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지사지(陷之死地)
함지는 지옥, 사지는 죽을 곳으로 아주 위험한 지경에 빠져든다는 의미로 죽을 마당에 빠뜨려야 용기를 내서 다시 살아나게 된다는 말이다.
陷 : 빠질 함(阝/8)
之 : 갈 지(丿/3)
死 : 죽을 사(歹/2)
地 : 땅 지(土/3)
출전 : 손자병법(孫子兵法) 구지(九地) 第十一
손자병법(孫子兵法) 구지(九地)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施無法之賞, 懸無政之令, 犯三軍之衆, 若使一人.
유례 없는 상을 내리고, 상식을 뛰어넘는 명령을 내리기도 하여, 전 군대를 움직이기를 마치 한 사람 부리듯이 해야 한다.
犯之以事, 勿告以言, 犯之以利, 勿告以害.
일을 맡길 때는 이유를 설명하지 말고, 유리한 점은 말하되 불리한 것은 말해주지 않는다.
投之亡地然後存, 陷之死地然後生.
망할 땅에 던져져야 존재할 수 있게 되고, 사지에 빠져야 생존할 수 있다.
夫衆陷於害, 然後能爲勝敗.
무릇 병사들은 불리한 상황에 빠져야 승패를 주도할 수 있게 된다.
故爲兵之事, 在於順祥敵之意, 幷敵一向, 千里殺將, 此謂巧能成事者也.
그러므로 용병의 일은 적의 의도를 좇아 행하는 듯하며, 적과 한 방향으로 따라주다가 천리 먼 곳에 있는 적의 장군을 죽이니, 이런 장군이야말로 능력이 교묘하고 일을 성공시키는 장군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병사들에게 모든 작전의 내용을 일일이 설명해줄 수는 없습니다. 장군은 자신이 세운 계획을 소신 있게 밀고 나가야 합니다. 때로는 유례없는 상을 내리기도 하고, 상식을 뛰어넘는 명령을 내리기도 하여 병사들이 감히 장군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너무 세세히 작전의 위험에 대하여 설명하면 병사들은 겁을 먹게 됩니다. 유리한 상황은 말해주지만 불리한 상황은 가능한 자세히 말해주지 않습니다. 모든 일에 대하여 시시콜콜 설명해 주는 리더는 자신이 자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조직원들은 리더의 마음을 모두 파악하고 얕잡아 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침묵을 유지하여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강한 카리스마를 보일 필요도 있습니다.
한비자는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강조 했습니다. 첫째는 이익, 둘째는 위엄, 셋째는 명분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익으로 손자병법도 사람은 이익으로 움직인다는 철학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익만으로는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명분으로 사람을 움직여야 합니다. 논리적으로 왜 움직여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것입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최후의 수단은 위엄입니다. 한마디로 권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일 수도 있으나 부작용 또한 가장 큰 방법입니다.
▣ 함지사지(陷之死地)
그들을 죽을 곳에 빠뜨린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 이런 말이 있다. "병사를 지휘해 작전을 할 때, 그렇게 작전하는 의도를 병사들에게 말해 줄 필요는 없고, 그들에게 유리한 조건만 이야기하고 불리한 조건은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군사들은 위태로운 지경에 투입한 그런 뒤에 능히 보존될 수 있고, 죽을 지경에 빠뜨린 그런 뒤에 살아날 수 있다. 병사들은 위태로운 지경에 빠져야 분발해서 승부를 결정짓는다."
진시황(秦始皇)의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지 10년도 안 되어 사방에서 여러 영웅들이 일어나 왕위 쟁탈전이 벌어졌다. 그때 한(漢)나라 장수였던 한신(韓信)이 적은 군사로 조(趙)나라 20만 대군과 싸울 때, 강물을 등지고 군사를 배치하여 싸우는 배수진(背水陣)을 쳐서 크게 이겼다. 오랫동안 원정으로 지친 군사들을 사생결단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배수진을 쳐서 전투력을 십분 발휘해 조나라 대군을 일거에 격파했다.
한신의 부하들은 '진을 칠 때 산을 등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물을 등지는 배수진을 치다니?'라고 의아해했다. 전투에 이긴 뒤 한신에게 물었다. "병법에 '배수진'이란 것이 있습니까?"
