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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마치고 이렇게 산행기를 쓰려고 하면 우선 지나온 산줄기가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는 것이 마치 지금 그날의 그 힘들거나 감격에 겨웠던 장면들이 다시 한 번 저의 정신 속으로 인입(引入)이 됨을 느끼게 됩니다.
굳이 퇴계 이황의 '遊山者不可以無錄 而有錄之有益於遊山也 산을 즐기는 사람은 기록을 남겨야 하고, 기록이 있음으로 산을 즐기는데 유익하다 '는 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산행기를 작성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라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일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산을 조금이라도 다녀보신 분들로부터 "그래도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설악이나 지리에 들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하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저 역시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는 갑남을녀는 아닌지라 머릿속은 항상 천왕봉을 그리고 대청봉을 동경하곤 합니다.
태행지맥을 하던 중 그 루트를 통하여 당나라 유학을 다녀왔던 의상대사가 화엄종을 열고는 창건한 사찰을 세던 중 나오는 화엄사.
그러니까 갑자기 지리의 화대종주가 생각납니다.
화대종주라....
지리산의 화엄사와 대원사를 잇는 우리나라 최대의 종주 코스를 이름인데.....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에 소재한 화엄사부터 지리의 주릉을 따라 진행하여 천왕봉을 거쳐 경상남도 산청군 삼장면에 소재한 대원사까지 걷는 도상 거리 약 46.2km의 중거리 산행으로 약 15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상당한 인내를 요하는 코스죠.
결행을 위하여 며칠 전부터 어머님을 잘 달래고는 남부터미널로 이동하여 22:00에 출발하는 진주행 버스에 오릅니다.
새벽 1시 정도 내린 구례터미널.
5명이 전부인 승객들 중 3명은 내리고....
그런데 예전에는 심야시간에 장사를 하지 않던 식당이 문을 열어놓았군요.
그 수정식당에서 다슬기해장국을 시켜 먹습니다.
배낭을 진 다른 한 분은 성삼재로 가시는 지 택시를 타고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산 행 개 요
1. 산행일시 : 2015. 07. 15. 수요일
2. 동행한 이 : 홀로
3. 산행 구간 : 화엄사~노고단~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백무동
4. 산행거리 : 36.6km (올해 누적 산행거리 : 511.77km)
구 간 |
거 리 |
출발시간 |
소요시간 |
비 고 |
화 엄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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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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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고 단 |
7.0km |
06:53 |
19 |
|
연 하 천 |
10.5 |
07:53 |
60 |
|
벽 소 령 |
3.6 |
08:38 |
45 |
10분 휴식 |
세 석 |
6.3 |
11:29 |
171 |
|
장 터 목 |
3.4 |
13:02 |
93 |
10분 휴식 |
백 무 동 |
5.8 |
15:12 |
140 |
20분 휴식 |
계 |
36.6km |
13:47 |
13:07 |
실 소요시간 |
산 행 기 록
지도 #1
터미널에 있는 식당에서 밥도 먹고 볼 일도 보는 등 할 일을 다하고는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불러(12,000원) 화엄사로 갑니다.
의상대사가 한남정맥에서 갈라진 태행지맥(개인적으로는 남양지맥)을 이용하여 당나라로 유학을 하고는 국내에 들어와 화엄종을 열고 창건한 부석사와 함께 우리나라 화엄종의 대표적인 사찰인 화엄사.
그 화엄사에서 화대종주를 시작합니다.
그 산행의 첫걸음은 마산천 다리를 건너면서 시작됩니다.
방장이라...
여러가지 뜻이 있죠?
감방에서 텃세를 부리는 우두머리가 우선 연상이 되고 그리고 절에서 주지를 다른 별칭으로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고....
그리고 삼신산의 하나인 이 지리산을 다른 말로 이를 때 방장산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서는 아무래도 이 뜻 같습니다.
이 일대가 곧 화엄성지이기도 하고.....
노고단 고개를 따라 올라갑니다.
노고단 고개까지가 7.0km, 천왕봉까지가 32.5km...
음 ...
상당한 거리이군요.
탐방객 체크기가 새롭게 단장을 했군요.
