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2024년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증가율은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 자산운용 수익률, 그리고 가입 인원의 영향을 받는다. 2011~2023년까지 퇴직연금 적립금은 49.9조원에서 382.4조원으로 7.7배 증가하였다. 한편 DB형 퇴직연금 도입 기업 중 적립률 100%에 도달한 대기업들이 늘어나면서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의 증가율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퇴직자의 연금 선택률과 퇴직금의 퇴직연금 전환율이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까지의 적립금 증가에는 가입자 증가로 인한 사용자 납입액의 증가가 주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향후 수익률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이다. 따라서 수익률 제고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로 퇴직연금사업자의 독립적 판단에 의한 자산운용을 허용하여, 개인 주도 투자의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익률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자산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여 2023년말 기준 382.4조원에 이르렀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임금 상승률, 가입자 수, 수익률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증가 요인과 시사점을 점검해 본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추세와 영향 요인
2023년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말(335.9조원) 대비 46.5조원(13.8%) 증가한 총 382.4조원으로 최근 5년간 2배 규모로 성장했다.1) 최근의 성장 추세를 지속한다면 2026년말 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1> (a) 참조). 2011년 이후 퇴직연금 적립금의 증가율은 퇴직연금 제도 도입에 따른 가입자 증가 효과가 약화되어 DB형 퇴직연금의 경우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다. 이에 비해 DC형 퇴직연금과 IRP형 퇴직연금의 경우 가입자가 증가하며 적립금의 증가율도 DB형 퇴직연금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그림 1> (b) 참조).
퇴직연금 적립금의 규모는 퇴직연금의 형태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입자 수, 임금 상승률, 자산운용 수익률 등의 영향을 받는다. 퇴직연금 급여의 기본 계산 방식이 퇴직금 제도를 기반으로 하는데 퇴직금은 최종급여×근속연수로 결정된다. 그리고 매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개별 근로자의 퇴직금을 합친 금액이므로 퇴직연금 적립금은 개별 근로자의 수에 영향을 받는다. 전년도 말에 적립되었던 퇴직연금 자산은 운용수익률만큼 증감한다. 따라서 퇴직연금 적립금은 크게 가입자 요인과 운용수익률에 의해 증감한다.
퇴직연금 도입 기업은 매년 가입자의 1개월 급여를 퇴직연금에 적립하므로 퇴직연금 적립금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증가율에 비례하여 증가한다(<그림 2 (a) 참조). DB형 퇴직연금의 경우에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임금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이를 퇴직연금 도입 기업이 부담한다. 따라서 DB형 퇴직연금의 적립금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아닌 임금 상승률에 따라 증가한다. 반면 퇴직연금 자산운용 수익률은 DC형, IRP형 퇴직연금 적립금의 증감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그림 2> (b) 참조).
퇴직연금 수익률이 퇴직연금 적립금 증감에 미치는 영향은 매년 퇴직연금 적립금 증감 내역을 보면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2023년 퇴직연금 적립금은 46.5조원 증가하였는데 사용자가 45.6조원, 가입자(주로 IRP형 퇴직연금)가 8.2조원을 납입하였고, 퇴직급여로 26.6조원이 지급되었다. 여기에 운용수익 19.1조원이 더해져서 2023년 중 46.5조원이 증가하여, 2022년말 335.9조원이었던 적립금이 2023년 382.4조원으로 증가하였다(<표 1> 참조). 퇴직연금 유형별로 보면 DB형 퇴직연금의 증가율이 6.7%로 가장 낮았고, IRP형 퇴직연금의 증가율이 31.2%로 가장 높았다. 한편, DB형 퇴직연금과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퇴직급여가 근로자의 IRP 계좌로 이전되었다가 인출되므로 IRP형 퇴직연금의 기타 항목이 매우 크고 퇴직급여 지급액도 가장 크다. IRP 계좌로 이체된 퇴직급여의 상당 부분이 일시금으로 빠져나가는데, 지급된 퇴직급여의 연금화 정도가 향후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퇴직연금 적립액의 증감 내역을 살펴볼 때, IRP형 퇴직연금은 증감 원인이 DB형 퇴직연금과 DC형 퇴직연금의 경우와 상당히 다르다. 우선 IRP는 개인이 금융회사에 계좌를 개설하여 가입하기 때문에 사용자 납입액이 없다. 그리고 가입자 납입액의 주요 동인이 세제 혜택이기 때문에 연말에 집중적으로 증가한다.