한신은 "당연히 있지. 자네들이 눈여겨보지 않아서 그래. 손자병법에 함지사지연후생(陷之死地 然後生)이라고 하지 않았나? 죽을 지경에 빠진 그런 뒤에 살아난다고. 배수진이란 이름은 없지만, 이 말을 응용하면 바로 배수진이지."
뒤에 강물이 있으면 병사들이 도망갈 곳이 없으니, 죽을 힘을 다해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가장 어려운 막다른 지경에서 분발해서 살아나는 경우도 있고, 그대로 주저앉아 죽는 경우도 있다. 모두가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지난 9일 새벽의 U-20 월드컵 한국과 세네갈의 8강전은, 거의 패배했다가 최종적으로 승리를 안았다. 전반전에 먼저 한 골을 허용해 어렵게 됐을 때, 곧바로1골을 넣어 만회했다. 후반 한 골을 더 허용해 2대1로 패배가 거의 굳어갈 때 한 골을 넣어 2대2로 끝나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전반전 6분 지나 한국이 먼저 한 골을 넣어 3대2가 됐고, 후반 종료 때까지 그대로 유지되는가 했더니, 후반 추가시간 1분에 한 골을 허용해 3대3 동점이 돼 승부차기까지 갔다. 한국의 1번, 2번 선수가 실축을 하는 바람에 완전히 졌다고 했는데, 상대 팀도 2번이 실축하고, 4번은 우리 골키퍼가 막아내 2대2까지 갔다.
양팀의 마지막 5번 선수의 발에 4강 진출의 운명이 달렸는데, 우리 선수 오모 선수는 침착하게 성공시켰는데 세네갈 선수는 실축을 했다. 완전히 졌다고 포기한 순간이 두 번 있었는데, 최후에 승리를 가져왔다.
누구나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갖고 분발하는 정신이 더욱 중요하다. 요즈음 청년들은 취업하기 어렵고, 기업이나 상점은 모두 운영하기 어렵다는데, 이럴 때일수록 더욱 정신과 육체를 강인하게 만들어 때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
▣ 함지사지 이후생(陷之死地 而後生)
조(趙)나라로 진군해 온 한신은 국경 지대의 요새(要塞)인 정경성 30리 밖에 진을 치고, 대장 장이(張耳)를 불러 상의한다. "지금 정경성을 지키고 있는 광무군 이좌거(廣武君 李左車)는 지략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고 들었소. 그러니 첩자를 많이 보내어, 적의 허실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소이다. 만약 경솔하게 움직였다가 우리의 보급로를 차단당하게 되면 큰일이니 말이오."
장이가 대답한다. "지금 조왕(趙王)을 측근에서 보필하고 있는 사람은 성안군 진여(成安君 陳餘)입니다. 진여는 병법에 통달했다고는 하지만, 융통성이 없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진여와 이좌거는 사이가 좋지 않아서, 진여는 이좌거의 말을 좀처럼 들어 주려고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안심하고 정경성으로 대담하게 치고 들어가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신은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싸우기도 전에 승패를 속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오. 적의 허실을 정확하게 파악도 하기 전에 무작정 진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니, 우선 첩자를 보내 정경성의 사정을 알아보기로 합시다."
한신은 10여 명의 첩자들을 장사꾼으로 변장시켜 많은 돈을 주어 정경성으로 들여보냈다. 장사꾼으로 변장한 첩자들은 정경성 안으로 들어가 일부는 주막에서 날마다 술을 마시며 술꾼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민심의 향배를 정탐했고, 일부는 물건을 사는척 하면서 사람이 많은 시장을 배회하며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조왕 조알은 한나라 군사들이 곧 쳐들어 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2만에 이르는 군사들을 비상 대기 시켜놓고, 진여와 함께 정경성으로 순시를 와서 이좌거에게 묻는다. "한나라 군사들이 쳐들어 온다고 하는데, 대부이라면 어떤 방비책을 세우겠소?"
