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독후감
《무탄트 메시지(말로 모건 지음)를 읽고》
/이 병 준(李炳俊)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오스틀로이드라고 불리는 인종(그들은 스스로를 '참사람 부족' 이라 일컫는다)은 문명인을 가리켜 '무탄트'라고 부른다. 무탄트는 돌연변이라는 뜻이다. 돌연변이란 기본 구조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존재를 말한다. 원주민들은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인 동물, 나무, 풀, 구불거리며 흐르는 샛강, 심지어 바위와 공기조차도 우리와 한 형제이며 누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문명의 돌개바람과 함께 몰려와 어머니 대지를 파헤치고, 강을 더럽히고, 나무를 잘라내는 문명인들을 보면서 원주민들은 그들을 '돌연변이'라고 볼 수 밖에 없었다.
과학자들은 호주 원주민들이 적어도 5만
년 이상 그곳에서 살아왔으리라고 추측한
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이 어떤 숲도 파괴하지 않고, 어떤 강물도 더럽히지 않고, 어떤 동식물도 멸종 위기에 빠뜨리지 않고, 어떤 오염 물질도 자연 속에 흘려 보내지 않으면서 풍부한 식량과 안식처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은 창조적이고 건강한 삶을 오래도록 산 뒤, 영적으로 충만한 상태에서 이 세상을 떠났다고 기록되어 있다. 백인들과 타협하지 않은 마지막 원주민 집단으로 알려진 '참사람 부족'은 걸어서 호주 대륙을 횡단하는 것으로도유명하다.
자연치료법을 전공하고 호주 <보건사회센터> 에서 일하던 미국 출신의 백인 여의사인 말로 모건은 이 '참사람 부족'이 엄선한 무탄트 메신저로 선택되어, 이들과 함께 넉 달에 걸친 사막 보도 횡단여행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 여행의 기록으로서, '참사람 부족'이 자신의 탐욕을 위해 생명의 토대인 어머니, 대지를 학대하고 파괴하는 무탄트들에게 맞서는 방법으로 더 이상 결혼도 않고 자식도 낳지 않기로 결정 한다. 그리하여 그들 중 마지막 젊은 이가 죽으면 순수한 부족의 종말이 되는 이 실체적 사실의 특별한 경험을 <무탄트 메시지 Mutant Message Down Under> 라는 책으로 써서 '참사람 부족'의 존재를 마지막으로 세상의 문명인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이 책을 통해 '참사람 부족'은 세상의 문명인에게 종족의 번식, 대(代)이음을 중지하는 순교(殉敎)의 유서같은 처절한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신의 부족인 우리 참사람 부족은 곧 지구를 떠날 것입니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우리는 가장 높은 차원의 영적인 생활, 금욕생활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금욕생활은 엄격한 육체의 수행을 보여주는 방법이지요.우리는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중 가장 젊은 사람이 죽으면, 그것이 곧 순수한 우리 인종의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영원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최초로 지구상에 나타난 존재들의 직계 자손입니다.
시간이 시작된 이래, 우리는 생존을 위협
하는 온갖 시험을 통과했으며, 원래의 가치 체계와 법을 흔들림 없이 지켜 왔습니다. 지금까지 지구를 하나로 묶어 준 것은 우리의 집단 의식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떠나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
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달라졌고, 땅의 영혼을 배반했습니다. 우리는 하늘에 있는 그 영혼을 만나러 갈 것입니다. 만물의 어머니와 같은 대지를 당신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떠날 것입니다. 아무쪼록 당신들의 삶의 방식이 물과 동물과 공기, 그리고 당신들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깨닫기를 바랍니다. 이 세계
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당신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기를 바랍니다. 물론 무탄트들 중에는 자신의 참된 자아를 이제 막 되찾으려고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충분히 노력과 관심을 기울인다면 지구의 파괴를 돌이킬 시간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당신들을 도울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시대는 끝났습니다.비 내리는 것이 이미 달라졌고, 더위는 날로 심해지고 있으며, 동식물의 번식이 줄어드는 것을 우리는 오랫동안 지켜 보았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영혼에게 인간의 모습을 주어 이곳에서 살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 사막에는 이제 물도 식량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슬프고 처절한 내용이다. 신으로부터 공평하게 지음받은 인간의 한 종족이 그 대(代)이음을 인간의 의지로 거부하고 중지시키는 집단 자해행위나 다름 없는 결정을 내리고 그 흔적을 지구상에서 감춘 것이다. 계속 이런 류의 순교적 사태가 잇따라 안 일어났으니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종족의 자멸이 인류의 자멸로 이루어질 뻔한 참으로 상상이 안 되는 사건이란 생각이 책을 덮고도 오래도록 사유의 바다에 깊이 빠져 헤어날 수 없게 했다. 그들 종족은 뒤를 이을 세상의 인류가 자연을 보호하며 공생하기를 염원하며 종족 보존의 씨내림을 포기하고 순절한 것이다. 이 숭고하고 장엄한 순교적 사실의 참의미를 새기고 기억 하는 지금의 지구인은 과연 몇이나 될까 전률이 일어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