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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신화 剪燈新話4권20편
(17) 天台山訪隱錄 천대산방은록
(天台山의 隱者를 訪問하다)
台人徐逸粗通書史
~ 台州에 徐逸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大略 經書와 歷史에 通할 程度였다.
以端午日 入天台山菜藥
~ 한 番은 5月 5日 端午날, 天台山에 藥을 캐러 들어갔다.
同行數人 憚於涉險 中途而返
~ 함께 갔던 몇몇 사람은, 길이 너무 險하다고, 途中에서 되돌아 왔다.
惟逸愛其山明水秀 樹木陰翳
~ 그래도 徐逸만은 山 좋고 물 맑으며, 樹木이 우거져 景觀이 빼어나게 아름답고,
進不知止 ~ 그윽한데 魅了되어 그칠 줄을 모르고 繼續 들어 갔다.
且誦孫興公之賦 ~ 입으로는 孫興公의 遊天台山賦를 읊으며,
而贊其妙 曰 ~ 그 絶妙함을 贊嘆하였다. 그 中에는,
赤城霞起而建標 瀑布泉流而界道
~ '赤城山 붉은 안개 일어나 世俗을 超越하여 높이 솟았고, 瀑布山에 흐르는 물줄기는 가닥을 나누어 쏟아지네’라는 句節은,
誠非虛語也 ~ 참으로 헛된 말이 아니로구나"라고 感歎하였다.
更前數里 ~ 다시 몇 里를 더 들어 갔다.
則斜陽在嶺 飛鳥投林
~ 해는 西山 마루에 걸리고, 새들도 숲속의 제 집으로 찾아 들었다.
進無所抵 ~ 더 나아가려고 해도 갈 目標도 없고,
退不及還矣 ~ 집에 되돌아 가려고 해도 너무 멀어 갈 수가 없었다.
躊躇之間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忽澗水中有巨瓢流出
~ 문득 골짜기 시냇물 위에 큰 바가지 하나가 떠내려 오는 것이 보였다.
喜曰 ~ 그는 기뻐하며 말하기를,
此豈有居人乎 ~ "이 近處에 或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지?
否則必琳宮焚宇也 ~ 그렇지 않으면 道觀이나 절이라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며,
遂沿澗而行 ~ 溪谷을 따라 거슬러 올라 갔다.
不里餘 至一衖口 ~ 2里 남짓 못가서, 한 마을의 어귀에 이르렀는데,
以巨石爲門 ~ 큰 돌로 만들어 놓은 石門안으로 들어서,
入數十步 則豁然寬敝
~ 數十 걸음 들어가니, 환하게 탁 트인 光景이 펼쳐 졌다.
有居民四五十家 ~ 民家 四五十 戶 假量으로 되어 보였는데,
衣冠古樸 氣質淳厚
~ 사람들의 衣冠은 옛스러웠고, 氣質도 淳厚해 보였다.
石田茅屋 ~ 瘠薄한 돌밭에 띠로 이은 집과,
竹戶荊扉 ~ 대나무로 엮어 만든 窓門과 가시나무로 엮어 만든 사립門에,
犬呔鷄鳴 桑麻掩映 ~ 개가 짖어 대고 닭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데, 뽕나무와 삼이 자욱하여,
儼然一村落也 ~ 儼然한 한 마을이었다.
見逸至 驚問曰 ~ 마을 사람들은 徐逸이 到着하자, 보고서 깜짝 놀라 물었다.
客何爲者 焉得而涉吾境
~ "손님은 어떤 사람이기에, 우리가 사는 이 곳까지 들어 왔습니까?"
逸告以入山採藥 失路至此
~ 徐逸은 藥을 캐러 山에 들어 왔다가, 길을 잃어 여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遂相顧不語 ~ 그러나 그들은 서로 쳐다만 볼 뿐 아무런 말도 없이,
漠然無延接之意 ~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 그를 맞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惟一老人 衣冠若儒者
~ 오직 한 老人이, 儒學者의 衣冠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扶藜而前 ~ 靑藜杖 지팡이를 짚고 앞에 나와,
自稱太學陶上舍 ~ 自身을 太學의 陶上舍라고 하면서,
揖逸而言曰 ~ 徐逸에게 揖을 하며 말하였다.
山澤甚險 豺狼之所嘷
~ "이 곳은 山길이 매우 險해서 승냥이와 이리떼가 으르렁 거리고,
魑魅之所遊 日又晩矣
~ 도깨비들이 우글 거리는 곳이며, 게다가 날이 저물었으니,
若固相拒 ~ 萬一 拒絶하게 된다면,
是見溺而不援也 ~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도 건져 주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하고,
乃邀逸歸其室 ~ 이에 그의 房으로 徐逸을 맞이했다.
坐定逸起問曰 ~ 各其 자리에 앉은 다음 徐逸이 일어나 恭敬을 表하며 물었다.
僕生於斯 長於斯 ~ "저는 이 고장에서 태어나, 이 고장에서 자랐습니다.
遊於斯 久矣 ~ 또 이 고장에서, 오랫동안 놀았지만,
未聞有此村落也 ~ 이런 마을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
敢問 ~ 이곳은 都大體 어디인지 敢히 여쭈어 봅니다"
上舍顰蹙而答曰 ~ 陶上舍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對答했다.
避世之士 逃難之人
~ "亂世를 避해 온 隱士나, 亂世를 逃亡쳐 온 사람들인데,
若述往事 ~ 萬一 지난 일을 述懷해 보았자,
徒增傷感耳 ~ 空然히 마음만 傷할 것입니다"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逸固請其故 始曰
~ 徐逸이 굳이 그 까닭을 묻자, 陶上舍는 그제야 말하였다.
吾自宋朝已卜居於此矣
~ 우리는 宋나라 때부터 이곳에 들어와 터를 잡아 살게 되었습니다.
逸大驚 上舍乃具述曰
~ 徐逸이 크게 놀라니, 陶上舍가 事實을 털어 놓았다.
僕生於理宗嘉熙丁酉之歲
~ "저는 宋나라 理宗 嘉熙 丁酉(1237)年에 出生했지요.
旣長 寓名太學 居率履齊
~ 자라서, 太學에 籍을 두고, 率履齊에 居處하면서,
以講周易爲衆所推
~ 周易 講論으로 많은 사람들의 推仰을 받았지요.
度宗朝 ~ 度宗朝에,
兩冠堂試一登省薦 ~ 두 番 祭酒堂(좨酒堂)試驗에 壯元을 하고 한 番 禮部의 推薦을 받아,
方欲立身揚名 以顯於世
~ 立身揚名하여, 世上에 알려 지려던 次였습니다.
不幸度皇晏駕 ~ 그런데 不幸히도 度宗 皇帝께서 昇遐하시어,
太后臨朝 ~ 太后께서 나라 일을 맡아 보게 되셨지요.
