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고 싶다는 아이, 자살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자살이란, 자신의 생명을 고의적으로
끊는 행위이자 매우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는 비정상적인 행동이라고 정의됩니다.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닌
자살을 실행할 구체적 계획과 동기가 포함되어 자살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살 행동에는 팔이나 다리를 칼로 긋는 것 같은 치명적인 자기손상 행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자살은 자신의 고통을 타인에게 알리기 위한 욕구에서 일어나게 되는데 이는 도움이 필요함을 알리는
신호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대인관계와
같은 큰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반응으로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살의 원인으로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우울증과
같이 개인 내적의 맥락을 따져볼 수 있는데 실제로 우울증은 자살을 시도해 본 경험이 있는 경우,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격성과 충동성 등이 높을수록 자살 시도를 하는 경향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의 실패경험이나 부모와, 혹은 또래들 간의 관계가 좋지 않거나, 자존감이 낮은 경우 자살과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부모님의 태도나
심리적 상황 역시 아이에게는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어머니의 우울증은 자녀의 자살 시도에 매우 강력한 위험요인이 됩니다. 온정적이지 못한 양육태도, 일방적인 의사소통도 위험요인에 해당되며 고된 훈육이나 학대를 당한 경험은 자살을 예측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사회적 맥락에서 자살시도의 원인을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또래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청소년들은 소속된 집단에서 결핍이 발생하거나 집단에 소속되지 못할 경우, 쉽게 말해 또래들에게서 무시를
당하거나 거부를 당한 경험이 있을 때 자살을 고려할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타인으로부터 얻어지는 긍정적
자원인 사회적 지지는 청소년 자살에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자살시도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자살에 대한 생물학적 기전
세계 보건기구인 WHO(World Health
Organization)이 자살 관련 사망률을 감소하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필수적인 사항이라고 선언한 만큼, 자살은 세계 공중 보건의 중대사안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요소를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심리적 요소와 생물학적 요소가 결합되어 인지와
사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제시된 몇 가지 모델들은 소인(predisposing)과 촉발 요인(precipitating factor) 사이의
상호 작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소인은 자살위기를 직접적으로 일으키지는 않고 시간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지만
자살의 경향성을 증가시키는 요인들에 해당합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가족력, 유전적 변이, 어린시절의 역경(ELA:
early life adversity) 등이 있습니다.
특히 유년기에 당한 성적
학대, 신체적 학대, 부모의 태만은 자살행동을
강하게 예측하는 요인이 됩니다. 부모나 직계가족에게 학대를 당했거나,
학대의 횟수가 빈번하게 일어날수록 자살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이렇듯 유년기에 부정적인
부모-자녀 간의 관계가 형성될 경우에는 자살 행동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존재합니다. 이는 유년기에 ‘세상은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어 특정 상황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극단적인 불안을 느끼고 이것이 신체적 반응으로 나타나 충동성을
높이게 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소질(impulsive
aggressive trait)과 같은 행동 특성은 자살 행동을 유의미하게 예측하는데 이는 세로토닌(serotonin) 분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로토닌 수치가 낮을수록 충동성을 띄게 하고 우울한 상태를 일으키게 됩니다. 즉, 특정 뇌 영역에서 불충분한 세로토닌 분비가 자살행동과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어린 시절의 불안과 파괴적인 행동등이 성인기의 자살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만성적으로 알코올이나 불법적 물질을 남용한 경우도 자살의 경향성을 높이게 됩니다.
자살에 취약한 사람들이 화난
얼굴에 과민반응을 보이며 사회적 거절의 신호를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연구결과로도 드러났습니다. 즉, 뇌의
구조적 이상으로 인해 부정적인 사회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부적응적으로 반응하는 특징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낄 정도로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경험할 수 있으며 자살은
이 고통을 멈추게 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자살로부터 아이를 지켜주기 위해 키워야
할 것
1) 자기효능감 self-efficacy
자기 효능감이 높은 아이들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유발될 가능성이 적습니다. 자기효능감이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이며 자신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기효능감이 높을수록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알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에 적게 영향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하는 능력도 자기효능감에 해당합니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를 굳건하게 할 수 있고 미래 지향적인 사고를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자살에 대한 생각을 약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자기 효능감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학업, 교우관계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실제로 높은 자기효능감을 가진 청소년일수록 학업성취도가 높게 나타나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한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Kim, B.C, 1995;
Gyeong, S.I, 2006).
2) 희망 hope과 낙관주의 optimism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려는 동기부여가 바로 희망입니다. 희망은 목표 지향적인 에너지를 포함하는 의지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경로가 되는 심리적 특성이 있습니다. 희망적일수록 성취하고자 하는 동기와 긍정적인 정서가 증진되는
것이 쉽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에게만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주위에 도움을 청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희망적인 사고는 자살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이 낙관적일수록 신체적으로도 더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낮아지게 됩니다. 자신의
삶에 대해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임할수록 감정통제를 잘하는 경향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가족이나 학교에서의 좋은 관계를 통해 낙관적인 생각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3) 자아탄력성 resiliency
끊임 없이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를 관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융통성 있게 상황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자아탄력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상처로부터 극복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힘든 일을 겪더라도
회복을 빨리 하고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자아탄력성을 키워주는 것이 자살예방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자신이 가진 한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자아탄력성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서도 자신의 반응을 스스로 조절하며 적절하게 회피할 줄 아는 것도 자아탄력성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아탄력성과 같은 내면의 힘을 길러주게 되면, 청소년기에
긍정적인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도움이 됩니다.
출처:
1) 아동이상심리학, ERIC J.MASH 등 저, 시그마프레스 출판, 2003.
2) 김정기, 박상만, & 김강훈.
(2017). 한국사회의 우울증과 자살예방을 위한 동태분석 연구: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 연구, 18(1), 83-119.
3) 천은진 (2018). 자살의 생물학적 기전. 생물치료정신의학, 24(3), 129-141.
사진출처:
구글 재사용 가능 이미지 (Unsplash)
작성자: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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