이좌거가 대답한다. "한신은 위나라를 평정하고 대주의 하열을 정복한 여세를 몰아 우리한테까지 쳐들어 오고 있사온데, 그 기세가 매우 험악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형편에 소상한 장이까지 가세하고 있어서 무력으로 맞서기에는 매우 어려울 것이옵니다. 그러나 저들은 군량과 군수 물자를 천 리 밖에서 날라와야 하기 때문에 군량 사정만은 매우 곤란할 형편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유능한 장수를 시켜 3만 군사를 데리고 후방으로 돌아가 한군의 보급로를 차단시키게 하면, 저들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철군할 수밖에 없을 것이옵니다."
조왕은 얼른 납득이 가지 않았는지,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이좌거와 사이가 좋지 않은 장군 진여가 즉석에서 반대하고 나왔다. "대부의 계략은 일종의 사술입니다. 싸움에 있어서는 의(義)를 앞세우고 당당하게 싸울 일이지, 무엇 때문에 잔꾀를 부린답니까 ? 한신은 10만 군사를 거느리고 왔다고 알려졌지만, 그것은 확대 과장된 숫자이옵고, 실상인즉 4,5천 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당당하게 정면으로 싸워도 얼마든지 이길 수 있으려니와, 저들은 이미 천 리 길을 달려 온 관계로 군사 전체가 피로에 쌓여 있을 것이 온데, 무엇 때문에 비겁하게 정면으로 싸우기를 회피합니까?"
이좌거가 지적한 바와 같이, 한신은 군량 보급선이 길어짐에 따라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므로 이좌거의 계략대로 한군의 보급로가 조군에 의해 끊어진다면 한신은 꼼짝못하고 철수해 버렸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한신이 운이 좋았던지, 진여는 이좌거의 작전 계획을 무시해 버리고, "적의 병력은 4,5천에 불과하니 전면 공격을 퍼부어 송두리재 때려부숴야 합니다." 하고 총공격론을 다시 들고 나왔다.
두 사람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자, 이제는 조왕 자신이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조왕은 오랫동안 심사 묵고하다가 최후의 결단을 내렸다.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자는 이 장군의 계획은 너무 소극적이오. 이왕이면 진여 장군의 의견대로 적에게 정면 공격을 퍼부어 정정 당당하게 승리를 거두도록 합시다."
이좌거는 조왕의 말을 듣고, '조나라는 이제 꼼짝없이 망하게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며 혼자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한신은 첩자들의 보고를 통해 그러한 사실을 알고 크게 안도하였다. 그리하여 대장들을 불러 놓고 다음과 같은 군령을 내렸다. "적장 진여는 우리 병력이 4,5천 명뿐인 줄로 알고 정면으로 공격해 오기로 했다니, 우리로서는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면만강(綿蔓江)을 등지고 배수진(背水陳)을 치고 있다가 적이 오는 대로 격파할 것이니, 주발 장군은 정병 2천을 데리고 산중에 매복해 있다가 저들이 일선으로 달려 나오거든 그 기회에 정경성을 점령하고, 우리의 붉은 깃발을 성루에 걸어 놓고 성을 굳게 지키도록 하시오."
한신이 배수진을 치겠다는 말을 듣고 모든 장수들은 크게 놀랐다. 왜냐하면 강을 등지고 진을 친다는 것은, 만일의 경우에 후퇴할 길이 없으므로 병법상으로는 가장 졸렬한 포진법(布陳法)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어느 대장인가, "하필이면 배수의 진을 치려고 하시옵니까?" 하고 반론을 제기하였다.
그러자 한신은,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배수의 진을 치기로 하였으니, 여러 말들 말고 내 명령대로 하시오." 하고 일언지하에 다른 대장들의 반론을 막아버렸다.
다음날, 조나라 군사들이 진열을 단단히 갖추고 공격해 오기 시작하였다. 정찰병을 통해 한나라 군사들이 배수진을 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진여는 크게 웃으며 공격 명령을 내렸다. "적들이 배수진을 치고 있다고 하니, 한신이라는 자의 지략이란 것은 아무것도 아니로다. 우리는 일시에 총공격을 퍼부어 한나라 군사들을 모조리 수장(水葬)시켜 버리자."
조나라 군사들은 함성을 울리며 진고를 두드려 사기를 한층 올리며 노도와 같이 밀려오기 시작하였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공격이었다.