北兵渡江 ~ 그때 北쪽 元나라 軍士가 揚子江을 건너 南쪽으로 내려오니,
時事大變 ~ 世上은 크게 變하게 되었지요.
嗣君開元德祐之勢
~ 뒤를 이은 恭宗 皇帝가 年號를 德祐 (1275)라 고친 그 해에,
則挈家逃難於此 ~ 나는 家族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避難하였답니다.
其餘諸人 亦皆同時避難者也
~ 나머지 사람들도, 亦是 그때 함께 避難온 사람들이지요.
年深歲久 因遂安馬
~ 해가 바뀌고 歲月이 오래 되어, 結局 여기에 安着하게 되었습니다.
種田得栗 採山得薪
~ 밭을 갈아 穀食을 거두며, 山에 가서 땔나무를 하고,
鑿井而飮 架屋而息
~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며, 집도 얽어 매어 살면서,
寒往署來 日居月諸
~ 추위와 더위가 바뀌며, 그렇게 歲月이 흘러 갔지요.
但見花開爲春 葉脫爲秋
~ 다만 꽃이 피면 봄인 줄 알고, 잎이 지면 가을인 줄 알지요.
不知今日是何朝代 是何甲子也
~ 그러니 只今이 어느 王朝이며, 어느 해인지도 모릅니다"
逸曰 ~ 徐逸이 다 듣고 나서 말했다.
今天子聖神文武 ~ "只今 天子는 聖神文武하시어,
繼元啓運 混一華夏
~ 앞사람의 事業을 繼承하고 未來의 運命을 열어, 中華를 統一하고,
國號大明 ~ 나라의 이름을 大明이라고 합니다.
太歲在閼逢攝格提 ~ 今年은 甲寅(1374)年으로,
開元洪武之七載也 ~ 洪武라고 年號를 고친 지 7年 째 되는 해입니다"
上舍曰 ~ 陶上舍는 다 듣고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噫 吾止知有宋 ~ "아! 나는 宋나라가 있는 줄만 알았습니다.
不知有元 ~ 元나라가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安知今日爲大明之歲也
~ 어찌 只今이 大明 天地인 줄 알았겠습니까?
願客爲我略陳 ~ 바라건대 손님께서는,
三代興亡之故 ~ 宋·元·明 三代의 興亡 故事를 大略 말씀하여,
使得聞之 ~ 그 事實을 알게 하여 주십시오"
逸乃曰 ~ 이에 徐逸이 말했다.
宋德祐丙子歲 ~ "宋나라 德祐 2年 丙子 (1276)年에,
元兵入臨安 ~ 元나라 軍士가 臨安으로 쳐들어 왔지요.
三宮遷北 ~ 그래서 謝太后와 어린 恭宗皇帝와 어머니 全皇后 等 三宮을 捕虜로 잡아 北쪽으로 옮겨 갔지요.
是歲 廣王卽位於海上
~ 이 해에, 廣王이 海上에서 卽位하고,
開元景炎 未幾 而崩
~ 年號를 景炎이라 고쳤는데, 얼마 後에 崩御하시자,
諡端宗 ~ 諡號를 端宗이라고 했습니다.
益王繼立 ~ 益王이 王位를 繼承하였으나,
爲元兵所迫 赴水而死
~ 元나라 軍士에 쫓기어, 물에 빠져 죽으니,
宋祚遂亡 ~ 宋나라는 結局 亡했습니다.
實元朝戊寅之歲也
~ 이 해가 바로 元朝 至正 15年 戊寅(1278)年 입니다.
元旣倂宋 奄有南北
~ 元나라는 宋나라를 合倂하고, 揚子江의 南北을 統一하여,
逮至正丁未 ~ 至正 丁未(1367)年 까지
歷甲子一周有半而滅
~ 甲子로 한바퀴 半인 90年 만에 滅亡했습니다.
今則大明肇統 ~ 只今은 大明이 開國하여 統一 大業을 이루어서,
洪武萬年之七年也
~ 洪武 萬年의 7年(1374)째 입니다.
蓋自德祐丙子至今 ~ 德祐 丙子(1276)年 부터 只今까지,
上下已及百歲矣 ~ 햇數로 헤아리면 벌써 百 年이 되었습니다"
上舍聞之 不覺流涕
~ 陶上舍가 듣고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已而山空夜靜 萬籟寂然
~ 이미 山은 텅 비었고 밤은 고요하여, 萬物이 寂寞하였다.
逸宿於其室 ~ 徐逸은 그 房에서 잤는데,
土床石枕 亦甚整潔
~ 흙 寢床에 돌 베개였지만, 또한 매우 淨潔했다.
但身淸骨冷 不能成寐耳
~ 다만 몸은 맑아지고 뼈는 차가와, 깊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明日 殺雞爲桼 ~ 다음날 陶上舍는 닭을 잡고 기장밥을 지어,
以瓦盎盛松醪飮逸 ~ 질그릇 동이에다 松醪酒를 가득 담아서 待接했다.
上舍自製金縷詞一闋
~ 그리고 그가 直接 金縷詞 한 篇을 지어,
(金縷詞 : 唐나라 李錡의 妾인 杜秋娘이 지은 노래 中에, 勸君莫惜金縷衣<그대에게 勸하노니 金빛 실의 옷을 아끼지 말고> 勸君須惜少年時
<그대에게 勸하노니 모름지기 少年 時節의 젊음을 아끼시오>란 데서 後世 사람들이 歌調로 삼은 것임)
歌以侑觴 曰 ~ 勸酒歌로 불렀다. 그 노래는 다음과 같다.
夢覺黃梁熟 怪人間曲吹別調 棋翻新局 ~ 黃梁의 꿈 깨니, 人間 世上 한 曲調 노래가 怪異하구나. 바둑 한판 놓는 것과 다름없구나.
(黃梁 : 唐의 盧生이 邯鄲의 酒幕에서 呂生에게 베개를 빌려베고 잠이 들어 富貴榮華를 누리다가 꿈을 깨니, 主人이 짓던 좁쌀밥이 아직 익지 않았더라는 故事를 이름)
一片殘山幷剩水 幾度英雄爭鹿 算度了誰榮誰辱
~ 한 조각 殘山剩水 같은 이 世上에, 몇 番이나 英雄들이 天下를 다투었던가! 따지고 보면 누가 榮華이고 누가 恥辱인가?
(殘山剩水 : 山水가 남아 있는 것. 곧 보잘것 없는 작은 것을 이름)
白髮書生差耐久 向林間嘯傲山間宿 耕緣野 飯黃犢
~ 白髮의 書生이 그래도 오래 살아, 숲 속에서 읊조리며 놀고 山 속에서 잠들며, 푸른 들에 갈고, 누른 소 먹이누나.
市朝遷變成陵谷 問東風舊家燕 子飛歸誰屋
~ 市朝가 變하여 陵谷이 되니, 묻노니 봄바람에 옛 제비들은, 날아서 누구의 집으로 돌아 아는가?
