곁에 머물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출처 : 초광력超光力 빛VIIT으로 오는 우주의 힘
1999년 3월 8일 1판 1쇄 발행
1999년 4월 15일 1판 2쇄 발행
2014년 5월 28일 한정판 1쇄 P. 43-58
첫댓글 귀한문장 차분하게 살펴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운영진님 빛과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귀한 글 감사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김수헌 추기경님이 그립습니다 .
귀한 빛역사의 날,
빛만남 이야기 감사합니다 .
김수환 추기경님과의 만남
감사합니다.
추기경님과 신부님의 귀한 빛만남. 역사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김수환 추기경님과의 만남 > 귀한 빛이야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수환추기경님과의
빛역사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과의 만남 빛이야기 소중히 읽었습니다.
이렇게 긴 글을 올리시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서유종님의 마음을 엿 봅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귀한 빛역사 이야기 감사합니다.
귀한글 찬찬히 읽어봅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귀한 글 감사드립니다♡
귀한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귀한빛역사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오늘이 추기경님과 만나신 날이군요 귀한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빛 역사 이야기 감사합니다
귀한 빛역사 이야기 감사히 담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과의 빛만남 이야기 마음에 잘 담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중한 빛이야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추기경님과의 만남 빛역사 이야기 감사합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과의 만남과 김자문성소국장님의 빛치유이야기,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빛 의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소중한 말씀 감사합니다
귀한 빛역사 이야기 감사합니다.
무한의 빛명상 학회장님 빛과 함께 해주심의 감사함 담아 무궁한 공경과 감사마음드립니다 ...
김수환추기경님과의 만남... 빛역사 이야기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