조나라 군사들이 일시에 몰려오자, 한신은 조참, 번쾌, 근흠 등을 불러 긴급 군령을 내렸다. "적들이 밀물처럼 몰려오고 있소. 그런데 우리는 한 걸음도 뒤로 물러설 수 없도록 배수의 진을 치고 있으니, 모든 장수들은 병사들을 결사적으로 독려하여 적을 남김 없이 쳐부수도록 하시오. 적의 기세가 대단하니, 만약 한 걸음이라도 후퇴하는 자는 즉석에서 목을 베어 버리도록 하시오."
사태가 이렇게 되고 보니, 한신의 군사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이에, 양군 사이에는 처참한 격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조나라 군사들은 적의 병력이 4,5천 명밖에 안 되는 줄로 알고 마구 덤벼오기 시작했는데, 막상 싸움을 시작하고 보니, 한신의 군사들은 구름떼처럼 계속해 몰려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병력의 숫자에서 밀리기 시작한 조나라 군사들은 크게 당황하여 자기네 본거지인 정경성으로 급히 쫒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성문 바로 앞에 다달아 보니, 성문은 굳게 잠겨져 있고, 성루에는 한나라의 붉은 깃발이 나부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어느 사이에 적에게 본거지까지 빼앗겨 버렸단 말인가?" 군사들은 도망갈 곳이 없어 아우성을 치기 시작하였다.
최고 지휘관인 진여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벌떼처럼 몰려오는 적들을 향해 좌충 우돌하며 고군 분투를 하고 있는데, 홀연 관영 장군이 말을 달려와 진여의 머리를 한칼에 베어 버리는 바람에 조군은 크게 동요하였다. 이 바람에 허둥대던 조왕도 졸지에 생포됨으로써, 조나라는 변변히 싸워보지도 못하고 완패하고 말았다.
한신이 정경성에 입성하여 민심을 수습하고 나자, 여러 대장들이 한신에게 입을 모아 물었다. "자고로 배수진(背水陳)이라는 것은 병법에서 가장 기피하는 진법이온데, 원수께서는 어찌하여 배수의 진을 치셨습니까?"
한신이 웃으며 대답한다. "병법에는 함지사지 이후생(陷之死地 而後生)이라는 말이 있소. 배수의 진을 치는 것이 우리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나도 모르는 바가 아니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불리할 줄을 알면서도 부득이 배수의 진을 쳐야 할 때가 있는 것이오. 어제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였소."
장수들이 "부득이한 경우란,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를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한신이 "우리가 이번에는 전투 경험이 없는 신병(新兵)들을 많이 데리고 왔소. 그런 탓에 정작 싸움이 벌어지게 되면 대개는 도망을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오. 그러기에 그들이 도망칠 수 없도록 배수의 진을 치고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게 했던 것이오. 우리가 이런 계획을 가지고 이번 전투를 치뤘으니, 앞으로 이 병사들은 이번 싸움에서 큰 경험을 했을 것이고 우리가 강군(强軍)으로 한단계 발전할 수있는 계기가 될 것이오. 이것이 내가 배수의 진을 쳤던 가장 큰 이유요."
모든 장수들은 한신의 임기 웅변의 능란한 병법 전개에 혀를 차며 감탄하였다.