(燕 : 劉禹錫의 詩 烏衣巷에,
"舊時王謝堂上燕 飛入尋常百姓家
<그 옛날 王氏와 謝氏의 집에 오던 제비는, 只今은 一般 百姓의 집에도 날아 든다네>라고 한 데에서 온 말로, 金陵을 回顧하며 時代를 슬퍼한 대목임)
前度劉郎今尙在 不帶看花之福 但燕麥菟葵盈目
~ 지난 적 劉郎이 只今껏 살아 있으나, 世上을 避해 꽃 보는 福을 타지 못하고, 故國엔 귀리(燕麥)와 아욱(菟葵)만 우거졌구나.
(劉郞 : 劉禹錫을 이름. 唐나라 詩人 劉禹錫이 王의 부름을 받고, 서울에 가서 복사꽃을 보고 지은 自朗州至京 戱贈諸君子라는 詩에,
都觀裡桃千樹 盡是劉郞去後栽
<玄都觀 안에 千 그루의 복사꽃, 이 모두 劉郞이 떠나온 後에 심은 것이네.>라고 한데서 온 말이다. 世上이 變한 것을 意味하는 말인데, 劉禹錫이 流配를 갔다가 부름을 받고 다시 와 보니, 그곳에는 귀리와 아욱만 우거졌더라는 內容을 引用한 것이다.)
(不帶看 : 楊萬里의 詩에
"年年不帶看花福 <해마다 꽃구경할福을 갖지못했구나>을 引用한 內容이다. 陶上舍가 世上을 避하여 山中에 들어간 것이 當時의 實權者에게 登用 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意味를 담고 있다.)
羊胛光陰容易過 歎浮生待足何時足 樽有酒 且相屬
~ 짧은 光陰이 빠르기도 하니,
滿足하기 기다리면 어느 때 足하랴. 술桶에 술이 있으니, 또한 서로 勸하노라.
(羊胛 : 元文은 羊胛熟으로 熟字가 빠져있다. 北쪽 骨利干은 낮이 길고 밤이 짧아 해질 무렵에 羊의 어깨죽지를 삶아서 이것이 겨우 익으면 날이 샌다고 하여, ‘時間이 매우 짧음’의 比喩로 쓰인다)
歌罷 ~ 노래가 끝나자,
復與逸話前宋舊事 亹亹不厭
~ 다시 宋나라의 옛일을 繼續 이야기하며, 싫症을 내지 않았다.
乃言 ~ 그는 또 말을 이었다.
寶祐丙辰 ~ "寶祐 丙辰(1256)年에,
親策進士 ~ 宋나라 理宗皇帝가 親히 進士 試驗을 보였는데,
文天祥券在四 ~ 忠臣이던 文天祥의 試驗紙가 4等째로 있는 것을,
而理皇易爲擧首 ~ 理宗皇帝가 바꾸어 壯元으로 뽑았지요.
賈似道當國 ~ 姦臣이던 賈似道란 者가 政權을 잡았을 때,
造第於葛嶺 ~ 杭州 西湖 위의 葛嶺에다 집을 짓고 美女들과 놀아나며 歲月을 보내니,
當時 有朝中無宰相 ~ 當時에, ‘朝廷에는 宰相이 없고,
湖上有平章之句 ~ 西湖 위에는 平章이 있다’는 말까지 있었지요.
一宗室任嶺南縣令
~ 또 宗室의 한 사람이 廣東 곧 嶺南의 縣令으로 있을 때,
獻孔雀二 ~ 孔雀 한 雙을 賈似道에게 보냈습니다.
置之圃中 ~ 그것을 庭園에 두고 기르면서,
見其馴擾可愛 ~ 그것이 길들어 가는 것을 보고 사랑스럽게 여겨,
卽除其人爲本郡守
~ 곧 그 사람을 本郡의 郡守로 除授하기도 했지요.
襄陽之圍 ~ 또한 元나라 軍士가 襄陽府를 包圍하였을 때,
呂文煥募人以蠟書告急於朝
~ 그 府의 知事인 呂文煥이 密使로 보낼 사람을 募集하여 蠟書로 朝廷에 急報를 알렸지요.
並懇於似道曰 ~ 救援을 請하러 간 그 사람이 賈似道에게 말하기를,
襄陽之圍六年矣 ~ "襄陽이 包圍된 지 벌써 6年이 된지라,
易子而食 ~ 城안에 糧食이 떨어져 子息을 서로 바꾸어 잡아먹고,
析骸而爨 亡在朝夕
~ 사람의 뼈를 꺾어 불을 때니, 朝夕間에 城이 무너질 形便입니다.
而師相方且鋪張太平
~ 그런데도 丞上께서는 太平歲月이라고 宣揚하여,
迷惑主聽 ~ 임금의 耳目을 흐리고 있습니다.
一旦虞馬飮江 ~ 萬一 하루 아침에 北쪽 오랑캐가 揚子江을 건너 오면,
家國傾履 ~ 나라가 亡하게 될 것이니,
師相亦安得久有此富貴耶
~ 丞相께서이 富貴를 길이 누릴 수 있겠습니까?"라고 懇曲히 말하고는,
遂扼吭而死 ~ 드디어 스스로 목을 졸라 죽었습니다.
謝堂乃太后之姪 ~ 또 謝堂은 바로 理宗 皇后의 조카로,
殷富無比 ~ 견줄 데 없는 富者였습니다.
嘗夜宴客 ~ 그는 일찍이 每日 밤마다 손님을 請하여 잔치를 열면서,
設水晶簾 燒沉香火 ~ 水晶簾을 내걸고, 沈香을 불사르며,
以徑尺瑪瑙盤 ~ 한 자(尺)나 되는 瑪瑙盤에다가,
盛大珠四顆 光照一室
~ 큰 구슬 네 個를 담아 놓으니, 빛이 房안에 가득 차서,
不用燈燭 ~ 촛불을 켤 必要가 없었지요.
優人獻誦樂語 ~ 게다가 樂工들이 誦祝辭를 올리면,
有黃金七寶酒甕重十數斤
~ 무게가 열 斤이나 되는 黃金과 七寶로 만든 술항아리를,
卽於座上賜之不吝
~ 卽席에서 吝嗇함이 없이 그들에게 下賜하였지요.
謝后臨朝 ~ 또 謝皇后께서 나라 일을 맡아보고 있을 때였지요.
夢天傾東南 ~ 한 番은 꿈을 꾸니 하늘이 東南쪽으로 기울어 지는데,
一人擎之 力若不勝
~ 한 사람이 그것을 떠받쳤으나, 힘이 모자라 이기지 못하고,
蹶而復起者三 ~ 세 番이나 넘어 졌다가 다시 일어 났더랍니다.
已而一日墜地 ~ 그러나 조금 後에 해가 하나 땅에 떨어지자,
傍有一人捧之而奔
~ 옆에 있던 한 사람이 해를 받들고 달아나더랍니다.
