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그리울 보금자리 새록새록 살아나는 추억 속의 향수 출생에서 성장까지 봉화의 고향집 삼강오륜 지킨 참 효의 실천 조부모님, 아버지와의 사별 사랑방 서당 학동들 글 읽던 소리 훈장이신 조부님 수염 가다듬는 손길 솔바람에 휘날린 송화가루 노오랗게 내려앉는 사월 고향집 사랑 마루
휘영청 밝은 달밤 고송에 매어달린 달 항아리 찌는 듯한 한여름 대낮에 내리는 소낙비같이 청량한 매미소리 밤새 울어예던 뻐꾸기 울음소리 지극으로 서러워도 천생 문둥일 수 밖에 없는 천형의 시인 한하운님 시(詩)속의 개구리 울음소리 어미품 떠난 올챙이 헤엄치는 소리 장마비 흠뻑 맞으며 두꺼비 기어가는 소리 젖 뗀 송아지 제 어미 찾는 소리
송화가루 흩날리는 윤사월 서른한 살의 어머니 청상으로 만들어 이승에 호올로 남겨두고 무정하게 피안의 세계로 떠나신 아버지 기침소리 한밤중에 울어메 속옷 갈아입는 소리 솥적다솥적다 소쩍새 울음 소리 연잎 그늘 아래 붕어들 입맞춤 소리
동짓달 기나긴 밤 안방 천정 속 쥐들 굴으는 발자국 소리 가위눌림 잠 주무시는 우리 어메 허번 앓는 깊은 한숨 소리 뒷산 밤나무 꽃 정액 뿜어내는 내음새 벼이삭 위 떠도는 참새 떼들 재잘거림 밀집모자 길게 눌러 쓴 허수아비 땡볕 긴 여름 온 종일 참새에 시달리다 졸음에 겨워 긴 하품하는 소리
빨랫줄 위 고추 잠자리 제 세상인 양 우주를 유영하는 아, 꿈속의 내고향 추억의 보물 창고 사라진 반딧불이 그리워 지는 계절 사랑방 할배 옆에서 잠자다가 요 위에 오줌 싸서 지도 그려 놓고 새벽녁 살짜기 안방으로 도망가 엄마 품 속 찾아 젖 만지던 어린 시절 이젠 그 안방에 홀로 가부좌 트신 울 어메 사슴같은 슬픈 눈망울 하고서 망연히 먼 산 바라보는 어머니 아흔일곱 무망(無望)의 세월 눈 뜨시고 숨만 쉬시는 부처님 되시어 좌탈입망 하실라 노심초사 못내 두렵네 세상 번뇌 홀로 감당하는 비로자나불처럼 저 모진 한생 삶의 낙일(落日) 그 여일(餘日)이 며칠이나 남았으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플 단장의 이별 어이 감당하랴
보내고 가슴 쓸어내리는 가눌 수 없는 슬픔, 내가 나를 영결하는 이승의 마지막 그 날에는 내 가슴 속에 어머님 모습 영정으로 곱게 거두어 가야지 그 시절의 하많은 추억들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