▶️ 陷(빠질 함)은 ➊형성문자로 陥(함)의 본자(本字), 埳(함)과 동자(同字), 䧟(함)은 와자(訛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떨어지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臽(함)으로 이루어졌다. 높은 곳으로부터 떨어지다의 뜻이다. ➋회의문자로 陷자는 '빠지다'나 '빠트리다', '모함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陷자는 阜(阝:언덕 부)자와 臽(함정 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臽자는 사람이 함정에 빠진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본래 '함정'이라는 뜻은 臽자가 먼저 쓰였었다. 갑골문에 나온 臽자를 보면 사람이나 이미지 사슴이 이미지 함정에 빠져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소전에서는 여기에 阜자가 더해지면서 지금의 陷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陷(함)은 ①빠지다 ②빠뜨리다 ③움푹 파이다 ④날조(捏造)하다 ⑤모함(謀陷)하다 ⑥점령(占領)당하다 ⑦함락당하다 ⑧함정(陷穽) ⑨결함(缺陷) ⑩결점(缺點)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묻힐 인(湮), 즐길 탐(耽)이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일어날 기(起)이다. 용례로는 물 속으로 빠져 들어감 또는 주색 따위의 못된 구렁에 빠져 들어감을 함닉(陷溺), 땅이 꺼져 떨어짐 또는 지키는 곳을 쳐서 둘러 빼거나 빼앗김이나 적의 성이나 요새 등을 공격하여 빼앗음을 함락(陷落), 물이나 땅속에 모조리 빠짐 또는 꺼져서 내려앉음을 함몰(陷沒), 성을 빼앗기거나 쳐서 무찌름을 함성(陷城), 빠져 들어감을 함입(陷入), 짐승을 잡기 위하여 파놓은 구덩이 또는 빠져 나올 수 없는 곤경이나 남을 해치기 위한 계략의 비유를 함정(陷穽), 움푹 빠져 들어간 땅을 함지(陷地), 남을 재해에 빠지게 함을 함해(陷害), 흠이 있어 완전하지 못함 또는 불완전하여 흠이 있는 구석을 결함(缺陷), 꾀를 써서 남을 어려움에 빠뜨림을 모함(謀陷), 나쁜 꾀로 남을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함을 경함(傾陷), 낮아서 우묵하게 파임을 저함(低陷), 물리쳐서 떨어뜨림을 배함(排陷), 땅바닥이 움푹 들어감을 오함(汚陷), 없는 사실을 그럴듯하게 꾸미어서 남을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함을 무함(誣陷), 적에게 거의 함락될 지경에 이름을 수함(垂陷), 간교하게 모함함을 교함(巧陷), 물러나 틈이 벌어지거나 꺼짐을 퇴함(退陷), 위로 솟음과 우묵하게 빠짐을 기함(起陷), 헛디디어 구렁에 빠짐 또는 잘못하여 함락함을 실함(失陷), 거짓 사실을 꾸며 남을 모함함을 구함(構陷), 나쁜 마음으로 남을 못된 곳으로 밀어 넣어서 해침을 제함(擠陷), 목숨이 위태로운 곳에 빠짐을 이르는 말을 함지사지(陷之死地), 견고한 적진을 쳐서 함락시킴을 이르는 말을 최견함진(摧堅陷陣), 으르렁대기만 하는 범이 개울에 빠진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큰소리만 치는 사람은 일을 못하고 도리어 실패함을 이르는 말을 포호함포(咆虎陷浦), 공격하지 아니하고 함락함을 일컫는 말을 불공함락(不攻陷落), 사소한 말로 사람을 함정에 빠뜨림을 이르는 말을 일언함인(一言陷人)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말을 지남지북(之南之北),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비유적 의미의 말을 낭중지추(囊中之錐),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결자해지(結者解之),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형세를 이르는 말을 누란지위(累卵之危), 어부의 이익이라는 뜻으로 둘이 다투는 틈을 타서 엉뚱한 제3자가 이익을 가로챔을 이르는 말을 어부지리(漁夫之利),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하여 이룬 공을 일컫는 말을 형설지공(螢雪之功),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한단에서 꾼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과 같이 허무함을 이르는 말을 한단지몽(邯鄲之夢), 도요새가 조개와 다투다가 다 같이 어부에게 잡히고 말았다는 뜻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다툼을 이르는 말을 방휼지쟁(蚌鷸之爭),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풍수지탄(風樹之歎),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 또는 딴 세대와 같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비유하는 말을 격세지감(隔世之感), 쇠라도 자를 수 있는 굳고 단단한 사귐이란 뜻으로 친구의 정의가 매우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단금지교(斷金之交), 때늦은 한탄이라는 뜻으로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함을 이르는 말을 만시지탄(晩時之歎),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신용을 지킴을 이르는 말을 이목지신(移木之信), 검단 노새의 재주라는 뜻으로 겉치례 뿐이고 실속이 보잘것없는 솜씨를 이르는 말을 검려지기(黔驢之技), 푸른 바다가 뽕밭이 되듯이 시절의 변화가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창상지변(滄桑之變),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으로 범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에서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도중에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를 이르는 말을 기호지세(騎虎之勢),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문에 의지하고서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르는 말을 의문지망(倚門之望), 앞의 수레가 뒤집히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본보기로 하여 뒷사람이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함을 이르는 말을 복거지계(覆車之戒) 등에 쓰인다.