覺而徧訪於朝 得二人焉
~ 謝皇后는 꿈에서 깨어 朝廷에서 두루 찾아, 두 사람을 發見했는데,
闕狀極肖 ~ 그 모습이 꿈에 본 사람과 똑 같더랍니다.
擎天者文天祥 ~ 하늘을 받쳤든 사람은 文天祥이고,
捧日者陸秀夫也 ~ 해를 받든 사람은 陸秀夫였지요.
遂不次用之 ~ 結局 두 사람은 차례를 뛰어넘어 特別히 重用했다고 합니다.
江萬里去國 ~ 또 左丞相 江萬里는,
都民送之 ~ 賈似道에게 미움을 사서 벼슬을 버리고 서울을 떠날 때,
郭外者以千計 ~ 都城안의 百姓들 가운데 城밖까지 餞送나온 者가 千 名이나 되었지요.
攀轅不忍捨去 城門旣闔
~ 그들이 모두 수레에 매달려 차마 떠나지 못하다가, 城門이 이미 닫혔는지라.
多宿於野 ~ 百姓들은 모두 들판에서 路宿한 일이 있었지요.
賈似道出督 ~ 賈似道는 總督이 되어 督戰하러 나갈 때,
御白銀鎧 眞珠馬鞍
~ 흰 銀으로 만든 甲옷과, 眞珠로 裝飾한 말鞍裝에다가,
天里馬二 ~ 千里馬 두 匹을 따르게 했답니다.一駄督府印 ~ 한 匹에는 都督府 印信을 싣고,
一載制書 幷隨軍賞格
~ 한 匹에는 皇帝의 詔書와, 軍卒들에게 줄 賞을 주는 法規 等을 싣고,
以黃帕覆之 ~ 누런 緋緞으로 덮어 가니,
都民罷市而觀 ~ 都城안의 百姓들이 모두 撤市를 하고 구경하였지요.
出師之盛 未之有也
~ 이렇게 豪華로운 出兵은, 아직까지 본 적 없었던 일입니다"
又論當時諸臣曰 ~ (陶上舍은 興亡盛衰에 對한 이런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當時의 여러 臣下들에 對해서 論評했다.
陳宜中謀而不斷 ~ "左丞相 陳宜中은 謀略은 있었으나 果斷性이 없고,
家鉉翁節而不通 ~ 樞密院事 家鉉翁은 節操는 있으나 融通性이 없고,
張世傑勇而不果 ~ 簽書樞密院事 張世傑은 勇猛은 있으나 果斷性이 없고,
李庭芝智而不達 ~ 制置使 李庭芝는 智略은 있으나 通達하지 못하지요.
其最優者文天祥乎 ~ 하지만 그 中에 가장 뛰어난 사람은 아마 文天祥일 겝니다"
如是者凡數百言 ~ 이런 이야기는 끊일 줄 몰랐는데 陶上舍의 이런 數百 마디 말들은,
皆歷歷可聽 ~ 모두 얻어 들을 만하였다.
是夕 逸又宿焉 ~ 이날 저녁을 묵고, 徐逸은 하룻밤 더 묵고,
明旦告歸 ~ 來日 아침 돌아 가겠다고 하니,
上舍復爲古風一篇以餞行
~ 陶上舍가 다시 古體詩 한 篇을 지어 餞送하였다.
曰 ~ 그 詩는 다음과 같다.
建炎南渡多翻復
泥馬逃來御黃屋
盡將舊物付他人
江南自作龜茲國
(建炎이 南쪽으로 와 飜復한 일 많건마는, 泥馬로 逃亡와서 天子가 되었구나. 옛 땅은 모두 다 남의 손에 맡겨두고, 江南으로 건너가 작은 나라 세웠구나.)
可憐行酒兩靑衣
萬恨千愁誰得知
五國城中寒月照
黃龍塞上朔風吹
(可憐하다 푸른 옷 입고 술나르는 두 분의 皇帝, 千 갈래 恨과 萬 갈래 근심을 그 누가 알아줄까? 五國城 안에는 차가운 달빛만 비치고, 黃龍塞 위에는 朔風만 불어오네.)
東窓計就通和好
鄂王賜死蘄王老
酒中不見劉四廂
湖上須尋宋五嫂
(東窓의 計策대로 和議가 이루어지니, 鄂王은 죽음 當하고 蘄王은 늙었구나. 술자리엔 劉四廂을 볼 수 없고,
西湖위엔 다시 宋五嫂 찾으리.)
累世內禪罷言兵
八十餘年稱太平
度皇晏驚弓劍遠
賈相出師笳鼓驚
(여러 代로 讓位하여 軍士일 罷했으니, 八十如 年을 太平歲月이라 稱頌했네. 度宗 皇帝 別世하여 弓劍은 멀어졌고, 賈似道가 出師할 때 피리와 북소리 搖亂했네.)
儁家避世逃空谷
西望端門捀頭哭
毁車殺馬斷來蹤
鑿井耕田聊自足
(世上 避해 家族 데리고 山속에 逃亡 와서, 南門을 바라보며 머리 잡고 痛哭하네. 수레 부수고 말 죽이고 온 자취 다 숨기고, 우물 파고 밭 갈며 그런대로 滿足하네.)
南隣北舍自成婚
遺風彷佛朱陳村
不向城中供賦役
只從屋底長兒孫
(앞집 뒤집 이웃끼리 婚姻을 맺어 사니, 純粹한 遺風은 宋나라 朱陳村 같네. 城中에 가서 賦役일은 하지 않고,
오직 집안에서 孫子나 기른다네.)
喜君涉險來相訪
問舊頻扶九節杖
時移事變太忽忙
物是人非愈怊悵
(반갑구나, 그대여 險한 山길 찾아 오니, 옛消息 물어 보며 九節杖을 잡아 보네. 歲月가고 世上 變함이 너무 빠르니, 山川은 예前 그대로 인데 人物가서 더욱 슬프네.)
感君爲我暫相留
野蔌山肴借獻酬
舍下雞肥何用買
床頭酒熟不須篘
(하룻밤 우리 집에 고맙게 머무르니,
野菜와 山 按酒를 갖추어 드리네.
집안에 살진 닭 있으니 무엇하러 사러 가며, 자리 앞에 술 익었으니 거를 것 없네.)
君到人間煩致語
今遇昇平樂安處
相逢不用苦相疑
我輩非仙亦非鬼
(그대 世上에 나가면 頌祝하기 바쁘겠네. 只今 太平時代 좋은 世上 만났으니, 서로 마난 일 굳이 疑心을 말아 주오. 우리는 神仙도 아니며 鬼神도 아니라네.)
遂送逸出路口 ~ 마침내 陶上舍는 洞里 어귀까지 나와,
揮袂而別 ~ 돌아가려는 徐逸의 옷소매를 저으며 作別했다.
逸沿途每五十步揷一竹枝以記之
~ 徐逸은 돌아 오면서 길가에 五十 걸음마다 대나무 가지를 꽂아 標示를 해 두었다.