이 119 구조목은 500m마다 세워져 있는 것 같고....
이 이정표도 같은 거리마다 세워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1km를 올라왔군요.
다리 두 개를 연이어 건넙니다.
어제도 비가 왔다고 하는데 수량이 아주 풍부하여 귀가 아플지경입니다.
예전에 갑사부근의 사하촌이 지금과는 많이 다를 때인 1970년 중반 경 지금은 없어진 여관에 누워서 물소리를 듣던 그 정도의 물소리 같습니다.
같은 모양의...
새로운 모습의 이것이 연기암 일주문인가요?
도로를 가로 질러 진행합니다.
여기까지 올라오면 약 2km 정도 진행한 것이 되는군요.
그런데 화엄사에서 노고단 고개에 이르는 길은 대강 세 가지 정도로 분류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포장이 된 아주 편안한 길을 걷게 되는데 이내 그 길은 넙적바위로 포장이 된 길로 바뀝니다.
그러고는 거의 자연 상태의 길로 바뀌는데 정말이지 지리산을 걷기가 힘들다는 게 바로 이 바위와 돌이 많은 구간이 많다는 게 주 이유 일 것입니다.
발목과 무릎으로 전해지는 그 느낌이란....
지도 #1의 '가'의 곳인데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다른 곳이 참샘터라고 표기하여 놓았는데....
사실 오늘 앞으로도 여러 곳에서 이렇게 잘못된 이정표 내지는 표지판을 볼 수 있었는데 공단에서는 고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제3야영장을 지나 국수등이라는 곳에 도착을 하는데 사실은 여기가 참샘터라는 곳입니다.
밤에 오니까 뭐가 뭔지....
지도 #2
그러고는 4km지난 지점에서 중재로 올라섭니다.
1시간 17분에 4km라...
등로인지 마른 개천을 걷는건지....
집선대라고 표기하여 놓았는데 ....
接仙臺가 아닐까요?
선경을 만나는 곳....
어쨌든 4.5km정도 올라왔는데 이 시간이면 저 위의 성삼재에서는 출입구의 문이 열릴 시간이기도 합니다.
뭐 성삼재 뿐만 아니라 설악의 한계령이나 오색도 마찬가지이겠지요.
하절기에는 3시 정도 문을 열어주니까...
성삼재에서 출발하는 분들과는 약 3km정도 차이가 나는군요.
어디서 그 분들을 만날수 있을까....
그러고는 드디어 코재입니다.
코가 거의 땅에 닿을 만큼 가파른 곳이라는 데서 유래한 뜻이라고 하지요.
여기서 산동면을 만나 이제부터는 그 면계를 따라 걷게 되기도 합니다.
산동면이라고 하니까 중국 산동지방이 떠오르는군요.
양산박이니 수호지니....
수호지에서는 고구, 삼국지에서는 조조....
무냉기고개라고도 불리웁니다.
무냉기란 물을 가두어 둔 곳으로 물이 넘쳐흐르는 모습을 이야기한다고 하는 거 같은데....
어쨌든 여기서 백두대간을 만납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천왕봉까지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걷게 됩니다.
백두대간.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뛰는 가슴을 주체를 못하니...
여기서 우틀하여 포장도로를 따라 진행합니다.
편하게 도로를 따라 올라가려면 약 2.4km를 가야하고,
그 포장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그냥 이 돌계단을 이용하여 노고단대피소로 오르면 약 0.6km만 더 가면 됩니다.
당연히 이 길로 오릅니다.
평소같으면 새벽에 일어나 이른 아침을 먹는 분들을 많이 볼 수 가 있는데 오늘은 평일인 만큼 대피소의 취사장이 조용하기만 합니다.
취사장 우측의 돌계단을 따라 오릅니다.
평소같으면 하늘에 별들이 쏟아질 듯 밝은 빛을 발하고 있을 것인데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영 꽝입니다.
노고단 고개로 오릅니다.
여기도 새로운 시설물이 생겼군요.
모르긴 몰라도 공단 이사장 혹은 지리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소장이 야간 산행에 대해서 무지 엄격한 것 같습니다.
