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학교
<교육 참관기>

  대학에 다니고 있는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기억이 난다. 조그만 몸으로 책가방을 메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연필을 잡고, 처음 만나는 선생님과 친구들, 낯선 환경에 내보내는 걱정과 설렘…기억이 생생하다. 내가 이런 심정인데 아이는 얼마나 첫 경험이 무섭고 두려웠을까? 

 초등학교 과정은 인생에서 타인과 관계맺음의 첫 단추이다. 타인에게 배려받고 사랑받은 경험이 있어야 살아가면서 타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원당초등학교는 아이가 어른에게 배려받고 있고,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학교란 생각이 들었다. 이 학교를 찾은 날, 교실에는 아이들이 없었다. 체육 수업으로 홍천읍에 있는 수영장에 갔단다. 점심시간에 맞춰 학교로 온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수업을 받았다. 1, 2학년 미술시간. 여름이면 생각나는 것을 얘기하고 그림으로 그리는 시간이었다. 수박, 태양, 선풍기, 바나나 등을 그리고 색칠하기에 열심이다. 1학년 성호가 새를 노란색으로 칠하기에 왜 노란색으로 칠하냐고 물으니 “태양이 눈 부셔서 노란색으로 칠했어요” 한다. 미술 학원에 다니는 도시 아이들의 그림에 비하면 어눌하지만, 아이의 그림은 기교가 아니라 상상을 할 수 있는 과정이어야 한다.

5, 6학년 독서수업. 9명이 3개조로 나뉘어, 각 조에서 책 1권을 정하고 책 내용을 첫 단계에서는 마임으로 3개의 동작을 보여주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3개의 대화로 힌트를 주면, 상대조가 알아맞히는 게임 방식의 수업이었다. 상대팀이 보고 듣지 못하게 책상 밑으로 숨으면서 핵심 키워드를 찾느라 왁자지껄 바쁘다. 교실에 일렬로 앉아서 선생님의 말씀만 듣고 있는 도시 학교의 교실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방과 후에 진행되는 클래식 기타수업, 매주 수요일은 내면고등학교 미술선생님이신 김형곤 선생님이 오셔서 아이들에게 클래식 기타를 가르치신다. “C코드 잡고 튕겨보세요”, “B 코드 잡으세요” 선생님의 주문에  짧은 손가락으로 줄을 잡느라 진지한 모습이다. “선생님 이거 맞아요?”  연신 질문을 해가며, 한 쪽에서는 줄을 튕기고, 손이 아파 호호 불기도 하며 수업시간이 짧기만 한 것 같다.

원당 초등학교는 학생 수 16명의 작은 학교다. 학생 수가 많고 적음으로 학교의 존립을 말할 수는 없다. 한명의 학생이라도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그 학생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아이와 부모에게는 유일한 초년 시절의 추억과 살아갈 토양분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셈법으로 계산하면 안 되는 이유다. 원당초등학교의 아이들 사랑이 계속되길 바란다.
(최호선·홍천 희망신문 편집장)

 

강원희망신문 2013.07.15(월) 16:38
  •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행복한학교으뜸교육
 
 
 
 

친구 카페

 
등록된 친구카페가 없습니다
 
카페 게시글
학교(기관) 현장소식 작은학교 희망찾기 ⑤ 홍천 원당초등학교
백한진 추천 0 조회 129 13.07.19 17:5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