到家數日 乃具酒醴 儁肴饌
~ 徐逸은 집에 돌아온 며칠 後에, 맛있는 술과, 훌륭한 按酒를 갖추고,
率家僮輩齎往訪之
~ 종들과 함께 그리로 찾아 갔다.
則重岡疊嶂 不復可尋
~ 그러나 겹겹이 쌓인 山 길은, 다시 찾을 수가 없었으며,
豐草喬林 絶無蹤迹
~ 우거진 풀과 키 큰 나무숲들 사이에, 조금도 踪跡을 찾을 수가 없었다.
往來於樵蹊牧徑之間
~ 땔나무하러 다니는 길과 牧童들이 다니는 길들을 헤매었으나,
但聞谷鳥悲鳴 ~ 골짜기에서는 슬피 우는 새소리만 들려 오고,
嶺猿哀嘯而已 ~ 고개 위에서는 구성지게 우는 원숭이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竟惆悵而歸 ~ 徐逸은 끝내 그곳을 찾지 못하고 슬픈 마음으로 돌아 왔다.
逸念上舍自言生於嘉熙丁酉
~ 徐逸은 陶上舍의 말을 생각해 보니 그가 말하기를 嘉熙 丁酉年에 태어났다고 하니,
至今則百有四十歲矣
~ 只今에 이르러 140歲인 것이다.
而顔貌不衰 ~ 그런데도 얼굴 모습이 老衰하지도 않고,
言動祥雅止若五六十者
~ 言動도 端雅하여 但只 50·60歲밖에 안 되어 보였다.
豈有道之流歟 ~ 아마도 道를 닦은 사람이 아닐런지!
(18) 秋香亭記 추향정기
(秋香亭에서 일어난 일)
至正間 有商生者 ~ 元나라 順帝 至正 年間에, 商生이란 사람이 살았다.
隨父宦遊姑蘇 ~ 그는 아버지가 벼슬하고 있는 任地인 姑蘇 地方에 따라가서,
僑居烏鵲橋 ~ 烏鵲橋 近處에 寓居하고 살았다.
其鄰則弘農楊氏第也 ~ 그 이웃에는 弘農 사람 楊氏의 邸宅이 있었다.
楊氏乃延祐大詩人浦城公之裔
~ 楊氏는 元나라 仁宗 延祐 年間에
大詩人 浦城公 楊載의 後孫이었다.
浦城娶於商 ~ 浦城公은 商氏의 집안에 장가를 들었는데,
其孫女名采采 ~ 그에게는 마침 采采라는 예쁜 孫女가 있었다.
與生中表兄妹也 ~ 商生과는 異姓 再從男妹間이었다.
浦城已歿 商氏尙存 ~ 浦城公은 이미 世上을 떠났고, 그의 婦人 商氏 할머니는 아직 살아 계셨다.
生少年 氣稟清淑 ~ 그때 商生은 少年으로, 타고 난 氣稟이 맑고 깨끗하며,
性質溫粹 ~ 性質도 溫和하고 純粹하였다.
與采采俱在童丱 ~ 그와 采采는 모두 處女 總角이었다.
商氏 即生之祖姑也 ~ 그리고 商氏 할머니는, 바로 商生의 王姑母였던 것이다.
每讀書之暇 ~ 商生은 언제나 冊을 읽다가 餘暇가 나면,
與采采共戲於庭 ~ 采采와 뜰에서 함께 장난을 치며 놀았다.
爲商氏所鍾愛 ~ 그러자 商氏 할머니에게 더욱 사랑을 받게 되었다.
嚐撫生指采采謂曰 ~ 일찍이 할머니가 商生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采采를 가리키며 말했다.
汝宜益加進修 ~ "얘야, 너는 더욱 工夫 熱心히 해라.
吾孫女誓不適他族 ~ 내 孫女는 絶對로 다른 집에는 媤집 보내지 않을 것이다.
當令事汝 以續二姓之親 ~ 꼭 너에게 媤집을 보내어, 楊氏와 商氏의 二姓之親을 繼續 이어,
永以爲好也 ~ 두 집안이 길이길이 잘 지내게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女父母樂聞此言 ~ 采采의 父母는 이 말을 듣고 매우 반가워 하여,
即欲歸之 ~ 采采를 商生에게 媤집을 보내고자 하였다.
而生嚴親以生年幼 ~ 그러나 商生의 아버지는 아직 商生이 나이도 어린데,
恐其怠於學業 ~ 當場 丈家를 들이면 或是 工夫를 게을리 할까 念慮하여,
請俟他日 ~ 좀더 다른 날을 기다려 보자고 請하였다.
生女因商氏之言 ~ 그러나 商生과 采采는 할머니의 말이 있었기 때문에,
倍相憐愛 ~ 마음 속으로 더욱 서로 慇懃히 사랑하게 되었다.
數歲 遇仲秋月夕 ~ 歲月이 흘러 몇 年이 지났다. 仲秋節 달 밝은 밤이면,
家人會飮沾醉 ~ 늘 兩家의 食口들은 모두 모여서 술을 마시며,
遂同遊於生宅秋香亭上 ~ 商生의 집 庭園 뒤에 있는 秋香亭에 모두 올라가서 놀았다.
有二桂樹 ~ 그때이면 앞에 서 있는 두 그루의 玲瓏한 桂樹나무 그림자가,
垂蔭婆娑 ~ 아래로 드리워져 춤을 추고,
花方盛開 月色團圓 香氣穠馥
~ 꽃이 활짝 피었으며, 둥근 달도 비치고, 香氣가 짙어 코를 쏘았다.
生女私於其下語心焉 ~ 商生과 采采는 남몰래 그 아래에서 마음을 털어놓고 사랑을 속삭였다.
是後 女年稍長 ~ 그 後로, 采采는 나이가 들어 가자,
不複過宅 ~ 다시 終前처럼 商生의 집에 오지 못하게 되었다.
每歲節伏臘 ~ 每年 새해나 三伏이나 臘享 때나,
僅以兄妹禮見於中堂而已 ~ 겨우 男妹間의 禮로 中堂에서 한 番씩 暫깐 만나볼 뿐이었다.
閨閣深邃 ~ 이처럼 閨房이 깊숙해서,
莫能致其情 ~ 마음속에 있는 깊은 心情을 풀어볼 길이 없었다.
後一歲 亭前桂花始開 ~ 그 後 一年이 지났다. 前에 놀던 秋香亭 앞에 桂樹나무 꽃이 피기 始作했다.
女以折花爲名 ~ 采采는 꽃을 꺾어온다는 핑계로,
以碧瑤箋書絕句二首 ~ 碧瑤箋이란 좋은 종이에 다가 節句 두 首를 써서,
令侍婢秀香持以授生 ~ 侍女인 秀香을 시켜 商生에게 傳하게 하였다.