출입구마다 이렇게 통제하는 곳을 둠은 물론 여기저기 야간 산행 방지용 펼침막을 걸어놓기도 하였고 그 구간마다 마지막 통과시간까지 친절하게(?) 게시하여 두었습니다.
소장님 내지는 이사장님 중점 관심사항인 거 같습니다.
그런거야 백번 관심을 가져도 괜찮겠지만 혹시 케이블카 같은 것에도 관심이 있으신 건 아니시겠죠.
지금 설악산에서는 케이블카를 놓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하던데....
도대체 양양군수라는 사람은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고 있는 설악산을 왜 그렇게 파괴하지 못해서 안달을 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이명박 전대통령께서 강을 작살내니까 이번에는 포크레인을 산으로?
지금도 강원도에서는 평창올림픽을 합네하면서 산을 그냥 아작을 내고 있는데....
양양군에서는 한다는 소리가 이번 노선은 산양의 서식지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면 산양은 돌아다니지 않고 자기 집에 앉아서 두문불출 한답니까.
또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나 노인들에 대한 배려를 명분으로 내세운다고도 하던데...
평생 한두 번 혹은 가지도 않을 관심 없는 그 분들을 위해 그런 배려를 하느니 보다는 장애인용 도로나 장애인용 버스 같은 복지 문제들을 확충시키는 데 예산을 써야지 쓰잘 데 없는 케이블카에 왜 450억원이나 쓰자는 겁니까.
다 자기들 잇속을 챙기자는 것을 국민들 모두 다 알고 있는데 쌍팔년도 식으로 눈감고 아웅하는 식이니....
각설하고 자 이제부터 지리 주릉에 들어섭니다.
500m마다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고...
25분 정도 진행하자 헬기장(1411.6m)을 지나고,
이내 돼지령을 지납니다.
사실 돼지령에 대한 유래니 뭐니 잡다한 것은 제 블로그 화대종주편(2012. 11. 6.)이나 지리종주편(2014. 8. 23.)에 자세히 나와 있어 여기서는 따로 이야기 하지 않으려 합니다.
돼지령에도 헬기장이 있는데 여기도 사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지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고는 피아골 삼거리입니다.
지리산이 타 국립공원에 비해서 월등하게 좋은 점.
보통 마루금이라고 하면 물이 있을 수 없지만 지리산에서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습니다.
우선 이 임걸령 샘물만 해도 그렇습니다.
물론 비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렇듯 수량이 풍부하니...
저는 사실 오늘 500ml 한 통을 가지고 산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 더운 여름에 말입니다.
그게 가능한 마루금 산행이 바로 이 지리산입니다.
여름에 500ml 물 한 통 가지고 중거리 산행이 가능한 곳....
1432봉을 지나,
반야봉으로 갈리는 삼거리입니다.
여기도 공단에서는 노루목이라고 했지만 실은 반야봉 전위봉인 1622봉이 멀리서 볼 때 노루의 목 같이 생겼다고 한 데서 비롯된 것이니 이것도....
반야봉은 생략하고 그냥 직진합니다.
지도 #3
아까 노루목이라는 곳에서 좌틀하여 반야봉을 갔을 경우 이곳이 내려오는 날머리가 되겠군요.
반야봉 갈림길을 다시 지납니다.
그러면 삼각형의 뾰족한 상징물이 있는 삼도봉인데 사실 옛이름은 날라리봉입니다.
양아치가 연상이 된다고 하여 공단에서 임의로 바꾸었는데 사실 실질적인 삼도봉은 충청고, 전라도, 경상도가 갈리는 대간 상의 삼도봉 거기겠지요.
지명위원회 심의를 거친 것인지 알 수 없고....
여기서는 다만 전라남도 구례군과 전라북도 남원시 그리고 경상남도 하동군이 갈리는 곳일 따름입니다.
어쨌든 이제부터 하동군과 남원시의 경계인 도계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여기서 부부산객으로 보이는 두 분이 간식을 드시고 계시는군요.
아마 이 분들은 성삼재에서 출발하신 분들 같습니다.
성삼재에서 출발하신 분들과 여기서 만나게 되는군요.
노고단을 출발한 지 5.5km 되는 지점입니다.
