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도착하는 기차는 3번 플랫폼에 도착한다. 에스컬레이터 공사중이다.
영등포로 연결되는 무궁화호 타려면 45분 기다려야 한다. 전광판을 보니 하행선 열차는 40-50분 지연이다. 어제 중부 폭설 영향이 아직도 미치고 있다. 다행이 상행선은 그다지 밀리지 않아 보인다.
KTX 라운지에서 쉬면 되겠다. 대합실을 질러가는데 천장에서 뭔가 떨어진다. 비가 새나? 고개를 들어서 쳐다보니 광고판 위에 비둘기 두 마리가 앉아서 똥을 싸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로 복잡한 광장에 비둘기가 실례를 하고 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세오녀는 역무원에게 가서 저 비둘기를 '체포'해 달라고 얘기한다. 역무원은 비둘기 존재를 알고 있었던 모양. 난감해 한다.
KTX 라운지로 올라가면서 저 비둘기 어떻게 들어왔으며, 포획할 방법이 뭘까 생각해본다. 역사를 개조하면서 보기에 좋도록 공간을 높게 넓히고 유리창을 달았다. 채광과 보온에는 좋겠지만, 만약 야생조류가 들어왔을 경우 잡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학교 건물에 간혹 벌이나 새가 들어와서 나가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 덩달아 아이들도 난리법석을 떤다.

삼성에서 관리하던 KTX 라운지가 1월 1일부터는 KT로 운영이 넘어간다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여직원 제복이 바뀌었고, 뭔가 어수선하다. 컴퓨터 2대중 1대는 고장, 커피는 원두에서 믹서로 바뀌고, PAVV 모니터는 꺼져 있다. 하긴 예전엔 삼성 광고만 나와서 지겨웠던 것인데, 조용해서 더 좋다. 라운지 최대 수용 인원이 겨우 30명이다. 앉을 자리도 겨우 찾았다. 그것도 서로 떨어져서.
작업복 입은 남자가 뭔가 바닥을 살펴보면서 또 다른 남자에게 지시한다. 내부 인테리어 공사에 관한 것이다. 다시 안내판을 읽어보니 1월 11일부터 23일까지 동대구역 라운지 인테리어 공사를 하겠다고 쓰여 있다. 이왕 하는 김에 삼성 냉장고, 삼성 컴퓨터, 중앙일보 이런 것들도 다른 것으로 바꾸면 좋겠다. 귀국할 때 한번 확인해봐야지.
우리 기차도 6분 지연이라는 전광판 표시가 나온다. 동대구역 화장실 손건조기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 포항역 손건조기는 찬바람만 나와서 오늘같이 추운날에는 손이 꽁꽁 언다. 게다가 바람 세기도 약해서 건조 효과는 없다. 올해 포항에는 나라 예산이 듬뿍 주어졌는데, 화장실 손건조기 온풍에도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비둘기는 여전히 여유작작 놀고 있고, 대합실 바닥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우리가 라운지에서 놀 동안 비둘기 체포 작전을 벌였다는 아무런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는다. 그냥 갈 세오녀가 아니다. 다시 역무원에게 가서 뭔가 조치를 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윽고 비둘기 똥이 떨어지는 구역에 차단 라인을 만들었다. 임시 방편으로 그렇게라도 해야지 난데없이 역 대합실에서 새똥을 뒤집어쓰는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

혹시 이 시간 이후 동대구역을 이용하시는 분이라면 이 비둘기를 유심히 살펴봐주기를 바란다.
* 2009년 12월 말에 코레일과 KT는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그래서 코레일 라운지를 공동운영하게 된다. 2010년 4월부터는 전국 23개역에서 노트북으로 무선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하게 된다는 기쁜 소식도 있다.
http://cafe.daum.net/best-station/DqgK/109
첫댓글 인천공항 4층의 조선호텔식당에는 까치 한마리가 들어와서 몇년동안 살았었죠. 지금은 그 식당이 에어테라스로 리뉴얼되었는데, 그 까치는 어떻게 되었나 모르겠습니다. 얼마전에 가보니까 안보이던데....(인천공항 까치라고 검색하면 관련 기사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