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공양이 무엇인가요
문: 다니고 있는 절에서 선원에 대중공양을 올리러 간다고 합니다. 대중공양의 의미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대중공양이 불교의 전통인지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안거 수행자 예우하는 ‘아름다운 풍속’
재가자는 공양, 수행자는 법 베풀어야
답: 흔히 절에서 밥 먹는 것을 공양(供養)한다고 합니다. 아주 많은 뜻을 지닌 말이지만 공양의 원래 의미는 음식물이나 의복 등을 삼보(三寶)와 부모, 스승, 망자(亡者)에게 공급하는 것을 말했습니다. 어떤 특정한 대상에게 베푸는 물질적, 정신적 혜택을 의미한 것인데, 이런 공양은 부처님이 계실 적에는 스님들의 걸식에서 비롯되었지요.
인도의 출가자들은 일체의 생산 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대신 걸식을 통해 식생활을 해결했습니다. 이것이 불교로 받아들여져 스님들의 수행이 되었습니다. 수행을 위한 방법이므로 구걸행위와는 다른 엄격한 규칙이 있었습니다. 하루에 한번, 그것도 오전에만 정해진 시간에 다녀야했고 재가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곱 집 이상은 다니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탁발 등도 중요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걸식을 통해서 수행자에게는 무소유(無所有)와 하심(下心)의 수행을, 재가자에게는 공덕(功德)을 쌓는 기회가 제공되었을 것입니다.
불교승단이 점차로 인원과 규모가 커지면서 공양을 베푸는 대상이 개인에서 대중에게로 확대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부처님과 제자들을 집으로 초청해 공양을 베푸는 일이 많았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신도들의 집에 가서 밥을 먹는 형태였지만 절이 생기면서부터 음식을 만들어서 절에 오는 형태가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백중(百衆)의 전통도 안거를 해제하는 날, 수행자들에게 음식을 베풀면 지옥 아귀 중생들도 구제할 수 있는 큰 공덕이 생긴다고 하는데서 시작합니다.
이러한 대중공양의 풍습은 불교가 중국과 우리나라로 전해지면서 반승(飯僧)이라는 의식을 낳았습니다. 이것은 국가 차원에서 대중공양을 내는 일입니다. 중국에서는 달마대사와의 이야기로 유명한 양무제가 무차대회를 열어 시행했다고 전합니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의 반승재가 특히 유명했습니다. 많게는 10만 명에서 적게는 1만 명의 스님들에게 공양을 베풀었다고 하니 지금 생각해도 그 규모가 놀랍습니다.
질문하신 대중공양은 일반적으로 안거를 지내는 수행자들에게 여러 가지 물질적인 혜택을 베푸는 의미로 쓰입니다. 공부와 수행에 전념하는 수행자들을 예우하는 방식이 대중공양이란 형식을 통해 나타난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선원에서 정진하는 스님들에게 인연이 있는 도반(道伴) 스님이나 신자들이 올리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또 인연이 없어도 선방에서 공부하시는 스님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올리기도 합니다. 요즘은 종단의 주요 소임을 보는 스님들이 선원을 찾아 대중공양을 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특이한 것은 보통의 대중공양은 재가자들이 내지만 선원(禪院)에 내는 대중공양의 모습은 스님이 스님들에게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할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속 깊은 수행 처에 있는 선원 같은 곳에서는 먹을 것이 항상 부족했답니다. 특히 3개월간의 안거에 들어가면 사정은 더욱 나빠졌을 것입니다. 지금은 어디서나 먹는 차(茶)도 한때 스님들이 먹을 것이 부족해서 물로 배를 채우기 위해 먹었다고 할 정도니까요. 어쨌든 대중공양은 수행자들에게 여러 가지 물질적 혜택을 베푸는 아름다운 풍습이 되었습니다. 공양은 최고의 공덕이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재가자는 공양을 베풀고 수행자는 법을 베푸는 전통은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
서울 정혜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