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부처님 오시는 것이 아주 어렵지만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도 무척 어렵습니다. 매일 아기들이 태어나는데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뭐가 어렵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실제로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1. 임신이 되어도 다 태어날 수 없습니다.
뱃속에서 죽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태어날 때 혹은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 죽는 경우를 다 따져 보면 인간으로 태어나 정상적으로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2. 인간은 쌍둥이 되기도 어려운데 개나 돼지는 새끼를 한 번에 여섯 일곱 마리씩 낳습니다. 개미 등 곤충이나 아주 작은 동물들은 어떻습니까? 물고기가 낳는 알은? 육안으론 잘 안 보이는 생물은? 인간 한 명이 태어날 때 동물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이 태어납니다.
3. 인간은 열 달을 어머니 뱃속에 있어야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며칠 만에, 단 몇 달 만에 태어나기도 합니다.
4. 우리가 보지 못하는 아수라, 아귀, 지옥에 태어나는 중생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법문하시다가 엄지손톱 위에 흙가루를 조금 올리시고 스님들에게 물어봅니다.
“이 손톱 위의 흙이 많은가, 아니면 이 세상의 흙이 많으냐?”
“부처님, 세상의 흙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인간이 죽어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기는 손톱 위의 흙만큼 적고 사악처에 떨어지는 중생들은 세상의 흙만큼이나 많으니, 잊지 말고 깨어 있으면서 해야 하는 일을 완벽하게 하세요!” appamādena sampādetha !
인간으로 태어나 살다 죽어 다시 인간으로 태어난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이 사악처로 떨어집니다. 부처님께서는 사악처를 ‘짜따로 아빠야 사까게하사디사cattāo apāya sakagehasadisā’라고 하십니다.
이렇게 사악처는 ‘중생들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사악처에 중생들이 많이 살고 또 오래 머뭅니다.
우리의 주거지는 집이지요. 볼일이 있으면 나갔다가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루 24시간, 인생 100년을 보아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윤회에서 그런 집이 사악처라는 말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우리가 볼일 보러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볼일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고 엉뚱한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나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요? 그것은 ‘윤회라는 교도소에서 벗어나는 일’ 입니다. 윤회를 벗어날 기회인 인간으로 태어났는데 그것도 모르고 무식하게 살다가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선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을 잊어버려 모르고 살면 진짜 손해 보는 것입니다.
한번 사악처로 떨어지면 인간으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예를 다음과 같이 주셨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매우 넓은 바다에 떠다니는 구멍 뚫린 고목나무에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는 눈 먼 거북의 목이 걸리는 경우보다, 또 땅위에 세운 작은 바늘 하나와 하늘에서 떨어지는 바늘 하나가 끝이 서로 딱 마주치는 경우보다 더 어렵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탁발 갔다 오시어 간다꾸띠로 들어가시기 전에 발을 씻고, 주위에 있는 스님들에게 날마다 날마다 똑같은 법문을 하셨습니다.
압빠마데나 삼빠데타 appamādena sampādetha !
이렇게 수만 분의 일, 백만 분의 일, 억만 분의 일의 확률로 인간이 태어남을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얼마나 소중한 기회를 얻었는지를 아시고 열심히 수행하여 윤회라는 교도소에서 꼭 벗어나시기를 바랍니다.
아신빤딧짜스님『여래가 오신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