▶️ 死(죽을 사)는 ❶회의문자로 죽을사변(歹=歺; 뼈, 죽음)部는 뼈가 산산이 흩어지는 일을 나타낸다. 즉 사람이 죽어 영혼과 육체의 생명력이 흩어져 목숨이 다하여 앙상한 뼈만 남은 상태로 변하니(匕) 죽음을 뜻한다. 死(사)의 오른쪽을 본디는 人(인)이라 썼는데 나중에 匕(비)라 쓴 것은 化(화)는 변하다로 뼈로 변화하다란 기분을 나타내기 위하여서다. ❷회의문자로 死자는 '죽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死자는 歹(뼈 알)자와 匕(비수 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匕자는 손을 모으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死자를 보면 人(사람 인)자와 歹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시신 앞에서 애도하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다. 해서에서부터 人자가 匕자로 바뀌기는 했지만 死자는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는 모습에서 '죽음'을 표현한 글자이다. 그래서 死(사)는 죽는 일 또는 죽음의 뜻으로 ①죽다 ②생기(生氣)가 없다 ③활동력(活動力)이 없다 ④죽이다 ⑤다하다 ⑥목숨을 걸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망할 망(亡)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살 활(活), 있을 유(有), 날 생(生)이다. 용례로는 죽음을 사망(死亡), 활용하지 않고 쓸모없이 넣어 둠 또는 묵혀 둠을 사장(死藏), 죽음의 원인을 사인(死因), 죽는 것과 사는 것을 사활(死活), 사람이나 그밖의 동물의 죽은 몸뚱이를 사체(死體), 죽음을 무릅쓰고 지킴을 사수(死守), 죽어 멸망함이나 없어짐을 사멸(死滅), 죽어서 이별함을 사별(死別), 죽기를 무릅쓰고 쓰는 힘을 사력(死力), 죽는 한이 있더라도 서로 저버리지 않을 만큼 절친한 벗을 사우(死友), 죽을 힘을 다하여 싸우거나 목숨을 내어 걸고 싸움 또는 그 싸움을 사투(死鬪), 죽음과 부상을 사상(死傷), 수형자의 생명을 끊는 형벌을 사형(死刑), 태어남과 죽음이나 삶과 죽음을 생사(生死), 뜻밖의 재앙에 걸리어 죽음을 횡사(橫死), 참혹하게 죽음을 참사(慘事), 쓰러져 죽음을 폐사(斃死), 굶어 죽음을 아사(餓死), 물에 빠져 죽음을 익사(溺死), 나무나 풀이 시들어 죽음을 고사(枯死), 죽지 아니함을 불사(不死), 병으로 인한 죽음 병사(病死), 죽어도 한이 없다는 사무여한(死無餘恨), 죽을 때에도 눈을 감지 못한다는 사부전목(死不顚目), 죽을 고비에서 살길을 찾는다는 사중구활(死中求活), 죽는 한이 있어도 피할 수가 없다는 사차불피(死且不避), 죽더라도 썩지 않는다는 사차불후(死且不朽),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이라는 사생지지(死生之地), 다 탄 재가 다시 불이 붙었다는 사회부연(死灰復燃), 이미 때가 지난 후에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죽고 사는 것을 가리지 않고 끝장을 내려고 덤벼든다는 사생결단(死生決斷), 죽어서나 살아서나 늘 함께 있다는 사생동거(死生同居), 죽어야 그친다로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사이후이(死而後已) 등에 쓰인다.
