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4일 (일). 여행21일째이다. 북적대는 서울을 빠져나와서 잠시 후쿠오카에 다시 왔다. 규슈 지방과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규슈 최대의 역이다. 주요 도시를 묶는 신칸센, 특급열차, 후쿠오카 도시권을 달리는 지하철 등 많은 노선이 다니는 역이다. 부산-후쿠오카의 거리가 오직 200Km. 서울-부산의 430Km 보다 훨씬 가깝다. 부산에서 전남의 광주 혹은 부산에서 경북의 안동까지의 거리이다. 한국과 일본은 매우 가까운 이웃이다. 평화롭게 서로 공존하고 협력하는, 영원히 친선의 이웃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거대한 하카다역은 지하에서 사방팔방으로 상가가 끝없이 펼쳐진다. 역사 안에는 Hankyu 백화점, Tokyu Hans 등 대형 상점들이 들어서 있고, 9층과 10층에는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음식점들이 들어있다. 지하에는 간편하고 편리한 음식점들이 가득하다. 이렇게 유동인구가 엄청 많은 철도역이 언제나 휴지 조각이나 버려진 쓰레기 티끌도 찾아볼 수 없도록 깨끗하다. 길에 떨어진 종잇조각이 혹시나 있으면 곧 지나가던 사람이 주워서 가져간다. 투철한 시민정신이 놀랍기만 하다.
지하에는 대중음식점들이 가득한데 집집마다 먹음직스러운 음식 모형 (Donteat 食べるな) 들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조차 힘들다.
먹어보면 다 비슷비슷한데... 보기에는 너무 맛있어 보이고 예쁘게 보여서, 이집 저집 기웃거려 보다가...
바둑에서 흔히 보는 장고 끝에 악수를 두기도 한다.
예쁘고 화려하게 장식한 음식점들이 어찌나 많은지, 올 때마다 어느 집으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음식 맛에 워낙 둔감하다보니 너무 음식 종류가 많으면 더욱 혼란스럽다! 1주일 사이에 이집 저집 다니며 먹어보았지만 다 비슷비슷하다. 음식점 밖에 걸린 사진과 모형 (Donteat) 을 들여다볼 때가 제일 맛나게 보인다.
매일 아침 호텔에서 먹는 조식이 제일 즐거운 시간이다. 예전에도 후쿠오카 이 호텔의 조식을 즐겼는데 지금도 다름없이 행복한 아침상이다.
거주 지역의 넓지 않은 길 앞에 나타나는 쿠시다 신사 (Kushida Shrine). 입구 바로 앞에는 석재 토리이와 함께 여러 깃발이 나부낀다. 붉은색의 토리이가 아니고 회색이다. 다른 신사들과 같이 붉은색의 토리이가 아니라서 어딘가 모르게 좀 엄숙하게 보이기도 한다.
쿠시다 신전 (Kushida Shrine) 은 서기 757년에 창건된 오랜 역사의 신사이다. 불로장생과 번성의 신을 모시는 신사이다.
손뼉을 크게 소리 나게 치고, 그리고 기도를 드린다.
신사의 본전에는 일본 신화 속에 등장하는 태양의 신(아마테라스) 과 바다의 신(스사노) 이 모셔져 있다.
쿠시다 신사가 또 유명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일본은 많은 축제 (마츠리) 가 열리는데 각 도시마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축제가 있다.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축제 중의 하나가 '하카다 기온 야마카사' 로써 그 축제의 출발지가 바로 이곳 Kushida Shrine 이다. 축제 때 여러 종류의 가마들이 행진을 하는데, 가장 크고 유명한 것이 사진에 보이는 가마이다. 일본 신화 속의 신들을 본뜬 인형들이 가마 안에 여기저기 매달려 있다. 축제가 끝난 후 사용된 가마들은 거의 모두 해체되는데, 이 가마는 특별히 1년 내내 여기 Kushida Shrine 에 이렇게 전시된다.
이곳 Kushida Shrine 에는 일반에게 공개되지는 않지만 조선의 명성황후를 시해한 칼이 보관된 곳이라고 알려진 곳이다. 명성황후를 시해했던 자객 3명 중 한 명의 칼이다. 칼의 이름은 히젠토, 한 면에만 날카로운 날이 서있는 칼이다. 마른 핏자국이 남아있는 칼을 들고 와서 저주를 두려워해서 신사에 1908년에 기증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여부는 명확지 않다.