屬生繼和 ~ 그리고 商生에게 和答을 付託하게 하였다.
詩曰 ~ 采采의 詩는 다음과 같다.
秋香亭上桂花芳 ~ 예전 놀던 秋香亭에 桂樹나무 꽃 香氣로워,
幾度風吹到繡房 ~ 몇 番이나 바람결에 緋緞 窓에 불어 왔나?
自恨人生不如樹 ~ 恨스럽다, 우리 人生 저 꽃만 못하구나!
朝朝腸斷屋西牆 ~ 아침마다 西쪽 담牆에서 九曲肝腸 끊어지네.
秋香亭上桂花舒 ~ 예前 놀던 秋香亭에 桂樹나무 꽃 활짝피니,
用意殷勤種兩株 ~ 심은 뜻도 얄궂어라, 두 나무를 심었구나!
願得他年如此樹 ~ 우리 둘도 그 언젠가 저 나무와 같이 되어,
錦裁步障護明珠 ~ 緋緞 揮帳 둘러치고 둘이 함께 놀았으면.
生得之 驚喜 ~ 商生은 詩를 받아 보고, 한便으로는 놀라고 한便으로는 기뻤다.
遂口占二首 書以奉答 ~ 卽席에서 和答의 詩 두 首를 지어, 종이에 싸서,
付婢持去 詩曰 ~ 侍女에게 부쳤다. 그 詩는 다음과 같다.
深盟密約兩情勞 ~ 깊은 盟誓 굳은 言約 우리 心情 괴로운데,
猶有餘香在舊袍 ~ 그윽하신 그 香氣는 옷에 아직 남아 있네.
記得去年攜手處 ~ 그 옛날 손을 잡고 놀던 곳 생각하니,
秋香亭上月輪高 ~ 秋香亭 높은 집에 달이 둥실 밝을 때라.
高栽翠柳隔芳園 ~ 푸른 버들 높이 심어 이 동산 가렸으니,
牢織金籠貯彩鴛 ~ 金 새欌 굳게 짜서 鴛鴦을 가두었네.
忽有書來傳好語 ~ 뜻밖에 글을 부쳐 좋은 消息 傳해오니,
秋香亭上鵲聲喧 ~ 예前 놀던 秋香亭에 까치소리 지저귀네.
生始慕其色而已 ~ 商生이 처음에는 그의 예쁜 얼굴에 마음이 끌렸을 뿐이었으나,
不知其才之若是也 ~ 詩才가 이렇게 뛰어난 줄은 몰랐다.
旣見二詩 大喜欲狂 ~ 그런데 갑자기 오늘 그의 詩 두 首를 보자, 너무 기뻐서 미칠 것만 같았다.
但翹首企足 以待結縭之期 ~ 그러나 목을 길게 빼고 발돋움하여, 結婚할 날만 기다릴 뿐이요,
不計其他也 ~ 다른 道理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女後以多情致疾 ~ 그 後로 采采는 商生을 너무 그리워 한 나머지 病이 들었다.
恐生不知其眷戀之情 ~ 그는 商生이 自己의 戀情을 몰라줄까 念慮하여,
乃以吳綾帕題絕句於上 ~ 吳綾의 手巾에다 節句 한 首를 써서,
令婢持以贈生 詩曰 ~ 侍女를 시켜 商生에게 부쳐 보냈다. 그 詩는 다음과 같다.
羅帕薰香病裹頭 ~ 향긋한 緋緞 手巾으로 아픈 머리 동였으니,
眼波嬌溜滿眶秋 ~ 눈자위에 어린 嬌態 秋波가 가득하네.
風流不與愁相約 ~ 아름다운 그 風流는 愁心과 約束 안 했건만,
才到風流便有愁 ~ 風流에 暫깐 醉하자 愁心이 卽時 찾아오네.
生感歎再三 ~ 商生은 詩를 받아 읽어보고 再三 感歎하였다.
未及酬和 ~ 그러나 아직 和答의 詩를 미쳐 주지 못하였는데,
適高郵張氏兵起 ~ 마침 高郵에서 張士誠이 叛亂軍을 일으켜,
三吳擾亂 ~ 三吳의 地方이 戰亂에 휩쌓이게 되었다.
生父挈家南歸臨安 ~ 그러자 商生의 아버지는 家族을 데리고 南쪽의 臨安으로 避亂을 갔다.
展轉會稽四明以避亂 ~ 그리하여 會稽와 四明山 一帶를 轉轉하면서 亂을 避했다.
女家亦北徙金陵 ~ 한便 采采의 家族도 亦是 北쪽 金陵으로 가서 避亂을 하였다.
音耗不通者十載 ~ 이에 두 집 사이는 十年이 넘도록 消息이 끊어 졌다.
吳元年 ~ 朱元璋이 吳王이라 稱한 吳나라 元年이었다.
國朝混一 道路始通 ~ 明나라가 中國을 統一하여, 道路가 비로소 通하게 되었다.
時生父已歿 ~ 그러나 商生의 아버지는 이미 世上을 떠났고,
獨奉母居錢塘故址 ~ 그는 홀어머니만 모시고 錢塘의 옛집으로 돌아와 살고 있었다.
遣舊使老蒼頭往金陵物色之 ~ 安定이 되자 그는 옛날 부리던 늙은 종을 金陵으로 보내어 采采를 찾게 하였다.
則女以甲辰年適太原王氏 ~ 가보니 采采는 甲辰年 (1364)에 이미 太原에 사는 王氏에게 媤집을 가서,
有子矣 ~ 이미 子女까지 둔 有夫女가 되어 있었다.
蒼頭回報 ~ 종은 돌아와서 이 일을 商生에게 事實대로 報告 하였다.
生雖悵然絕望 ~ 商生은 이 말을 듣고 매우 슬퍼하며 絶望하였다.
然終欲一致款曲於女 ~ 그러나 商生은 끝내 采采에게 懇曲한 心情을 한番 傳하여,
以導達其情 ~ 그의 마음이라도 알리고자 하였다.
遂市剪彩花二盝 紫臙脂百甁
~ 그는 곧 머리에 꽂는 緋緞 造花 두 匣과, 臙脂 百 甁을 사서,
遣蒼頭齎往遺之 ~ 종인 蒼頭에게 시켜 采采에게 傳하게 하였다.
恨其負約 ~ 그러나 商生은 采采가 約束을 저버린 것을 怨恨으로 여겨,
不複致書 ~ 便紙는 부치지 않았다.
但以蒼頭己意 ~ 다만 종인 蒼頭를 시켜 主人이 보냈다고 하지는 말고 自身의 뜻으로,
托交親之故 ~ 옛부터 親近하게 지내는 사이라 한 番 만나 보려고,
求一見以覘其情 ~ 찾아 왔다 하라 하고 그의 情況을 살펴보고 오라 하였다.
王氏亦金陵巨室 ~ 종이 가서 보니 采采의 媤家인 王氏 亦是 金陵에서 勢力있는 家門으로,
開彩帛鋪於市 ~ 市場에서 緋緞 店鋪를 열어놓고 있었다.