먼저 DC형 퇴직연금 적립액의 증감 원인을 살펴보면,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사용자 납입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그림 3> (a) 참조). 그리고 2022년의 경우 수익률이 하락하여 전체 증가액이 작아졌고, 2023년중 수익률이 상승하자 전체 적립금 증가액도 늘었다. DB형 퇴직연금 적립액의 경우 사용자 납입액이 꾸준히 증가하다가 2023년 23.4조원으로 전년 36.7조원 대비 13.3조원 감소하였다(<그림 3> (b) 참조). 2023년 사용자 납입액이 감소한 이유는 우선 2023년 운용수익이 많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신규 납입액을 일부 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2017~2020년 4%를 넘던 DB형 가입자 증가율이 2021년 2.80%, 2022년 1.38%로 감소하였는데, 2023년에도 가입자 증가율이 낮았다면 그에 따라 사용자 납입액도 감소했을 것이다.2) 마지막으로 DB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대기업의 대부분이 2022년말까지 적립비율 100%를 채움으로써 이들 기업들이 2023년 신규로 발생하는 퇴직급여 부분만 납입하였을 가능성이다.3) 두 번째와 세 번째 요인을 고려할 때 향후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의 증가율 감소가 예상된다. 2022년말 현재 DB형 퇴직연금과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653.4만명인데, 574.7만명 가량의 근로자들이 퇴직금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다. 향후 미가입 근로자들이 어느 정도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는지, DB형 퇴직연금과 DC형 퇴직연금 중 어느 형태로 전환할지에 따라 적립금의 증가 형태도 달라질 것이다.
퇴직연금 운용수익률과 퇴직연금 자산운용 체계
2023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의 증가분에서 운용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41.1%였는데, 운용수익률의 영향은 적립금이 쌓여감에 따라 점차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퇴직연금 자산운용 수익률은 매우 중요하며, 이 수익률을 결정하는 자산운용 체계는 더욱 중요하다.
현재까지 DC형, IRP형 퇴직연금의 운용은 가입자 개인의 투자 의사결정에 의존하고 있는데, 모든 가입자들이 투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며, 전문성을 가진 투자자라 하더라도 자산 규모의 한계 등으로 제대로 된 분산 투자를 할 수 없다. 2023년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의 집합투자증권 투자액 42.8조원 중 21.1%인 9.0조원을 차지할 정도로 최근 TDF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TDF는 가입자의 개인적 한계를 넘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또한 ETF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는데, 개인의 자산 규모에 영향을 받지 않고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개인별로 투자위험을 안고서라도 투자해야 한다고 강권하기 쉽지 않다. 최근 개인 투자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집합적 확정기여형 퇴직연금(collective defined contribution: CD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4) 이미 도입된 중소기업퇴직연기금이 CDC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CDC와 같은 집합 투자방식을 통해 개인이 갖는 한계에서 벗어나 전문가에 의한 집합 투자가 가능하며,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된 투자자산의 구성도 개선할 수 있다. 기존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 변경 또는 신규 금융회사의 진입 등을 통한 집합 투자방식의 확대가 바람직해 보인다.
1)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2024, 2023년도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
2) 2023년 퇴직연금 가입자 통계는 2024년 12월말 경에 발표될 것이므로 DB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정확한 증가율을 알 수 없다.
3)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6조, 시행령 제5조, 시행규칙 제4조의2(확정급여형퇴직연금제도의 최소적립금 산출 3. 2022년 1월 1일 이후: 100분의 100)
4) CDC형 퇴직연금은 DC형 퇴직연금처럼 기업이 퇴직급여 금액에 대해 보장하지 않지만, 개인이 자산을 운용하지 않고 퇴직연금 적립금을 공동으로 운용한다.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