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촌놈이 어제 아침8시 KTX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차표를 늦게 탔더니 뒤로 앉아 가는 좌석밖에 없어
그것이라도 타야했다.
같은 차비 내고 남들은 바로 앉아가는데 역방향으로 앉아 가자니
마음이 여엉 편치 않았다.
속으로 욕이 나왔다. 게쉐이들 떼제베 들여올 때 정책을 결정한 넘들
그놈들이 뒤로 가는 좌석이 있는 줄이나 알았겠는가?
하긴 뒤로 가는 것이 비단 KTX 뿐이겠는가?
대한민국이란 국호를 운전하는 넘들 덕분에 우리 모두가 뒤로 가고 있는 줄도 모른다.
서울역에 11시경에 내려 지하철을 탔다. 2호선 삼성역으로 갈 참이었다.
역구내를 빠져나와 계단을 내려가서 노선표를 확인하고 4호선을 타고
사당으로 가서 다시 2호선을 갈아탔다.
삼성역에서 하차하여 6번출구를 찾아나간다는 것이 나가는 길로 따라가다보니 1번이
나와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와 겨우 출구로 나왔다.
쏟아져 나오는 군중들을 따라 코엑스로 들어섰더니
어리어리한 건물에 기가 질릴뻔 하였다. 게다가 입구와 화장실과 엘리베이터 로비 앞에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삼엄한 경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찾아가는 곳이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그랜드볼륨인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안내 프론트 아가씨한테 가서 물어 겨우 호텔은 찾았는데
또 예식장을 찾을 수가 없어 다시 물었더니 지하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지하아케이드 골목을 이리저리 찾아다니다가 겨우 엘리베이터를 찾아타고 2층으로 올라갔더니 로비에 보내온 화환들이 무수히 빙 둘러 서 있었다.
화환 수만 봐도 양가 모두 예사 집안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혼주인 신부측 부모님을 만나 축하한다는 인사를 드리고
넓은 홀 안으로 들어갔다.
육중한 홀 출입문을 들어서니 하늘 같이 높은 천정에는 하얀 천이 3줄처져 있고
중앙에는 예식용 특설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무대로 가는 통로 양쪽으로 신랑측 신부측 하객 테이블에 손님들이 빽빽히 앉아 있었다.
아직 식이 시작되려면 20여분이나 남았는데도 자리가 없어 한참이나 벽 옆에서 서성거렸다.
우연히 아는 친구를 만나 겨우 한자리 얻어 앉았다.
하객들중에는 자리가 없어 통로에 서 있는 사람이 많았고 식권을 나누어 주어 예식이 끝난 후 1층에 내려가서 식사를 하도록 조치를 취하였다.
혹시 아는 분이 있나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한바퀴 둘러 봤더니
선주협회장외에는 안면이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1시에 식이 시작되었다. 사회는 김병찬 어나운서가 맡았다.
어나운서라서 그런지 말도 청산유수로 잘했다. 나레이션까지 곁들이니
분위기가 한결 돋보였다.
2부순서로는 식사가 나왔다. 식사전에 결혼식에 참석한 외국 VIP 소개 있었는데 하객으로 미국, 터키, 중국,일본, 타이완 등에서도 여럿 참석하여 호명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였다.
테이블에는 붉은 와인이 한병씩 놓여 있어 그라스에 따라
한잔씩 하였다. 맛도 괜찮은 편이었다. 테이블 가운데는 고급스럽게 보이는
떡이 놓여져 있었다.
식사 메뉴에는 먼저 연어훈제 한접시가 들어왔다. 빵은 바구니에 담아 테이블 위에 두어개
얹어 놓는 것이었다. 버터와 함께. 연어라 해도 포크로 두번 찍으면 없을만한 양이었다.
음식 나르는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들이 워낙 손님들이 많으니까 순서를 기다리는데도
한참 시간이 걸려 그 사이 빵이라도 뜯어먹고 있으면서 시간을 보내야했다.
다음 순서로 들어오는 것은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와 감자 스쿼시였는데, 아채 샐러드도 따라 나왔다.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모처럼 오래간만에 목구멍에 때를 벗기게 되었다. 와인을 한잔 곁들이니 분위기 그만이었다.
게다가 무대에서는 연예인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이북출신의 연예인이 나와 "여어러어분, 반갑습니다!"로 한가락 죽 뽑았다.
국내 유명가수는 1부에서 축가를 불렀다. '유심초'라던가. 또 젊은층의 인기를 얻고 있는 "선녀와 나뭇꾼"을 부른 가수도 와서 노래를 불렀고, 중국가수도 와서 중국말로 노래를 불렀다. 탈렌트 모습도 제법 눈에 띈다고 옆에 앉은 친구가 귀띔해 주는 것이었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신랑신부의 어릴 때부터 자라온 여러 모습들의 사진들이 대형 프로젝트에 비춰지고 있었다.
메인디쉬 다음에는 초코렛을 곁들인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그 사이 신랑신부가 드레스를 갈아입고 테이블을 돌면서 부모와 같이 하객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녔다.
시계르 보니 열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자리에서 먼저 일어섰다. 커피가 아직 마지막으로 순서로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지하철을 바꿔타며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오니 4시15분전이었다. 개찰구를 통해 프랫폼으로 내려와 대기하고 있던 KTX를 타고 부산으로 향하였다.
바쁜 하루였지만 멋진 결혼식 구경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