適女垂簾獨立 ~ 마침 采采가 珠簾을 내려 놓고 혼자 서있다가,
見蒼頭趑趄於門 ~ 偶然히 옛 종인 蒼頭가 門밖에서 서성이는 것을 보고,
遽呼之曰 ~ 웬일인가 하여 불러 말하였다.
得非商兄家舊人耶 ~ "아니, 商氏 오라버니 집의 종이 아닌가?"
即命之入 詢問動靜 ~ 하고 집안으로 들어오게 하여, 그동안 商生의 消息을 묻고는,
顏色慘怛 蒼頭以二物進 ~ 顔色이 매우 슬퍼 졌다. 蒼頭는 가지고 간 두 膳物을 傳하였다.
女怪其無書 ~ 采采는 膳物만 있고 便紙가 없는 것을 異常하게 여겼다.
具述生意以告 ~ 종은 商生의 뜻을 갖추어 이야기를 하였다.
女籲嗟抑塞 不能致辭 ~ 이를 들은 采采는 嘆息하고 가슴이 막혀, 말도 하지 못하였다.
以酒饌待之 ~ 다만 술과 按酒를 내어 와서 待接을 하였다.
約其明日再來敘話 ~ 그리고는 내일 다시 와서 仔細히 이야기해 달라고 約束했다.
蒼頭如命而往 ~ 다음 날 蒼頭는 다시 采采의 집을 찾아 갔다.
女剪烏絲襴 ~ 采采는 검은 줄을 친 罫紙를 잘라 便紙를 써서 商生에게 보냈다.
修簡遺生曰 ~ 그 便紙의 內容은 다음과 같다.
伏承來使 具述前因 ~ 보내신 下人便에, 지난 날의 모든 事緣을 삼가 들었습니다.
天不成全 事多間阻 ~ 하느님께서 穩全한 福을 내리시지 않아, 事情이 險難하고 막힘이 많았습니다.蓋自前朝失政 列郡受兵 ~ 생각하건대 元朝에서 政治를 잘못하여, 여러 고을에서 兵亂을 입어,
大傷小亡 弱肉強食 ~ 큰 놈은 다치고 작은 놈은 亡하며, 弱肉強食으로,
薦遭禍亂 十載於此 ~ 거듭 禍亂을 만나, 十 年이 지났습니다.
偶獲生存 一身非故 ~ 偶然히 살아 남기는 하였지만, 몸은 옛날의 제가 아닙니다.
東西奔竄 左右逃逋 ~ 東西로 달아나 숨고, 左右로 달아나 避亂했습니다.
祖母辭堂 先君捐館 ~ 그러는 동안 祖母님께서는 世上을 떠나시고, 아버님께서도 別世하셨습니다.
避終風之狂暴 ~ 終日을 사납게 몰아치는 바람처럼 미쳐 날뛰는 狂暴를 避하고,
慮行露之沾濡 ~ 촉촉이 이슬 내린 길에서 옷이 젖듯이 貞節을 더럽힐까 念慮했습니다.
欲終守前盟 ~ 前日의 言約을 끝내 지키고자 하였으나,
則鱗鴻永絕 ~ 오라버님 消息이 오랫동안 끊어졌고,
欲徑行小諒 ~ 작은 信義를 지키고자 했으나,
則溝瀆莫知 ~ 남모르게 죽어 屍體가 도랑에 굴러다닐 지도 모를 形便이었습니다.
不幸委身從人 ~ 그리하여 不幸히 다른 사람에게 媤집을 가서,
延命度日 ~ 몸을 맡겨 하루하루를 지냈습니다.
顧伶俜之弱質 ~ 외롭고 軟弱한 제 自身을 돌이켜 생각하면,
値屯蹇之衰年 ~ 險難한 때를 만난 것이 恨스럽습니다.
往往對景關情 ~ 언제나 景致를 볼 때마다 마음이 흔들리고,
逢時起恨 ~ 時節을 만날 때마다 恨스러움이 일어 납니다.
雖應酬之際 勉爲笑歡 ~ 비록 남들과 말을 나눌 때에는, 억지로 웃고 즐거운 척하지만,
而岑寂之中 不勝傷感 ~ 쓸쓸이 혼자 있을 때이면, 슬픔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追思舊事 如在昨朝 ~ 지난 일들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모두가 어제의 일 같습니다.
華翰銘心 ~ 오라버님의 좋은 글월은 이미 마음속에 새겨 있고,
佳音屬耳 ~ 오라버님의 아름다운 音聲은 귀에 錚錚합니다.
半衾未暖 ~ 밤마다 저 혼자 자는 이불이 따뜻하지 않아,
幽夢難通 ~ 몰래 서로 만나는 꿈도 꾸지 못했고,
一枕才欹 驚魂又散 ~ 외로운 베개에 暫깐 依支하여, 놀란 넋은 또 깨어 흩어 집니다.
視容光之減舊 ~ 얼굴이 옛날에 비해 半쪽이 되었으니,
知憔悴之因郞 ~ 이렇게 憔悴해진 것은 오라버님 때문이지요.
悵後會之無由 ~ 오라버님과 다시 만날 期約이 없는 것을 슬퍼하고,
歎今生之虛度 ~ 이 世上의 삶을 헛되이 보내는 것을 恨歎합니다.
豈意高明不棄 ~ 뜻밖에 오라버님께서 저를 잊지 않으시고,
撫念過深 加沛澤以滂施 ~ 매우 사랑하시어, 이처럼 盛大한 恩澤을 깊이 베푸시고,
回餘光以返照 ~ 남은 빛을 저에게 비춰 주시고,
采葑菲之下體 ~ 몹쓸 순무와 무의 뿌리도 버리지 않고 캐듯이 微賤한 저를 잊지 않으시고,
記蘿蔦之微蹤 ~ 只今까지 겨우살이와 담쟁이 덩굴이 나무에 얽힌 듯한 親戚인 못난 저를 記憶해 주실 줄을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複致耀首之華 膏唇之飾 ~ 또한 머리에 꽂을 꽃과, 입술에 바를 臙脂까지 보내 주셨으나,
衰容頓改 ~ 시들어진 저의 얼굴이 늙어 버렸으니,
厚惠何施 ~ 보내주신 그 좋은 것을 어디에 쓰겠습니까?
雖荷恩私 愈增慚愧 ~ 제가 비록 깊은 恩惠를 입었으나, 부끄러움만 더해 집니다.
而況邇來形銷體削 ~ 더욱이 요즘 와서 얼굴도 마르고 몸도 줄었으며,
食減心煩 ~ 먹는 것은 적고 마음은 괴로우니,
知來日之無多 念此身之如寄
~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고, 이 몸은 暫時 世上에 붙어 사는 것 같습니다.