남쪽을 보면 바로 앞에 흰듬등이 보이고 멀리 불무장등이 보입니다.
돌아서서 우측으로는 뒤에 반야봉이 둥그스름하게 보이고....
노루목은 어디서 봐야 그 모양을 짐작할 수 있는지....
자, 다시 가야죠.
화개재에도 창고 용도인지 초소용인지 시설물 하나가 보입니다.
예전에는 반선이라는 곳 즉 뱀사골 계곡으로 내려가는 분들도 상당히 많았는데...
특히 뱀사골 계곡으로 내려서자마자 바로 대피소가 있었는데 언젠가 소리소문도 없이 철거를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뱀사골계곡이나 설악의 십이선녀탕 계곡.
정말 징글질글할 정도로 지루하고 깁니다.
물론 칠선계곡이나 덕풍계곡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요.
그러고는 토끼봉입니다.
토끼라는 이름은 토끼묘(卯)와 관련하여 붙은 이름이고....
1400.7고지를 거쳐 칠불사로 내려가는 길을 통제한다는 안내판입니다.
하긴 지금 내려가도 길의 흔적은 훤하게 보이니 가실 분들은 가셔도...
이정표를 지나니,
운봉무덤이라는 곳을 지나게 되고....
발목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오릅니다.
이런 곳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편이 더 고역입니다.
연하천대피소가 1km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나자마자 바로 나무계단이 이어지고,
명선봉으로 갈리는 길이 있는 이정표인데 오늘은 삼각점을 보러 명선봉(1583.4m)을 일부러 올라가야겠습니다.
무인안테나가 있는 곳을 지나 명선봉 정상에 가서 아무리 뒤져봐도 풀속에 숨은 삼각점은 나타나질 않는군요.
빈손으로 돌아나와 연하천 대피소로 갑니다.
공사가 한창이군요.
무슨 공사를 하려고 벌려놓은 것인지....
여기서 아까 같이 버스를 타고 오신 분이 저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시는군요.
그 분은 택시비 30,000원을 내고 성삼재로 올라가 3시 5분 전에 산행을 시작했다고 하십니다.
오늘 목표가 중산리까지라고 하던데...
세석을 무난하게 통과하면 악착같이 가시라고는 했는데...
여기서 신발 속에 들어가 있는 작은 돌도 털고 과자와 방울토마토로 간식에 갈음하고 일어섭니다.
음...
여기서 음정으로 갈리니..
이제 전라도와는 작별을 고하고 이제부터는 온전하게 경상남도로 들어와 하동군과 함양군의 군계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또 통제소와 펼침막...
지독히도 많습니다.
아주 공해 정도의 수준입니다.
지도 #4
그러고는 삼각고지(1484m)입니다.
바위 사이로 진행을 하고....
부자(父子)바위를 지나고,
형제봉을 지납니다.
사실 큰 바위 두 개 있으면 형제봉.
세 개 있으면 삼형제봉(보개산).
다섯 개 있으면 오형제봉(속리산)인데....
여기서는 분명히 큰 바위 두 개를 지납니다.
그런데 공단에서는 4분 정도 더 걸은 곳에,
형제봉이라고 붙여놨군요.
그래도 봉우리는 주변보다 가장 높은 곳일텐데....
돌아서서 형제봉을 봅니다.
잠시 바위 구간을 지나니,
벽소령 대피소입니다.
그런데 처음 지리 주릉 종주를 하시는 분들은 괜스레 겁을 먹는 거 같은데 사실 지리산은 중간중간 대피소가 있고 물도 있어 심심하지도 않게 진행이 가능한 곳입니다.
가령 노고단을 출발한 다음 임걸령을 지나게 되고 조금 무료할 즈음 연하천을 만나게 되며 연하천에서 가까운 곳인 이 벽소령을 들른 다음 선비샘을 만나 휴식을 취할 수 있고 그러면 바로 세석이고 또 장터목입니다.
그런 다음 오르게 되는 천왕봉은 거의 서비스 게임이라고 보면 됩니다.
벌써 노고단에서 14.1km나 왔으니 저는 화엄사계곡 7km를 더하여 벌써 21.1km나 걸은 게 되는군요.
