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금요일), 오후 2시 30분.
'대학로'에서 남자 네 명이 만났다.
한낮의 연극 관람이었다.
색다르고 참신한 '문화 이벤트'였다.
이번에 관람한 연극은 2014년 9월에 초연 이후로 10년째 롱런 중인 코믹 스릴러, 'HANGOVER'였다.
정말로 배꼽이 빠질 정도였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던 추리극이었다.
'시놉시스'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내 상상 너머의 알 수 없는 어느 지점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사랑, 배신, 살인, 익살, 임기응변, 초능력, 만취, 기억상실, 음모 등이 찰지게 버무려 진 채 매끈하게 흘렀다.
'파라다이스 호텔' 507호에서 벌어진 4시간의 박진감 넘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단 90분 간의 작품으로 압축해 풀어낸 공연이었다.
젊고 톡톡 튀는 연기자들, 그들의 만점 센스와 해학 그리고 발군의 연기력이 빛났다.
몰입감과 신선도 그리고 현장감도 압권이었다.
머리카락 한 가닥, 연기자들의 땀 한 방울, 거친 숨소리와 눈물 그리고 격정의 잔물결까지 바로 관객들의 말똥말똥한 눈동자 2-3미터 앞에서 디테일하게 엮이고 풀어지며 눅진하게 흘렀다.
태민 역의 '정현규'
철수 역의 '김윤'
지연 역의 '이재희'
케이 역의 '김민석'
엠마 역의 '전소민'.
다섯 명의 케미는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고 환상적이었다.
오랜 세월 한솥밥을 먹은 티가 역력했다.
우리만 5060 세대였다.
깊은 주름살, 헤성헤성한 머리카락, 누가 봐도 단박에 표시가 확 났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20대 젊은 연인이거나 앳된 숙녀들이었으니까.
처음엔 약간 뻘쭘하기도 했다.
"대낮에 아저씨들이? 모두 실업자들인가? 아니면 은퇴자들?"
이팔청춘들에겐 십중팔구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러나 문화행사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우리는 그렇게 자위했고 서로를 바라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시종일관 행복하고 감사했다.
간만에 찾은 대학로여서 그런지 그곳만의 색다른 공기와 서정이 물씬 느껴졌다.
연신 다감했고 감미로웠다.
공연이 막을 내렸다.
작은 공간 안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훌륭했고 뭉클했다.
공연장을 나섰다.
겨울해는 본디 짧았지만 연극이 3시에 시작했던 까닭에 아직도 햇살이 남아 있었다.
막내가 소개한 맛집으로 들어가 맛있는 음식에 막걸리를 마셨다.
사랑하는 형제들.
각자의 근황과 새해 소망에 대한 풋풋하고 진솔한 대화를 어어갔다.
자신의 길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충실하게 살아가는 미더운 형제들.
그들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우리 형제들을 사랑한다.
봄 기운이 완연한 3월에는 '야등'을 하기로 했다.
'야동'이 아니다.
'야등'이다.
각자의 헤드랜턴에 의지한 채 조심조심 '관악산'에 올라 서울의 멋진 야경을 벗 삼고 싶다.
아무도 없는 깊은 자연 속에서의 야간 데이트는 우리 형제들에게 새로운 감흥과 경험을 선사해 줄 것으로 믿는다.
더 진솔하고 살가우며 더 깊은 형제 간의 우애를 엮는 관악산 '야등'이 될 것이다.
형제들의 가정과 일터에 언제나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빈다.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브라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첫댓글 정말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더욱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