兄若見之 ~ 오라버님께서도 萬若 저를 보시면,
亦當賤惡而棄去 ~ 當然히 賤하게 여기며 憎惡하여 돌아 보지도 않을 터인데,
尙何矜恤之有焉 ~ 어찌 가엾게 여길 생각이나 나겠습니까?倘恩情未盡 ~ 或是 우리 사랑의 因緣이 아직 다하지 않았다면,
當結伉儷於來生 ~ 應當 內生에 夫婦를 맺고,
續婚姻於後世耳 ~ 後世에 이어서 婚姻을 하게 될 것입니다.
臨楮嗚咽 悲不能禁 ~ 便紙를 쓰려고 종이를 對하니 목이 매어, 슬픔을 참을 수 없습니다.
複製五十六字 ~ 다시 56字의 七言律詩 한 首를 지어 올리오니,
上瀆清覽 ~ 오라버님께서는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苟或察其辭而恕其意 ~ 萬若 저의 事緣을 살피시고 저의 뜻을 容恕해 주시어,
使篋扇懷恩 ~ 가을바람 불어 箱子속에 버려둔 부채가 옛은 情을 생각하듯 하시고,
綈袍戀德 ~ 親舊에게 두꺼운 明紬 솜옷 한 벌을 준 恩德을 잊지 않듯이
옛 情을 잊지 않으시면,
則雖死之日 猶生之年也 ~ 저는 비록 죽더라도, 살아 있는 것과 같겠습니다.
詩云 ~ 그 詩는 다음과 같다.
好因緣是惡因緣 ~ 좋은 因緣이 惡因緣으로 되었으니,
隻怨幹戈不怨天 ~ 戰爭을 怨望하지 하늘을 怨望하지 않네.
兩世玉簫猶再合 ~ 두 世上 태어난 玉簫는 다시 因緣 맺었으나,
何時金鏡得重圓 ~ 깨어진 金거울은 언제 다시 合쳐질꼬?
彩鸞舞後腸空斷 ~ 彩鸞은 춤춘 後에 애肝腸이 녹아 나고,
青雀飛來信不傳 ~ 푸른 새 날아오나 임 消息 끊어졌네.
安得神靈如倩女 ~ 어찌하면 神靈하기 倩女와 같아,
芳魂容易到君邊 ~ 넋이라도 훨훨 날아 임계신 곳에 이를꼬?
生得書 ~ 商生은 글을 받아 보았다.
雖無複致望 ~ 비록 希望은 없으나,
猶和其韻以自遣 ~ 그래도 詩에 和答하여 스스로 自己의 마음을 慰勞 하였다.
云 ~ 詩는 다음과 같다.
秋香亭上舊因緣 ~ 秋香亭 위의 옛 因緣은,
長記中秋半夜天 ~ 中秋의 깊은 밤 길이 記憶나네.
鴛枕沁紅妝淚濕 ~ 鴛鴦 베개 물들였으니 化粧 눈물 얼룩이요,
鳳衫凝碧唾花圓 ~ 鳳을 繡놓은 赤衫 푸르니 꽃처럼 아름답네.
斷弦無複鸞膠續 ~ 끊어진 樂器 줄은 다시 이을 수 없고,
舊盒空勞蝶使傳 ~ 옛 盒은 空然히 심부름꾼에게 膳物만 傳했네.
惟有當時端正月 ~ 옛날에 밝던 저 달은 두둥실 높이 떠서,
清光能照兩人邊 ~ 밝은 빛 變함없이 두 사람 있는 곳에 비춰주네.
並其書藏巾笥中 ~ 商生은 采采에게 온 便紙와 自己가 지은 詩를 箱子안에 깊이 감추어 두고,
每一覽之 ~ 매양 그것을 꺼내어 볼 때마다,
輒寢食俱廢者累日 ~ 며칠씩 飮食도 먹지도 않고 잠도 자지를 않았다.
蓋終不能忘情焉耳 ~ 이것은 大槪 옛情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生之友山陽瞿佑備知其詳
~ 商生의 親舊인 山陽縣의 瞿佑가 이 事實에 對해 매우 仔細히 알고 있었다.
旣以理諭之 ~ 그러므로 이미 事理대로 타일러 주고,
複製滿庭芳一闋 以著其事 ~ 또 滿庭芳 한 가락을 지어서, 이 事實을 記錄하였다.
詞曰 ~ 그 詞는 이러하다.
月老難憑 星期易阻 ~ 月老도 믿을 수 없고, 婚姻 날도 쉬이 막혔으며,
禦溝紅葉堪燒 ~ 大闕 도랑의 落葉도 불에 타버렸구나!
辛勤種玉 ~ 苦되고 부지런히 좋은 아내 얻을 玉을 심어,
擬弄鳳凰簫 ~ 함께 鳳凰簫를 불려고 하였네.
可惜菊香無主 ~ 可憐하다, 菊花香은 主人도 없이,
零落盡露蕊煙條 ~ 아름답던 꽃이 다 떨어지니 이슬맺힌 꽃술과 긴 가지만 서 있구나.
尋春晚 綠陰青子 ~ 내가 봄을 늦게 찾아 오니, 푸른 그늘 푸른 열매에,
鶗鴂已無聊 ~ 杜鵑이 無聊할 뿐이구나.
藍橋雖不遠 世無磨勒 ~ 藍橋가 비록 멀지 않을지라도, 世上에 磨勒같은 사람 없으니,
誰盜紅綃 ~ 누가 紅綃같은 사람을 훔쳐 오겠는가?
悵歡蹤永隔 離恨難消 ~ 슬픔도 기쁨도 消息이 永永 끊어지니, 離別의 슬픔 잊기 어렵네.
回首秋香亭上 ~ 머리를 秋香亭 위로 돌려 보니,
雙桂老 落葉飄颻 ~ 나란히 선 桂樹나무 늙어서, 落葉만 뚝뚝 떨어지네.
相思債 還他未了 ~ 前生에 다 갚지 못한 相思의 빚은, 아직도 그에게 갚지를 못했으니,
腸斷可憐宵 ~ 애肝腸 다 녹는 可憐한 밤이구나!
仍記其始末 ~ 이렇게 事件의 自初至終을 記錄하여,
以附於古今傳奇之後 ~ 古今의 傳奇의 뒤에 붙인다.
使多情者覽之 ~ 그리하여 後世에 多情多感한 사람이 읽으면,
則章臺柳折 ~ 章臺의 버들이 남의 손에 꺾이자,
佳人之恨無窮 ~ 才子佳人의 恨이 無窮함을 느끼게 할 것이다.
仗義者聞之 ~ 그리고 義로운 사람이 들으면,
則茅山藥成 ~ 茅山에 사는 道士에게서 藥을 求해와서,
俠士之心有在 ~ 愛人을 살려 낸 俠士의 義俠心이 생겨나게 할 것이니,
又安知其終如此而已也 ~ 또 어찌 그 끝이 이와 같을 뿐이겠는가?
다음
(19) 翠翠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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