시간 상으로는 7시간 반 정도 걸렸고...
또 갑니다.
예전에 군 비상도로였던 곳이 이제는 나무가 많이 자라 옛 흔적을 찾기가 아주 어렵군요.
빨치산과 토벌대 그리고 소설 '태백산맥'.
조정래 선생님의 소설 태백산맥은 해방 이후의 이데올로기로 인한 정치적, 사회적인 분단의 아픔을 두 동강이 난 태백산맥으로 그 상징성을 나타내셨는데....
사실 태백산맥 10권의 책에는 '태백산맥'이라는 단어가 4번-세어는 봤는데- 밖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태백산맥이라는 단어는 분단의 아픔을 표상하기 위하여 도입된 소재에 불과한데....
개인적으로는 좀 그렇습니다.
만약 조정래 선생님이 10년 정도 더 지난 후에 이 소설을 탈고했다면 과연 그 소설의 제목이 '태백산맥'이었을까요?
분명 '백두대간'이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정래 선생님은 우리 산줄기에게 커다란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각설하고 좀 너른 곳을 통과하고,
좌측으로 덕평봉을 보고 숲으로 통과합니다.
선비샘이 눈에 아른 거리는군요.
길은 여전하고,
숲을 빠져나가니,
사시사철 물이 마르는 날이 없는 선비샘입니다.
여기서 물을 채우고 빵쪼가리를 조금 먹습니다.
선비샘을 지나서는 잠시 숲속으로 들어가 진행을 하게 됩니다.
여전히 어제 내린 비덕분(?)에 습한 기운이 올라와 숨이 막힙니다.
조망은 막히고....
이제는 수증기가 안개가 되어 올라옵니다.
유난히 오늘은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입니다.
반듯하게 인상들도 좋고....
앞으로 인생을 살아나가면서 오늘의 이 힘든 경험이 좋은 추억이 되기를 바랍니다.
칠선봉입니다.
저도 지리산을 처음 오른 것이 군대를 제대하고 난 후인 1983년 경이니까 저 친구들은 저보다 훨씬 빨리 지리를 경험하는 셈이군요.
지도 #5
원래 여기서 바라보면 장터목 대피소 그리고 그 뒤로 제석봉, 천왕봉이 한 번에 다 보이는데....
오늘은 볼 것도 없으니 그냥 패스....
지도 #5의 '나'의 곳에 있는 바위를 지납니다.
그런데 공단에서는 이 곳을 칠선봉이라고 표기하여 놓았으니...
지도 #5의 '다'의 곳입니다.
지도에서 보시다시피 완전히 바위지대입니다.
예전에 그러니까 약 30년 전 이곳은 밧줄도 없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비가 온 다음이나 해빙기 때 이곳을 지나려면 곤욕 좀 치러야 했습니다.
바위를 맨손으로 잡고 오르다 보니 겨울에는 정말 고역이었지요.
지금은 이렇게 174개의 계단으로 편하게 오를 수 있습니다.
거기를 올라서면 무지 멋진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불행히도 오늘은....
영신봉을 우측으로 틀어 오릅니다.
산경표 상 낙남정맥이 갈리는 곳입니다.
그러나 박성태 선생님에 의하면 모든 산줄기는 바다나 강에서 그 끝을 다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백두대간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간길은 천왕봉에서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니라 바다에서 끝나야 하므로, 그 줄기는 여기서 우측으로 진행을 하여 삼신봉을 지나 옥산분기점을 거쳐 연대봉~노량으로 진행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른바 신백두대간.
그렇게 이은 마루금이 1683.9km입니다.
그런데 재미 있는 tip 하나!
노량을 지나서 바다로 들어간 줄기는 남해라는 큰 섬으로 들어가서는 남해지맥을 일으킵니다.
그 지맥의 끝에는 천황산(287m)이라는 작은 봉우리가 있습니다.
이곳이 동경 128˚ 정도가 되는데 여기서 북쪽으로 똑바로 올라가면 만나는 그곳에 백두산천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백두대간이 우리나라를 동서로 나눈다는 말은 성립이 되는데 '태백산맥이 동서로 양분한다.'는 명제는 그른 것이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태백산맥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땅속에 있는 지질구조선을 근간으로 하는 개념이기도 하고....