▶️ 地(땅 지)는 ❶회의문자로 埅(지), 埊(지), 墬(지), 嶳(지)가 고자(古字)이다. 온누리(也; 큰 뱀의 형상)에 잇달아 흙(土)이 깔려 있다는 뜻을 합(合)한 글자로 땅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地자는 '땅'이나 '대지', '장소'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地자는 土(흙 토)자와 也(어조사 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也자는 주전자를 그린 것이다. 地자는 이렇게 물을 담는 주전자를 그린 也자에 土자를 결합한 것으로 흙과 물이 있는 '땅'을 표현하고 있다. 地자는 잡초가 무성한 곳에서는 뱀을 흔히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대지(土)와 뱀(也)'을 함께 그린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래서 地(지)는 (1)일부 명사(名詞) 뒤에 붙어 그 명사가 뜻하는 그곳임을 나타내는 말 (2)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명사가 뜻하는 그 옷의 감을 나타냄 (3)사대종(四大種)의 하나 견고를 성(性)으로 하고, 능지(能持)를 용(用)으로 함 등의 뜻으로 ①땅, 대지(大地) ②곳, 장소(場所) ③노정(路程: 목적지까지의 거리) ④논밭 ⑤뭍, 육지(陸地) ⑥영토(領土), 국토(國土) ⑦토지(土地)의 신(神) ⑧처지(處地), 처해 있는 형편 ⑨바탕, 본래(本來)의 성질(性質) ⑩신분(身分), 자리, 문벌(門閥), 지위(地位) ⑪분별(分別), 구별(區別) ⑫다만, 뿐 ⑬살다, 거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흙 토(土), 땅 곤(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하늘 건(乾), 하늘 천(天)이다. 용례로는 일정한 땅의 구역을 지역(地域), 어느 방면의 땅이나 서울 이외의 지역을 지방(地方), 사람이 살고 있는 땅 덩어리를 지구(地球), 땅의 경계 또는 어떠한 처지나 형편을 지경(地境), 개인이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를 지위(地位), 마을이나 산천이나 지역 따위의 이름을 지명(地名),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지각 변동 현상을 지진(地震), 땅의 위나 이 세상을 지상(地上), 땅의 표면을 지반(地盤), 집터로 집을 지을 땅을 택지(宅地), 건축물이나 도로에 쓰이는 땅을 부지(敷地), 자기가 처해 있는 경우 또는 환경을 처지(處地), 남은 땅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나 희망을 여지(餘地), 토지를 조각조각 나누어서 매겨 놓은 땅의 번호를 번지(番地), 하늘과 땅을 천지(天地), 주택이나 공장 등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일정 구역을 단지(團地), 어떤 일이 벌어진 바로 그 곳을 현지(現地), 바닥이 평평한 땅을 평지(平地), 자기 집을 멀리 떠나 있는 곳을 객지(客地), 땅의 끝과 하늘의 끝을 아울러 이르는 말 또는 서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지각천애(地角天涯), 토지의 크기나 덕이 서로 비슷하다는 뜻으로 서로 조건이 비슷함을 이르는 말을 지추덕제(地醜德齊), 간과 뇌장을 땅에 쏟아낸다는 뜻으로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돌보지 않고 힘을 다함을 이르는 말을 간뇌도지(肝腦塗地),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복지부동(伏地不動),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움직이게 한다는 뜻으로 몹시 세상을 놀라게 함을 이르는 말을 경천동지(驚天動地), 하늘 방향이 어디이고 땅의 방향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뜻으로 못난 사람이 주책없이 덤벙이는 일 또는 너무 급하여 방향을 잡지 못하고 함부로 날뛰는 일을 이르는 말을 천방지방(天方地方),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물이 오래오래 계속됨을 이르는 말을 천장지구(天長地久), 지진이나 홍수나 태풍 따위와 같이 자연 현상에 의해 빚어지는 재앙을 일컫는 말을 천재지변(天災地變), 육지에서 배를 저으려 한다는 뜻으로 곧 되지 않을 일을 억지로 하고자 함의 비유를 이르는 말을 육지행선(陸地行船), 싸움에 한 번 패하여 땅에 떨어진다는 뜻으로 한 번 싸우다가 여지없이 패하여 다시 일어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일패도지(一敗塗地), 사람은 있는 곳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니 그 환경을 서로 바꾸면 누구나 다 똑같아진다는 말을 역지개연(易地皆然), 발이 실제로 땅에 붙었다는 뜻으로 일 처리 솜씨가 착실함을 말함 또는 행실이 바르고 태도가 성실함을 일컫는 말을 각답실지(脚踏實地), 감격스런 마음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음을 감격무지(感激無地)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