후쿠오카 시내의 일부를 지나가는 Fukuoka 강. 쿠시다 신사를 방문하고 나서 후쿠오카 Tower 로 가는 버스정류장을 찾으려 헤매이면서, 예정에 없던 여러 곳을 구경하고 있다.
오호리 (Ohori) 공원. 후쿠오카 성을 쌓아 올릴 당시에 성을 보호할 목적으로 이 지역을 매립하여 성벽 밖 둘레에 판 구덩이 (오호리) 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공원 연못에 떠있는 3개의 섬과 이 섬들을 이어주는 4개의 다리는 오호리 공원의 경치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연못이 공원 면적의 거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공원이다. 원래는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판 것인데, 중국의 시(柴) 호수를 모방하였다.
3개의 섬이 있는 연못의 중앙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들로 심어져있는 2Km 정도의 가벼운 산책로가 있다.
오늘의 점심은 기어코 생라면으로 하려고 늦은 시간이 되었지만 여기로 왔다. 하카다역 지하상가에 있는 Ikkousha Ramen (一幸舍) 으로 왔다. 점심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여러 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一幸舍 라면집은 (イクシャラーメン) 여기 말고도 Hakata 역 바로 동쪽 골목길에도 있다. 전자제품 전문점 Yodobashi 빌딩 바로 건너편이다. 그곳 一幸舍 라면집도 지나다니면서 보면 언제나 길게 늘어선 줄이 있다. 우리가 주문한 생라면이다. 가장 일반적 인기 메뉴이다. 오직 950엔짜리 생라면이다.
한화로는 약 8천 원, 미화로 $6.00. 일본 엔화의 환율이 기록적으로 오랫동안 낮은 때이라 무척이나 저렴한 가격이다. 맛도 좋았고 생라면 면발도 아주 좋았고, 돼지뼈 육수도 다 좋았는데, 우리에게는 좀 너무 짜게 느껴지는 맛이었다. 워낙 면류나 라면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음식 맛을 별로 잘 모르는지라 여행하면서 맛집을 찾아오기는 처음이다.
3월 29일. 여행 26일째. 후쿠오카 여행 6일째. 호텔방의 유리창 밖으로 매일 내려다보이는 숲으로 뒤덮인 넓은 곳. 높은 건물들에 둘러싸인 공원같이 보이는 이곳이 스미요시 신사이다. 언제나 코앞에 있는 곳은 뒤로 미루다가 결국은 놓치기도 한다. 내일은 공항으로 가야 하니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드디어 코앞의 신사를 구경하러 들린다.
스미요시 신사는 악운을 제거하고 평온을 부르는 신, 항해 안전 및 선박 수호의 바다신 (海神) 을 모시는 신사이다. 일본 3대 스미요시 신사 중의 하나이며, 전국에 2천 개가 넘는 스미요시 신사의 시조로 여겨지는 가장 오래된 신사이다. 후쿠오카에서 어업이나 항해 등 바다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인 추앙을 받고 있는 신사이다.
후쿠오카 스미요시 신사의 본당 모습이다. 직선에 가까운 지붕의 모습은 불교의 건축양식과는 다르다.
불교가 일본에 전해지기 훨씬 전인 1,800년 전에 지어졌기 때문에 스미요시 스쿠리라는 양식을 따르고 있다. 1623년에 재건된 모습이다.
젊은이들 노년들 모두 방문객들은 아주 경건한 모습이다. 지나다가 우연히 들린 것이 아니라 소원과 기도를 가득히 안고 찾아온 사람들이다. 일본인들의 신사 참배는 특이하다. 박수를 한번 크게 치고, 종을 치기도 하고, 기도를 올리고, 90도 굽혀서 깍듯이 절을 하고.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지고 가꾸어진 고목들. 스미요시 신사의 방문을 마지막으로 7일간 후쿠오카에서의 휴식(?) 을 마치고 내일 오후에는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후쿠오카 (福岡) 는 왠지 모르게 쫓기고 압박을 느끼는 거대한 도시와는 다르게, 언제나 포근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아늑한 도시이다. Taipei 와 서울에서 지낸 20일을 합치면 벌써 27일째 여행 중이다. 다시 서울로 가서 13일을 더 보내고 Canada 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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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나라 절과 일본의 신사는 분위기가 확 다르네요. 호텔 아침식 참 잘나오네요. 즐감했습니다.
한국의 절은 불교인데, 일본은 좀 다르더군요.
신앙심은 아주 각별한 듯 합니다.