한편 신산경표에 의할 때 낙남정맥은 옥산분기점에서 좌틀하는 줄기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천왕봉에서 이어지는 줄기가 웅석지맥으로 이 줄기는 중봉~하봉을 거쳐 웅석봉~덕천강으로 이어지는 54.5km의 지맥이 되고....
산줄기.
참 재미 있습니다.
일단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좌측 바로 위가 영신봉인데 이렇게 굳게 닫혀 있습니다.
전에는 이 금지구역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발견할 시에는 신고를 해달라는 문구도 있었습니다.
무서운 사람들....
세석평전 넘어 촛대봉이 구름에 쌓여 있습니다.
세석대피소는 들를 필요 없으니 그냥 좌측 마루금을 따라 진행합니다.
좌측으로 한신계곡 갈림길이 나오는군요.
백무동으로 빠지는 길입니다.
우측으로 세석대피소가 보이고....
전에도 세석에 이르르니까 전화가 오기 시작하던데 오늘도 예외가 아니군요.
성가신 전화와 그런대로 반가운 전화가 번갈아 옵니다.
마음에 상처를 주는 메시지가 옵니다.
사실 오늘 산행의 테마는 '수양(修養)'이라는 한 단어였습니다.
요즘 들어 노모때문인지 잦은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음을 느낍니다.
그러다보니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게되고....
오늘 천지신명께 이러한 내용을 고하고 해결 방도를 구하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머리가 산란해지고 주의가 산만해집니다.
돌부리에 발가락이 걸리는 횟수가 잦아지고....
촛대봉을 오르면서 영신봉 쪽을 바라는 보지만....
열심히 올라가던 분이 벌써 촛대봉에서 내려오고 계시는군요.
상한 기분은 산앵에 영향을 주기 시작합니다.
촛대봉도 그냥 통과합니다.
겨울에 이곳을 지날 때에는 된비알에 주의를 요하는 구간입니다.
촛대봉을 내려와 1693.6봉 전의 암봉 구간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멋진 곳이라 생각되는 구간입니다.
이 부분만은 남덕유~북덕유 구간도 연상이 되고....
음.............
연하봉을 지나고...
음...........
뭔가 야릇한 분위기.
바위군도 살펴보고....
일출봉이라고 있었나요?
영진지도를 보니까 이 연하봉에서 거림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봉우리를 일출봉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이젠 지리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도 '봉따먹기'를 하나요?
장터목 대피소입니다.
지난번 지날 때 취사장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 다 완공이 되었군요.
산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여기서 천왕봉은 1.7km.
천왕봉만 오르면 대원사까지는 지루해서 그렇지 힘든 구간은 하나도 없는데....
여기까지 오면 사실 화대종주는 다 끝났다고 봐도 무방한데....
오늘 정말이지 폰으로 전달되는 메시지가 사람 오장육부를 다 긁어 놓는군요.
아직도 일몰까지는 먼 시간이고 힘도 남아돌지만 이런 상태로 가다간 어떤 사단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좌틀해 버립니다.
산란한 상태에서 산행을 하다가는 후회할 일이 생길 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화대종주.
내년에 또 하면 되는 것이지요.
빨리 귀경을 하는 게 즉 일단 백무동으로 내려가서 전화 제댜로 한 통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마음 먹었으면 다 포기하고 실행으로 옮깁니다.
지도 #6
백무동~장터목 코스는 예전에 두 번 진행하기는 했었는데 오늘은 아주 생경스러운 느낌입니다.
낯 선 그 길은 백무동으로 바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제석봉에서 떨어지는 줄기 방향으로 한참이나 진행하여야 합니다.
바위 구간은 곧 된비알이기도 하고....
소지봉이라는 곳의 너른 곳에서는 많은 산객들도 만납니다.
꿀꿀한 기분을 그래도 달래주는 것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들의 산인사입니다.
이 친구들은 아마도 오늘은 장터목에서 자고 내일 새벽에 천왕봉에 올라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호연지기를 다지겠지요?
그러고는 지도 #6의 '라'의 곳에서는 시원한 샘물도 만납니다.
