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9일, 주민투표
친원전선언
원전은 안전하다? 청와대 앞에 세우자.
원전은 청정에너지다? 국회의사당 앞에 세우자
원전은 경제적이다? 이건희 집 앞에 세우자
원전은 효율적이다? 서울에 원전을 모두 옮기자13)
삼척에서는 날마다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탈핵집회가 열리고 있다. 신부, 수녀, 교수, 주부, 시의원, 시장, 상인, 교사, 의사, 공무원, 학생....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여든다. 2014년 10월 5일, 시민들은 삼척시내 곳곳을 돌며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거리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거리 곳곳에는 각급 동문회, 부녀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의사회, 새마을회, 상가번영회, 해병전우회... 진보/보수 따위의 구별 없이 삼척에 있는 거의 모든 대소모임과 단체들이 핵발전 반대플래카드를 내걸고 있었다. 원전유치를 찬성하는 플래카드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왜 정부(한수원)는 삼척에 핵발전소를 지으려고 하는 것일까? 왜 그들은 지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밀어붙이는 것일까? 그들은 왜 그토록 안전하고, 깨끗하며, 경제적인 핵발전소를 서울에다가 짓지 않고 저 고요한 소도시에 지으려고 하는 것일까? 그들은 왜 시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우는 것일까?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그것은 어쩌면 그들이 핵발전소가 안전하지도 깨끗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거다. 몇 조 원씩 드는 핵발전소를 지어야, 핵발전소를 짓고 핵발전소를 돌려야 원전마피아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일 거다. 천문학적인 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수많은 원전비리(회전문 인사, 담합, 리베이트, 부품성적서 위조, 불량부품 납품 등)가 일어나는 걸 거다. 안전하지도 깨끗하지도 않지만 이익을 취해야겠기에, 그리고 그들은 모두 서울(중앙)에 살고 있기 때문에, 부산 기장, 경주 월성, 울진, 영광에 이어 삼척에 핵발전소를 지으려는 거다. 그것이 아니라면 왜 지역민이 반대하는 원전을 굳이 짓겠다는 것인가?
1982년 동력자원부는 삼척(근덕지역)을 원자력발전소 건설예정지로 선정, 고시한다. 삼척주민들은 반대투쟁을 벌였고, 1998년 산업자원부는 후보예정지를 해제한다. 이것이 삼척에서 벌어진 1차 원전반대(탈핵)투쟁이었다. 2004년 산업자원부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유치할 지자체의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한다. 2005년 당시 삼척군의회는 삼척군의 방폐장 유치신청안을 부결시킨다. 2차 탈핵투쟁이었다. 2010년 삼척시(김대수 당시 시장)는 주민동의서를 조작해서 원자력발전소 유치동의안을 삼척시의회에서 통과시킨다. 다시 반대투쟁이 일어난다. 삼척시민들은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원전을 추진한 김대수 시장(그는 경기도 용인과 서울 송파구에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삼척에는 단 하나의 부동산도 없었다. 그는 원전이 무서웠던 것일까?)을 탈락시키고 ‘탈핵’을 선언한 김양수 후보를 당선시킨다. 그리고 2014년 10월 9일 원자력발전소 유치 찬반주민투표를 실시해서 85%의 반대표를 이끌어낸다. (선관위의 거부로 자체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지금 삼척은 3차 탈핵투쟁 중이며, 한국 탈핵 운동의 희망,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2014년 3월 1일, 탈핵독립선언
고리에서 출발한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이 86일 동안 삼척, 서울, 영광을 거치는 1,609.1km의 대장정을 마치고 2014년 3월 1일 첫 출발지인 고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필자는 도보순례단과 함께 <탈핵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 이 글을 독자여러분께 꼭 보여주고 싶었다. 제대로 절망하지 않으면 헛된 희망(환상)을 품기 때문이다. 절망 속에서만 희망은 움트기 때문이다. 탈핵독립선언문을 함께 읽으며 글을 맺는다.
<독립이냐, 예속이냐? 공생이냐, 공멸이냐?>
아들아, 너는 내게 물었다.
"아버지, 제가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제서야 내가 답한다.
"걱정마라 아들아, 너는 살아갈 수 없단다. 너의 아들은 살아갈 수 없단다. 마음대로 살거라. 앞으로 니가 저지를 어떤 실수도, 어떤 실패도, 어떤 죄악도 아무것이 아닌 날이 올 테니 네 마음대로 살거라.”
너는 내게 물었다.
"그럼 희망이란 없는 건가요?"
"희망이 무엇이냐? 희망이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이냐? 희망이란 과연 어떤 환상인 것이냐? 너는 오직 절망만을 받아들여라. 절망과 벗하고, 절망을 살아라. 그것만이 니가 속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너는 내게 물었다.
"그렇다면 미래란 무엇인가요?"
"아들아, 미래란 '없다'는 말이다. 미래란 없는 것이다. 미래는 이미 지워져버렸단다. 이 아비가, 이 아비의 세대가 너의 미래를 갉아먹었단다. 미래는 이제 환상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단다. 신화로서만 완성되는 것이란다. 오로지 지금 여기를 탕진하며 사는 길밖에 다른 길은 없단다."
너는 내게 물었다.
"아버지, 아버지는 저를 사랑하기는 하시나요?"
"사랑이라니, 아들아, 사랑은 없단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거짓말이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기만이며, 배신이다. 사랑은 너를 두 번 죽이는 짓이란다."
그리고 너는 내게 물었다.
"아, 아버지는 저는 도대체 누구인가요?"
"너는 없다. 너는 없는 존재다. 너는 내가 갉아먹은 미래다. 너는 유령의 아들, 좀비의 자식이다. 너는 내가 낳아 내가 먹은 허깨비다."
너는 내게 물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있는 건가요?"
"없다. 너도, 나도, 세계도 더 이상은 없다. 오로지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아니, 이제 죽음마저 사라질 공멸, 절멸만이 있을 뿐이다. 유황불로 타오를 저 허공만이 남을 뿐이다.”
"아, 저를 낳아 저를 죽이신 아버지,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떻게'라는 말마저 사라질 테니 아들아, 아무 것도 하지 마라. 내가 너를 다 먹어치울 테니."
독립을 선언하지 말자, 예속을 선언하자!
공생공존을 선언하지 말자, 우리 솔직하게 공멸을 선언하자!
인간이라고 선언하지 말자, 괴물이라고 선언하자!
괴물을 키운 우리가, 괴물을 방치한 우리가 괴물이 아니라면 무엇이 괴물이란 말인가?
오지 않은 미래를, 제 자식을 갉아먹은 우리보다 더 무서운 괴물이 어디 있단 말인가?
희망은 없다. 절망을 노래하자!
우리 자신을, 우리의 자식을 희생제물로 바친 마지막 광기의 카니발을 완성하자!
더 이상은 바람도 구름도, 햇살도 달빛도, 꽃도 나비도, 새도 짐승도, 너도 나도, 세계도 지구도 없을 테니, 절멸을 선언하자!
더 이상은 고등어 따위에 놀라는 호들갑을 떨지 마라!
스스로를 갉아 먹는 마지막 인류여, 마지막 괴물들아!
2014년 3월 1일 고리원전 방파제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