여기도 샘물이라기 보다는 빗물을 받아 마시는 그런 정도의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현수교도 하나 건너고....
어쨌든 땀도 씻어야 하겠고....
국립공원인 줄 알지만 하는 수없이 적당한 곳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온몸에 퍼지는 냉기가 피로를 싹 풀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기분은 꿀꿀하고...
15분 정도 몸을 담궈도 기분은 여전합니다.
이제 선계(仙界)에서 완전히 벗어나 속계(俗界)로 돌아옵니다.
14시간 가까이 속계를 벗어난 줄 알았는데 신선은커녕 다시 속물이 되어 속계로 되돌아 왔습니다.
화대종주를 못했다는 아쉬움보다는 그래도 이 정도의 몸으로 생환했다는 안도감이 몸과 마음을 그나마 편하게 합니다.
동서울이나 남부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하여 터미널로 가면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됩니다.
터미널 옆의 매점에서 필리핀에서 시집을 온 경혼 이주여성으로부터 캔 맥주 두 통을 사서는 입에 털어 넣으면서 까뮈를 생각합니다.
뫼르쏘오인가요?
뫼르쏘오가 저지른 사건이 생긴 해변보다는 확실히 산이 좋긴좋은 것 같습니다.
염세주의적이기 보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중포(중도 포기)할 줄 아는 지혜도 가르쳐 주니까 말입니다.
한 2~3주 후에는 서북능선이나 가볼까요?
오색에서 장수대까지 땀이나 삐적삐적 흘리면서 화채를 시작으로 공룡도 보고 용아도 보면서 주걱봉도 보는 즐거움은 어떨까요.
올라오는 버스는 4시간 걸려 동서울터미널에 도착을 하는데 왜 그리 지루한지....
오른쪽으로 멀리 황철봉도 보일텐데.....
첫댓글 그래도 지리산을 화엄사부터 하셨으니~~~저는 언제나 지리에 들런지~~덕분에 주변이야기와 더불어 잘 보고 갑니다.
선배님도 가끔 들르십시오. 좋더구만요. 편하고. . .
아무것도 없는 영신봉은 왜 못 가게 하는지...? 공단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네요. 설악산 케이블카는 창조경제를 외치는 박근혜가 밀어서 확정됐다고 하네요. 오색에서 능선 따라 끝청 100미터 전까지, 커다란 전망대데크도 만들고. 웃기는 건 거기에서 대청봉은 못가게 한답니다. 100미터만 가면 끝청인데 누가 안가겠어요. 반대 여론이 있으니 그냥 하는 척만 하는거에요.
결국. . . 누구는 강 망치고 누구는 산 작살내고. .
그넘의 전화기가 미워요~
꺼 놀 수가 없어서. .
일때문에 결국은 백무동으로 하산했구만요. 산행기를 보니 나도 다시 가보고 싶네요.
명선봉 삼각점은 등로에서 벗어나 올라간 끝지점에서 좌측으로 좀 떨어져서 있었던 것 같네요. ㅅ
풀이 많을 때는 신경써서 찾아야지 안그러면 힘들겠더라구요, 그 근처에서 유일한 삼각점인데....
벽소령전 우측으로 좀 올라가면 전망대 옆에 있지요~
전에 형님하고 형수님 화대 하신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날 선선해지면 한번 더 해보세요.
산줄기 잘 읽었습니다.
누가 가슴에 불을 팍팍 내 질렀나 봅니다.
다음에 좋은 산줄기 해설 기대 하겠습니다.
월악산 종주 계획 한번 세워주세요.
담달 9일 좋은사람들에서 화대 갑니다. 나도 신청...
잘 다녀오십시오.
우린 삼각점못찾음 찾을때 까징 안내려옵니다 ㅎㅎ
참! 명쾌한 해설입니다.
마치 지가 지리산 산줄기를 밟고있는것
처럼..
탁월한선택입니다.지리산이 어디가나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실수밖에.
^^*
오른쪽 숲을 더 뒤져보려고 했는데 제대로 나올거 같지도 않아 빨리 포기.
다음부턴 찾을 때까지. . .
장거리 수고하셨네여..
습해서 더 고역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